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

"여보, 쫄지마!"

道雨 2012. 1. 18. 14:14

 

 

 

 

                                         친절인가, 위협인가?

 

 

오늘(2012. 1. 18) 아침, 집사람이 낯선, 그러면서도 기분이 언짢은 우편물을 받았다고 나에게 보여준다.

 

우편물은 부산은행에서 보내온 것인데, 위에 적혀있는 제목이 '금융정보제공사실안내장'이었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는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래와 같이 정보제공을 하였다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정보제공일자, 정보제공처, 사용목적, 정보제공내용 등이 기록되어 있었다.

 

형식적으로 보면 관련 법률에 의해 적법하게 처리(정보제공)했음을 알려주는 친절한 안내장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이러한 우편물을 받아본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퍽이나 낯설고, 특히 정보제공처가 영도경찰서이며, 사용목적이 '사건수사'라고 씌어있으니, 기분이 언짢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집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물으니 대략 이러하다.

작년 여름, 한진중공업 사태(김진숙씨 고공농성) 중, '희망버스'  모금 계좌(박래군  인권운동가의 계좌)에 집사람이 3만원을 후원했다고 한다.

 

파업과 농성 현장에는 가지도 않았는데, 아마 희망버스 관련 계좌를 조사하다 보니, 집사람에께 까지 이렇게 문서가 오게 된 것 같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수많은 곳에서 수많은 정보제공이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나나 집사람이나 한 번도 이런 문서를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러하다 보니 이번 일이 친절과 준법(정보제공시 통보) 차원에서 이루어졌을 지라도, 오히려 '공안기관이 이렇게 당신의 일상생활과 예금계좌 등을 감시하고 있다'는 무언의 압력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낯선 느낌과 함께 언짢은 감정이 섞이게 된 것이다.

 

희망버스 모금계좌에 3만원의 소액후원금을 보냈을 뿐인데도, 이렇게 감시받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이니, 여타의 인권신장활동을 위한 모금 및 후원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된다.

 

송경동 시인은 희망버스를 기획한 혐의로, 박래군씨는 희망버스에 예금계좌를 개설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고있다고 하는데, 속히 무죄방면되기를 희망한다.

 

 

한편 이러한 문서로 겁을 먹거나 후원을 주저한다면, 인권활동이 위축될 것이니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할 듯 싶다.

예를 들어 소액후원금(일정한 금액 수준 이하)을 보낸 계좌에 대해서는 공안기관에 대한 정보제공 대상에서 제외한다든지 하는?

 

어쨌든 나꼼수의 표현을 빌어  말한다면...

 

"여보, 쫄지마!"

 

 

 

 

* 부산은행에서 집사람에게 보낸 '금융정보제공사실안내장' 문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