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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시간 잠자는 학생 깨우면 ‘벌금형’…?

道雨 2021. 2. 23. 11:14

수업시간 잠자는 학생 깨우면 ‘벌금형’…?

 

강원도 한 고등학교 교사가 수업 중 책상에 엎드려 있는 학생을 강제로 일으켜 세우고, ‘억울하면 신고를 하라’고 말했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폭행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고,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 처분을 받았다. 지난 2019년에도 충북도내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을 교사가 어깨와 팔을 툭툭 쳐 깨웠다는 이유로, 교사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소당해, 해당 교사는 피해자와의 분리를 위해 직위해제 당했던 일이 있다.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 얼마나 될까?>
 
2019년 전교조가 ‘교육이 가능한 학교 만들기 10만 교원실태조사’에 따르면, 고교 교사 100명 중 7명 만이 수업 시간에 엎드려 자는 학생이 ‘거의 없다’고 답했다. 한 학급을 30명으로 가정했을 때, ‘10명 이상 자고 있다’고 답한 고교 교사도 100명 중 22명이었다.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잠을 자는 이유는 다양했다. 서울의 한 교사가 고교 1, 2학년 68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을 물으니, ‘수업이 어려워서’(13.6%), ‘수면 부족이나 피로 때문에’(51.6%), ‘의욕이 없어서’(19.4%), ‘자신도 잘 모르는 이유로’(14.6%)라고 응답했다.
입시과목이 아닌 교과는 학생들은 다른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부는 알고 있을까?

 
<수업시간에 왜 자는 걸까?>
 
공부를 하러 왔는데 왜 수업시간에 공부는 하지 않고 잠을 자는 걸까? 서울의 한 교사가 고교 1,2학년 68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원인을 물었더니 ‘수업이 어려워서’(13.6%), ‘수면 부족이나 피로 때문에’(51.6%), ‘의욕이 없어서’(19.4%), ‘자신도 잘 모르는 이유로’(14.6%)라고 응답했다.
수업시간에 공부를 하지 않고 잠을 자는 이유는, 공부를 하지 않아도 출석만 하면 승급도 되고 졸업도 할 수 있다는 말일까? 실제로 공부가 싫은데 학교에 등교하는 이유는 졸업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유급제가 없다. 출석 일수만 채우면 졸업을 한다. 졸업장이 필요해서 등교하는 학생들은 어차피 우등생도, SKY에 갈 실력도 안 되니까 애써 재미없고 골치 아픈 공부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것도 점심 식후 식곤증으로 잠시 졸고 있다면 이해 못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요즈음 학생들 중에는 등교하기 바쁘게 책가방도 열지 않고 그냥 엎드려 자는 학생들이 많다. 수십 년 동안 이런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을 교육부는 정말 모르고 있을까?
 
교사가 수업을 하려고 교실에 들어갔는데 한 학급 30명 학생 중 3분의 1이 엎드려서 자고 있다면, 교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을까? 학생이야 자건 말건 나는 공부하겠다는 학생들만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억지로라도 깨워서 수업을 듣게 하는 게 옳은가? 학생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교육자라면 한 사람이라도 더 수업에 참여시키고 싶을 것이다. 자는 학생 곁에 가서 깨우면 온갖 인상을 찌푸리고 쳐다보거나 “선생님 저는 들으나 마나 마찬가지예요...!”하며 곱지 않은 인상이나 욕설이라도 나오면 교사들은 어떻게 반응하는 것이 옳은가?

 
<하고 싶은 공부는 하지 말라고 해도 한다>
 
필자는 2007년 정년 퇴임 후, 2010년 경남 태봉고등학교 설립 TF팀장을 맡았다가, 무보수로 2년간 이 학교에 ‘대안교육센터장’을 맡았던 일이 있다. ‘공립학교에서 대안학교를 만든다면 공립학교실패를 공인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비난을 받아가며, 전국에서 처음으로 기숙형 공립대안학교를 설립했다.
일반계 학교에서 아침부터 밤늦도록 시험문제 풀이를 해야하는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이 학교 학생들은 스스로 교칙도 만들고, 교육과정 43%가 특성화 교과(인턴십·이동학습·나눔활동·노작교육(수공할동) 수업을 할 수 있어, 수업시간에 자는 학생은 찾아 볼래야 찾을 수 없었다.

<수업시간에 잠자는 것은 학생만의 책임인가>
 
수업시간에 잠자는 학생은 불량학생이요, 자는 학생을 깨우면 학생인권을 침해한 불량교사로 벌금을 받아야 하는가? 태봉고등학교처럼 학교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한다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학생이 있을까?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것은 교사와 학생들의 책임으로 전가시켜서는 안된다. 가수가 되는 게 꿈인 학생을 자신이 전공할 공부보다 어려운 수학이나 과학을 더 많은 시간동안 공부하는 게 삶에 도움이 될까? 창의력이 필요한 4차산업사회에 지식만 암기시키는 교육이 아닌,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짜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가?
 
수업시간에 학생들이 잠을 자는 문제는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 학교에서만 볼 수 있는 특이한 현상이다. 독일의 학교 법에는 교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경우, 교사가 취할 수 있는 교육적 조치 및 선도 조치권이 있고, 학과목 중 두 개의 과목에서 평균 이하의 점수을 받으면 같은 학년을 다시 반복하는 ‘과락제도’가 있다. 또 ‘교육적 대화, 경고, 학생 및 학부모와 함께 하는 집단 대화, 구두 혹은 서면으로 하는 잘못된 행동에 대한 비판, 현재 진행되는 수업시간에 배제하거나, 잘못된 행동을 명확히 하는 데 적절한 과제 부과’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학생인권만 있고 독일과 같은 지도권을 학생생활지도규정이나 교육법을 개정하면 왜 안되는가?



[ 김용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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