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비리(공직,사업,언론,기타)

'가짜 수산업자 로비' 박영수 등 7명 송치...수사 5개월 만

道雨 2021. 9. 9. 12:32

'가짜 수산업자 로비' 박영수 등 7명 송치...수사 5개월 만

 

이동훈 아이언세트 사실 아냐…엄성섭 성매매는 증거 부족

 

가짜 수산업자 김모(43) 씨 금품 로비 의혹을 수사해온 경찰이,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7명을 검찰에 송치하면서 사건을 일단락지었다. 김씨의 진술로 단서를 확보해 수사에 들어간 지 5개월 만이다.

 

9일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 등 7명을 검찰에 송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2월부터 선동오징어(선상에서 급랭한 오징어) 매매 사업 투자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김 씨를 수사했다. 김 씨는 송치되기 하루 전인 4월1일,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을 비롯한 금품을 건넨 주요 인사들의 이름을 진술했다.

 

이후 김 씨를 포함해, 박 전 특검, 이모 부부장검사(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전 포항 남부서장 배모 총경, 이동훈 전 논설위원, 엄성섭 TV조선 앵커, 중앙일간지 논설위원 1명, 종합편성채널 기자 1명 등 8명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입건했다.

 

청탁금지법상 직무관련성과 상관없이 같은 사람에게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거나 요구하면 처벌받는다.

 

경찰은 김 씨에게 고급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은 의혹이 제기된 박 전 특검은 '특검은 공직자'라는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 판단과 차량 출입기록 등으로 혐의를 인정했다. 박 전 특검은 자신은 공무상 사인이며 차량을 대여 받았을뿐이라고 혐의를 부인해왔다.

 

박 전 특검에게 김 씨를 소개 받은 이 검사 역시 명품지갑, 자녀학원 수강료, 고급 차량 등을 받은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지갑 판매처, 학원비 입금내역 등을 확인했으며,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이 검사는 특히 김씨가 체포된 뒤 휴대전화를 한차례 바꿨다가 압수수색 직전 초기화한 사실이 확인됐으나 법리상 증거인멸죄가 적용되지는 않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 대변인이었던 이동훈 전 위원에 대해선 김씨에게 받은 고급 골프채를 압수하고, 판매처와 구입 시기를 특정한 결과, 아이언세트만 받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송치하기로 했다. 이 전 위원이 제기한 '여권인사 공작설'은 따로 경위 파악을 하지 않았고, 추가로 제기된 사실도 없어 수사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 씨에게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고 고급 풀빌라에서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은 엄성섭 앵커는, 차량 관련 계약서와 접대비 입금내역을 확인한 결과 혐의가 있다고 봤다. 다만 실제 성행위가 있었는지는 증거가 없어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서울 한 사립대 대학원 등록금 일부를 대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종합편성채널 기자 역시, 김 씨의 계좌거래 내역 등을 확인해 송치했다.

 

중앙일간지 기자도 고급 차량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혐의를 인정했다.

 

고급 수산물, 명품벨트 등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전 포항 남부서장 배 총경은, 청탁금지법에서 규정한 금품 액수를 초과하지 않아 불송치 하기로 했다. 다만 과태료 부과 대상이어서 감찰에 통보할 방침이다.

 

김 씨에게 대게와 한우 세트 등을 받고, 제3자에게 수산물을 갖다달라고 부탁한 의혹이 제기된 주호영 의원도, 규정한 액수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보고 불입건 결정을 내렸다.

 

다만 김 씨에게 고급 차량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사실관계 확인을 비롯해 입건 전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이번 의혹에 이름이 거론된 박지원 국정원장, 정봉주 전 의원, 일부 연예인 등은, 규정 액수에 못 미치거나 법적으로 입건 전 조사대상이 아니어서 제외됐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 공직자·공공기관 종사자들이 청렴성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bell@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