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미국의 전략적 ‘호르무즈 위기’에 숨막히는 아시아

道雨 2012. 1. 11. 11:13

 

 

 

미국의 전략적 ‘호르무즈 위기’에 숨막히는 아시아
 

 

이란 석유 62% 한·중·일·인도가 수입…미국은 ‘의존도 0%’
석유사·군산복합체 ‘반사이익’…실제 해협봉쇄 된적 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3년 전 조지 부시 정부가 벌여놓은 중동 분쟁에 대한 염증 속에서 당선됐다. 그는 2009년 1월 취임사에서 “(그들이) 움켜쥔 주먹을 편다면 우리는 기꺼이 손을 내밀겠다”며 이란 등 적대국가와 화해 의사를 밝혔다.

3년이 지난 지금 오바마 행정부는 부시 행정부 때보다 더 가파르게 이란과 대치하고 있다. 이란의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제재에 대응해 이란은 세계 물류의 숨통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특히 미군이 이라크 철군을 지난해 말 완료한 때부터 이란 위기가 격화되는 것은 ‘중동분쟁 탈출’이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대외정책에 역설이 아닐 수 없다.

 

 

 

■ 생색은 미국, 부담은 아시아

 

이란 제재의 핵심은 이란 경제의 밥줄인 석유 수출 봉쇄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연말에 통과된 미 국방수권법은 이란 중앙은행과 거래하는 모든 금융기관에 대해 대미 금융거래를 금지했다. 당장은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에 발등의 불이 떨어진다.

미국 등 서구로부터 경제제재를 받아온 이란의 석유는 59%가 중국·일본·인도·한국에 수출된다. 미국은 이란으로부터 석유 한방울 수입하지 않는 등, 이탈리아 정도를 제외하곤 서구 국가들은 그동안 꾸준히 시행돼 온 대이란 제재로 이란에 대한 석유 의존도가 거의 없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0일부터 중국과 일본 방문에 나서, 이란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설득하고 있다.

중국이 이 요구에 순순히 협조하지 않겠지만, 마냥 외면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도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해 전면적인 금융거래 중단 제재를 취할 수는 없겠으나, 부분적인 시행만으로도 중국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융제재는 북한 핵개발과 관련한 방코델타아시아 제재에서 그 위력을 보여줬다. 중국 톈진시 난카이대의 팡중잉 교수는 “중국으로서는 미-이란 대치에서 최악을 대비해 중국의 손실을 피하는 것 외에는 선택이 없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에 밝혔다.

이런 이유를 들어 이란 제재가 중국을 겨냥해 ‘아시아로의 귀환’을 선언한 오바마 행정부의 ‘성동격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 석유메이저와 군산복합체가 결국 이익?

 

오바마 행정부가 대이란 제재의 마지막 카드인 석유수출 봉쇄까지 꺼내들고, 이란은 우라늄 농축 발표와 함께 호르무즈 해협 봉쇄까지 위협하며 충돌하는 것은 양국의 권력교체기 정치학이 반영됐다는 지적이 높다.

이란의 핵활동은 2005년 이후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활발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이란이 다시 지난해부터 핵개발을 가속화하는 것은 2009년 대선 직후 부정선거 항의 시위와 서구와의 핵협상 교착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아랍의 봄’과 리비아의 카다피 정권 몰락은 이란 이슬람 정부에 핵개발의 유혹을 더욱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3월로 다가온 이란 총선도 이란 집권층에 위기를 불지펴 내부 결속을 꾀하려는, 이슬람 혁명 이후 고전적 수법을 다시 반복하게 하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 역시 11월 대선을 맞아 강경태세로 전환하고 있다.

오바마는 대이란 제재를 통해 공화당 등 국내의 대외정책 강경파의 입을 미리 막고 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이번 이란 제재가 행정부가 아니라 의회에 의해 주도됐다는 것이다. 미국 석유메이저와 군산복합체들이 위치한 지역구 출신 의원들이 핵심인 의회 군사위와 외교위 소속 의원들이 이란 석유 수출 금지를 제안하자, 오바마 행정부는 적극 검토하겠다고 맞장구쳤다.

 

이란 위기로 이라크 철군 이후 공백이 되는 중동지역의 미 군사력이 다시 상시 보강될 가능성이 커졌고, 하락하던 석유값은 다시 상승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물론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수권법에 서명하면서, 그 내용 모두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며 신축적 시행에 필요한 권한도 위임받았다.

그러나 중동 위기의 상존화로 이익을 보는 쪽은 결국 국방비 삭감과 경기후퇴에 몰리는 군산복합체와 석유메이저라는 점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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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잠하던 중동 평화에 다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이란산 원유의 금수조처를 내리는 강경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문제의 발단은 이란의 ‘핵’이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오자, 미국을 필두로 한 서방세계가 즉각 견제에 나선 것이다.

이란은 세계 석유 유통의 핵심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다.

