(한미 FTA) 관련

“한미 FTA는 ‘을사늑약’보다 더 나쁜 나라 팔아먹기”

道雨 2011. 10. 31. 19:05

 

 

 

“한미 FTA는 ‘을사늑약’보다 더 나쁜, 나라 팔아먹기”

 

하니티브이 특집 영상물 ‘을사조약이 쪽팔려’ 
정동영·천정배·이종걸·이정희·이해영·한홍구, 한미 FTA 신랄한 비판

 

 

 


시사문제에 관심이 많은 소설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점을 파헤치는 토론프로그램을 만들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지난 28일부터 <한겨레> 인터넷방송 ‘하니티브이’를 통해 방송중인 ‘을사조약이 쪽팔려’는 소설가 서해성씨가 기획연출한 3부작 프로그램이다.

 

 

 

그는 국회에서 한-미 에프티에이 재협상 비준동의안 처리를 놓고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기 시작한 지난 24일 민주당 정동영, 천정배, 이종걸 의원, 민주노동당 대표 이정희 의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 이해영 한신대 교수 등 정계·학계 인사 5명을 서울 마포의 인터넷 방송사 <라디오 21>에 불러모았다. 서씨는기획·연출과 토론 프로그램 사회까지 맡았다.

 

“평소 잘 알고 있는 분들이라 섭외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어요. 출연하지 않으면 인간관계가 끊어질 거라며 토론하기 얼마 전부터 미리 이야기를 해두었죠.”

 

에프티에이라는 복잡한 주제, 출연인사의 면면, 2시간30분이 되는 프로그램의 길이를 생각하면 얼핏 지루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프로그램 제목 ‘을사조약이 쪽팔려’에서 암시하듯 이 프로그램은 의외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흡입력을 제공한다. 요즘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를 듣는듯 신랄하면서도 발랄하게 토론이 전개된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한겨레> 등 언론 기고문을 통해 에프티에이 문제점을 지적해왔다는 서씨는 “대학교에서 강의시간에 에프티에이에 대해 이야기해도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아요. 그래서 가능한 쉽고 재미있게 해보자고 했다”고 말했다.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이 얼마나 주권침해 조항이 많은지 까발려 국민의 분노를 조직하기 위해 기존 방송의 토론프로그램과 달리 “일방적인 토론프로그램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출연자에게는 “솔직하게 다 이야기 해달라. 다 아는데 거짓말을 하면 안된다”고 주문을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낭 웃고 떠드는 잡답방송 수준에 머물지는 않는다. 아주 새로운 내용은 없지만 에프티에이에 관심이 없었거나, 너무 복잡해서 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저절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할 수 있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2007년 야당의 대통령 후보 출마 당시 에프티에이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힌 ‘원죄’에 대해 농담조로 “당시 (참여)정부와 여당에 참여한 인사가 수백명 있었는데 나만 욕먹는 것같다”고 농담조로 말문을 열어 좌중을 웃겼다.

그는 한홍구 교수가 2007년 12월19일 대선 투표일 당신이 당선됐다면 어떻게 말했겠느냐고 정색을 하며 질문을 던지자 “띵한 질문이네요”라고 받아넘기면서도 “부끄럽다”고 반성의 뜻을 표시했다.

 

“그로부터 9개월 뒤 월가가 무너지는 것을 보면서 9개월 뒤 낭떠러지를 못봤구나, 소름이 돋는 느낌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는 나에게 눈을 뜨게 되는 계기였다. 당시 나는 미국 시골대학에 있었는는데 그 충격 때문에 잠 못이루는 밤들이 있었다. 이래서 실패했구나, 반성의 계기가 너무 늦게 온 셈이다. 그 전에 깨달았으면 참여정부도 좀 더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저의 문제의식 부족에 부끄럽게 생각한다.”

 

그는 “천정배 의원이 에프티에이에 반대하면서 단식농성했을 때 위로방문을 한 적이 있는데 솔직히 ‘단식하고 죽을 일인가’라고 이해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나도 같이 단식했어야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에프티에이가 ‘한-미간 자유무역 확대한다’는 목적이려면 여기까지는 인정하지만, 미국 통상대표부가 한국의 법과 제도, 관행을 바꾸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면서 “이는 을사늑약과 비슷하다”고 한-미 에프티에이 체결에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식 농성을 하면서 에프티에이 비준 체결에 반대입장을 표명했던 천정배 의원은 ‘(법무) 장관으로 있을 때 왜 적극 반대하지 못했느냐’는 한홍구 교수의 역공에 “나도 자세한 내용까지는 몰랐다”고 받아넘기면서도 그래도 문제의 심각성을 안 뒤에 대통령에게 보고해 문제조항을 수정했다고 해명했다.

 

“장관 재직 시절 어느 과장이 찾아왔다. 에프티에이 협정문 11장에 큰 문제가 있다는 거다. ISD(투자자 국가상대 제소권. 투자자가 세계은행 그룹의 국제투자분쟁조정센터에 제소할 수 있는 권한) 문제였다.

