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비키니 파문은 크게 두 영역에서 논쟁을 낳고 있다.
비키니 차림의 시위 사진을 올린 것이 여성성의 훼손과 성의 상품화에 해당하느냐 하는 것과, 비키니 논란에 대해 나꼼수가 보여준 태도가 적절했느냐 하는 것이다.
우선 비키니 사진의 경우, 스스로 여성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정치적·사회적 의사 표시를 하는 것에 대해 불편해하는 시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크게 보아 표현의 자유로 수용하는 것이 타당할 듯싶다.
얼마 전 우크라이나의 페미니스트 단체 활동가들이 다보스포럼 회의장 주변에서 빈곤층에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하며 상반신 나체 시위를 벌인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문제는 나꼼수의 태도다.
여성을 성적으로 비하할 의도가 아니었다면 삼국카페의 지적처럼 ‘경솔했다’는 입장 표명 정도로 진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비키니 사진을 불편해하는 시각을 ‘웃자고 한 얘기에 죽자고 달려든다’는 식으로 폄훼했다.
되레 “가슴 응원 사진 대박. 코피를 조심하라”는 내용의 접견신청서 공개와 “생물학적 완성도에 대한 감탄” 등의 발언으로 논란을 키웠다.
그 결과, 이번 파문의 성격은 비키니 사건이 아닌 ‘코피 사건’으로 달라지고 있다.
나꼼수는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 비키니 논란에 과도한 정치성이 개입되면서 극단적인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크게 경계해야 할 일이다.
문화방송은 이보경 기자에게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을 뿐 아니라, 외부와 인터뷰를 하거나 기고를 할 경우 사전 승낙을 받아야 한다는 방침도 전달했다고 한다.
명백한 사상검열이자,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억압이 아닐 수 없다.
마찬가지 맥락에서 나꼼수의 성 인식에 대한 지적을 ‘나꼼수를 굴복시키려는 공세’로 확대 해석할 필요도 없다.
비키니 논란을 나꼼수의 영향력 약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일부의 움직임도 보이긴 하나, 이에 현혹될 만큼 국민들의 사리분별 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대중을 정치적으로 각성시킨 나꼼수의 존재가치는 이번 비키니 논란과는 별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