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장 건네진 전날, '제보자'는 라디오에서 "한 검사장" 5회 언급했다
[검증] 윤석열의 "한동훈 실명 언론에 거론 안됐다" 해명, 맞는 말일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예비후보는 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전면 부인하면서, 그 근거 중 하나로 "한동훈 검사는 당시 (언론에) 실명이 나오기도 전"이라고 반박했다.
즉, 검찰 측에서 작성돼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을 거쳐 미래통합당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고발장에, 명예훼손 피해자 중 한 명으로 한동훈 검사장이 적시되어 있는데, 고발장이 건네진 시점인 지난해 4월 3일에는 아직 그의 실명이 거론되기 전이니, 명예훼손이 성립되지도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 논리는 고발장의 신뢰성을 저하시켜 소위 '괴문서'로 평가절하하고, 또한 작성 주체가 검찰 쪽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근거로 사용된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취재 결과, 이는 사실과 거리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윤 후보의 이런 반박은 이틀 전인 6일 해당 캠프에서 내놓았던 입장의 반복이다. 윤석열 후보 캠프는 이날 '고발 사주 의혹 오해와 진실' 자료를 통해 "2020년 4월 3일은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언론의 실명 보도가 있기 전이었음"이라며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20년 4월 7일 채널A 사건을 고발했으며, 고발장에는 '한동훈' 실명 대신 '성명불상'으로 기재했음. 따라서 고발장에 굳이 한동훈 이름을 실명으로 넣어 고발을 사주할 이유가 없음"이라고 주장했다.
고발장이 건네진 날까지 언론에 '한동훈' 실명이 적시되지 않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자세히 확인한 결과, 이미 전날인 4월 2일 한동훈 검사장을 특정할 수 있는 수준으로 언론에 공개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것도 고발장에 함께 실명 판결문이 첨부됐던 '제보자'의 육성을 통해서였다.
MBC는 지난해 3월 31일 이른바 '검언 유착' 사건을 보도했다. 보도 내용은, 신라젠 대주주 이철이 채널A 법조기자로부터, 현직 검사장과의 친분을 앞세워 가족을 다치지 않게 해주겠다면서,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 등의 비위를 털어 놓으라는 편지를 받았다는 것. 당시 제보자는 이번 윤석열 검찰의 고발 사주 의혹에 실명 판결문으로 등장하는 지아무개씨였다.
이틀 뒤인 4월 2일 지씨는 한국방송(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 출연한다. 당시 인터뷰 내용을 보면 아래와같다. ([인터뷰 전문] 제보자(익명) - "제보자가 밝히는 채널A-검찰 간 '검언 유착' 진실")
▷ 김경래 : 그러면 채널A 기자들이 선생님에게 이 녹취록과 녹취파일은 어떤 검사다, 아무개 검사라고 딱 짚어서 이야기를 했나요?
▶ 제보자 : 그러니까 처음 녹취파일을 들려주겠다고 저한테 그 전날 하루, 이틀 전부터 만나자고 했거든요. 그런데 아무튼 채널A 기자들은 저를 3번 만나는데, 처음 만날 때부터 윤석열 최측근 그 다음에 고검 이야기를 했어요. 그래서 제가 검색을 해보니까, 딱 윤석열 최측근하고 고검 하면 한 검사장만 나오더라고요, 부산 고검에 있는. 그래서 만나기 전에 제가 검사장의 목소리가 나오는 PD수첩의 전화 통화 내용을 한 대여섯 차례 듣고 갔어요. 가서 들려줄 때 그 목소리가 맞는지만 제가 집중해서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들어보기에는 그 목소리가 맞더라고요. 그래서 길게 들을 필요가 없이 한 20초 들은 것 같고요. 또 그 목소리가 그걸 듣고 나서 그 사람들도 한모 검사장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해줬어요. 그러고 나서 그분들이 그러잖아요. 이거 검색하면 딱 나오는 사람이다라고 하기에 저도 그 자리에서 그 사람들 채널A 기자들의 동의를 받고 제 핸드폰으로 검색을 했어요. 검색을 해서 윤석열 한 칸 띄고 측근이라고 치니까 동아일보 기사 중에 3명이 나오는 검사장 이름이 3명이 나오는 게 떠요. 그래서 그것을 보여주니까 그 제일 왼쪽에 그러면 이분이 맞는 거죠? 그러니까 맞다고 알려줬죠.
▷ 김경래 : 그런데 지금 한 검사장은 신라젠 사건 관련해서 자기가 수사를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언론과 기자와 이런 대화를 한 사실이 없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말이에요. 이건 어떻게 봐야 되나요?
▶ 제보자 : 높은 고위직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하지 않죠, 원래. 그리고 이 문제를 파헤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제가 생각하기에는, 한 검사장이나 채널A 기자분이 오늘 이전 두 달간의 통화기록만 서로 제출하면 될 것 같고요. 그리고 또 채널A 기자가 그게 아니라고 한다 그러면, 저한테 들려줬던 녹음파일은 그냥 공개하면 될 것 같아요. 그게 한 검사장인지 아닌지는 제가 착각했는지 아닌지는 금방 밝혀질 것 아니겠어요? 그리고 제가 녹음파일을 듣고 나와서도 바로 다시 한 번 확인을 했어요, 그 목소리가 맞는지. 맞더라고요, 제가 들은 녹음파일이.
이처럼 당시 라디오 생방송을 통해 지씨의 육성으로 '한 검사장'이라는 단어가 전국에 전파를 탔다. 진행자 발언까지 합하면 5회에 달했다. 또한 "윤석열 최측근", "고검" 등의 단어까지 언급됐다. 이는 '동훈'이라는 이름만 나오지 않았지, 사실상 누구인지 특정되고도 남는 수준이다. 실명이 명확히 언급되지 않다 하더라도 누구인지 특정될 수 있는 수준이면 명예훼손이 성립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확립된 법리다.
이 방송이 나온 바로 다음날, 문제의 고발장은 지씨의 실명 판결문과 함께 미래통합당 측에 건네졌다.
김종철(jcstar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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