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제사회 ‘한국, 인터넷 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

道雨 2011. 12. 13. 13:50

 

 

 

 국제사회 ‘한국, 인터넷 표현의 자유 억압’ 비판
 

 

방통위, SNS·스마트폰 앱 심의조직 신설 국제적 파문
클린턴 “일부 나라들, 인터넷 자유에 재앙” 한국 암시
‘나꼼수’ 차단? 미국 법원 결정 받아야…사실상 불가능

 

 

» 서울 버스와 지하철에서 퇴근길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지난 7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을 전담 심의할 조직인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신설함에 따라 파문이 일고 있다.

 

국내에선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책에 대한 노골적인 조롱과 비판이 줄을 잇고 있으며, 국외에서는 주요 언론들이 한국을 대표적인 인터넷 검열국가로 지목해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특히 미국 국무부가 잇따라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에 대한 한국 정부의 콘텐츠 삭제 시도가 미국 정부와의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사회관계망서비스 검열국 한국’ 세계가 주목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시아 국가, 인터넷 콘텐츠 검열 강화’ 기사를 실어 “한국 정부는 지난주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법률 위반 사례가 증가한다는 발표를 한 뒤 개인정보유출 방지와 국가 안보 등을 이유로 ‘뉴미디어정보심의팀’을 7일부터 가동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검열을 시작한다”며 “한국 헌법은 언론 자유를 보장함에도 실제로는 안보 등을 이유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한다”고 보도했다.

 

이날 미국 워싱턴의 국무부 정례브리핑에서도 이 사안이 다뤄졌다. 마크 토너 국무부 대변인은 “한국의 사안을 알지 못한다”면서도 “우리는 표현의 자유가 현실 세계에서와 마찬가지로 인터넷에서도 적용돼야 한다고 믿는다”고 이명박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8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2개국 정부대표와 민간단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인터넷 자유(Freedom online)’ 국제컨퍼런스 기조연설을 통해 “국경을 초월하는 인터넷에 국가 차원의 장벽을 만들려는 일부 나라들의 시도는 인터넷 자유에 재앙”이라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은 시리아, 이란, 인도, 러시아 등 인터넷 검열국을 지목한 데 이어 ‘일부 민주국가들’도 정보를 제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8일 기사를 통해 클린턴의 연설이 한국 정부와 인도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 검열 시도에 대한 비판이라고 지적했다.

 

외신들은 한국정부의 사회관계망 서비스 심의 착수를 보도하며 한국의 인터넷실명제, 청소년 심야게임 셧다운제, 명예훼손죄 등을 거론하며 인터넷에서 표현의 자유가 억압받는 상황을 소개했다.

 

 

 

■ 기술적으로 가능한가

 

앱과 사회관계망서비스 검열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쏠린 상태이지만, 방통심의위의 의도대로 심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방통심의위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국내에서 유해콘텐츠는 인터넷주소(URL) 차단을 통해 이뤄진다”며 “사회관계망이나 팟캐스트에서 특정 콘텐츠를 차단하는 기술은 세계적으로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결국 계정이나 서비스 차단 등 누리꾼들의 정보인권을 침해하는 과도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애플의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일부 내용을 명예훼손을 이유로 차단하려 할 경우, 국내에서 아이튠스의 모든 서비스를 전면 차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아이튠스, 트위터, 페이스북 등의 특정 콘텐츠를 국내에서 차단하기 위해서는 이들 서버가 있는 미국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하는데, 표현의 자유가 확립된 미국에선 거의 불가능한 방법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8일 러시아 연방보안국(FSS)이 러시아 최대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브이케이(VKontakte)에 선거 결과에 항의하는 야당쪽의 인터넷 활동을 차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정부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검열 시도도 자국 기업에 국한될 뿐이다. 국내 대표적인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싸이월드도 최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며, 실명제 기반의 국내용 서비스 대신 아이디와 이메일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환경으로 전환한 바 있다.

정부의 사회관계망서비스 심의는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경쟁력 상실로 직결될 가능성이 높다.

 

‘시대착오적 통제’라는 반대를 묵살하고 차단 기술도 없는 상태로 국외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대해 ‘내용 심의’라는 칼을 빼어든 방통심의위의 시도가 국내 사용자는 물론 세계인의 관심을 끄는 이유다.

 

구본권 기자 starry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