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혼란만 키운 김웅 기자회견,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착수해야

道雨 2021. 9. 9. 09:55

혼란만 키운 김웅 기자회견, ‘고발 사주 의혹’ 수사 착수해야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핵심 고리인 중간 전달자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8일 해명 기자회견을 했다.

<뉴스버스>의 첫 의혹 보도 이후 엿새 만의 공식 회견이었지만, 시종일관 모호한 답변으로, 해명은커녕 혼란만 키웠다.

김 의원은 지난해 4·15 총선 직전,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에게서 4월3일과 8일 두차례에 걸쳐, 여권 인사 3명과 언론 관계자 등 모두 13명에 대한 고발장과 증거자료를 넘겨받아 당에 전달했다는 의혹에 대해 “당시 고발장 등을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고 확인할 방법도 없다”고 밝혔다.

불과 1년5개월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렇게 중요한 일을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니 이해하기 힘들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당시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에게 ‘(윤석열) 총장님을 잘 보필하라’고 보냈던 문자는 기억이 난다고 했다.

‘선택적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도 아니고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김 의원은 또 지난해 4월8일 두번째로 전달됐다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장에 대해서는 “제가 작성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윤석열 캠프 쪽에서는 김 의원이 <뉴스버스>에 최 대표 고발장을 자신이 작성했다고 말한 녹취록을 공개하고, 윤 전 총장과 검찰의 ‘고발 사주’ 자체가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이 녹취 당시 기자의 질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해 나온 답변일 뿐이라고 다시 정정함에 따라, 이 고발장 또한 검찰이 만들어 전달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이후 지난해 8월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이 검찰에 낸 최 대표에 대한 고발장 내용이, 4월8일 전달된 고발장과 토씨까지 거의 같은 판박이라는 점이 <한겨레> 보도로 드러났다. 검찰의 고발 사주가 실제 당 차원의 고발로 이어진 게 아니냐는 의혹을 더욱 짙게 하는 정황이다.

 

김 의원은 자신이 책임져야 할 만한 대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이 의혹을 처음 알린 ‘제보자’에 대해서는 “공익제보자 신분이어서 더 말 못 하지만, 신원이 밝혀지면 이 일이 벌어지게 된 경위도 이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동아일보> 인터뷰에선 “제보자는 윤 전 총장, 유승민 전 의원을 모두 잡으려 하는 것”이라고 말해, 당내 대선 경쟁 캠프의 연루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메신저를 공격해 메시지를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이 든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정치적 중립이 생명인 검찰이 총선에 영향을 끼치려고 특정 정당과 결탁해 고발을 사주했느냐는 것이다. 국민들도 캠프 간 다툼 여부를 떠나 이 본질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원할 것이다.

 

윤석열 전 총장도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문제의 고발장에 대해 “출처와 작성자가 없는 소위 괴문서”라고 깎아내리고, 제보자에 대해서도 “과거 그 사람이 어떤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고 저도 들었다”고 비난했다. 이렇다 할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의혹 제기를 ‘정치 공작’으로 계속 몰아가고 있는 것이다.

 

핵심 당사자인 김웅 의원이 진실에 다가갈 기회를 차버린 이상, 이제 의혹 규명은 검찰이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에 맡길 수밖에 없다. 대검 감찰부가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강제성이 없는 감찰은 한계가 뚜렷하다. 증거 인멸 등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강제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적용 법리가 공직선거법 위반이면 검찰이, 직권 남용이면 공수처가 담당인 만큼, 두 기관의 신속한 조율이 필요하다.

윤 전 총장도 떳떳하다면 수사에 당당히 임해야 할 것이다.

 

 

[ 2021. 9. 9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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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10997.html?_fr=mt2#csidx45fc9c3742912e8b9a000b5634765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