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럼비 ‘정치적 발파’, 매카시즘으로 보수결집 노리나?
(블로그 ‘사람과 세상사이’ / 오주르디 / 2012-03-09)
잘 알려진 얘기다. 1950년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이었던 조지프 매카시는 자신이 저지른 비리와 악행으로 정치생명이 끝난 거나 다름없게 되자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뭔가를 찾고 있었다. 결국 그는 미국과 소련의 대치 상황을 이용해 미국 내에 공산주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적색 리스트’를 흔들어 댄다.
‘매카시즘’의 반공 광풍(反共 狂風)
매카시의 ‘용공 폭로’는 얼토당토않은 것이었지만 당시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제대로 먹혀든다. 민주당의 장기 집권을 중단시킬 방도가 없어 고민하던 공화당은 매카시의 ‘적색 리스트’가 무책임한 폭로라는 것을 알면서도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다.
공화당은 매카시를 앞세워 친민주당 성향의 유력인사들을 공산주의자로 몰아세우는 식의 ‘마녀 사냥’에 열을 올렸다. 정적이라고 판단되면 ‘너는 빨갱이’라고 낙인찍어 고소고발하고 청문회에 세우는 등의 만행도 서슴지 않았다. 1950년대 미국은 ‘반공(反共)의 광풍’이 불던 시대였다.
언론들도 터무니없는 ‘반공 광풍’에 휘말려 공화당 편을 들었고, 그 덕분에 공화당은 민주당을 이기고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하지만 집권 직후 공화당은 양심선언을 통해 “매카시즘은 독재자의 방법”이었다고 인정하고 모든 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았다.
‘원조 매카시즘’보다 더 심각한 ‘이명박식 매카시즘’
‘매카시즘’을 답습한 정권이 있다. 이명박 정부의 ‘매카시즘’은 1950년대 미국 공화당보다 더 집요하고 훨씬 정치적이다. 방송3사 장악과 조중동 종편을 통해 언론을 손에 넣고는 마구잡이로 ‘좌파 종북 사냥’을 해왔다.
‘종북 빨갱이’로 매도하기. 이는 정권의 정책이 국민의 반대에 부딪히거나 정치적 위기 국면에 처하면 여지없이 꺼내 드는 ‘단골 카드’였다. 아이들에게 점심을 무상으로 제공하자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종북주의자, 빨갱이로 몰아세웠다.
정부의 정책과 방향에 동조하지 않고 반대하면 모두 좌파, 용공, 종북으로 몰아세우기 일쑤다. 비판이 아닌 다른 의견 제시조차 ‘빨갱이 사상’으로 매도한다. 이명박 정권의 ‘매카시즘’은 ‘원조 매카시즘’ 보다 더 심각해 해외에서도 소문이 나있다.
미국, 프랑스 등의 언론들은 한국정부의 인터넷과 SNS 검열과 국가보안법 처벌 사례를 비난하며 ‘이명박 정부가 매카시즘 정치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구럼비 발파’로 ‘총선 악재’ 덮겠다?
총선을 코 앞에 두고 구럼비 해안 발파를 강행하는 것도 일종의 ‘이명박식 매카시즘’으로 볼 수 있다. 이상득 뇌물 수수 의혹, 친인척 비리, 10·26부정선거, 한나라당 돈봉투 사건 청와대 연루설, 청와대가 주도한 민간인 불법사찰 증거인멸, 내곡동 사저 의혹, 4대강 부실 논란 등으로 꽉 막힌 정국을 ‘발파’하기 위한 노림수로 보인다.
게다가 4·11총선에서 새누리당이 크게 패배할 것이고 연말 대선에서도 야당이 승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는 점도 이번 구럼비 발파를 강행하게 된 이유로 판단된다.
‘구럼비 발파’로 인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와 기지 건설을 촉구하는 보수단체가 서로 극렬하게 대립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매카시즘’이 판치는 강정마을
재향군인회, 해군협회, 자유시민연대, 한국시민단체협의회, 애국단체총연합회 등과 기독교 단체들이 주축이 된 보수세력은 해군기지 건설을 지지하는 집회를 계속 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해군기지는 안보에 관한 문제”라며 “구럼비 돌맹이보다 안보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또 이들 보수단체들은 “종북 좌파들과 전문 시위꾼들의 선동에 의해 주민들까지 국가 안보를 도외시한 채 해군기지 반대에 나섰다”며 ‘구럼비 발파’를 반대하는 측을 모두 좌경 종북세력이라고 몰아세우고 있다.
‘구럼비 발파’는 이제 ‘구럼비 정치’가 돼 버렸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구럼비 발파’를 강행하고 있는 정부와 해군을 성토하는 목소리를 키우고 있고, 새누리당은 박근혜 위원장을 필두로 “야당이 국익을 무시한다”며 보수단체들의 찬성 집회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구럼비 발파’가 해군기지 건설 찬반 논란을 4·11총선을 앞둔 여야의 정치적 대결의 장으로 끌고 간 셈이다. 총선의 최대 이슈가 됐다.
이명박식 매카시즘이 판치고 있는 강정마을. 보수단체 뿐 아니라 심지어는 경찰까지 나서 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를 ‘좌파 빨갱이’ ‘용공 종북주의자’라고 매도한다.
등 돌린 보수층 결집 노린 일종의 ‘선거전략’
‘구럼비 발파’에는 정치적 노림수가 다분하다. 국민의 시선을 구럼비로 집중시켜 청와대와 여당에 드리워진 여러 가지 ‘악재’를 걷어내자는 심산이다. 또 여야 대립 구도를 강화해 여당을 떠난 보수층을 다시 불러 모으려는 계산이다. 새누리당의 ‘좌클릭’ 때문에 여당에 등 돌린 보수층이 적지 않다.
새누리당은 보수층만 결집해도 목표로 하고 있는 120석 정도가 무난하다고 보고 있다. ‘구럼비 발파’로 촉발된 매카시즘. 이를 활용해 꽉 막힌 정국을 뚫고 총선 판도를 정권에 유리하게 끌고 가자는 게 ‘발파’의 정치적 의미다.
추하게 일그러진 보수 아닌 보수가 ‘구럼비 발파’ 소리에 맞춰 박수를 치고 있다. ‘매카시즘 정치’를 버리지 않은 한 한국정치에 ‘건전한 보수’가 뿌리를 내리지 못할 것이다.
오주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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