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관련

대한민국이 한 국민에게 '큰 짐' 지어준 사건

道雨 2013. 1. 1. 16:42

 

 

 

             "천안함은 '좌초'입니다!"

대한민국이 한 국민에게 '큰 짐' 지어준 사건

(서프라이즈 / 내가 꿈꾸는 그곳 / 2012-12-31)


46명의 목숨을 앗아간 천안함 사건...폭침이 사실인가.

 

 

옛날 어른들이 습관처럼 하시는 말씀이 있다. 세상은 '속고 속이는 곳'이란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고, 알고 속이고 모르고 속이는 세상이란 것.

필자는 어렴풋이 그게 맞는 말 같기도 하고 틀린 것 같기도 했지만 요즘은 200% 그 말씀에 확신을 가지게 됐다. 세상은 속고 속이는 곳이 맞다는 말씀.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귀한 시간 앞에서 한동안 놓고 있었던 '천안함 사건'을 회고하고 있다.

이 보다 더한 사건들이 수두룩 하겠지만, 필자에게 이 사건이 시사하는 의미 보다 더 큰 사건은 없다. 매우 간단한 이유 하나 때문이다.

사람들이 알게 모르게 (사회적합의를 통해)진실을 묻어버리거나 거짓을 진실로 둔갑 시키는 미필적고의를 서슴치 않고 저지르고 있었던 것.

따라서 천안함 침몰 사건의 침몰원인은 최초 '좌초'에서 서서히 '폭침'으로 굳어져 가고 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거짓이 진실을 덮어버리며 '사실'로 여기는 세상.

 

그곳이 필자가 태어나고 자라 살고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얼마나 무서운 사회인가.

그런 일을 백주에, 언론이, 방송사가, 인터넷 포털이 눈감거나 침묵하는 사이, 그 아무도 천안함의 진실에 대해 알려고 하지않거나 모른 채 하는 세상이 된 것.

그런 한편 이들 언론이나 방송 등지에서는 여전히 '법과 도덕'을 중시해야 한다는 이중적 잣대로 세상을 재단하려 들고 있다.

 

자기 자신 또는 자기 가족의 일이 아니라면, 아니 설령 자기 가족의 일이라 할지라도 거금의 돈 앞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무서운 세상. 그런 세상이 필자가 살고있는 대한민국의 현주소였다.

그렇게 덮어둔 사건은 바로 곁에 있는 데, 자기 자식, 자기 가족, 이웃들의 아픔을 함께 하며 고통을 덜자...고 하는 아이러니. 이런 게 인지상정인가...

 

제18대 대선이 한창 진행중이던 지난 13일, 필자는 인천의 '알파잠수(대표 이종인 )'의 초대로 저녁을 먹게 됐다. 그 자리에는 천안함 사건의 핵심 주역인 신상철('진실의 길' 발행인) 선생과 천안함 사건을 꾸준하게 취재해 온 <미디어오늘>의 조현호 기자 등 여러분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신 선생은 지인들을 위해 자기가 집필한 <천안함은 좌초 입니다!-출판 책보세>라는 책 한 권씩을 (일일이 서명하여)선물했다.

 

 

 

뜻 밖이었다. 따라서 저녁을 먹는 자리가 조촐한 출판기념파티 처럼 변해 버린 것.

포스트에 등장하는 사진이 신 선생이 집필한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다룬 책(표지)이다.

신 선생은 이 책의 부제로 <오만가지 거짓말로 덮어버린 하나의 진실>이라고 써 두었다. 기막힌 부제 아닌가. 역설적으로 말하면 <五萬 명의 사람들이 한 사람을 깔아 뭉갠 사건>과 별로 다르지 않다.

 

오만 명의 사람들 중에는 MB를 필두로, '독재자의 딸'과 우리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었던 조중동은 물론, 언론과 방송, 권력과 사법부 등이 총망라된 사람들. 거기에 묵시적 동조를 하고 있었던 우리 이웃들이 포함돼 있었던 것.

 

참 희한한 건, 천안함 사건의 진실을 찾겠다는 사람이 희생자 유가족들이나 정부 혹은 관련 군당국이 핵심 주역이 아니라, 이 사건과 전혀 무관해 보이는 한 민간인이 주역으로 등장하고 있었다는 점.

대한민국 국민 중 누구인가가 이 물음에 답 좀 해 줬으면 그 어떤 원도 없겠다.

 

필자가 그동안 부족하나마 '천안함의 진실' 내지 '천안함 사건'에 관심을 가진 건,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노력 보다 신 선생에 대한 응원의 힘이 되고자 노력했을 뿐이다.

진실은 일찌감치 드러나 있었지만 일당 백 내지 일당 오만의 적 아닌 적과 싸워야 할 처지를 생각해 보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자료를 뒤적이게 되는 것이다.

 

그냥 덮어버리고 말아도(?) 될 사건을 한 개인이 사재를 털어가며 이 사건에 매달린 이유도 기막히다.

