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돈봉투 파문’, 핵심은 박희태가 아닌 30억 출처

道雨 2012. 1. 11. 09:36

 

 

 

     ‘돈봉투 파문’, 핵심은 박희태가 아닌 30억 출처

                                                         (블로그 ‘사람과 세상 사이’ / 오주르디 / 2012-01-10)


 

검찰 소환 전과 후 고승덕 의원의 발언과 태도에서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가 감지된다. 조사를 받은 건가, 아니면 모종의 ‘교육’을 받고 온 건가?

‘전(錢)당대회’ 문제를 제기한 건 고승덕 의원뿐만이 아니다. 전대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등장했던 단골메뉴였다. 2008년 전대 때 박희태 의장에 간발의 차로 밀려 2위를 했던 정몽준 의원은 “자리를 약속하고 금품을 주는 것을 금지하는데 그런 일이 이미 일어나고 있고 물증도 갖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독 ‘고승덕 폭로’만 ‘캐스팅’된 이유

‘전대 돈봉투’ 사건은 정당법과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몇 명이 사법처리되는 선에서 끝날 사건이다. 그런데도 나라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부풀려지고 있는 데에는 ‘디도스 부정선거’의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한 ‘물타기 꼼수’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디도스 부정선거’는 ‘전대 돈봉투’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폭발력을 지닌 사건이다. ‘윗선’이 정권과 관련된 인물로 밝혀진다면 대통령 탄핵은 물론 정권 퇴진과 한나라당의 해체가 불가피하게 된다. 몇 명이 사법처리되는 선에서 끝날 사건이 결코 아니다.

‘전대 돈봉투 폭로’ 가운데 유독 ‘고승덕 폭로’만 크게 부각되는 이유가 뭘까? 한나라당 비대위의 ‘연출’ 때문이다. ‘디도스 부정선거’의 후폭풍의 크기와 폭발력을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이기에 대응전략이 절실했을 것이다. 마침 그런 비대위의 눈에 띈 게 돈봉투 문제를 제기한 ‘고승덕 칼럼’이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근혜 비대위와 고승덕 상황 맞아떨어진 ‘연출’?

결국 고 의원의 ‘칼럼’을 발굴해 빛을 보게 한 건 한나라당 비대위인 셈이다. 당을 ‘디도스 수렁’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 모종의 ‘연출’이 필요했고, 주연으로 ‘고승덕 칼럼’이 케스팅 된 것이라고 보면 맞을 게다.

‘돈봉투 폭로’ 효과는 대단하다. ‘디도스 부정선거’를 국민들의 관심권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한곳에 오래 관심을 두지 못하는 여론의 생태를 잘 활용한 ‘심리전’이 먹힌 셈이다.

의문이 있다. 왜 고 의원은 자신의 ‘칼럼’이 비대위에 의해 캐스팅되는 것에 동의했을까? 그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 중앙일보는 여권관계자의 말을 빌어 고 의원 지역구인 서울 서초을에서 벌어지고 있는 공천경쟁에 대해 언급했다. 박희태 의장의 친척이자 고향(경남 남해) 후배인 박성중 전 서초구청장이 고 의원 지역구인 서초을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박희태 의장이 박 전 구청장의 정치적 후견인이라면 고 의원에게는 큰 위기가 아닐 수 없다. 6선의 국회의장 파워에 밀려 공천도 어려울 테니 말이다. 이러니 고 의원과 박 의장 사이가 좋을 리 있겠는가. 고 의원은 ‘박근혜 비대위’의 행보에 따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조중동 등 친정권 언론들은 돈봉투 사건을 최대 관심사로 부각시키기 위해 열심이다. 웬만해서는 정부·여당의 치부를 건들지 않던 조중동임을 감안한다면 매우 이례적이다. 당·청과 교감 된 꿍꿍이가 있는 게 확실하다.


‘돈봉투’ 효과 확실, ‘디도스 부정선거’ 이미 한물 가

조선일보는 “당내 경선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적어도 30억 원을 써야 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며 30억 원으로 추산하는 근거를 제시했다. “전체 245개 지역구 당협 중 호남·충청권 당협에는 1000만 원씩, 기타 190여 개 당협에는 500만 원 상당의 돈을 써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당협위원장 관리에만 16억 원 정도의 돈이 필요하다. 여기에 전당대회 당일 지방에서 올라오는 대의원들의 버스 대절비와 식사비 명목으로 1명당 10만 원씩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돈봉투 쟁점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디도스 부정선거’에 집중된 국민의 관심이 ‘돈봉투’라는 자극적인 단어 덕분에 어느 정도 분산이 된 건 사실이다. 이미 한물갔다. 한 곳에 지속적인 관심을 두기 어려운 여론의 생리를 최대한 활용한 ‘심리전’이 먹혀든 것이다.

