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총장이 유우성씨에게 사과하고 끝낼 일 아냐"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 변호인 김진형 변호사
▲ 2018년 5월 3일 법무부 산하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인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이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사전조사 결과와 본조사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은 2004년 탈북해 2011년부터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으로 일하던 유우성씨가, 밀입북을 반복하며 탈북자 신원정보 파일을 동생 유가려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는 혐의로 2013년 구속기소 됐지만, 최종 무죄 판결 난 것을 말한다.
재조사 결과에 대한 평가를 듣고자, 당시 유우성씨 법률 대리인단으로 활동했던 법무법인 양재의 김진형 변호사를 지난 19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김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검찰 과거사 위원회에서 2013년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한 재조사 결과를 내놓았잖아요. 어떻게 보셨어요?
"이번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와 국정원 진상조사 위원회 조사가 예전에도 있었어요. 저희는 1심부터 이 사건이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전 조사나 수사에서는 그런 부분이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번 검찰 과거사위원회에서 그런 부분이 일정 정도 밝혀졌죠.
물론 수사 책임자였던 검사에게는 조사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지만, 증거조작이나 사건 전체에서 유우성씨 여동생 가혹행위라든지 접견 방해 등, 일련의 불법적인 행위에 검사가 관여했다는 부분이 어느 정도 밝혀진 것은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과거사위원회 조사 자체는 수사가 아니잖아요. 저희는 검사가 수사 책임자이기 때문에 일부 관여한 것이라기보다, 책임자로서 지시하고 지휘하고 전체 총괄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나 검사의 비협조로 그런 부분을 밝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도 있어요. 검사들의 기본적 입장은 자기들도 국정원에 속았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러나 국정원은 어느 정도 검사가 알았고 지시와 지휘를 했다고 해요. 진술이 엇갈리거든요.
또 증거 조작 부분에 대해 만나서 협의했다고 이야기하지만, 검사는 안 만났다고 하죠. 그 부분에 대해 휴대폰 압수수색이라든지 이메일 압수수색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게 아쉬워요.
또 조사과정에서 검사의 관여 정도가 밝혀졌다면 압수수색을 포함한 강도 높은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과거사위원회에서 수사 의뢰라는 이후 방안을 내놓지 않았죠. 검사들 관여나 개입에 대해 밝혔음에도 조치라고 내놓은 게 검찰총장 사과라고 하는 건 안타깝고 아쉬운 부분입니다."
- 검사 처벌 부분도 없잖아요.
"그렇죠. 결국 어떤 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수사가 되어야 하는데, 처벌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을 뿐만 아니라, 처벌에 대한 수사 부분도 없다는 부분이 아쉽죠."
- 간첩 조작의 한 축이 국정원이잖아요. 이번 조사에서는 국정원 부분이 다뤄지지 않았나요?
"일부 들어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검찰 과거사위원회이다 보니 검사의 관여 정도에 핵심이 맞춰진 게 사실이죠. 법적 근거도 없고 변호인 조력도 없이 6개월간 불법 구금할 수 있는 합동신문센터에서 가혹행위가 있었다는 게 일부 인정되었어요. 그리고 탈북자들 허위 증언에 대해서도 일부분 확인됐죠."
▲ 김진형 변호사 |
ⓒ 이영광 |
"보복 기소라는 부분은 사실 법원의 판단이 있었죠. 유우성씨에 대해 외국환거래법 위반 재판이 있었고, 1심은 국민참여 재판으로 진행했어요. 국민참여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단 대다수가 보복 기소이고 공소권 남용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배심원단을 따르지 않고 유죄를 선고했어요.
사실 우리나라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에 대한 기소가 보복 기소란 것이 인정된 최초사례입니다. 검찰을 비롯한 수사기관의 수사와 기소가 악의적이었고 괴롭히기식이었다는 게 사상 최초로 인정된 거죠.
수사기관이 무고한 시민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서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고, 그것을 숨기기 위해 이처럼 가혹하게 몰아세운 게 아닌가 해요. 국가가 국민에 대해 자신의 범죄가 드러나자, 보복 범죄를 저지른 중대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그럼 왜 유우성씨에게 간첩 조작을 했을까요?
"국정원 합동신문센터가 일종의 치외법권이에요. 거기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아무도 문제 제기를 못하죠. 그 안에서 수많은 간첩 조작사건이 만들어지는 거죠. 거기서 수많은 인권침해 사례가 발생하거든요.
