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합참의장은 오 준장에게 천안함 조사결과 조작을 지시했다

道雨 2012. 12. 12. 17:52

 

 

 

         합참 오병흥 준장의 고민

합참의장은 오 준장에게 천안함 조사결과 조작을 지시했다


(서프라이즈 / 편집국 / 2012-12-12)


다음 글은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조사위원이 최근 출간한 <천안함은 좌초입니다>에 수록(203~211p)된 내용입니다. - 편집자주

 

 

합참 오병흥 준장의 고민   

40여군데의 조사 결과 조작을 지시받은 오 준장은 왜 억울해 했을까?

 

이 글은 아직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어서 펼쳐놓기가 상당히 부담스럽고 조심스럽다. 하지만 국민의 알 권리보다 소중한 가치가 무엇이 있을까.

더구나 천안함 사건은 그 실체와 진실에 대해 온 국민의 관심사가 집중되어 있다는 단순한 사실관계를 넘어 그 결과에 따라 남북 간의 갈등구조와 한반도의 미래를 결정지을 운명에 이르기까지 중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 분명한 만큼 이 사건을 둘러싼 조그마한 의혹과 단서라도 대중에게 알려져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오병흥 준장이 누군지 잘 모른다. 그래서 그에 대한 기초정보를 인터넷 검색으로 찾아보아야 했다. 오병흥 준장에 관한 기사는 비교적 단출하다. 하지만 현재 그가 처해있는 여건과 현실에 대한 조명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그는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될 날이 머지않을 것 같다.

오병흥 준장은 육사 36기 출신으로 제5포병여단을 거쳐 함참 전비검열실에 근무하였고 2007년 준장으로 진급했다. 그런데 오병흥 준장에게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천안함 사건 발생 후 희생 장병들의 합동장례식까지 끝난 2010년 5월 초 감사원은, 천안함 침몰 사건으로 드러난 허술한 군의 보고지휘체계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국민적 의혹이 확산되자 국방부에 대한 감사에 착수한다.

5월 3일부터 28일까지  18일간 박수원 감사원 제2사무차장 휘하 4개국, 28개과 가운데 30명의 감사인력을 투입하여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 등 8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하고 6월 10일 감사 결과를 발표한다. 

 

감사원은 군이 천안함 사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대비태세 소홀과 허위늑장 보고, 부적절한 군사기밀 관리 등 총체적인 부실이 있었다고 발표한다.

감사원은 특히 합참에 대해 합참의장과 국방부 장관에 보고를 늦게 한 것은 물론, 사건 발생 시간도 임의로 수정(9시 15분에‘ㄴ’을 그려 넣어 9시 45분으로 조작)했다고 지적하고, 국방부 역시 소집하지도 않은 위기 관리반을 소집했다고 상부에 거짓보고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최종 발표와 함께 이상의 합참의장 등 고위 장성 포함 25명에 대해 국방부에 징계를 요구한다. 징계 대상에는 이 의장 외에 박정화 해군작전사령관, 황중선 합참정보작전본부장, 오창환 공군작전사령관, 김동식 해군 2함대사령관, 장광일 국방정책실장, 원태제 대변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보도에는 빠졌지만 합참의 오병흥 준장 역시 징계 대상에 포함되어 있었는데, 오 준장은 무엇 때문에 징계 대상에 올랐으며 이후 육군 준장으로서의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천안함 사건 이후 줄줄이 진급한 군 고위 인사들

 

천안함 사건으로 감사를 받아 징계 대상에 포함된 비운의 사나이들을 제외하고 천안함 사건에 깊숙이 개입했던 대부분의 군 고위 인사들은 징계 대상자들과는 달리 오히려 진급을 하거나 영전을 하는 행운을 누렸다.

박정이 합조단장은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한 후 3군사령관으로 갔고, 심승섭 해작사작전처장은 대령에서 준장으로 진급했으며, 문병옥 합조단 대변인은 준장에서 소장으로 진급하여 3함대사령관으로 영전하는 등 눈에 띄는 많은 군 고위인사들이 줄줄이 승진을 했고 보직이 바뀌었다. 

 

그러면 징계 대상자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

징계 대상이 되었다고 모두가 징계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 합조단 문병옥 준장이 천안함 최종결과 발표 이후 소장으로 진급하여 3함대사령관으로 나간 데 이어, 문 준장의 해사 35기 동기인 합참작전처장 이기식 준장은 징계 대상에 올랐지만 그해 12월 소장으로 진급을 한다. 당시 언론보도에서도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국방부, 장성급 인사 단행 (2010. 12. 16)

[쿠키 정치] 국방부는 합참차장에 김정두(해사31, 56) 해군 중장을, 특전사령관에 신현돈(육사35, 55) 소장을 중장으로 진급시켜 임명하는 등 16일 장성급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 육군 소장 최종일(육사34, 56), 박선우(육사35기, 53), 이용광(학군16기, 56) 등 3명이 중장으로 진급했다. 최 중장은 지난해 인사에서 누락됐다가 연합작전 전문성을 인정받아 이번에 구제됐다.

