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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로 10돌을 맞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인권위의 위상과 역할은 참담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초라한 존재로 전락했다.
전·현직 인권위 관계자들이 밝혔듯이 현 인권위 상황은 한마디로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 국가인권위는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을 국내외에 과시하며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출범했다. 인권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 인권 사각지대였던 사회보호시설이나 교도소에서의 인권침해를 찾아내고 법률·정책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등 인권지킴이 구실을 충실히 해냈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성도 확고하게 지켜져 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제인권회의에 출장을 간 인권위원장에게 청와대가 국외여행규정을 들어 대통령 사전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경고했다가 “국가독립기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을 당한 일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인권위가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을 밝혀 논란이 일자 노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고, 정부가 빠뜨리기 쉬운 인권옹호 등을 하는 기관의 입장은 다를 수 있는 것”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하하려 하더니, 결국 조직을 21%나 강제 축소했다. 안경환 위원장이 중도사퇴하고 인권 문외한이라는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한 뒤, 인권위는 정부 눈치보기로 일관하며, 사실상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알리바이용 조직으로 전락했다.
조국 교수 등 상임위원 3명과, 조직의 3분의 1 수준인 61명의 전문·자문·상담위원이 집단 사퇴한 뒤엔 인권옹호의 의지도 자격도 부족한 친정부 인사들과 일반 공무원들로 빈자리를 채워넣었다. 그러니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이나 국정원의 박원순 변호사 사찰 등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건이 공개돼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당연했다.
우리 인권상황은 지난달 인권위가 의뢰한 용역조사에서도 보수전문가들조차 크게 후퇴했다고 인정할 정도다. 30여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탄생한 소중한 조직을,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한 정권과 인사들이 순식간에 망가뜨렸다. 단순히 위원장 사퇴 수준을 넘어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서 근본적으로 새롭게 틀을 짜는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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