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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ISD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에 주목해야

道雨 2012. 3. 5. 11:38

 

 

 

  미국식 ISD에 대한 국제사회 비판에 주목해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찬반 논란의 핵심 쟁점인 투자자-국가 소송제(ISD)가 국제적 논쟁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A)의 사전협의 단계에서부터 각국 전문가들 사이에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협정에 들어가기로 한 오스트레일리아와 말레이시아 정부는 공식 협상을 시작하기도 전에 배제를 선언한 바 있다.

관련 조항의 개정을 위해 미국과 재협상을 검토하고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주목해야 할 기류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버른에서 1일부터 10일까지 일정으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예비참가국 대표 간 실무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주말에는 민간 전문가회의가 따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논의된 내용을 보면, 투자자-국가 소송제에 대해 국내에서 제기된 우려가 결코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미국 시민단체 ‘퍼블릭 시티즌’의 로리 왈리크 국제무역감시센터 소장은 “미국의 투자협정 모델을 받아들인 국가에선 환경과 의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투자자의 제소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 제도가 협정 상대국의 정당한 공공정책을 폐기하거나 위축시킨 사례들을 소개했다.

특히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유용하다고 인정한 금융·투자 관련 규제를 미국이 다른 나라와의 통상협정에서는 사실상 무력화시킨다고 경고했다.

 

오클랜드대 법학대학의 제인 켈시 교수는 “민간 변호사로 구성된 국제중재판정부가 협정 상대국의 법원 판결까지 뒤집는 사례가 많다”고 사법주권의 침해를 비판했다.

 

각국 전문가들의 이런 의견은 우리 정부의 판단과 크게 상반된다.

정부는 투자자-국가 소송제가 국가간 투자를 촉진하고 보호할 수 있는 국제적 표준이며, 앞으로 더 확산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투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구체적인 조건이나 절차, 범위 등은 협정마다 천차만별이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투자자-국가 소송제 관련 조항들은 주권국가의 지위를 부정한다는 평가가 적지 았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한테는 오히려 나쁜 사례로 꼽히는 것이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은 미국과 일본 등 10개국이 협상에 참여하는 다자간 통상협정이다.

미국은 한국과의 협정을 기준 삼아 이들 나라에도 투자자-국가 소송제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여러 협상 참가국들이 단호하게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안에서도 각 주의 의회와 법조계를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식 투자자-국가 소송제의 배제는 우리 정부의 재협상 과제일 뿐 아니라 국제적 흐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