북한에서 내려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느 쪽을 편들지 않으면 간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요. 국정원이나 보안 수사대 사람들은 일반 치안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이 사람들은 간첩이나 공안 사건을 계속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누구라도 약점이 있으면 간첩으로 만들려고 하죠.
유우성씨 같은 경우 재북 화교라는 약점이 있었던 거예요.
재북 화교라는 게 북한지역에 있지만, 어떻게 보면 중국 국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잘 보이라는 거죠. 사실 북한 이탈주민에게 여러 가지 지원 조치가 있잖아요. 그걸 박탈하고 추방시킬 수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유우성씨는) 여동생 데려오고 싶어 했어요. 그러다 보니 국정원 수사관들에게 잘 보여야죠. 국정원에서 합신센터에 있는 사람을 지속적으로 만나며, 자기 생각을 주입하기도 하고, 자기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경우도 있어요."
- 당시 2012년 대선을 두고 국정원 댓글로 인한 부정선거라는 여론이 많았잖아요. 그걸 덮으려고 한 것 아니냐는 주장도 있던데.
"국정원 댓글 조작사건이라든지 정권 입장에서는 위기감을 느꼈을 거로 생각하고 저도 그런 추정하는데, 그런 시기 대형 사건이 필요한 건 당연하죠. 총선 앞두고 북한 식당 종업원 사건이 벌어진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해요."
- 이번 재조사에서는 검찰이 국정원과 협조해 유우성씨 동생 유가려씨에게 허위 자백을 강요하면서 폭행과 가혹행위를 한 부분도 드러났어요.
"사실 저도 처음 이 사건 변호하면서, 왜 여동생이 오빠를 간첩이라고 허위자백했을지 이해가 안 됐어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씨가) 간첩을 안 했으면 여동생이 오빠를 간첩이라고 자백했겠느냐는 이야기가 많았어요. 그러나 실상을 들여다보면, 유가려씨는 합신센터에 6개월 동안 구금돼 있으면서, 국정원 수사관들 말만 듣고 가혹행위 당하며, 그야말로 관타나모 수용소보다 더한 밀폐된 공간에서 고문과 가혹행위를 받았단 말이죠.
수많은 가혹 행위가 있었고, 잠 안 재우고 모욕 주는 상황에서 죽음의 고통을 느꼈고, 자살 시도까지 했던 거예요. 가혹한 범죄가 있었기 때문에 허위자백을 했던 게 그동안 재판에서도 밝혀졌고, 이번 조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실제 유가려씨는 6개월 동안 합신센터에서 인격 말살 행위를 당했어요.
일부 수사관들은 여성인 유가려씨에게 폭행과 가혹행위를 하고, 다른 수사관은 그 사람들을 내보내고 마치 유가려씨 편 들어주는 거처럼 말했죠. '너 오빠가 간첩이란 얘기만 하면 우리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해주겠다. 김현희를 봐라. 북한 공작원으로 수많은 사람 죽였지만 잘살고 있다. 오빠와 너도 잘 살 수 있다. 그 얘기만 하면 괜찮다'란 식으로 가혹행위와 어르는 식을 반복하면서 인격을 붕괴시킨 거거든요."
- 증거 조작한 검사들은 어떤 위치에 있나요?
"정확히 잘 몰라요. 저희가 고소한 검사 중 한 분은 퇴직 후 변호사하고 한 분은 검찰에 아직 있는 걸로 알아요."
"반드시 이번 기회에는 책임 물어야"
- 검사들에 대한 공소시효는 남아 있나요?
"그렇죠. 저희가 고소한 게 국가보안법 위반 무고 날조죄인데요. 이것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날조하려고 했었던 국보법상의 해당 범죄가 정한 형으로 처벌하도록 되어 있어요.
예를 들어, 이 사건에서 검사들이 유우성씨를 국보법 위반으로 기소했는데 무죄가 나왔잖아요. 그럼 똑같은 죄형이 적용되죠. 공소시효도 남아 있습니다."
- 이번 재조사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보세요?
"유우성씨가 그런 얘기를 했어요. 본인 사건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수많은 조작으로 인한 재심 사건이 있었는데, 일부는 무죄를 받았지만 못 받은 사건도 있죠. 수많은 국가 범죄 피해자가 있는데, 가해자가 없는 게 간첩 조작 사건이죠. 이번엔 안 그러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거든요.