 

"...이 사건에 (전문적 식견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덤벼들다 보니 깊숙히 빠져들게 됐고, 어느날 뒤를 돌아보니 나 혼자 밖에 없더라..."

 

신 선생이 필자에게 털어놓은 기막히 사연이다.

그게 어느덧 3년의 세월이 경과하고 있고 하루만 지나면 햇수로 4년 째 접어드는 '천안함 사건'인 것.

사건의 진실에 접근하려 했다가 어느덧 정의의 투사로 변질되고 만 것이다.

 

아마도 본의 아니게 경찰서나 검찰의 조사를 단 한 번이라도 받아보신 분들이라면, 경찰이나 검찰청은 두 번 다시 가 볼 곳이 못 된다는 것을 다 알게 될 것인데, 그 보다 더 한 일을 3년 째 해 오고 있고, 해가 바뀌어도 여전히 이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법원을 들락거려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어느날 신 선생에게 전화를 걸어 근황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장 샘...죽지못해 삽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신 선생의 목소리는 참 많이도 지친 모습이다. 그러나 당신은 가끔씩 필자와 만나 대화를 나눌 때 전혀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참한 언론인이자 듬직한 파수꾼의 모습이었다. 세상이 다 부정부패에 썩어자빠져도 당신 만큼은 소돔과 고모라 성에서 살아남은 롯과 같은 의인이었기 때문.

 

그는 이날 저녁을 먹고 귀가하는 차 속에서 필자에게 천안함 사건과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었다. 그가 집필한 책 '천안함은 좌초 입니다!'의 비하인드스토리였다. 이랬다.

 

"장 샘, 제가 평생 잊지 못할 검사 한 분이 계셨습니다..."

 

신 선생은 천안함 사건 때문에 매우 지친 가운데서도, 책 한 권 속에 최창호 검사에 대한 기억을 세세하게 기록해 두었고, 그 내용을 필자에게 천천히 일러주었다.

 

"...최 검사는 조사를 대화식으로 풀어갔다. 그러니 논리 전개가 사실적이었고 구체적이었다. 통상 단답식 형태로 물어보는 수사관이나 검사들이 많은데, 그 자체가 논리 전개를 가로막아 사람을 짜증나게 하고, 서로의  감정을 악화시켜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하지만 꼭 짚어내야 할 것은 특히 예리하고 집요하게 파고 들었는 데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는 두뇌가 명석한 천재형의 특징인 '말이 빠른 스타일'이었는데, 이미 머리속에 정연하게 수립된 논리를 입이 따라가느라 조금은 고생을 하는 그런 타입이라면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다.

 

그가 무엇을 얘기하는지 가슴에 와서 팍팍 꽂히는 그런 스타일 말이다. 그래서 진술하기에 편했고 진지했다.

어쩔수 없이 MB정권들어 이런 저런 사건으로 조사를 받아야 하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경찰이나 검찰 수사관들 혹은 검사들의 태도와 조사하는 방식을 비교해 보게 되는데, 대부분 예의를 갖추는 것 같으면서도 상당히 위압적이고, 필요 이상으로 무뚝뚝해 보이려 애쓰는 모습들이 한결 같았다.

그러나 최창호 검사는 달랐다.

 

나는 검찰에서 조사를 받으면서 그렇게 상쾌한 마음으로 조사를 받아보긴 처음이다. 최 검사는 사건의 내용을 상당히 깊이있게 파악하고 있었다.

국방부 고소인들과 참고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사건의 실체 대부분을 파악했다는 느낌이 들었고, 그 과정에서 군이든 선박이든 실무적으로 언급되는 내용에 대해 나름대로 깊이있게 연구했던 것 같았다.

 

천안함 사건은 특히 항해와 조선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가 쉽지않은데, 그는 사안의 핵심을 앞서서 짚어나갈 정도로 이해가 빨랐다. 한 번 씩 최 검사는 내가 답변하기 매우 곤란하고 까다로운 질문을 툭 던졌다.

"신 대표님, 이것이 왜 이렇게 되었던 거죠?"

순간 그런 것까지 질문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탓에 나의 머리는 섰다가 다시 돌아가는 방앗간 기계들처럼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 예리한 질문에 어떻게 답변하는 것이 가장 깔끔할지를 가늠하며 논리를 정리하고 있는데, 최 검사가 씩 웃으며 먼저 입을 연다.

 

"신 대표님, 이것은 이렇고,저것은 저런데, 그게 이래서 저렇게 된거다. 이렇게 답변하시고 싶죠?"

 

내 머리속에 퍼즐처럼 흐트러져 있던 논리들을 순서대로 맞추고 있는데, 보란듯이 깔끔하게 정리한 해답을 던지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가.

"빙고~!"

