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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5분 진단키트', 득보다 실 많아...국내 도입 시기 상조"

道雨 2020. 4. 6. 18:04



[팩트체크]


"코로나19 '5분 진단키트', 득보다 실 많아...국내 도입 시기 상조"




2월 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에서 한 연구원이 ‘실시간 유전자증폭(RT-PCR)’ 검사를 하고 있다. [동아일보 안철민 기자]


3월 31일 기준, 우리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누적 진단검사 건수는 40만 건을 넘어섰다. 세계는 한국의 신속하고 정확한 검사 역량에 놀라움을 표시한다.
가공할 전염력을 가진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최고의 무기는 '진단력'으로 손꼽힌다. 현재 코로나19 전용 백신 및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가 애초부터 코로나19 진단 역량을 갖고 있던 건 아니다. 지난해 12월 31일 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우한지역에서 발생한 신종 감염병에 대해 보고하기 전까지, 코로나19는 미지의 질병이었다.

국내 발병 초기에는 환자 검체를 채취해 기존에 확인된 코로나바이러스 6종류와 일일이 비교해 '신종 여부'를 판별하느라 코로나19 진단에 하루 이상 걸렸다.

이 시간을 대폭 단축한 건, 최근 '또 하나의 한류'로 불리는 이른바 K바이오다. 2월 4일 코젠바이오텍이 국내 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코로나19 진단시약을 개발해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세계를 놀라게 한 K바이오의 힘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검사법으로 6시간 만에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코젠바이오텍 진단시약. 2월 5일 식약처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뉴스1]


긴급사용승인은 감염병 유행 시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요청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승인해, 한시적으로 의료기기 제조 및 판매, 사용을 가능케 하는 제도다.
코젠바이오텍 이후 씨젠(2월12일), 솔젠트(2월27일) 등 모두 5개 업체가 잇달아 코로나19 진단시약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이들이 본격 제품 생산에 나서면서 국내 코로나19 진단 역량은 크게 강화됐다.  
        

우리나라가 현재 코로나19에 사용하는 방법은 '실시간 역전사 중합효소 연쇄반응(RT-PCR)' 진단법이다. 우리나라에서 쓰는 RT-PCR의 경우 환자 검체에서 핵산(RNA)을 추출해 코로나19 전용 시약과 반응시킨다. 이 시약은 코로나19를 일으키는 병원체(SARS-CoV-2)의 특정 유전자에 달라붙어 증폭시키는 구실을 한다. 시약과 결합한 검체를 PCR 장비에 넣고 온도를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하면, 특정 유전자가 있을 경우 최대 수백만 배까지 증폭된다. 전문가가 그 결과를 판독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판정한다.

다소 시간이 걸리지만, 검체에 바이러스가 많지 않아도 찾아낼 수 있어, 현존하는 코로나19 검사 방법 중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감도 95% 이상으로, 환자 100명 가운데 95명 이상을 찾아내는 수준이다. 


RT-PCR 진단을 하려면, 고품질 시약, 장비,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뛰어난 바이오 기술력을 바탕으로, 코로나 19를 일으키는 병원체 SARS-CoV-2 유전자 가운데 변이가 상대적으로 적은 부분을 타겟팅하는 진단시약을 개발했다.

2009년 신종플루 사태 이후 PCR 장비가 전국 의료기관에 널리 보급된 것도, 코로나 19 빠르고 정확한 진단에 한몫했다.

지금 전국 여러 병원에서는 수많은 진단검사 전문 인력이 국산 키트를 활용해 3교대로 코로나19 진단에 매달리고 있다. 해외 상당수 국가는 이런 여건이 안 된다.

미국이 자랑한 '5분 진단키트' 국내 도입은 시기 상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월 30일 미국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브리핑 도중 미국 업체가 개발한 ‘5분 진단키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AP=뉴시스]


3월 30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다, 상자에서 토스터만한 기기 하나를 꺼내 보였다. 미국 업체 애보트가 개발한 이동식 코로나19 진단기 '아이디 나우'였다. 이 키트에 검체를 넣으면 양성은 5분, 음성은 13분 만에 판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게가 3kg에 불과해 어디든 쉽게 들고 다닐 수도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이 3월 27일 '아이디 나우'를 긴급사용승인하면서, 그 진단력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이디 나우'도 코로나19 유전자의 핵산을 증폭해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PCR 진단법을 사용한다. 그러나 핵산 증폭 시 온도 변화를 주지 않는다. 이를 '등온(isothermal) 증폭법'이라고 부르는데, 이 방식은 검체에 바이러스 개수가 적으면 민감도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태스크포스 팀장)는 "아직 '아이디 나우'가 코로나19 진단에 본격적으로 사용되지 않은 상태라 단언하기 어렵다"고 전제한 뒤 "우리가 쓰는 RT-PCR 진단법의 민감도를 95%라고 할 때, '아이디 나우'는 80%대일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 보건당국이 최근 관심을 기울이는 해외 진단키트는 '진엑스퍼트'다. FDA가 3월 21일 긴급사용승인을 한 제품으로, 진단방식이 RT-PCR과 사실상 같다. 다만 키트에 검체를 넣으면 자체적으로 핵산 추출부터 진행해 진단 시간이 45분으로 단축됐다.

