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라이즈 / 독고탁 / 2012-03-05) 그 심정을 조금이라도 생각해 본다면, 아니 노 대통령께서 그렇게 세상을 떠나신 후 평생을 함께 살아온 가족들에게 내려진 천형과도 같은 멍에와 지워지지 않을 고통을 손톱 끝만큼이라도 떠올려 본다면,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사법의 칼날을 다시 겨누는 잔인한 짓은 절대 하지 못할 것입니다. 정말 그것은 인간으로서 해서는 안 될 짓입니다. 사람의 탈을 쓰고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으며, 그렇게 하겠다는 생각 자체를 할 수 있는 것인지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굳이 정치도의를 따질 것도 없이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는 한 그런 짓은 절대 해서는 안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이 제가 지난주 서프라이즈에 초강경 비난글을 올려 mb를 나무랐던 이유입니다. (mb를 소문자로 쓰는 이유는 쫌스러운 그에게 대문자를 주는 것 조차 과분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APT 수사’(저는 저들이 거론하는 사건을 ‘APT 수사’라고 부를 작정입니다. 노 대통령 가족의 실명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mb 부류들이 간절히 바라고 있는 프레임이기 때문입니다)에 대해 mb가 직접 지시를 했는지, 하지 않았는지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뉴스보도가 나가고 난 다음에는 분명 알게 되었겠지요. 그렇다면, 최소한 그가 사람의 탈을 쓰고 있는 인간이라면, 법무부 장관에게 “당장 그런 짓 그만두라. 스스로 생을 마감하신 전직 대통령의 가족에게 그것은 사람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라고 호통을 치고 나무랐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것이 사람의 도리이고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예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 상황을 즐기는 것 같고 그것이 마치 자신이 처한 곤경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것 같습니다. 노 대통령께서 돌아가심으로 그분을 괴롭히던 검찰의 수사는 종결되었습니다. 그 사실은 역설적으로 그분을 괴롭히던 검찰의 무모한 수사가 결국 그분을 돌아가시게 했다는 것으로부터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지요. 그런데 피로 얼룩진 그 매듭을 사람이기를 포기한 자들이 다시 풀려고 하고 있는 것이지요. 정연주 무죄, 얼마나 더 많은 피해자를 양산해야 망나니들의 칼춤이 멈출 수 있는 것일까요. 더구나 총선을 불과 40여 일 앞두고 또다시 칼을 갈고 있는 그들을 보며 ‘도대체 누가 저들에게 저 칼을 손에 쥐여 주었는가, 누가 저들에게 저토록 막강한 권한을 주었는가’라는 원초적 고민에 빠지지 않을 수 없게 합니다. 어떤 나라, 어떤 민주국가에서 이토록 횡포가 심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사법기관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가 있는지, 공정해야 할 사법기관이 부패한 정권의 이익과 결탁하여 무수히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이런 나라가 OECD 국가 중에 또 어떤 나라가 있는지 연구대상이 되고도 남음이 있다 할 것입니다. 국민들에게 사법기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그 가장 커다란 근본은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함’이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것을 위해 옳고 그름을 가리고 불의를 찾아내어 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억울한 심정이 위로받고 불의가 징벌 됨으로써 정의가 바로 서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법기관의 생명은 ‘형평성과 공정’입니다. mb 친인척 비리, 디도스 사건, 영일대군 주변 비리, 최시중 방통위원장 측근 비리, 김재호 부장판사 기소청탁 건에 이르기까지 당연히 수사해야 할 중대한 사건들은 제쳐두고 정치적인 표적수사, 편파수사, 회유수사, 각본수사를 일삼는 것은 사법기관의 생명인 ‘형평성과 공정성’을 저버린 처사입니다. 본연의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권력과 결탁한 오늘날의 사법기관은 ‘잘못을 벌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선량하고 무고한 사람들을 사찰하고, 조사하고, 재단하여 한 사람의 독립된 인격체로서의 존재감을 상실케 하고 한 가정의 경제적 주체로서의 역할을 무너뜨리는 참으로 가혹한 짓을 너무나 쉽게 하고 있는 모습을 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것은 그들이 그러한 행위를 예사롭게 하고 있으면서도 그 행위가 어떤 의미인지, 그들의 행위로 인해 얼마나 많은 개인과 가정과 가족들이 평범한 일상을 뒤로 하고 험난한 고통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지, 얼마나 커다란 멍에를 지고 나머지 주어진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최소한의 연민조차 느끼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오죽하면 현직 검사가 “인간이고 싶다”는 고뇌의 말을 했겠습니까만, 어쭙잖은 이유로 판사를 징계하거나 옷을 벗기고, 검사가 양심선언을 하고 사표를 던지는 현재의 상황은 필연적으로 사법개혁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둑에서 물이 새면 그 둑은 무너지는 법. 물의 힘을 아는 자 물로 장난치지 않는 법인데 mb정권은 그것을 모르는 것 같습니다. 분노해야 합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말해야 하고, 화가 나면 화가 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우리가 왜 분노하는지 저들에게 분명히 각인시켜 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니 저들은 국민들을 우습게 여기고 업신여기며 반국민적, 반역사적 행위를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김대중 대통령께서는 돌아가시기 전, “담벼락에라도 욕을 해라”고 말씀하셨지요. 어떤 심정으로 그 말씀을 하셨을지 깊이 고민하게 만드는 요즈음입니다. 독고탁
분노해야 합니다
2009년 5월 23일 새벽, 노무현 대통령께서 부엉이 바위 위에 섰을 때 어떤 심정이셨을까요. 사랑하는 가족과, 믿고 따르는 수많은 사람들을 뒤로하고 황량한 들판이 내려다보이는 바위 끝자락에 서서 무슨 생각을 하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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