공군 윤학수(공사25기, 55) 소장은 중장 진급과 함께 국방정보본부장에, 이영만(공사27기, 54) 소장은 중장으로 진급해 공군작전사령관에 임명됐다. 성일환(공사26기, 56) 중장은 공사 교장에서 공군참모차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윤 중장은 내년 1월 전역 예정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을 앞두고 연합정보 및 대미업무 연속성 차원에서 발탁됐다.

공군 김홍온 소장은 공군 군수병과로는 처음으로 공군군수부장을 맡게 됐다. 해군 이기식 소장은 천안함 사건 당시 합참정보작전처장을 맡았다가 감사원의 직무감사 때 징계 대상자로 분류돼 진급에서 누락됐으나 성실성과 전문성이 인정돼 이번에 승진했다.

 

합참 정보작전처장 이기식 준장은 감사원 직무감사로 징계 대상에 분류돼 진급에서 누락되었으나 ‘성실성과 전문성이 인정돼’이번에 승진했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천안함 사건으로 징계 대상에 올랐지만 예외로 승진을 한 특별한 케이스가 ‘성실성과 전문성’이었나보다.

 

그러면 함께 징계 대상에 올랐던 오병흥 준장은 왜 진급을 하지 못한 것일까? 그는  ‘성실성과 전문성’이 없어서였을까? 바로 이 이야기를 찬찬히 풀어보려 한다.

 

 

‘천안함 사고 보고서’와 40여군데의 조작 그리고 ‘조작에 관한 보고서’  

 

지금부터 쓰는 내용은 오병흥 준장과 관련한 중대한 사안을 집중 취재한 모 언론사의 기자로부터 입수한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따라서 이 중대한 내용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차원에서 사실관계가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최대한 언급하겠지만, 보다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상세히 밝히지 못하는 점은 독자 여러분의 양해를 구한다.

 

합참의 오병흥 준장은 본인 스스로 억울해했다.

천안함 사고 직후 최대한 사실에 입각한 ‘천안함 사고에 관한 보고서’가 작성되자, 오병흥 준장은 그 내용을 이상의 합참의장에게 보고했다.

당시 이상의 합참의장은 천안함 사고 당일 대전 계룡대에서 술을 마시고 KTX로 서울로 올라오며 휴대폰으로 지휘한 것이 구설수에 올랐고, 심지어 합참에 도착해서도 잠깐 상황파악만 하고 사건처리를 지시한 후, 자신의 사무실에서 취침한 것이 문제가 되어, 드센 국민적 비난에 직면하게 되어 김태영 국방장관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없는 처지였다. 

 

이후 이상의 합참의장은 오병흥 준장을 불러 합참 참모들이 작성한 ‘천안함 사고 조사 보고서’에 대하여 무려 40여군데를 수정(조작)할 것을 직접 지시한다. 그 내용 가운데에는 ‘북한’과 관련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고조사 보고서 내용 가운데 무려 40여군데나 수정(조작)하라는 지시를 받고 나온 오 준장은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합참 내에 자신과 동기생이지만 아직 장군 진급을 하지 못한 류 대령에게 이 문제를 맡아 처리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나 류 대령은 ‘그것은 진실을 조작하는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단호하게 거절하고, 두 동기는 그 문제로 대판 싸웠다고 한다.

 

난감해진 오 준장은 류 대령을 제외한 다른 합참의 영관급 장교들을 데리고 보고서를 수정(조작)한 후, 다시 이상의 의장에게 보고하고, 그것이 국방부의 공식 발표가 된다.

그러나 5월 초 감사원의 국방부에 대한 감사가 시작되고, 합참에서의 조작 사실이 감사요원에 의해 적발되지만, 감사원에서는 극히 일부분만 언론에 공개하고, 대부분의 조작 내용은 ‘기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발표에서 누락시킨다.

하지만 감사원은 합참의 조작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 위해 조작 관련자들에 대해 징계를 상신한다. 그에 따라 오 준장 외 몇몇 영관급 장교들이 징계 대상자가 된 것이다.

 

오 준장은 상부에서 시킨대로 했을 뿐인데 징계 대상이 되니 억울했을 것이다. 더구나 자신의 명령에 따라 조작에 가담했던 부하 장교들 모두가 징계 대상이 되었으니, 그들 볼 낯도 없는 꼴이 되고 말았다.