지금 우리나라는 검체에서 핵산을 추출하는 작업을 사람이 맡아하고 있다. 검체 채취 후 이동 시간 등을 최대한 줄여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약 3시간이 걸린다.

'진엑스퍼트'를 사용하면 이 가운데 2시간 정도가 절약된다. 응급수술이 필요한 코로나19 환자에게 매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최근 '진엑스퍼트' 긴급사용승인을 위한 구체적 검토에 들어갔다. 


해당 기기는 이미 상당수 국내 의료기관에서 결핵 진단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업체가 새로 개발한 코로나19 진단용 시약만 들여오면 즉시 검사가 가능하다. 다만 진단 비용이 현재 사용하는 RT-PCR 검사의 약 2배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또 민감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어, 응급환자 진단 용도로 제한적 범위에서만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신속진단키트 정확도 논란, '진엑스퍼트'는 문제 없다

외신에 따르면, 코로나19 신속진단키트를 도입한 유럽 각국이 진단 오류 때문에 고충을 겪고 있다. 한 중국산 제품은 정확도가 30% 수준이라는 보도까지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 키트가 면역진단법을 사용한 것일 거라고 추정한다.  
        

항체 또는 항원을 통해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면역진단법진단 시간이 10분 안팎으로 매우 짧다. 다만 PCR을 활용한 분자진단법에 비해 제약이 많다.

먼저 항체는 인체가 바이러스에 맞서고자 만들어내는 물질이다. 보통 바이러스 침입 뒤 10일 이상 지나야 검출된다. 따라서 코로나19 감염 초기엔 검사 정확도가 크게 떨어진다. 바이러스 전파력이 강한 시점의 환자는 놓치고, 오히려 항체를 형성해 코로나19를 이겨낸 사람은 확진 판정을 받게 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편 항원은 바이러스 자체를 일컫는다. 항원검사로 코로나19 감염을 확인하려면,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활성화돼 다수 배출되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이 또한 발병 후 일정 시간이 지나야 가능한 일이다. 무증상감염까지 일어나는 코로나19를 진단하기에 적합한 방법이 아니라는 평가를 받는다. 항원검사는 민감도도 일반적으로 50~70%에 불과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 때문에 진단 인프라를 갖춘 나라들은 면역진단법 사용에 신중한 게 보통이다.

코로나19를 독감처럼 일선 병·의원에서 진단하도록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일선 병·의원에서 독감 진단에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면역진단이다. 독감용 키트를 사용하면 빠르고 간편하게 독감 바이러스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앞서 검토했듯 정확도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코로나19는 발병이 확인되면 환자 본인뿐 아니라 접촉자까지 사회에서 격리하는 질환이다. 만약 동네병원에서 누군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으면 그 병원은 폐쇄되고 의료진도 격리조치에 처해진다.

독감은 다르다. 독감 환자가 왔다 갔다고 병원 문을 닫는 일은 없다. 또 독감은 치료제가 있어 간이검사만으로 타미플루를 처방할 수 있다. 반면 코로나19는 감염 여부가 불확실한 사람에게 의료자원이 투입되면 사회적 혼란과 비용이 매우 커진다. 


반대로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아직 항체가 충분히 생성되지 않은 환자가 동네 병원을 찾아 항체검사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다행히 코로나19에 안 걸렸네'라고 생각하고, 계속 바이러스를 내뿜으며 생활할 수 있다. 이 또한 사회에 큰 위협요인이 된다. 

3월 17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진단유전학회 등 6개 관련 단체는 면역진단키트 사용에 대한 공동 담화문을 냈다.

"지금은 부정확하더라도 빠른 검사결과가 아니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 시기다. 우리나라는 이미 대규모 분자유전검사 시행체계가 확립돼, 하루에 최대 2만5000건의 검사가 가능하고, 6시간 정도면 정확한 결과를 알 수 있으므로, 현 시점에서 신속면역검사를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다.

코로나19 재확진 이유는 한 가지가 아니다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재감염, 다른 하나는 재활성화다.

이 가운데 재감염은 다시 둘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항체가 생겼음에도 재감염이 발생한 경우, 둘째 항체가 생기지 않아 재감염이 일어난 경우다.
이때 전자는 주로 바이러스 변이 때문에 일어난다. 바이러스 변이로 인한 재감염은 이론적으로 얼마든지 가능하다. 

후자, 즉 완치했는데 항체가 생기지 않은 경우는 해외에서 확인된 사례가 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전체 완치 환자 가운데 어느 정도 비율로 항체가 생기지 않는지 등에 대해서는 앞으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코로나19 재활성화는 바이러스가 환자 체내에 미미하게 남아 있었으나, 진단 검사에서 발견되지 않다가 어느 순간 다시 활성화된 걸 뜻한다.

코로나19 치료를 통해 바이러스 양이 줄면 진단검사로 탐지할 수 없는 수준으로 내려갈 수 있다. 그러면 검사에서 '음성'이 나온다. 이후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하면 '양성' 판정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사례가 중국 등 해외에서 다수 보고 됐다.

애초 완치가 아니었던 걸 완치로 본 경우라는 점에서 재감염과 차이가 있다.

국내 재확진자 대부분은 코로나19 재활성화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