전체 원유 수입량의 약 10%를 이란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서방세계와의 관계를 고려해 제재에 동참해야 한다는 의견과, 한국에 우호적인 이란을 굳이 적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냉전적 현실론 벗어나야

 

중국·러시아의 제재 반대 상황서 실효성 없고 시장마저 잃을 것…
<대장금>시청률 90%에 이르는 경제·문화적 친구를 홀대할 건가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으로 걸프해에 또다시 불길한 전쟁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번 사태는 미국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시키려는 의도로 이란 국민들의 생명선인 원유 수출을 금지시키는 사실상의 선전포고를 한 직후에 이란이 강력한 군사적 대응을 함으로써 촉발되었다. 이란은 그동안 일관되게 ‘평화적 핵 주권’을 내세우며 국제원자력기구의 사찰을 충실하게 수용하고 국제사회를 향해 협상과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을 강조해왔다. 다만 ‘이란만은 어떤 핵 프로그램도 안 된다’는 미국식 독선과 패권적 압력에 강하게 저항해왔던 것이다.

미국은 1979년 친미정권인 팔레비 왕가가 부패와 독재로 무너진 직후부터 이란 이슬람공화국에 대한 경제제재를 30년 이상 지속하면서 ‘악의 축’ 낙인 정책을 펼쳐왔다. 미국의 막대한 군사원조를 받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레바논 등지에서 무고한 시민들에 대한 무차별적 국가테러를 자행하자, 이란은 합법적인 정치조직인 헤즈볼라 등의 투쟁을 지원해왔다. 그래서 ‘테러지원국’ 리스트에도 올랐다. 극심한 경제제재의 고난 속에서 이란은 자연히 지구상에서 가장 강력한 반미국가가 되었고, 반미를 표방하는 정권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기형적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은 친미정권이 등장할 가능성이 희박한 적대적 이란을 버리는 전략을 구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 이란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란은 아마 지구촌에서 한국에 가장 우호적인 나라 중 하나일 것이다. 지난 40년 동안 우리의 중요한 교역 파트너이자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 국가였고, 그동안 총 119억달러 규모의 건설·플랜트 수주는 물론 중동 최대의 시장으로 한국의 고부가가치 상품 점유율이 가장 높은 국가로 우뚝 섰다. 문화적으로도 평균 시청률 90%의 <대장금>을 비롯해 <해신>, <상도>, <주몽> 등 한국 드라마만 골라 보고 ‘서울로’의 주요 상점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가 최고의 대접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에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정책이 아니라, ‘한국 사랑’에 깊이 빠진 나라 이란을 우호적으로 관리하고, 정교한 대안적 어젠다를 갖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기본 국익이 아닌가.

그런데도 왜 국제적 합의도 없는 미국의 일방적인 이란 제재에 우리가 무조건 동참해야 하나. 이번 이란 경제제재는 원유 수입과 사실상 양국간 모든 금융거래까지 전면 금지하는 고강도 수준이다. 이미 2010년 9월 정부의 이란 경제제재로 타격을 입은 뒤 겨우 살아남은 1000여개의 중소 수출업체들이 사실상 이란과의 비즈니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더욱이 러시아와 중국이 제재에 반대하고 있어 이란 핵의 포기라는 본래의 제재 실효성이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제재 동참으로 그나마 힘들게 다져놓았던 시장이 고스란히 중국이나 인도로 넘어가게 되는 상황을 지켜보아야 한다. 친미가 국익이라는 동일체 의식과 한-미 동맹이라는 절대가치로 덮어버리기에는 우리의 미래전략적 가치의 손상이 너무나 크다. 나아가 행정명령이나 국방수권법이라는 미국의 국내법이 핵 주권을 보장한 국제법을 앞설 수 있다는 섬뜩한 논리에 동참하는 것은 정부가 그토록 강조해왔던, 국제사회에서의 책임있는 역할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 보인다.

 


중국이나 러시아까지도 주변부로 간주하면서 워싱턴하고만 통하면 만사형통이라는 20세기적 외교인식에서 벗어나, 글로벌 국격에 맞는 새로운 외교철학과 성찰이 진정으로 필요한 때이다. ‘힘의 논리가 곧 국제사회의 정의’라는 냉전적 현실론으로는 역사성과 인류 공동체의 글로벌 가치 공감이 중시되는 미래 시대를 주도해나가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안보·정치적 문제와 경제적 관계를 구분하면서 우리의 실익을 지키고, 국제법이라는 테두리 속에서 제재 동참에 거리를 둠으로써 새로운 외교전통을 세워나갈 용의는 없는가? 경제적·문화적 친구를 미국 때문에 계속해서 홀대한다면, 인내의 한계에 달한 중동·이슬람권 정서가 회복되기 어려운 수렁으로 빠져들게 될지도 모른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그들의 40년 ‘한국 짝사랑’이 이번 일로 파국을 맞지 않기를 간절히 고대한다.

 

이희수 한양대 교수·중동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