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관련

한-미 FTA, 이대로 안되는 이유 - 한국 투자자, 기업의 협정 제소권 박탈

道雨 2011. 11. 28. 11:13

 

 

 

      한-미 FTA, 이대로 안되는 이유
 

 

한, 1800쪽짜리 조약 - 미, 80쪽짜리 이행법
이렇게 부당한 협정 발효절차 강행할텐가

 

 

» 송기호 변호사
누구나 행복한 내일을 소망한다. 그리고 더 나은 대한민국을 꿈꾼다. 이것은 시민이나 이명박 대통령이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미 자유
무역협정(FTA)이란 것이 없던 때에 청년 시기를 보낼 수 있던 것에 감사한다. 만약 그것이 진작 있었다면 내 인생은 지금보다 나빠졌을 것이다.

 

상상조차 하기 싫지만, 한-미 협정이 이미 있었다면 1989년의 전국민 건강보험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마저 미국에서 전국민 건강보험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대신 미국식 영리 의료보험과 영리 병원이 자리잡았을 것이다.

한국식 ‘그린벨트’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수백조원의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산업이나 제품을 차별 대우할 수 없기 때문이다.

 

 

■ 청년 세대가 반대하는 협정

 

한-미 협정은 전혀 다른 세계로 한국을 데리고 간다. 청년 세대가 가장 걱정스럽다. 왜냐하면 한-미 협정의 영향은 지금 즉시가 아니라, 5년이나 10년 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나서다. 그러기에 한-미 협정을 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에 청년 세대들의 뜻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한-미 협정은 보통의 법률과 달라 국회가 마음대로 고칠 수 없다. 그래서 지금의 청년 세대가 사회의 주역으로 성장하더라도 미국의 동의 없이는 고치지 못한다. 그러므로 특히 청년 세대의 뜻이 중요하다.

 

 

지금보다 더한 약육강식 도래
청년세대의 미래 암울해져

 

굳이 <동아일보>의 여론 조사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20대와 30대는 한-미 협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것은 매우 당연하다.

그들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에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비정규직의 고통을 출발에서부터 겪는 세대다. 극단적 경쟁에 노출된 그들 앞에는 취업이든 창업이든 열려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강자를 위한 협정인 한-미 협정에 반대한다.

한-미 협정으로부터 더 많은 영향을 받는 청년 세대들이 반대하는 한, 그 발효 절차를 중단하는 것이 ‘세대 간 정의’(intergenerational justice)다. 발효 대신 청년 세대와의 대화에 나서야 한다.


 


■ 미국의 이행법부터 먼저 검증해야

 

또 하나 해야 할 일이 있다. 한-미 협정 발효 절차의 불평등 문제를 검증해야 한다.

한-미 협정 24장은 한국과 미국이 (발효를 위한) 각자의 법적 절차를 완료하였음을 증명하는 서면 통보를 교환할 것을 발효 조건으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 한국은 그 절차로서 국회로부터 1800쪽의 한-미 협정 협정문 자체를 조약으로 인정하는 절차를 선택했다. 그러나 미국은 미국 헌법상의 ‘조약’으로 인정하지 않고 80쪽의 한-미 협정 이행법이라는 법률을 따로 제정했다.

 

문제는 이 이행법이다. 이것은 한-미 협정 발효를 위한 절차가 되지 못한다. 왜 그런가?

한-미 협정은 한국과 미국에 한-미 협정의 조항에 ‘효력을 부여하기 위하여’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할 의무를 줬다(1.3조).

그러나 미국의 이행법은 이와 다르다. 미국 법률에 어긋나는 일체의 한-미 협정 조항은 항상 무효라고 규정한다(102조). 이렇게 되면 한-미 협정은 미국 내에서 기존의 미국 법률과 다르다는 이유로 무효가 돼 버린다. 이는 매우 부당하다. 한-미 협정의 발효를 위한 법적 절차에 해당하지 못한다.

 

 

미국은 자국법령 보호하는데
한국만 국내법 뜯어고쳐야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지난달의 국회 끝장토론에서 한국 정부는 한-미 협정과 어긋나는 미국 법률조차 조사를 끝마치지 못했음을 인정했다.

이런 상태에서 한-미 협정을 발효하면 안 된다. 지금은 발효보다도 미국의 이행법부터 먼저 검증해야 한다. 한-미 협정과 어긋나는 미국의 법률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 한국 기업의 제소권 박탈

최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한-미 협정에서 투자자-국가 중재제(ISD)를 폐기하지 않겠다는 언론 인터뷰를 했다. 그러면서 한-미 협정이 미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을 보호한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읽은 바로는 미국의 이행법은 한국 기업의 협정 제소권을 박탈한다. 그 어떠한 개인이나 기업도 미국에서 한-미 협정 위반이라는 이유로는 소송을 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102조).

 

이것은 한-미 협정 위반이다.

한-미 협정에서는 한국 기업은 협정 제11장(투자)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제소하거나 투자자-국가 중재제에 회부할 선택권이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이행법은 이를 부정한 것이다.

 

이 부당한 결과는 한-미 협정 자체를 조약으로 인정하지 않는 미국의 이행법 논리에서 시작한다.

법관은 조약이나 법률이 아닌 것에는 구속받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의 한-미 협정 이행법은 불평등한 발효 조건을 달았다.

한국이 한-미 협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먼저 다하는지 확인하도록 했다(101조). 반면 미국은 이행법 외에 이행을 위한 행정조치를 발효 후 1년 이내에 하면 된다.

한나라당이 지난 22일 한-미 협정 기습 처리에 머물지 않고 곧장 14개 개정 법률을 처리한 것도 이런 조건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이처럼 한-미 협정 발효 절차는 미국 이행법에 맞춰 돌아가고 있다.

 

아마 한국 정부는 지금 시행령과 시행규칙, 고시의 개정 작업을 미국과 협의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내용을 아는 시민은 없다. 국회도 모른다.

지난 국회 끝장토론에서 밝혀졌는데, 국회가 정부로부터 보고받은 목록은 ‘잠정’이었다. 그러니까 정부가 국회에 개정 필요 법령 목록을 확정적으로 보고한 적이 없다. 이처럼 발효를 위한 검증 작업은 밀실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은 한-미 협정 발효 절차를 중단해야 한다.

청년 세대가 반대하는 한-미 협정을 발효할 것이 아니라, 먼저 청년 세대와 대화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의 이행법을 검증하고 그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개정이 필요한 국내 법령 일체를 시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나는 이것이 정의라고 생각한다.

 

송기호 변호사 khsong@srlaw.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