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관련

생태분단국, 물의 장막을 걷어라

道雨 2016. 6. 7. 17:18

 

 

 

생태분단국, 물의 장막을 걷어라

 

 

야생에서 공격은 늘 은밀하다.

짖는 개는 무섭지만, 알고 보면 낯선 사람을 무서워해서 짖는 것이다. 모든 생명은 본래부터 폭력과 죽음에 대한 공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전생물학은 “생태윤리 제1장, 사라지는 것은 나쁜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런 보전생물학 속에는 눈길 끄는 몇 가지 생태사회적 용어가 있다.

돈세탁과 똑같은 생태세탁 또는 생태덧칠(greenwash), 어떤 급작스러운 환경 변화로부터 수많은 생명을 죽게 하는 초도살(superkilling), 불특정의 무고한 생명들까지 목숨을 앗아가는 생태적 테러의 생태테러리스트(ecoterrorist), 삶 자체가 생태계를 극적으로 바꾸어버리는 생태기술자(ecoengineer) 따위다.

 

이것을 한반도 4대강사업에 대입해보면 이렇다.

생태테러리스트와 별반 다르지 않은 좀팽이 생태기술자들에 의해 생태테러가 발생하고, 그로 말미암아 초도살이 발생하는데도 ‘강 살리기’란 말로 뻔뻔스럽게 생태덧칠을 해대고, 대학생 등록금 지원에 쓰고도 남을 막대한 국민 세금을 탕진하면서 자손대대로 살아가야 할 삶의 터전을 근본적으로 망가트리는, 절대로 해서는 아니 되는 그런 토목사업이란 것이다.”

 

엠비(MB) 4대강사업은 단순한 하나의 국토개발 사업이 아니다. 백두대간보다 더 중요한 생태축이 4대강이기 때문이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역에서는 계절 따라 야생동물은 이동한다. 냉혹한 겨울에는 북에서 남으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더운 여름에는 그 반대 방향으로 계절 이동을 한다.

백두대간 들짐승은 강바닥이 드러나는 겨울이면 4대강 물줄기를 찾아 내려온다. 그런 측면에서 호수가 되어버린 4대강은 그런 이동을 방해하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말았다. ‘서식처의 파편화’, 남한 땅을 조각조각 분단시켜 버린 생물다양성 보존의 최대 위협인 것이다.

 

바다를 건너 거제도에서 부산 가거도로 헤엄치는 멧돼지를 두고서, 그들의 수영 실력을 높이 평가한 전문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멧돼지들의 생존을 위한 마지막 도전이다.

광활했던 낙동강 서대구 달성습지를 빼앗기고, 중간 기착지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흑두루미를 두고서도 ‘그들은 본능적으로 대체 서식처를 찾게 될 터이니 걱정 말라’고 강변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야기인즉슨 모두 진실이지만, ‘방점을 흩트리는 교묘한 삿된 해설’이다. 그들은 모두 처절한 생존의 몸부림을 하는 것이다.

 

비버란 생태기술자가 있다. 강물의 흐름을 바꾸는 비버 댐 이야기이다. 하지만 비버는 생태계를 망치는 나쁜 녀석이 아니다. 흐르는 물을 흐르지 않게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물길을 좌로 때로는 우로 돌릴 뿐이다.

흐르는 물터를 거대한 호수로 만들어버린 4대강 보는 그 본질이 다르다. 생태학과 공학을 버무린 나쁜 생태기술자의 몹쓸 짓이다.

거대한 물의 장벽으로 우리나라는 생태분단국이 되고 말았다. 야생동물과 사람의 만남이 더욱 빈번하고, 로드킬(동물 찻길사고)은 다반사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4대강 호수를 낀 모든 지자체는 소란스러운 물놀이 사업으로 혈안이다. 참으로 어이없고, 사람으로서 염치없고 부끄럽다.

 

엠비 정부에 이어 박근혜 정부, 이 짧은 기간 동안 국토가 골병들고 있다. 끊임없이 전도몽상(顚倒夢想)만을 해댄다.

4대강사업의 삿된 기운은 이제 백두대간 깊은 곳으로 파고들었다. 빙하기 유존식생, 하나뿐인 눈잣나무군락 가까이에 설악산 케이블카를 꿈꾼다. 마지막으로 남은 금빛 모래 하천 내성천은 영주댐으로 완전히 일그러져 가고 있다.

이쯤 되면 식민지 총독부가 국보를 강탈하고 유린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어찌 이 지경인가?

제발 조용한 아침의 나라, 이 땅에 생태 평화를 깨트리지 말라!

4대강 보를 해체하라!

 

 

김종원 경북 성주군 선남면 동암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