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군 의혹(정치, 선거 개입)

실체 드러나는 국정원 사건… “정권 뒤흔드는 폭탄”

道雨 2013. 3. 28. 16:08

 

 

 

실체 드러나는 국정원 사건… “정권 뒤흔드는 폭탄”

최초 의혹 점점 사실로 밝혀져… 박근혜 정부 탄생 일조 흔적 발견되면 정권에 파장일 듯

 

(미디어오늘 / 이재진 기자 / 2013-03-27)


국가정보원이 조직적 차원에서 여론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대선 당시 여론을 조작했다고 의혹을 받고,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던 김씨 이외에, 김씨와 동일한 패턴으로 오늘의유머 사이트에서 여당을 옹호하거나 정부 정책을 홍보한 내용의 게시글을 작성한 이모씨가 입건되면서다.

경찰은 26일 이모씨를 국정원 직원이라고 못박지는 않았지만, 이씨가 사용하는 휴대폰이 국정원이 사용하는 공용 휴대폰이라는 점에서 90% 국정원 직원이라고 보고 있다.

 

당초 여론조작 의혹은 국정원이 지난 2011년 3차장 산하의 심리정보단을 심리정보국으로 개편해, 약 70여명이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골자였다.

원세훈 원장이 인터넷 여론 조작을 지시한 몸통이라면, 이들 국정원 직원들이 지시에 따라 게시 활동을 했다는 건데, 국정원 직원 김씨에 이어 원세훈 원장, 또다른 국정원 직원까지 국정원법 위반이라는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되면서, 의혹의 실체가 야당이 주장했던 국가기관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검찰도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출국을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는 분위기다. 

출금 조치는 고소고발을 당한 인사에 이어지는 통상적인 절차로 통하지만, 전직 국가정보원의 수장을 검찰이 정면으로 막아선 모양새라는 점에서 부담이 될 수 있었다. 자칫 검찰과 국정원의 대결 양상으로 비쳐지고 전 정권에 대한 보복차원이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검찰이 출금 조치를 내린 것은 원 전 원장을 몸통으로 한 국기문란 사건의 의혹을 털고 가자는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출금 조치 시점이 원 전 원장이 고소 고발을 당한 직후, 퇴임 당일인 21일이라는 점도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반대로 원 전 원장이 퇴임 직후에 서둘러 해외로 떠나야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도 덩달아 주목을 받게 됐다.

관례상 전직 국정원장은 퇴임 후 신병 안전과 정보보호를 이유로 해서 외부 활동을 삼가해왔는데, 그 원칙을 깬 것이다. 원 전 원장의 퇴임식이 왜 21일 밤에 열렸는지도 의문이 제기됐다.

결국 원 전 원장이 검찰 수사를 앞두고 급히 해외로 도피성 출국을 한 것이라는 의혹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이제는 원 전 원장을 소환해 어느 수준으로까지 사건의 실체를 밝혀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원 전 원장이 받고 있는 혐의는 정치 중립을 지켜야하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다. ‘젊은층 우군화 정책’과 4대강 홍보, '북한에 있는 적보다 우리 내부의 적이 위험하다'는 말한 대목 등이 정상적인 국정원의 업무에 해당되는지 아니면 곧 국내 정치 개입 정황으로 볼 것인지가 핵심이다.

 

원 전 원장의 혐의를 입증하려면 정치 개입 지시 의혹을 따른 대북심리전단과 소속 요원들에 대한 수사로 확대돼야 한다. 국정원 직원이 추가로 입건된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검찰의 국정원에 대한 압수수색 가능성이 나오는 것도, 조직 차원의 수사 자료를 확보하지 않고서는 원 전 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을 밝혀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때문이다.  

 

수사가 미진한다면 야당에서 향후 국내 정치에 개입한 원 전 원장의 지시 내용을 추가로 폭로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검찰 수사 직후 국정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수사 단계에서 별다른 혐의점이 나오지 않는다면 탄력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추가 폭로할 내용의 문건을 남겨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은 한 언론과 인터뷰에서 제보자의 안전을 고려해 추가 폭로 내용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히면서도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런 가운데 진선미 민주통합당 의원이 27일 이성한 경찰청장 인사청문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지난 20일 오전 의원실 계정의 이메일이 해킹을 당해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한 결과, 바이러스 목적이 아닌 이메일 내용을 훔쳐보는 해킹이었다고 밝혀 주목된다.

공교롭게도 진 의원이 지난 18일 원세훈 원장이 국내 정치에 개입한 게시물을 공개한 이후 이틀 뒤에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국정원에 의한 해킹 가능성이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경찰도 검찰 수사 내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찰은 대선 직전 성급하게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가, 언론에 의해 국정원 여론 조작 의혹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사건 은폐 주체로까지 몰렸다.

검찰 수사에서 의혹의 실체가 밝혀진다면, 경찰은 국정원을 비호하는 세력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되는 등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박근혜 대통령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 대통령은 대선 후보 당시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벌어졌을 때, 여직원의 인권을 운운하면서 적극 옹호한 바 있다.

검찰에서 원 전 원장의 국내 정치 개입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박 대통령도 입장이 곤란해지게 된다.

 

특히 검찰 수사에서 국정원이 박근혜 정부의 출범에 일조했다는 흔적이 발견됐을 경우는 걷잡을 수 없이 파장이 커질 수 있다. 이명박 정권과의 선긋기도 실패할 수 있다. 정권 초반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고, 국정운영이 표류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한편으론 이번 검찰 수사가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는 것도, 정권 초기 사정기관이 정권을 정면으로 뒤흔들 가능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웅 변호사(한웅 법률사무소)는 "수사에서 실체를 밝히면 그것대로, 밝히지 못하면 다른 차원에서 박근혜 정부가 부담될 것"이라면서 "어떻게든 털고 가지 않으면 정권 내내 부담이 되는데, 그 방향을 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 비리 의혹으로 정리하고 갈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에 호화판 저택을 구입하는 등 국정원 조직 내부에서 원 전 원장의 개인 비리 제보가 끊이지 않는다는 여권 관계자발의 언론보도가 최근 연이어 나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한웅 변호사는 "원칙대로라면 원 전 원장의 행위는 폭동까지는 아니지만 사전적 의미에서 내란에 준하는 국기 문란 행위를 벌인 것"이라면서 "검찰에서 적당히 박근혜 정부와는 관련이 없고, 원세훈 전 원장의 개인비리로 정리할 가능성이 크지만 철저히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83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