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철 출간 서적에서 “오병흥 준장 주장”… 이상의 전 의장 “사실대로 수정하라 했을 뿐”
“합참의장, 천안함 보고서 조작 지시했다”
천안함 침몰사고 직후, 합동참모본부 내부에서 ‘천안함 사고조사 보고서’를 작성했으나,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의 지시로 수십 군데가 조작됐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천안함 의혹을 제기했다가 검찰에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돼, 2년 넘게 재판을 받고 있는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3일 출간한 ‘천안함은 좌초입니다’에서 합참의 사고 경위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신 대표는 사고경위 조작 과정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 오병흥 당시 합참 전비검열태세 차장(준장·지난 1월 예편)이라고 폭로했다. 이 같은 의혹을 두고 신 대표는 “모 언론사가 오병흥 준장과 관련한 중대한 사안을 집중 취재한 모 언론사의 기자로부터 입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는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책에서, 천안함 사고 직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참모들이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천안함 사고에 관한 보고서’를 작성하자, 오병흥 준장이 그 내용을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은 오 준장을 불러 합참 참모들이 작성한 ‘천안함 사고 조사 보고서’에 대해 무려 40여 군데를 수정(조작)할 것을 직접 지시했으며, 그 내용 가운데에는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신 대표는 전했다.
천안함 함미 |
오 준장은 류아무개 대령에게 이 문제를 맡아 처리할 것을 요구했으나, 류 대령은 ‘그것은 진실을 조작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한다고 신 대표는 전했다.
이후 오 준장은 류 대령을 제외한 다른 합참의 영관급 장교들을 데리고 보고서를 수정(조작)한 후, 다시 이상의 의장에게 보고하고, 그것이 국방부의 공식 발표가 됐다고 신 대표는 주장했다.
이 같은 수정(조작) 작업을 했음에도, 오병흥 준장을 비롯한 전비태세검열실의 몇몇 영관급 장교들이 징계 대상자가 됐다.
이후 합참을 나와 연합사로 전보된 오병흥 준장은 ‘천안함 사고 조사 보고서’가 조작된 과정을 정리해 380쪽짜리 보고서를 만들어, 한민구 합참의장을 찾아가 자신의 처지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요구했다고 신 대표는 주장했다.
그러나 국방부 검찰단은 지난해 12월 직무상 기밀누설 혐의로 오 준장의 사무실과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등 오 준장에 대한 대대적인 감찰에 나섰다. 오 준장은 군 검찰에 기소되지는 않았으나 애초 예정에 따라 지난 1월 전역했다.
신상철 대표의 이같은 주장은 최근 한 국회의원의 대정부질의와 맞물려, 합참의장의 보고서 수정 지시가 '북한 어뢰공격에 의한 폭침'이라는 합조단 조사결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전제조건을 제공한 것이라는 추론을 가능케 한다.
관련하여 오병흥 준장이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작성된 보고서가 왜곡 조작됐다고 주장했다는 얘기가 최근 국회 본회의 대정부질의에서 거론됐다.
지난 9월 7일 5차 국회 본회의에서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김관진 국방부장관에게 “오병흥 준장의 주장에 따르면, 천안함 사건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이 ‘(그해) 1월에 잠수함 공격에 대비한 전술토의 결과를 1월에 예하부대에 하달했다’, ‘4월에 대잠수함 준비태세 검열을 하기로 준비했다’(고 한 것이) 다 허위사실이라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홍 의원은 “군이 자기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없었던 사실을 왜곡, 조작해 보고한 것 아니냐”며 “군은 그 당시 천안함 사건 전에는 서해안에서 북한의 잠수함 기동이 전혀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데, 사건이 터지고 나니까 이 사건을 이렇게 앞뒤 전황을 맞춘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홍 의원은 군 검찰단이 오 준장에게 압수한 노트북 한 개, USB 32G en 개, 400쪽짜리 보고서 등에 대해 자료열람을 요구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이 자료를 군 검찰단이 오 준장에게 압수했다고 밝혔다.
김관진 장관은 당시 홍 의원의 추궁에 “그런 사실 자체를 모른다”고 해명했다.
