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박형준·오세훈 거짓말 논란

道雨 2021. 3. 24. 11:20

박형준·오세훈 거짓말 논란

 

 

 

정치인의 거짓말을 얘기할 때 인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가 물러난 결정적 사유는 워터게이트호텔 도청 자체보다는 거짓말 때문이었다.

닉슨은 1972년 <워싱턴 포스트>가 민주당 전국위원회 도청 사실을 폭로한 뒤에도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부인한 끝에 별 타격 없이 재선됐다. 그러나 그가 집무실에서 중앙정보국(CIA) 국장에게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방해하라고 지시한 내용이 담긴 녹음 테이프가 공개되면서 탄핵 위기에 몰리자 사임했다. 닉슨이 처음부터 “도청은 잘못”이라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했으면 탄핵으로까지 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국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짓말로 일시적 성공과 궁극적 실패를 맛본 사례로 꼽힌다. 그는 인터넷 기반 금융회사를 표방했으나 금융사기를 벌이다 걸린 비비케이(BBK)의 실소유주 의혹이 제기되자, “아무런 관련이 없고 주식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고 거짓말을 했다.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 실소유주가 아니라는 거짓말도 결국 들통이 났다.

 

4·7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거짓말 논란에 휩싸였다. 박형준 후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청와대 홍보기획관 재임 때 작성된, ‘4대강 반대 환경단체에 대한 국가정보원 사찰 문건’과 관련한 의혹이 불거졌다. 문건에 ‘홍보기획관 요청 사항으로 작성됐다’고 명기돼 있으나, 박 후보는 “본 적 없는 문건”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오세훈 후보는 2009년 서울시장 재임 시절 내곡동 보금자리지구 지정으로 36억원을 ‘셀프 보상’ 받았다는 의혹과 관련해, 처음엔 “지구 지정은 시장 취임 전인 노무현 정부 때였다”고 반박했다가, 지난 16일 “당시 공문서를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혼선이 있었다”며, 해명이 잘못됐음을 인정했다.

그러나 22일 다시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2007년 3월 문건을 공개하며 “노무현 정부에서 허가한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오 후보가 책임 회피를 위한 말 바꾸기로 일관 중”이라고 꼬집었다.

 

두 후보의 해명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여부는 검증이 끝나봐야 알 것이다. 다만 정치인의 말의 무게를 생각할 때, 결과에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건 분명하다.

 

손원제 논설위원 wonj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7921.html?_fr=mt5#csidx44ec72b516cc23381476e9d6bccb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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