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설립 10주년 "기뻐할 수 없어 안타깝다"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25일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설립 10주년을 맞은 인권위에 대한 비난이 멈추지 않고 있다.
특히 인권위 설립 1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반대 집회 진압과정에서 경찰이 시위대에 물대포를 사용하면서 인권위에 대한 비판은 커졌다.
* 한·미 FTA 비준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난 23일 저녁 서울 소공동 일대에서 한·미 FTA 강행처리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물대포를 쏘는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서울=뉴스1) 이정선 인턴기자 - 인권위가 경찰의 물대포 발사에도 '침묵'하고, 비난이 일자 뒤늦게 대응하면서 시민단체 등은 '인권위의 존재 의미'를 되새겨 보라는 주문을 쏟아내고 있다.
인권단체들은 이날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시위대에 물대포를 사용하는 경찰의 진압에 대해 방송인 김미화씨(47)가 지난 24일 인권위의 대응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현병철 위원장에게 보내면서 뒤늦게 인권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씨가 현 위원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낸 다음날인 25일 인권위 설립 10주년 기념식이 열린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는 인권위에 대한 시민단체의 비난이 빗발쳤다.
인권단체연석회의와 국가인권위 제자리찾기 공동행동 등 인권관련 시민단체들은 기념행사 전 프레스센터 앞에서 "이 정부 들어 인권위가 권력기관을 감시하는 인권옹호기구가 아니라 권력기관에 면죄부를 주는 권력옹호기구가 됐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기념식 진행 중 행사장에 난입할 정도로 인권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숨기지 않았다.
* 민주당 정동영, 조배숙 최고위원을 비롯한 의원 11명이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23일 도심에서 열린 한·미 FTA 강행처리 규탄 집회에서 경찰이 물대포를 사용한 것에 대한 항의로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을 방문, 조현오 경찰청장과 만나 동절기 물대포 사용 금지 약속과 재발방지 약속, 유감표명, 평화집회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조 청장은 이날 민주당 의원들의 항의 방문 자리에서 유감 표명과 함께 물대포 사용 자제를 약속했으나,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시위와 최악의 시위 상황에서는 물대포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이어 "10주년 설립을 맞이하면서 인권위가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되고 있기는커녕 인권 선진국으로서 위상이 크게 실추됐다"고 덧붙였다.
명숙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도 "인권위 10주년을 전혀 기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 위원장 체제 이후 인권위가 인권현안에 대해 침묵하고 있고 정부의 인권정책에 대해서도 노골적으로 눈을 감아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그는 "비정규직을 보호하는 인권위가 계약직 직원을 해고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동료직원들이 1인 시위를 이어가자 이들에게도 징계를 내렸다"며 "이전에도 인권위에 대한 비판은 있었지만 이런 인권위는 정말 처음 봤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와 함께 "이전 인권위의 경우 이라크 파병 당시 반대 입장표명을 해왔지만 이번 인권위는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에 대해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며 "이외에도 MBC PD수첩 검찰 수사, 민간인 불법사찰에 대해서도 인권위는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강행처리에 항의하는 시위대들에게 물대포로 진압한 경찰에 대해 인권위에 제소하고 조현오 경찰청장을 항의 방문했다.
인권위측은 "앞으로 최대한 많은 의견을 수렴해 적극 반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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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10년 쌓은 공든탑, '현병철 2년에' 무너지나
지난 10년 동안 우리사회의 인권 의식 성숙에 기여해 온 국가인권위원회가 최근 2년 동안 급격한 위상 추락과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다.
지난 2001년 문을 열어 오는 25일 출범 10돌을 맞는 인권위는 연령 차별 개선과 장애인 간접 차별 폐지 등 우리 사회 인권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호주제 폐지와 국가보안법 전면 폐지, 사형제 폐지 권고,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 등 우리사회의 중요한 인권 의제를 주도했다.
한양대 법과대학 박찬운 교수는 "인권위가 10년 동안 우리 사회 인권 신장과 인권 침해 감시의 역할을 해 왔다"면서도 "정권의 부침에 따라 독립성 위협받는 한계도 분명 있었다"고 지적했다.
