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일반상식

코로나19 감염 경로는...박쥐→천산갑·밍크·뱀→인간 감염

道雨 2020. 2. 14. 18:22




코로나19 감염 경로는...박쥐→천산갑·밍크·뱀→인간 감염




천산갑 바이러스 균주 샘플과 코로나19 염기서열 99% 일치
멸종 위기종 매매 금지에도 中 "정력에 좋다"며 밀매 많아
밍크·뱀도 염기서열 유사
사스는 사향고양이가 중간매개, 메르스는 낙타 거쳐 인간 감염
이종 감염 늘수록 변종도 늘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숙주인 박쥐에서 발원한 뒤, 중간 매개체(중간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옮겨진 것으로 파악됐다. 중간 매개체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학계는 천산갑과 밍크, 뱀 등이 유력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화난농업대 연구진은 지난 7일 "천산갑에서 분리한 바이러스 균주 샘플과 코로나19의 유전체 염기서열이 99%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천산갑이 코로나19의 중간 매개체 중 하나일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아직까지는 추정일 뿐이지만, 실제로 천산갑은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의 중간 매개체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포유류의 일종인 천산갑은 중국에서 단단한 등껍데기가 남성의 정력에 좋다고 알려져 불법적으로 밀매되고 있는 야생동물이다. 멸종위기종으로 국제적으로 거래가 금지돼 있지만, 여전히 일부 중국인들은 천산갑탕, 천산갑 껍데기 볶음밥 등을 보양식으로 먹고 있다.


주화이추 중국 베이징대 교수 연구진은 박쥐와 밍크에서 각각 분리한 코로나바이러스 균주와 코로나19의 유전체 염기서열을 비교분석한 결과, 사람을 감염시키는 코로나19의 경우 박쥐에서 유래한 균주보다 밍크에서 유래한 균주와 유사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바이러스가 숙주인 박쥐에서 밍크를 거쳐 사람으로 옮겨졌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 과정을 미뤄볼 때, 유력한 중간 매개체는 뱀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처럼 동물과 사람을 모두 감염시킬 수 있는 인수 공통 바이러스는 여러 종류의 숙주를 거치면서 생긴다.

박쥐 같은 숙주에서 곧바로 사람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다.

코로나바이러스도 대부분 호흡기 내 세포에 결합하는 단백질 부위가 변형되면서 이종 간에 감염을 일으킨다.


바이러스의 결합 부위는 바이러스가 갖고 있는 유전자에 따라 형태가 결정된다. 그런데 중간 매개체 안에서 바이러스의 DNA 일부가 다른 DNA 절편과 섞이면서 유전자 재조합이 일어나면, 그 과정에서 사람의 호흡기와도 결합 가능한 바이러스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2002년 처음 등장한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SARS-CoV)는 숙주인 박쥐에서 사향고양이를 거쳐 사람에게 전염됐다.

사향고양이는 식용으로 먹기도 하고, 인도네시아에서는 루왁(인도네시아어로 '사향고양이'라는 뜻) 커피를 만드는 데도 활용된다.

루왁 커피는 사향고양이가 먹은 뒤 소화기관을 통과한 커피 열매로 만드는 커피로, 고소한 풍미 덕분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2015년 한국을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코로나바이러스(MERS-CoV) 역시 숙주인 박쥐에서 중간 매개체인 낙타를 통해 유전자 재조합을 거친 뒤, 낙타와 접촉하는 사람을 감염시켰다.


문제는 이렇게 이종 간 감염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강력한 변종 바이러스의 등장 확률도 높아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한국화학연구원 신종 바이러스(CEVI) 융합연구단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는 박쥐에서 유래한 사스와 96.3%의 유사도를 보였다.

이는 사스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일어난 변이로 인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직까지 코로나19의 변종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전파력이 강한 특성을 고려할 때 또 다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앞서 유행한 여러 차례의 조류인플루엔자(AI) 사례를 보면, 치사율이 높은 신종 AI 바이러스는 여러 종을 거치면서 탄생했다.

예를 들면 숙주인 칠면조에서 돼지로 옮긴 바이러스 A가 돼지 몸속에서 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변종(A')을 만들고, 이 변종이 사람에게 전달돼 또 다른 변종(A'')을 만들어낸다. 다시 이 변종 바이러스가 돼지로 옮겨 A'와 A'' 등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바이러스가 유전자 재조합을 통해 새로운 변종(A''')을 만들어내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A형 바이러스는 H1N1부터 H10N7까지 총 20종으로 늘었다. 보통 조류인플루엔자는 가금류 사이에서 전파되는 게 일반적이지만, H7N9의 경우 2013~2014년 중국, 홍콩 등에서 사람을 감염시켜 127명의 사망자가 나오기도 했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