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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딜레마’와 3년 전 ‘봄날의 약속’

道雨 2021. 4. 1. 09:50

‘안보 딜레마’와 3년 전 ‘봄날의 약속’

 

한 나라가 안보를 튼튼하게 하려고 군사력을 증강하면, 불안해진 상대국도 덩달아 군사력을 늘리기 마련이다. 양쪽이 서로 작용-반작용의 군비 경쟁을 벌인 결과, 안보가 모두 취약해지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국제정치학에서 말하는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다.

 

안보 딜레마는 힘의 우위를 통해 안보를 추구할 때 자주 나타난다. 공교롭게 남북은 모두 힘이 뒷받침된 평화를 강조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통일·외교·안보부처 업무보고에서 머리발언을 통해 “강한 국방이 평화의 기반”이라며 “이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한 국방력을 갖춰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도 지난 1월 제8차 노동당 당대회에서 “국가 존립의 초석이며 나라와 인민의 존엄과 안전, 평화 수호의 믿음직한 담보인 국가 방위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했다”고 밝혔다.

 

군사력을 증강하면서 상대국을 공격하겠다고 위협하는 나라는 없다. 다들 방어 목적이고 평화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한다. 현실에서는 한쪽이 군사력을 키우면 다른 쪽이 방어 목적인지 공격 목적인지 몰라 불안해진다. 우리가 한-미 연합연습을 두고 ‘연례적이고 방어 목적’이라고 설명해도, 북한은 ‘동족 상대 북침 연습’이라고 반발한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지난 30일 “북과 남의 같은 국방과학연구소에서 진행한 탄도미사일 발사 시험을 놓고, 저들이 한 것은 조선반도 평화와 대화를 위한 것이고, 우리가 한 것은 남녘 동포들의 우려를 자아내고 대화 분위기에 어려움을 주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니, 그 철면피함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안보 딜레마의 해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상대방보다 완벽한 힘의 우위를 확보해 철통같이 안보를 지키는 방법이다. 하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고, 모든 위협을 완벽하게 막기는 불가능하다. 둘째, 상호 신뢰에 기반한 군비 통제다.

 

안보 딜레마의 시작인 불안감은 군사적 대립의 결과이다. 남북 정상은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을 통해 단계적 군축 실현에 합의했다. 남북은 힘에 의한 평화가 아니라 신뢰와 합의 이행을 통해 평화를 만들어가자고 다짐했다. 남북은 3년 전 봄날의 약속을 허투루 넘기지 말아야 한다.

 

 

권혁철 논설위원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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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988990.html?_fr=mt6#csidxa1be349fbcc9096aad3c7f1260d8a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