내 입에서 감탄사처럼 그 말이 튀어나왔다. 어쩌면 내 속을 들여다본것처럼 정확하게 짚어낸단 말인가. 그는 뛰어난 검사임에 틀림이 없다...<출처:천안함은 좌초 입니다!-P197~198쪽>"

 

 

 

세상은 참 답답하다. 아니 대한민국은 참 어둡고 음습한 곳이었다. 오만가지 협잡꾼들이 비틀고 뒤집기를 반복해 만든 거짓은 그나마 한 검사의 조사과정에서 신 선생의 속을 후련하게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 사건을 기소해야 하는 검찰이 사건의 실체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는 건 참으로 다행한 일이었다.

예컨데 검찰의 조사과정에서부터 사실이 왜곡되거나 은폐되는 등의 과정이 연출되었드라면, 신 선생의 노력은 그나마 헛수고가 되었을 지도 모른다.

 

정권교체에 실패하고 정권교대가 이루어진 현재, 이 사건의 진실을 널리 알리지는 못할망정, 사건의 실체 만큼은 고스란히 남게 된 데 기여한 사건이, 신 선생이 최 검사를 만난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속고 속이는 세상에서 진실 내지 사실의 실마리 하나 만 챙긴 것도 큰 수확이라는 것.

 

하지만 신 선생이 쓴 책 <천안함은 좌초 입니다!>는 단순히 천안함 사건의 진실찾기가 아니라, 천안함의 침몰원인이 '좌초'라는 걸 명명백백하게 밝혀놓은 책이다.

천안함 사건의 침몰원인이 '폭침'으로 알고있던 지독한 보수주의자도, 어느날 당신의 아내로부터 이 책 한 권을 권유받고 일독한 직후, '천안함 좌초 맞네.'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우리사회가 만든 일그러진 자화상의 또 다른 한 모습일 것.

 

필자는 지난 19일 이후부터 사람들이 말하는 '멘붕'을 겪고 있다. 주위 사람들을 보니 같은 이유를 겪고 있었다. 그들이 투표한 유권자의 48% 전부는 아니겠지만, 적지않은 분들이 가치가 전도된 세상에 살고있는 셈이다.

독재자의 딸은 여전히 천안함의 침몰원인이 '좌초'가 아니라 '폭침'이라 말하고 있었으므로, 최소한 48% 바깥에 있는 사람들은 폭침까지 인정하는 꼴로 변한 것. 세상이 이래서야 되겠는가.

 

따라서 예전에 느끼지 못한 한 가지 버릇이 생겼다. 사람을 좋아하던 필자가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려워진 것.지하철을 타면 정겹던 이웃들의 모습 절반이 거짓을 진실로 묵인하고 방조한 사람들이라 생각하니, 이웃끼리도 서먹해질 수 밖에 없는, 참으로 암담하고 슬픈 세상이 된 것.

따라서 최소한 열흘 전 쯤부터는 두 번 다시 시사 관련 문제를 들여다 보고싶지않았다.

그러나 한 해를 정리하는 마당에 뒤돌아 보니 여전히 천안함의 진실을 알리는 의인이 서 있었다.

 

소돔과 고모라성이 멸망에 이르지 않은 건 한 의인 때문이었다는 건 다 아는 이야기.

대한민국이 아직도 건재한 건 독재자의 딸이나 뼈속까지 친일.숭미라고 외치는 세력들 때문이 아니었다. 48%의 위대한 시민들이 건재했기 때문 아닌가.

오만가지 협잡꾼들의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실을 지킨 한 의인과 '진실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건재했기 때문으로 보는 것.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다시 그들과 함께 속고 속이는 세상이 아니라, 진실이 가치를 발하는 '사람사는 세상'을 보고싶은 것.

 

빛을 이기는 어둠은 없다. 어설픈 보수는 좀비를 만들지만, 확실한 진보는 우리 사회를 책임지는 원동력이다.

천안함의 진실에 목마른 여러분들께 신 선생이 쓴 책 <천안함은 좌초 입니다!> 일독을 권한다. 대한민국이 한 국민에게 지어준 무거운 짐이 홀가분해 질 수 있도록 짐을 덜어주었으면 싶은 것.

새벽은 더디 오는 것 같지만 밤이 깊으면 깊을수록 새벽은 일찍 찾아온다.

 

우리 일행을 초대해 준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와 천안함의 진실을 만천하에 공표해 온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는 물론, 민변 변호사님들과 천안함의 진실을 묵묵히 지지해 오신 시민들께 깊은 감사드린다.

힘내시기 바라며 부디 새해에는 가족건강과 소원성취하시는 놀라운 '기적의 한 해'가 되시기 바란다.

 

아울러 진실이 거짓의 실체를 밝히는 당연한 순리가 찾아올 것임을 굳게 믿는다. 그게 상식적인 사회의 본 모습 아닌가.

멘붕의 힐링은 '진실을 지키는 것'이다.

 

내가 꿈꾸는 그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