표면적으로는 정부 기관의 인권위 정책 권고 수용률은 반토막이 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인권위 정책 권고의 국가기관 수용률은 40.7%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평균 수용률 69.5%)과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이는 인권위의 권고가 다른 국가기관으로부터 제대로 존중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년 증가하던 진정 건수도 올해 상반기에는 10% 이상 줄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지난해 진정이 장애인단체들의 집단진정 건수 700여 건이 반영됐기 때문이고 올해는 이 같은 집단진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진정 건수가 줄어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다른 인권위 관계자는 "최근 2년 동안 인권위에 접수된 진정은 장애인 차별과 성 차별 등 세간에 많이 알려진 인권 침해"라며 "인권위가 새로운 인권 문제를 발굴하고 이슈화하면 관련된 진정이 늘어나게 되는데, 현 위원장 취임한 뒤 이렇다 할 정책 권고도 새로운 인권 문제 제기도 없기 때문에 앞으로도 개별 진정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용산참사와 국정원의 민간인 불법사찰, PD수첩 사건, 미네르바 사건 등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정부에 부담이 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전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이에 용산참사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조사관을 등 10여 명의 직원들은 인권위에 회의를 느껴 사퇴했고 정책국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던 김형완 인권정책과장도 업무에서 배제돼 인권위를 떠났다.
이어 문경란(한나라당 추천) 상임위원과 유남영(노무현 전 대통령 추천)상임위원도 현 위원장의 독단적인 인권위 운영에 반발하며 임기 중 사퇴했고, 정책자문위원와 전문위원 등 70여 명도 줄줄이 사퇴했다.
인권위 정책국 핵심 인력과 정책자문위원과 전문위원 등 전문가 집단이 인권위에서 등을 돌리면서 인권 정책 권고 활동은 크게 축소됐다.
테러방지법에 대한 의견(2002)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개선 권고(2003), 국가보안법 폐지 권고(2004),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 입법 권고(2005), 차별금지법 권고법안(2006) 등 인권위는 매년 20-30개의 정책 권고를 쏟아냈다.
그러나 현 위원장 취임 다음해인 2010년 정책권고수는 전해의 2/3(22건)로 축소됐고, 올해는 한 자리 숫자(8건)에 머물렀다.
권고 내용도 한미FTA나 비정규직 문제 등 현 정권과 정면으로 맞서는 논쟁적인 사안에는 침묵한 채 사내 하도급 근로자 인권 개선 권고(2009)와 청소년 노동 인권 개선 정책 권고(2010) 등 상대적으로 덜 논쟁적이고 일반론적인 내용에 머물렀다.
사법기관에 대한 인권위의 의견 제출 영역도 크게 축소됐다.
인권위는 지난 10년 동안 호주제 폐지에 대한 의견서(2003)와 여군중령강제퇴역처분취소 소송사건에 대한 의견(2008), 전기통신기본법의 표현의 자유 위축우려(2009), 사형제 폐지에 대한 의견(2009) 등 모두 12건의 의견서를 전원위원회 의결 뒤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그러나 현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는 논쟁적인 인권 이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PD수첩 검찰 수사 사건(2009)과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에서 나타는 주거침해문제(2009), 야간시위 규정(2010)에 대해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묵살됐다.
인권위가 중요한 인권 문제를 주도하지 못했음은 물론 인권위 외부에서 제기된 굵직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을 거부한 것이다.
다만 공무원응시연령제한은 위헌이라며 헌법 소원 냈고(2010) DNA신원정보에 관한 법률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2011)등 6건의 의견서를 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을 뿐이다.
인권위 위상 추락과 정체성 혼란 등 내외부의 문제와 싸우고 있는 인권위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람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인권위 창립멤버였던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 소장(전 인권위 정책과장)은 "인권위의 문제는 결국 사람의 문제인 만큼, 인권위는 전문성과 인권 감수성을 지닌 사람으로 구성돼야 한다"며 "위원장부터 일반직원들도 교육과 연수, 훈련을 통해 현장성을 잃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양대 법과대학 박찬운 교수는 "인사청문회나 내외부 전문가들의 검토 등을 통해 인권 전문성이 검증된 인사가 위원장으로 선임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sykim@cbs.co.kr
- [인권위 10년]
- 바람 잘날 없는 '현병철 인권위' 어땠길래?
- 위원장, 독단 운영으로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 등 60여명 조직떠나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 25일 출범 10주년을 맞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위상과 역할 축소로 위기를 맞았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이명박 정부가 임명한 현병철 위원장이 인권위의 수장을 맡으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우려가 제기됐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 위원장은 2009년 7월 취임한 뒤 인권에 대한 철학과 소신 부재, 독단적인 운영, 정부 눈치보기 등으로 줄곧 입방아에 오르내리며 비판을 받아왔다.
- 현 위원장은 내정됐을 당시부터 낙하산 인사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도마 위에 올랐다. 한양대 행정대학원장과 한국법률가대회장 등을 역임해 조직관리 능력면에서는 인정받았지만 인권 관련 이력이 전혀 없어 우려를 낳았다. 현 위원장도 스스로 "인권에 대해 잘 모른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인권 감수성' 문제와 '비(非)인권전문가'라는 꼬리표를 단 현 위원장은 출발부터 매끄럽지 못했다. 현 위원장은 취임 직후 국가보안법과 관련해 폐지 견해를 밝혔다가 얼마 후 말을 바꿨다. 이 때문에 '인권에 대한 소신이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9월에는 인권위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듯한 발언을 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의 "인권위는 행정부 소속", "인권위 조직이 축소된 것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는 등의 발언이 회자됐다.
