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MB와 닮은 박근혜의 언론정책

道雨 2012. 1. 11. 11:06

 

 

 

         MB와 닮은 박근혜의 언론정책
 

 

미디어 전망대

 

» 장행훈 언론인·언론광장 공동대표
이명박 정권에 우호적인 조·중·동 신문이 만든 종합편성(종편) 텔레비전 채널이 개국한 지 5주가 지났다.

오는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을 염두에 두고 한나라당의 선전 매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부랴부랴 서둘러 방송을 시작한 데도 원인이 있겠지만 지난 한 달의 실적은 평균 시청률이 0.3~0.4%대에 머물 정도로 초라했다.

정권의 각종 특혜를 받으며 출범한 방송이 이렇다. 앞으로의 생존 여부도 의문이다.

한나라당은 방송 생태를 파괴하면서까지 이들 종편 구하기에 나서고 있다.

 

그동안 방송의 공공성을 유지하고 지역방송, 종교방송 등 군소 방송국의 생존을 돕기 위해서는 미디어렙(광고판매대행회사) 설치가 필요하다는 데 사회적인 공감대가 형성됐었다.

그래야 큰 신문사들이 경영하는 종편이 신문의 위력을 휘둘러 대기업의 광고를 강점하는 약육강식을 막고, 광고 수주와 보도 내용을 흥정하는 부도덕한 탈선을 예방할 수 있다는 상식과 경험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미디어렙 설치에 부정적이었다. 조중동 종편이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미디어렙 설치가 지금까지 지연돼온 이유다.

 

여기서 종편 문제의 화근인, 2009년 7월 언론관계법 통과에는 박근혜 현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책임도 작지 않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언론관계법이 통과되기 며칠 전까지도 당시 박근혜 의원은 언론관계법 반대를 공언해서 한나라당 지도부를 당황케 했다. 그를 따르는 친박계 의원들이 반대에 참여하면 국회에서 법 통과가 어려워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박 의원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이 정도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언론을 모르는 소리였다.

아무튼 박 의원의 태도 표변은 한나라당이 언론관계법을 직권상정해 강행처리하게 만드는 데 촉매제 구실을 했으리라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지금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부패, 무능, 민심이탈로 탈진 상태에 있는 한나라당을 되살리는 ‘쇄신’작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런데 자신의 책임도 없지 않은 말썽 많은 종편 문제에는 아무 언급이 없다. 자신이 대선에서 당선되려면 조중동 신문과 그들의 종편에 기댈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때문인가?

그렇다면 전국언론노동조합이 7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적한 것처럼, 언론정책에서 “박근혜-엠비 뭐가 다른가?”

 

언론노조는 한나라당이 지난 5일 밤 국회 문방위에서 <한국방송>(KBS) 수신료 인상안을 토의할 소위원회 구성안과 종편에 유리하게 짜깁기한 미디어렙 법을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을 비판하고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틀인 미디어렙 법을 인질 삼아 국민이 동의하지 않은 수신료 인상을 연계 처리해 보려는 꼼수가 박 위원장이 말하는 쇄신이고 바람직한 언론정책인가?”라고 비꼬았다.

 

언론정책은 정치인의 민주주의 관(觀)을 가늠하는 척도다.

지금까지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보여준 언론관은 엠비와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을 느낄 수 없다는 말이다.

그는 5·16쿠데타 뒤 군사정권이 힘으로 뺏어 만든 정수장학회가 소유한 <부산일보>에 대한 권리 포기를 거부하고 있다. 언론 통제 의지가 강한 것 같다. 대선 후보로서는 중대한 결격이다.

 

거대 언론들의 언론 판도 지배는 민주주의에 치명적 위협이다.

조중동 종편에 대한 특혜를 중단하고 한국의 언론생태를 엠비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진지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언론노조가 지적한 것처럼 아버지의 ‘유신’ 망령을 떨쳐버렸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장행훈, 언론인·언론광장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