홍익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3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천안함 사건 전후로 국민에게 합참이 밝혔던 내용, ‘(2010년) 1월에 서해상에서 잠수함 작전 개념을 토의해 예하부대 전달했으며, 4월에 준비태세를 검열하기로 준비하던 터에 사건이 터졌다’는 이상의 합참의장의 주장은 거짓”이라며 “잠수함은 동해쪽으로 오는 것이며 서해는 간첩선이나 공작선 잠수정이 오는 것인데, (서해로) 전투형 상어급 잠수함이 온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합참의 판단이었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홍 의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해 여러 군데를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은 오병흥 준장이 보고서 내용을 직접 고치니까, 옆에 있는 사람이 ‘그것은 조작일 수 있다’고 만류하기도 한 것으로, 우리가 지난 8월 말 쯤 파악했다”며 “이는 천안함 관련 군의 전비태세와 사전 상황 및 이후 상황에 대해 많은 조작이 있었다는 뜻이며, ‘북한 잠수정이 어뢰를 쏴 천안함이 침몰됐다’는 합조단 조사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신상철 대표는 국방부가 오 준장 관련 수사를 벌인 것과 관련해, 한 언론사가 질의한 데 대해 답변해온 회신 내용도 공개했다.
국방부는 회신에서 “국방부 검찰단이 2011년 12월 초순경 오병흥 준장에 대하여 공무상 비밀누설혐의로 내사를 진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오 준장의 사무실 및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있다”며 “오병흥 준장에 대한 혐의사실은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외부에 누설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또한 “오 준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택에 보관 중이던 몇 건의 군사기밀 등을 발견하였으나, 이는 최초의 수사 대상은 아니었다”며 “피내사자였던 오병흥 준장의 주장 및 진술, 증거의 내용 및 증거 가치 등 증거관계는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오병흥 전 합참 전비태세검열실 차장은 3일 미디어오늘과의 전화통화에서 “무슨 얘기인지 모르겠다. 그런 걸 왜 묻느냐. (이번 책을 쓴) 신상철씨를 모르며 만난적도 없고, 얘기해준 적도 없다”며 부인하는 듯하면서도 마지막으로는 “그 책 내용을 보고 (얘기)하자”며 말을 아꼈다.
한민구 전 합참의장도 이날 전화통화에서 “(오 준장) 자신이 그런 보고서('책'이라고 포현함, 보고서가 책자로 되어있었다고 함)를 썼다고 와서 얘기를 했다. 그에 대해 난 ‘특별히 뭐라고 알지 못하는 내용’이니까 (오 준장에게) 얘기한 바가 없다”며 “(오 준장에게 군 검찰이 압수수색한 것이) 내게 (오 준장이) 보고해서 수사가 된 것인지는 모르겠다”고 밝혔다.
한 전 의장은 “임무수행 중 지득한 것을 그렇게 (외부에 알리는) 하는 것을 곱게 보는 군인들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가 쓴 보고서 내용의 경우) 오 준장이 내게 보고할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니고, 진급과 관련해 내게 왔다 간 것이다. 그 문제에 대해 더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조작을 지시한 당사자로 지목받고 있는 이상의 전 합참의장은 3일 “군의 최고수장까지 했던 사람이 부하들에게 조작까지 지시했겠느냐. 뭐 아쉬운 게 있다고 조작하라고 했겠느냐. 2년 반이나 지난 이 마당에 가십처럼 얘기되는 현실이 안타깝고 서글프다”며 “(신상철씨가 쓴 책) 내용을 한 번 봐야겠으나 상식적으로 내가 잘못된 조작을 하라고 했겠느냐”고 반박했다.
이 전 의장은 “내가 하라고 한 것은 ‘사실대로 수정하라’는 것이었을 것”이라며 “조사하는 사람들은 부분적으로 조사했겠지만 전체를 보는 내 입장에서 아마도 ‘이게 아닌 것 같다’고 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서해상 잠수함 침투 가능성을 두고 사전에 전술토의 및 검열준비를 했다는 말이 거짓이라는 홍익표 의원의 주장에 대해 이 전 의장은 사전에 전술토의와 검열준비를 한 것은 사실이라고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2009년) 연말에 나는 ‘북한이 수상전에는 우리에게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반드시 수중으로 들어와 보복할 것이니,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술토의를 했다. 그러니 (장교들 가운데) 일부는 ‘서해에서는 수심이 낮고 조류가 빠르며 탁도가 심하니 잠수함 활동을 못한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김정일이라면 공격할 것이며, 연말 전술토의 끝난 뒤 한미연합훈련이 끝난 뒤 대비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검열단을 내보내 검열할 것이라는 예고도 했다. 천안함 사건이 터지는 날이 우리가 예비(대비)하는 날이었다”.
이 전 의장은 “합참의장 언급은 존안이 돼있고, 다 진실이다. 이게 허위라고 하는 사람들은 문제가 있다. 내 지시사항을 들은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한 내용대로 보고서를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이냐는 지적에 이 전 의장은 “이런 얘기는 진실이니 (반영하도록) 지시하고”라며 “당연히 이런 얘기는 (보고서에) 포함돼야 한다. 있는 사실을 사실대로 반영하라는 것이 조작이겠느냐”고 말했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가 3일 출간한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표지 |
조현호 기자 | ch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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