현 위원장의 비전문성은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직 포기로 이어져 국제적 망신을 사기도 했다. 현 위원장은 "국내 인권 현장을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후보 포기를 결정했다고 밝혔지만 정작 인권위 안팎에서는 '자격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우리나라에 여성차별이 아직 존재하느냐" "(용산참사가) 독재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깜둥이(흑인 비하)" 등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현 위원장은 또 인권위 의결 절차와 규정을 무시한 채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지난해 2월 전원위 의결이 나기도 전 북한인권법 관련 내용을 인권위 공식 의견인 것처럼 국회에 보고해 문제가 됐다. 일방적으로 회의를 폐회하거나 위원장 단독으로 전원위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한 것도 위원들의 반발을 샀다.
이 사태는 결국 문경란·유남영 상임위원의 사퇴로 연결됐다. 이 외에도 창립 멤버인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을 비롯한 위원·직원 60여명도 줄사퇴했다.
문 상임위원은 사퇴의 변에서 현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에 대해 "설립 취지는 커녕 적법절차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유 상임위원은 "현병철 인권위의 추락의 바닥이 어디인지를 지켜봤다"며 "집권세력의 인권에 대한 무관심, 자격이 없는 위원장·위원들의 임명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어 지난 2월에는 노조 활동을 하던 강인영 조사관에 대해 사전 설명 없이 계약연장을 거부했고, 7월에는 이에 항의해 1인 시위를 벌인 직원 10여명 등을 징계처분 했다.
인권위가 친정부적인 성향을 보이며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제 목소리를 내지 않는 것도 위상을 추락시키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예전의 인권위가 국가보안법과 이라크 파병 등 굵직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 과감하게 의견을 냈던 것과 달리 '현병철 인권위'는 용산참사와 PD수첩 사건, 국정원 민간인 사찰 등 사안을 전원위에 상정조차 안하거나 기각해 왔다.
인권위 한 직원은 "인권에 있어서만큼은 한 치의 양보도 없어야 하는데 현재 인권위는 그렇지 않다"며 "국민의 신뢰가 낮아지고 비난이 거세게 일어도 마땅하다"고 속상해했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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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25일로 10돌을 맞는다. 그러나 현 정부 들어 인권위의 위상과 역할은 참담하다고 표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초라한 존재로 전락했다.
전·현직 인권위 관계자들이 밝혔듯이 현 인권위 상황은 한마디로 ‘절체절명의 위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10년 전 국가인권위는 한국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을 국내외에 과시하며 독립적인 국가기구로 출범했다. 인권위는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거치는 동안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검찰·경찰 등 수사기관은 물론 인권 사각지대였던 사회보호시설이나 교도소에서의 인권침해를 찾아내고 법률·정책의 인권문제를 지적하는 등 인권지킴이 구실을 충실히 해냈다.
정부로부터의 독립성도 확고하게 지켜져 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 국제인권회의에 출장을 간 인권위원장에게 청와대가 국외여행규정을 들어 대통령 사전허가를 받지 않았다고 경고했다가 “국가독립기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을 당한 일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인권위가 이라크 전쟁 반대 의견을 밝혀 논란이 일자 노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담당하는 것은 정부 역할이고, 정부가 빠뜨리기 쉬운 인권옹호 등을 하는 기관의 입장은 다를 수 있는 것”이라고 정리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집권하자마자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기구로 격하하려 하더니, 결국 조직을 21%나 강제 축소했다. 안경환 위원장이 중도사퇴하고 인권 문외한이라는 현병철 위원장이 취임한 뒤, 인권위는 정부 눈치보기로 일관하며, 사실상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알리바이용 조직으로 전락했다.
조국 교수 등 상임위원 3명과, 조직의 3분의 1 수준인 61명의 전문·자문·상담위원이 집단 사퇴한 뒤엔 인권옹호의 의지도 자격도 부족한 친정부 인사들과 일반 공무원들로 빈자리를 채워넣었다. 그러니 총리실의 민간인 사찰이나 국정원의 박원순 변호사 사찰 등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사건이 공개돼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게 당연했다.
우리 인권상황은 지난달 인권위가 의뢰한 용역조사에서도 보수전문가들조차 크게 후퇴했다고 인정할 정도다. 30여년 민주화 투쟁의 산물로 탄생한 소중한 조직을, 민주주의에 무임승차한 정권과 인사들이 순식간에 망가뜨렸다. 단순히 위원장 사퇴 수준을 넘어 이제는 시민들이 나서서 근본적으로 새롭게 틀을 짜는 수밖에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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