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공정위 전속고발권 폐지, 담합과징금 2배 인상"
재벌규제 대폭 강화...공정위 권한 약화, 검찰 권한은 강화
당정은 21일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을 폐지하고, 담합과 시장 지배력 남용 등의 법 위반 행위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최고 한도를 2배로 높이기로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상조 공정거래워원장과 '공정거래법 개정' 당정협의 후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선 그동안 공정위가 독점해온 전속고발권을 폐지, '가격담합-입찰담합-시장분할' 등 중대담합(경성담합)에 대해선 공정위 고발 없이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이 폐지하는 것은 1980년 공정거래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경제검찰'로 불려온 공정위 권한은 상대적으로 약화된 반면 검찰 권한은 강화됐다. 검찰의 오랜 숙원이 풀린 셈이다.
당정은 아울러 담합, 시장지배력남용 등의 법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최고한도를 2배 높이기로 했다.
또한 사익편취 규제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일가 지분 기준을 상장-비상장 모두 20%로 일원화(현행 상장 30%, 비상장 20%)해 규제를 강화하고, 이들 기업이 50%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를 도입해 민사적 구제수단을 강화하기로 했다.
벤처지주회사 제도 활성화를 위해선 설립 자산총액요건을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5천억원 수준에서 200~300억원 수준으로 대폭 완화하고, 벤처기업 외 R&D비중이 높은 중소기업도 벤처자회사에 포함하기로 했다.
김 의장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과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선 공정경제 토대 위에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구현해야 하고, 이런 차원에서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을 통한 제도적 뒷받침 필요하다는 인식을 같이했다"며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의 법적, 제도적 완성을 위해 기발의된 상법 개정안 처리에도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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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담합 고발’ 없어도 검찰이 수사한다
당정, 법 개정 전속 고발권 폐지키고
가격·입찰답합 등 4가지 유형 대상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총수일가 상장사 지분도 ‘30%→20%’
가격·입찰답합 등 4가지 유형 대상
재벌 일감 몰아주기 규제대상 확대
총수일가 상장사 지분도 ‘30%→20%’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합의문 서명식’에 참석해 서로 서명한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공정위 고발로 검찰 기소가 가능한 전속고발제가 폐지되면, 검찰 단독으로도 공정거래 사건 관련 수사가 가능해진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정부·여당은 건설사들의 4대강 담합사건 같은 중대한 담합행위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제를 폐지해, 공정위 고발이 없어도 검찰이 바로 수사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다. 또 재벌 사익편취(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되는 회사의 총수 일가 지분 기준을 현행 상장사 30%, 비상장사 20%에서 모두 20%로 일원화하는 등 재벌개혁도 강화하기로 했다.
김상조 공정위원장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정거래법 전속고발제 폐지 합의안’에 서명했다. 김 위원장과 박 장관은 “가격이나 입찰담합 등 중대한 담합은 신규 사업자들의 시장 진입 기회를 박탈해 공정경쟁을 저해하고, 그로 인한 비효율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가하는 행위로서 형사제재를 해 근절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전속고발권이란 공정거래 사건에 대해서는 공정위의 고발이 있어야 검찰이 기소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전속고발권 폐지는 지난 38년간 공정위가 행사해온 독점적 법 집행 권한을 내려놓고 검찰과 경쟁체제를 이룬다는 뜻이다.
경제민주화 요구가 커지는 가운데 대기업의 법 위반 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의 솜방망이 처벌 논란이 끊이지 않은 게 추진 배경이 됐다는 점에서, 앞으로 소비자 보호와 공정한 시장질서 확립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
공정위와 법무부가 합의한 전속고발제 폐지 대상은 가격담합·공급제한·시장분할·입찰담합 등 4가지 담합 유형이다. 그러나 공정위는 자체적으로 대규모유통업·가맹사업·대리점법 등 유통 3법과 표시광고법에서도 전속고발권을 전면 폐지하고, 하도급법은 기술탈취에 대해 부분 폐지하는 방안을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에 포함하기로 했다. 사실상 대기업 ‘갑질사건’의 상당 부분에 공정위 고발과 상관없이 검찰이 수사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셈이다.
피해자나 시민단체들로서도 지금까지는 공정위에만 기업의 법위반 행위를 신고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검찰에 바로 고소·고발할 수 있게 돼 선택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검찰 역시 그동안 공정위 고발 사건에 솜방망이 처벌을 해온 점을 들어 신중한 반응이다. 공정위가 자유한국당 김선동 의원실에 제출한 최근 5년간 검찰 고발 요청 사건 처리 결과를 보면, 238건 가운데 정식재판 청구는 27%에 그치고, 나머지 사건 중에는 대기업 사건이 다수 포함돼 있다.
공정위와 법무부는 또한 은밀하게 이뤄지는 담합을 적발하기 위해 운영하는 ‘자진신고제’(리니언시제도)가 전속고발제 폐지로 위축되지 않도록 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공정거래법에 형벌감면 근거 규정을 마련하고, 검찰도 감경 기준을 신설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지금까지 담합 자진신고자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감면해주고, 검찰 고발도 하지 않았다. 자진신고 접수창구는 지금처럼 공정위로 단일화하되, 두 기관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또 국민경제에 큰 피해를 초래하거나 국민적 관심,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큰 자진신고 사건은 검찰이 우선적으로 수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담합사건의 70% 가까이가 자진신고 사건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대형 사건의 상당수는 검찰 수사가 먼저 이뤄질 전망이다.
또한 공정위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과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 당정협의에서, 중대한 담합행위에 대한 전속고발제 폐지, 재벌개혁 강화 등에 합의하고,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재벌 사익편취 규제 강화의 일환으로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인 기업이 50%를 초과해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편법적 지배력 확대 수단으로 활용되는 순환출자 규제도 강화하기로 했다.
당정은 담합과 시장 지배력 남용 등에 부과하는 과징금의 최고한도도 2배로 높이기로 했다. 현재 담합행위에 대한 과징금 상한은 매출액의 10%다.
공정거래법 집행에 경쟁원리를 도입하고, 집행 수단을 다원화하기 위해 피해자가 직접 법원에 위법행위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금지청구제’ 등 민사적 구제수단도 도입하기로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김태년 정책위의장은 당정협의가 끝난 뒤 “재벌개혁과 경제민주화의 법적·제도적 완성을 위해 발의된 상법 개정안 처리에도 힘을 쏟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법 개정안에는 재벌 총수 전횡 차단과 소수 주주권 보호를 위해 주주가 온라인으로 투표할 수 있는 전자투표제, 모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회사 임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다중대표소송제 포함이 유력시된다.
또 주총에서 선임되는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부여하는 집중투표제와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도 검토 중이다.
정의당 추혜선 의원은 전속고발권 일부 폐지와 관련해 “진전된 내용”이라고 긍정 평가하면서,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모든 분야에서 전면 폐지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경제개혁연대의 강정민 연구원은 “전속고발제 폐지, 재벌 사익편취 규제 강화 등은 모두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라며 “당정이 공정거래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미리 수위 조절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정훈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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