그래도 오 준장은 상부에서 어떻게 잘 처리해 주겠지 하면서 기다렸지만, 이상의 합참의장까지 옷을 벗는 등, 상황이 악화될 뿐 좋아질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 장관과 합조단장 라인에서 일을 한 대부분의 군 고위 인사들은 줄줄이 진급과 영전을 하는데, 자신들은 징계 대상으로 손발이 묶인 채, 현재의 신분 유지조차 걱정할 처지가 되자 불안감과 분노가 증폭한다.

 

이후 오병흥 준장은 합참을 나와 연합사로 보직을 옮긴다.

그러던 어느 날 오 준장은 중대 결심을 한다. ‘천안함 사고 조사 보고서’의 조작된 내용들을 정리하여 380쪽 짜리 레포트를 만든 것이다.

 

그리고 제본된 보고서를 들고 한민구 합참의장을 찾아가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며, 자신의 처지와 억울함을 호소하고, 그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요구한다.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380쪽짜리 보고서를 책으로 만들어 세상에 배포할 것임을 암시했을 것은 누구나 예측 가능한 일이다.

 

이후의 상황은 오 준장의 뜻대로 되지 못했다. 국방부 감찰에서 오 준장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그는 결국 군복을 벗어야 했으며, 현재 국내에 체류하고 있다는 사실만 확인되었을 뿐, 어느 누구도 그를 만나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 이야기가 어디서부터 흘러나와 내 귀에까지 들어왔을까?

그것은 오병흥 준장 스스로 자신의 동기와 지인들에게 이야기 했던 내용들과, 또 한편으로 ‘380쪽 조작 보고서’를 작성하는 데 자료를 정리하고 교정을 보았던 사병(현재 제대 후 모 대학 3학년 재학 중)과, 그 외 그 책의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전하는 내용을 몇몇 언론사 기자들이 알게 되었고, 그분들이 집중취재를 하면서 세상에 드러나게 되었다.

그분들의 심층취재가 완료되면 보다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함께 보도될 것으로 확신한다.

 

모 언론사에서는 이 사건에 대해 국방부에 질의를 하였고, 국방부는 다음과 같은 회신을 보내온다.  

1. 국방부 검찰단은 2011년 12월 초순경 오병흥 준장에 대하여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내사를 진행하였으며, 그 과정에서 오 준장의 사무실 및 자택을 압수수색한 사실이 있음. (* 기무사령부는 내사에 관여하지 않았음)

2. 가. 오병흥 준장에 대한 혐의사실은 공무상 취득한 비밀을 외부에 누설하였다는 것이었음(공무상 비밀누설)

   나. 오 준장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자택에 보관 중이던 몇 건의 군사기밀 등을 발견하였으나 이는 최초의 수사대상은 아니었음.

   다. 군사기밀을 자택에 보관하고 있었던 사실에 대한 범죄성립 여부를 판단하였으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음.

3~6. 피내사자였던 오병흥 준장의 주장 및 진술, 증거의 내용 및 증거 가치 등 증거관계는 공개할 수 없음을 양해하여 주시기 바람.

7. 국방부 검찰단은 2011년 12월 초순경 오병흥 준장에 대한 첩보 및 관련자료를 입수하여 내사에 착수하였음.

8. 국방부 검찰단이 내사를 시작하였던 2011년 12월 초순경 이미 오병흥 준장은 2012.1.9자로 전역이 예정되어 있었음. 따라서 내사과정에서 오 준장에게 전역지원서를 제출하도록 압력을 가하거나, 전역하지 않을 경우 사법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전달한 사실이 없음.

 

오병흥 준장과 함께 근무했던 몇 사람의 전언에 의하면, 오병흥 준장은 매우 강직하고 훌륭한 성품을 가진 군인이라고 했다.

오병흥 준장 그는 억울할까?

상부의 지시대로 했을 뿐인데, 징계를 받고 전역을 해야 했으니, 본인 스스로는 그렇게 느낄지 모르겠다. 명령에 죽고 살아야 하는 군의 속성상, 수뇌부의 지시를 어기는 것은 쉽지 않으므로.

하지만 사실관계를 조작하는 행위는 어떠한 이유로도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또한 그 원죄는 그에게 조작을 지시한 수뇌부에 있다.

국방장관과 합참의장의 지시에 의하여 이루어진 조작과 은폐의 진상은 낱낱이 밝혀져야 하며, 그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것이 바로 천안함 진실찾기의 시작인 것이다.

 

오병흥 준장과 합참의 류 대령, 그 두 사람은 함께 생도시절을 보냈던 동기생이지만, 한 사람은 조작을 수행했고, 한 사람은 조작을 거부했다.

이제 그 두 동기생 앞에는 진실의 실체를 고백해야 할 마지막 과제가 놓여 있는 셈이다. 그 두 분의 정직한 선택과 판단을 기대해 본다.

서프라이즈 편집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