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구럼비 폭파’를 막을 방법은 있다
(서프라이즈 / 아이엠피터 / 2012-03-09)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건만, 결국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폭파 작업이 연일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의 실체를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단순한 폭음과 연기겠지만, 제주를 사랑하는 사람의 처지에서 보면 억장이 무너지는 고통과 탄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이명박 정부의 논리는 무조건 밀어붙이기식이었습니다. 그 논리에 따라 지금 강정마을은 매일같이 연행자가 속출하고 벌금이 부과되며 주민 대다수가 범법자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정부와 해군은 무조건 공사강행만을 요구하고 있으며, 주민은 반대하는 첨예한 이 대립과 갈등의 상황이 자칫하면 최악의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을 막는 해법은 없을까요?
오늘은 지난 참여정부 시절 ‘부안 방폐장’ 사건이 보여준 모습을 통해 강정마을의 해법을 찾고자 합니다.
군수, 마을회장 혼자 북 치고 장구 쳤던 잘못된 절차는 다시 하자
참여정부 시절 방폐장(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설립을 추진했었습니다. 그때 전북 부안이 신청했고 참여정부는 부안을 방폐장으로 선정했습니다. 그런데 여기 부안 방폐장과 강정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것은 주민 대다수의 동의가 아닌 일부 사람들만의 생각으로 부지 신청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부안은 부안군수가 독단적으로 신청했고 군의회도 거치지 않았습니다. 강정마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900여 명의 주민 중에 단 85명만이 모여 한 시간 만에 유치 찬성을 해버렸습니다.
강정마을회는 2007년 4월26일 해군기지 유치의사를 발표합니다. 그런데 이전에는 강정은 후보지로 거론조차 없었던 곳이었으며, 화순과 위미만이 물망에 올랐던 곳입니다. (화순은 2002년부터)
강정마을회장의 독단적인 유치의사 발표가 있고 나서 2007년 5월14일 김태환 제주 지사는 강정마을을 최우선 대상지로 선정해버립니다.
‘제주도 군사기지반대 도민위’는 곧바로 국방부와 제주도를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는데, 유치의사 발표가 나온 지 채 두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국방부는 해군기지 건설지로 강정마을을 결정해버립니다.
여기에 가장 큰 오류가 있는데 바로 수백 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해군기지가 2개월도 안 돼 결정된 점입니다. 강정마을이 처음부터 대상지라 국방부가 미리 조사했다면 그나마 나을 텐데, 강정은 전혀 후보지로 생각조차 없던 곳이었습니다. 그런 곳을 해군이 제대로 조사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부안 방폐장을 돌이켜보면 군수가 거액의 지원금 유치를 위해 군의회의 동의도 없이 이루어진 독단적인 행동이었습니다. 부안군수는 방폐장 유치를 통해 사회간접자본이 나오면 자신의 공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을 것입니다. 강정마을회장(전직)도 무조건 해군기지를 유치하면 좋으리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그런 모든 것은 주민의 생각도 절차도 무시한 위법적인 행동이며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들입니다.
처음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는 다시 단추를 풀어 꿰어야 합니다. 단순한 아파트 공사도 아닌 국책사업을 절차도 무시하고 졸속으로 일부 사람들의 생각만으로 강행한다는 것은 잘못된 옷을 입고 평생 사는 멍청한 짓입니다.
국가는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는 사기꾼으로 살면 안 된다
참여정부 시절 부안의 방폐장 유치 신청이 있고 나서 청와대는 부안 주민이 굉장히 호의적이고 유치에 적극 찬성하는 것으로 인식했습니다. 그것은 윤진식 산자부 장관이 직접 부안을 다녀와서 청와대에 “부안 주민들이 방폐장 유치 찬성은 물론이고 방폐장 유치를 위해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라고 보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민정수석실에 올라온 민심 동향은 산자부 보고와 다르다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은 직접 부안을 몰래 갔습니다. 가서 보니 부안은 정말 아름다웠고 주민들은 자신들이 사는 부안의 수려한 자연에 대한 자부심도 강했었습니다.
▲ 전북 부안 방폐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시위 |
결국, 가서 직접 눈으로 보니 산자부 보고와는 전혀 다르게 부안 주민들은 방폐장 건설을 절대적으로 반대하고 있었으며, 주민들이 반대 과정에서 많이 다치고 연행되고 있었습니다.
참여정부는 이런 부안주민의 민심을 돌리기 위해 사회간접자본투자를 2조 원 규모로 확대하면서 부안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지원 노력을 하려고 했습니다.
강정마을의 제주해군기지는 참여정부 시절과 지금이 전혀 다른 성격의 모습으로 바뀌었습니다.
초창기 참여정부는 ‘민항 위주에 해군 기항지’였습니다. 이 말은 민간 항구인데 해군이 기항할 수 있도록 항구의 규모를 크게 하여 해군이 남방지역의 출동을 원활하기 위한 성격이었습니다. 즉 중심은 해군이 아닌 민항으로 크루즈와 같은 관광 수입도 극대화 시키는 전략이었습니다.
