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정부 폭력에 저항하는 주민을 종북으로 몰지 말라

道雨 2012. 3. 12. 11:30

 

 

 정부 폭력에 저항하는 주민을 종북으로 몰지 말라

 

 

 

구럼비 바위 폭파가 계속되면서 제주 강정마을은 전쟁터나 다름없다.

강행하는 해군과 경찰에 일방적으로 당하긴 하지만, 이를 저지하려는 주민과 활동가들의 평화적 노력은 날로 힘을 얻어, 이제 국제적 연대의 구심이 되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제주도민의 커가는 분노와 참여다.

 

그럼에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이 문제를 안보 쟁점으로 유도해 유리한 선거국면을 조성하는 데 골몰한다. 종북·반미와 국가안보 세력의 충돌로 호도해 매카시즘을 부활시키려는 것이다. 친정부 세력의 피켓 따위엔 이미 그런 구호가 등장한 지 오래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지금 진행되는 건 중앙정부의 폭력에 대한 제주도민의 저항이라는 점이다. 정부의 기만과 사기, 법 절차 파괴, 합리적 토론과 민주적 의사결정 파기, 평화 염원의 유린이 빚어낸 저항이다.

 

주민들과 함께하는 외부의 활동가들 역시 종북·반미는커녕, 생명·평화를 지상명령으로 삼는 종교인들, 생태주의자, 평화주의자들이다. 이들이 마을 주민 곁에 있는 것은 의를 위해 핍박당하는 약자를 위한 연대일 뿐이다.

따라서 해군기지를 둘러싸고 대치하고 있는 것은 제주도민과 연대해 저항하는 쪽과, 정부 폭력을 고무하는 부류다.

 

해군기지의 안보 쟁점화 노력은 이명박 정부나, 그와의 단절을 앞세운 박근혜의 새누리당이나 다르지 않다. 오히려 족벌언론과 함께 3인4각으로 완벽한 호흡을 맞추고 있다.

박 위원장은 문재인씨에게 철학이 의심스럽다고 생뚱맞은 문제제기를 했고, 이 대통령은 해군기지 반대는 생명선을 무방비로 방치하자는 것이라고 열을 올린다. 대양해군을 포기했던 건 바로 그였다.

 

족벌언론은 통합진보당 김지윤씨의 해적기지 발언을 꼬투리 삼아 좌파·종북·반미를 해군기지 반대의 주역으로 드러내려 기를 썼다.

사실 해적 표현은 강제로 전답을 수용하고 마을을 멋대로 파괴하는 해군을 주민들이 비난할 때 쓰던 표현이었다. 진보정당 관계자가 사용하자 종북·반미의 증거로 호들갑을 떤 것이다.

 

이런 행태가 제주도민을 위축시키고 저들에게 유리한 선거국면을 유도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더이상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평화롭게 살겠다는 제주도민에게 좌파·종북·반미 낙인을 찍어 희생시킨 결과라는 사실은 잊어선 안 된다.

 

제주도에선 심지어 새누리당까지 앞장설 만큼 주민들의 해군기지 반대 입장은 분명하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인 것이다.

추접한 거짓과 모략으로 제주도민의 명예를 더럽히지 말기 바란다.

 

 

[ 2012. 3. 12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