우리 사회 최고 엘리트라는 검사, 그중에서도 초엘리트란 공안 검사가 집단적으로 국정원에 속았다고 터무니없는 변명으로 책임을 회피해 왔는데, 이번 재조사를 통해 검사들 관여가 드러났고, 책임져야 할 부분이 드러났죠. 간첩 사건 조작 가담자들 처벌하는 게 필요하고, 그 시작이 재조사 아닌가 해요."
- 최근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이 증인에게 돈 줬다잖아요. 아셨어요?
"그게 어떻게 보면 법에 따른 보상금이라고 할 수도 있어요. 간첩 신고하면 포상금 주잖아요. 그런 거일 수 있죠. 그러나 문제는 조작 사건에 보상금이 지급됐다는 거죠. 그보다 더 큰 문제는 국정원이 지금도 수많은 조작사건을 만들면서, 무고한 사람을 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탈북자들에게 '내가 북한에서 이 사람 봤다'라는 증언을 하도록 시킨다는 거예요.
그 증언을 시키며 수십이나 수백만 원, 심지어 얼마 전에 저희가 고소한 김순복이라는 사람에게는 2천만 원을 줬거든요. 이건 법에 정해진 돈이 아니라 국정원 특활비죠. 쌈짓돈을 주는 거예요. 그러나 아시겠지만, 탈북자가 우리 사회 약자잖아요. 그런 목돈을 주면 누구라도 가서 허위증언한다는 겁니다. '나 저 사람 봤는데 북한 보위부 공작원이더라'라는 이야기를 하면 수백 수천만 원 준다는 걸 알기 때문에, 먹고살 게 없는 사람은 가족도 팔 게 아니겠냐는 거예요."
- 이것만 해도 몇 억일 것 같은데, 간첩 조작은 이것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럼 그 액수가 어마어마하겠어요?
"그렇죠. 제가 국보법 사건 많이 한 건 아니지만, 국보법 사건 하다 보면 항상 탈북자가 증인으로 등장해요. 증인이 북한에서 저 사람 봤다면 탄핵할 수 없어요. 어쩔 수 없어요. 봤다는 데 어떻게 하냐죠. 심지어 '내가 저 사람과 북한 고위층이 만나는 걸 봤다'고 하는 거예요, 어쩔 수 없어요. 국정원으로서는 백전백승의 만능키죠."
- 사진이나 녹취 등 증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국보법 사건이라는 게 그래요. 이 사건도 대표적으로 그런 사건이죠. 유우성씨가 북한에 들어갔다는 증거는 없어요. 그런데 이 사건 증인으로 나온 사람이 열 명 넘는 걸로 기억하는데, 그 사람들이 유우성씨를 북한에서 봤다니 그게 증거인 거죠. 이 사건에서는 다행스럽게도 국정원이 증거 조작했다는 게 밝혀져서 무죄가 됐지만, 그렇지 않은 사건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거죠."
- 유우성씨 사건은 조작한 걸 확인하려고 중국도 갔었잖아요.
"가보니 너무 터무니없는 증거가 많았단 거예요. 유우성씨가 여동생에게 줘서 중국에 있는 PC방에서 한글 문서를 열어봤다는데, 중국 PC방에서는 한글 문서를 열 수 없어요. 집 앞 가게에서 USB 샀다는데, 가게는 집 앞에 없고, 그 상호 가게에서는 USB 안 팔고. 여동생은 강 건너 왔다는데, 가보니 여동생이 강 건너다가 죽을 수 있죠. 터무니없는 거짓말이 너무 많았던 거죠."
-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요?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수사기관이 증거 조작하는 큰 문제는 조작해도 문제가 안 되기 때문이에요. 물론 이 경우 검사들이 징계받기는 했습니다만, 이 자체도 유례없는 일이에요. 국정원이나 검찰은 증거 조작해서 기소한 뒤 유죄면 좋고 안 되면 마는 거죠. 증거 조작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묻고, 검사를 비롯한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처벌이 이뤄져야, 조작했다간 인생 문제 될 수 있겠다는 위기감이 들지 않을까 해요. 반드시 이번 기회에는 책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유우성씨는 대한민국에 살고 싶어서 들어왔어요. 그러나 아직까지도 형사재판 받는 중이고, 간첩이라는 누명을 쓰고 있고, 모욕과 질타를 받아요. 그래도 대한민국에 대한 애정을 포기하지 않아요. 가해자 처벌과 함께, 유우성이라는 사람이 정상적 시민으로 우리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많은 분의 관심과 지지 부탁드립니다."
[오마이뉴스 이영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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