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천안함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중요한 이유

道雨 2012. 6. 28. 13:32

 

 

천안함 사건의 실체적 진실 규명이 중요한 이유 

[이태경 칼럼] 주술과 미신의 세계를 벗어나 객관과 과학의 영역으로

 

 

(미디어오늘 / 이태경 / 2012-06-24) 


천안함이 침몰한 지 2년이 훌쩍 지났지만 천안함이 어떤 이유로 바다 밑에 가라 앉았는지에 대해서는 석연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천안함이 북한 어뢰정이 발사한 어뢰의 버블제트에 의해 두동강 난 채 침몰했다는 합조단의 발표가 천안함 침몰에 대한 정부의 공식 입장이지만, 합조단의 발표를 수긍하지 않는 국민들이 도처에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합조단의 발표는 과학과 객관의 입장에서 보면 적지 않은 헛점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천안함 침몰을 둘러싸고 합조단과 반(反)합조단 사이에 이루어진 합의라고는 '영해에서 초계활동을 하던 초계함이 침몰했다'는 사실(fact)뿐인 듯 하다.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의 크기와 가지고 있는 권위의 높이 측면에서 확연히 우위를 점하고 있는 합조단의 발표가 반합조단을 제압하지 못하고 끊임 없는 의혹의 대상으로 전락한 데에는 합조단과 정부의 잘못이 크다. 합조단과 정부는 철저히 과학과 실증의 영역인 천안함 침몰 사건을 믿음과 애국의 영역으로 끌고 갔다.

합조단과 정부는 과학적 이론과 객관적 근거와 실증적 증거들을 가지고 천안함 침몰 사건을 실체적으로 규명하고 여러 의혹들을 불식시키며 합리적인 비판들에 성실히 대응한 것이 아니라, 합조단 발표의 수용여부를 애국의 기준, 종북의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하여 '천안함이 북한 어뢰정이 발사한 어뢰에 의해 피격되었고 침몰됐다'는 합조단의 발표는 의심과 회의의 대상이 아니라 확신과 맹신의 존재가 되었다. 합조단의 발표를 부정하거나 합리적 의심을 표하거나 과학에 입각해 탄핵하는 사람은 누구나 불령선인 혹은 적을 이롭게 하는 자가 됐다.

 

기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단순히 초계함이 가라 앉은 사건이 아니다. 천안함의 침몰과 인양과정, 침몰 원인에 대한 규명 및 발표 등의 각 단계 별 실체적 진실이 무엇인가에 따라, 자칫 헌정과 국기(國基)를 송두리째 뒤흔든 사태, 더 나아가 남북관계와 동북아 질서에도 부정적 충격을 미친 사건으로 비화할 폭발성을 가진 사안이다. 천안함 침몰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규명되어야 하는 것은 이 사건이 지닌 중대성과 엄중함에서 연유한다.

또한 천안함 침몰의 실체적 진실 규명은 21세기에도 대한민국을 횡행하며 국민들의 정신세계를 구속하는 국가주의와 반북주의라는 주술(呪術)과 미신(迷信)이 합리와 과학과 객관을 폭력적인 방식으로 구축하는 현상의 종언을 위해서도 긴절히 요청된다.

 

때마침 한겨레에 재미과학자인 김광섭, 안수명 박사 관련 기사가 실렸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퍼듀대 화학공학 박사로 알루미늄 촉매·부식 및 폭약 전문가인 김광섭(72) 박사와 미 버클리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로 어뢰 등 유도무기와 대잠수함전 전문가인 안수명(69) 박사의 천안함 침몰 사건의 진실 규명을 위한 노력이 벽에 부딪혔다고 한다. 아울러 해당 분야에서 걸출한 권위자로 인정받는 두 박사는 천안함이 북한 어뢰정의 어뢰공격에 의해 격침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 국방부 민군 합동조사단은 지난해 9월 천안함의 침몰원인이 북한의 어뢰에 의한 침몰이라고 규정했다. ⓒ 이치열 기자 

 

해당 분야에서 손꼽히는 전문가로 인정받는 두 재미과학자의 천안함 침몰 진실 찾기 노력은 동기와 결과 모두 무시할 수 없는 울림이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천안함 침몰 원인을 둘러싼 합리적 의심과 과학적 탄핵에 대해 성실하고 납득가능한 해명을 내놓아야 한다.

한 때 점성술은 천문학 보다, 연금술은 화학 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었지만, 결국 점성술은 천문학에, 연금술은 화학에 자리를 비켜 줄 수 밖에 없었다. 역사의 흐름은 고통스러울 만큼 느리지만, 거스를 수는 없는 법이다.

 

이태경 / 토지정의시민연대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