그래서 대척점에 있는 검사와 민변 변호사에게 두루 물어보니 똑같이 문제가 있다고 해서 2006년 7월 대통령이 참석하는 에프티에이 관계장관 회의 때 이 문제를 제기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천 장관의 보고를 받은 뒤 “법무장관의 문제제기가 있으니 이 문제에 대해 경제부총리 책임 아래 관계부처 사람들로 테스크포스팀(TF)을 만들어서 문제 해결책을 만들라”고 지시했다고 천 의원은 주장했다.

천 의원은 “그 뒤 내가 장관직을 그만두어서 후속조처가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국회에서 ISD의 폐해에 대해서 고쳤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해영 교수는 “문제된 것이 수정된 부분이 있으나 그 뒤 재협상과정에서 제대로 고쳐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 기업에 1주라도 갖고 있으면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이 가능한 살벌한 이야기”라면서 “예컨대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한국의 지방정부가 폐기물 사업에 대해 인허가를 내주지 않을 때 미국자본은 기대이익에 반한다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심각성을 토로했다.

그는 “미국에 대해서도 우리가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야하지만 한-미 에프티에이에는 미국 주법은 빠져 있다”며 허점을 지적했다.

 

미국과 에프티에이 협정을 맺은 오스트레일리아는 이 부분을 제외했다고 밝힌 이 교수는 “애초 ISD는 한국 관리들이 넣자고 주장해서 들어간 건데 세상이 형평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고 꼬집었다.

 

이 교수는 “한미 에프티에이는 협상이 아니라 미국 통상법을 이식시키기 위한 것이다.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에프티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에프티에이 협상 결과가 불평등하게 진행됐다는 대표적 사례로 한국의 의무조항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협정문은 영어를 정본으로 작성됐는데 한국정부가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shall 표현이 55개인 데 비해, 미국은 7개에 불과하다. 한국정부에서 의무조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얄짤이 없다. 미국과 에프티에이를 맺은 호주는 미국에 비해 0.8개의 비율에 불과하다.”

 

이종걸 의원은 “미국의 법과 제도가 들어오면 한국이 발전할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는 게 한국 관리들의 사고방식”이라고 꼬집었다.

한 교수는 “친일파들도 선진제도 수입해서 부국강병을 주장했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정희 의원은 “통역을 두지 않고 영어로 협상을 진행하고, 협상과정을 담은 협정문 정본도 영어로 작성됐다”면서 “한글본마저 번역 엉터리가 많다는 점에 분통을 터뜨렸다.

“(300여곳이 넘는) 번역 오류 때문에 국회에 제출된 에프티에이 비준동의안이 3번이나 제출됐는데 3번째 것은 내용이 너무 어려워 나도 읽지 못했다. 양국간 법체계가 다른데 영어로만 회의가 진행되고 협정문이 작성됐으니 협정문이 너무 어렵다.”

변호사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 입학 당시 여자수석을 차지할 정도의 재원인 자신조차 읽지 못할 정도의 엉망이라는 것이다.

 

이 교수는 “300개의 실수중 100개 정도는 단순실수이지만 정부부처 이름을 잘못 쓴 치명적 실수를 한 부분도 있다”면서 “단순 실수는 국제법적으로 고칠 수 있지만 치명적 실수는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천 의원은 장관 재직시절 당시 영어를 아주 잘하는 김준규 법무실장(전 법무장관)이 자신한테 한 이야기를 소개했다.

당시 김 실장은 “아무리 우리 외교관이 영어를 잘해봤자 말로 합의한 뒤 문건으로 작성할 때 엄청나게 피해를 본다. 50대 50으로 협상했다고 해도 영어로 초안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20%는 손해를 본다”고 영어로 진행된 협상과정을 질타했다.

 

한 교수는 영어 정본과 한글 번역본을 합쳐 1480쪽에 이르는 협정문의 복잡다기함과 엉터리 번역에 대해 “을사조약은 너무 알기 쉬워 민영환 등 애국지사들이 비분강해해서 자결했다면, 한-미 에프티에이 협정문은 너무 어려워서 일반인들은 심각성을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눈뜨고 코베어가기 위한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서해성씨는 “한미 에프티에이는 강화도 조약부터 경술국치 조약에 이르기까지 일제와 맺은 조약에 비해 약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오히려 에프티에이 쪽이 더 불온하다”고 지적했다. 그만큼 주권침해가 중대하다는 주장이다.

“을사늑약이 쪽팔려라는 제목 대신 을사조약이 쪽팔려라는 제목을 쓴까닭도 여기에 있다.” 그는 “미국과 소파협정을 맺은 나라는 80개인가 81개인데 에프티에이를 맺은 나라는 대부분 약소국들이다. 두 협정을 합치면 식민지 협정 아니냐. 고전적 의미의 식민지가 아니라 경제주권이 완전 상실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근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등장하는 한국 외교 관리들의 행태도 도마위에 올랐다.

이 교수는 “위키리크스를 보고 경악을 했다. 주한 미국대사관이 보고한 전문을 보면 곳곳에 contacts(접선책)라는 말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이완용을 아버지로 모시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이완용이 무엇이 나쁘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신랄하게 꼬집었다.

 

 

김도형 선임기자aip2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