일단 급한 불은 껐으니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수위를 조절해 가려나 보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는 이유는 ‘검찰에 가기 전의 고승덕’과 ‘검찰 소환 조사를 받은 이후의 고승덕’의 태도에서 미묘한 ‘차이’가 감지되기 때문이다. 그 ‘차이’가 중요한 것을 시시하고 있다.


고승덕 검찰 소환 전후 ‘차이’, 시사하는 바 커

고 의원이 검찰에 출석하기 전과 후 그의 말과 행동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정리해보면 이렇다. 검찰 소환 후에 보다 구체적으로 언급한 부분은 돈봉투의 상태, 최초 봉투를 받은 여직원과 관련된 부분 그리고 돈봉투 살포 규모 등이다.

소환 후 강조된 부분은 크게 두 가지. 돈봉투 안에 박희태 의장 이름의 선물용 명함이 들어 있었다는 것과 돈의 살포 규모가 상당했다는 점이다. 돈을 전달하러 온 남자가 ‘노란 돈봉투가 잔뜩 끼어 있는 쇼핑백 크기의 가방’을 들고 있던 점으로 미루어볼 때 다른 의원실에도 봉투를 돌렸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인하거나 함구한 부분도 있다. 여권관계자의 말을 빌어 돈 전달자가 ‘김효재 청와대 정무수석’이라고 보도한 언론기사는 잘못된 것이라며 ‘김효재 연루설’을 부인했다. 또 전달자가 누구며 돈을 돌려준 직후 전화를 걸어온 사람이 누군지에 대해서도 입을 열지 않았다. 검찰 소환 전보다 소환 후 진상을 알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든 셈이다.


2008년 전대 당시 청와대 ‘절체절명의 위기’, 당권장악 개입 가능성?

돈 전달자와 전달 경위가 ‘박희태 명함’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친이계 대표와 당권이 간절했던 청와대가 ‘돈봉투 살포’에 개입했는지 여부가 판가름나는 단초가 되기 때문이다.

2008년 전대 당시 청와대는 ‘쇠고기 촛불집회’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위기 정국을 돌파하고 세종시 수정, 한미 FTA, 4대강 사업, 미디어법 개정 등 산적한 사안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당권장악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친이계 친위세력’의 당권 장악에 청와대가 절치부심했다는 증거가 바로 박희태다. 오죽 급했으면 ‘6인회’ 멤버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겠는가. 친이계는 조직을 총동원해 원외의 박희태 전 의원을 당선시켰지만 힘든 선거였다. 비주류 정몽준 의원에게 패배할 수도 있었던 박빙 승부였다.

돈봉투가 대대적으로 살포됐으며 박희태 측에서 뿌린 것이라는 점은 크게 부각시키면서 전달자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굳게 입을 닫은 고 의원.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은 게 아니라 모종의 ‘교육’을 받고 왔나 보다. 사건의 전말 가운데 청와대와 연결될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하려는 의도인가?


30억 원 누가 제공했나? 못 밝히면 ‘꼬리 자르기’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쪽에서 이런 말을 한다. “당 대표에 출마해 전대를 치르려면 30억 원 정도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2008년 전대에도 30억 원을 썼다는 얘기가 된다. 박희태 의장은 그 30억을 어떤 식으로 마련했을까?

30억 원 출처가 어디인가? 전대에 돈봉투가 뿌려졌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개인 돈으로 보기에는 너무 큰 액수다. 누가 어떤 식으로 이 돈을 제공했을까?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을 과감하게 위반하면서 돈을 댄 배후가 누굴까?

당시 친이 진영의 좌장은 이상득 의원이었다. ‘형님’의 도움 없이 여러 소계파로 나뉘어 있던 친이 진영을 결집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30억 원’의 출처와 MB 정치자금의 연관성이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돈을 댄 배후를 밝혀내지 못한 채 박 의장과 그 수하 몇몇을 사법처리하는 수준에서 끝내는 건 ‘꼬리 자르기’에 불과하다.

30억 원의 배후를 밝혀내라고 국민 모두가 한목소리로 외칠 때다.

 

오주르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