그런데 MB정부 들어서면서 갑자기 ‘민군복합 관광 미항’으로 바뀌었습니다. 이 말은 예전 7:3 정도의 민군 비율이 갑자기 5:5로 바뀌었다는 뜻입니다. 군사기지와 민항이 함께 공존한다는 것인데, 이것이 실제로 많은 어려움과 차이가 있음을 전문가들은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무조건 강행하겠다며 밀고 나갑니다.
MB정부 말기가 되자 갑자기 해군기지 건설이 본격화되면서 민간이라는, 미항이라는 말이 사라지고 본격적인 제주해군기지라는 말이 나옵니다.
▲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 ⓒ국방TV 화면 갈무리 |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지난 정부에서 기항지 정도로 얘기됐다가 지금은 아예 해군기지가 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제주기지는 분명한 해군기지’라고 강한 어조로 제주해군기지의 성격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처음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장점 중에서 제주도민을 현혹시켰던 크루즈 부분도 불가능한 일이라면서 국방부 입장은 해군기지라고 명확하게 규정지었습니다.
여태껏 정부는 ‘크루즈가 입항하는 민항’으로 제주도민에게 관광 수입을 증대시키는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말했는데, 이것이 완전히 뒤집힌 것입니다.
부안 방폐장도 주민이 찬성한다고 했지만, 결국 그것은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강정마을은 한발 더 나아가 처음부터 제주도민을 기망하여 거짓된 약속을 하고 주민이 찬성한다는 오해를 만들었습니다.
국가는 국민에게 거짓을 말하면 안 됩니다. 그것은 국민은 사기 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소통과 대화로 함께 나아가야 할 주권을 가진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자
참여정부는 부안 주민들의 민심을 파악하고 난 뒤에 방폐장 건설을 원점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주민투표로 방폐장 유치를 결정하게 했습니다. 결국, 부안주민들의 압도적 반대에 따라 부안군 위도에 방폐장을 건설하려던 애초 계획을 포기하고 경주로 옮깁니다.
어떤 사람은 말합니다. 부안은 시작도 안 했지만, 강정마을은 이미 공사가 진행됐으니 강행해야 한다고. 그러나 사실 강정 해군기지는 토지수용(강제수용)과 같은 절차만 끝났을 뿐 본격적인 공사는 이제 시작일뿐입니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충분한 절차의 정당성과 주민의견을 제대로 묻는 의견수렴이 있어야 합니다.
국책사업은 늘 찬반의 갈등이 존재합니다. 그런 갈등을 중재하고 조정하는 일이 정부의 몫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강정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반대의 주장을 인정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여 무엇이 옳고 그른지, 주민의 뜻이 어떤지를 다시 제대로 묻고 일을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CNN에서 보도한 제주해군기지 방송 ⓒCNN화면 갈무리 |
강정마을에 건설된 해군기지는 단순한 해군기지 건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안에는 어떤 다른 곳보다 많은 문제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 해군기지 or 민항 해군기항지에 대한 명확한 부분
▶ 절대보존지역 해제 등 불법적인 위법성
▶ 구럼비 바위와 연산호군락 등 문화재 보호법 위반
▶ 환경영향평가의 정확한 재검증
▶ 군사학적인 문제에 대한 논란
▶ 외교학적인 문제
▶ 해군기지 유치선정에 관한 절차상 위법성
저는 제주해군기지를 무조건 반대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민항 위주의 기항지’로 제주에 군함이 들어서는 것은 찬성합니다. 그러나 이런 기항지에도 강정은 맞지 않습니다. 그것은 강정은 ‘절대보존지역’이고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준 아름다운 자연유산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제주에 살다 보면 절대보존지역이 아니면서 낙후된 마을이 많은 곳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그곳에 ‘민항 위주의 기항지’를 건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굳이 아름다운 자연을 파괴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꼭 강정마을에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해군기지가) 참여정부 때 결정이 된 것이어서 참여정부 때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책임이 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송구하다. (2007년 해군기지 부지가 결정될 때)기지를 강정마을에 두는 것에 대해서 참여정부 때도 내부에서 논란이 있었다. 당시 청와대 시민수석실에서는 반대 의견이 있었는데, 국방부에서는 안보상 필요한 일이라고 해서 결정이 되었다. (2011년 9월 제주도 기자 간담회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발언)
안보상 필요하다고 무조건 밀어붙이는 행위는 분명히 잘못된 일입니다. 국가 안보라고 해도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당한 절차와 주민의 생각과 올바른 주민 의견 수렴, 그리고 환경, 군사,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조사와 철저한 검증이 필요합니다.
만약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 독재국가라면 대통령 말 한마디에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안보를 말하는 자들이 내세우는 공산국가가 결코 아닙니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참여하는 민주주의 국가입니다.
참여정부 시절 ‘부안 방폐장’ 사건을 돌이켜보면서 ‘강정마을’도 원점부터 다시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적법한 절차와 조사를 한다면 충분히 갈등에 대한 해결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강정마을 문제를 단순히 종북좌파논리, 거짓된 국민 기만행위, 무력을 동원한 진압으로만 해결한다면 그것은 독재국가의 모습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에서 참여정부가 설계회사라면 MB는 건설시공사가 될 수 있습니다. MB는 임의변경한 설계도와 시방서, 사용자(국민) 승인 없이 고장 난 불도저로 날림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부실시공이 확실시됩니다. 우리는 사용자로서 공사중단을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아이엠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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