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역사를 다시 쓴 시진핑의 ‘불안’

道雨 2021. 11. 17. 09:10

역사를 다시 쓴 시진핑의 ‘불안’

 

 

중국공산당 100년 역사에서 세번째로 나온 ‘역사 결의’는 역사에 대한 것이 아니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역사 다시 쓰기로 미래의 권력을 확고히 했다.

이번 ‘역사 결의’는 미국이 모델이 된 ‘민주·인권·미국식 자본주의’와는 다른, “중국의 길”로 가겠다는 매우 단호한 선언이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로 이름 붙인 ‘중국식 국가 주도 자본주의’의 길이고, 정치, 사회, 사상적으로는 중국공산당이 강하게 통제하는 권위주의의 길이다.

 

시 주석이 주장하는 “100년 동안 없었던 대변동”은, 중국이 미국을 넘어서 최강대국이 되는 대전환을 뜻한다. 시진핑 주석과 그 측근세력은, 중국이 ‘공동부유’와 과학기술 자립, 군 현대화로 미국을 뛰어넘는 초강대국이 되는 원대한 목표를 실현하려면, 또는 그 과정에서 겪어야 할 내우외환을 헤쳐나가려면, 시 주석 같은 ‘강한 지도자’가 장기집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사상’은 “21세기 마르크스주의이자, 중화문화와 중국 정신의 시대 정화”라고 선언함으로써, 이에 대한 비판도 도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이번 역사 결의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권력은 더욱 확고해진 듯 보이지만, 모든 권력과 결정권을 장악한 시 주석이 져야 할 책임도 그만큼 무거워졌다.

시 주석에게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미-중 패권 경쟁침체 신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경제다. 미-중 경쟁의 핵심은 첨단기술 분야인데, 중국을 견제하는 선진국들의 첨단기술 봉쇄망이 실제로 점점 촘촘해지고 있다.

2018년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을 주장했을 때, ‘현실성 없는 구호’로 여기는 이들이 많았다. 세계화로 긴밀하게 뒤엉킨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분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미국 동맹국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이에 동참할 리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올해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자,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손을 잡고 ‘중국 국가주도 경제가 초래하는 시장과 경쟁의 왜곡에 대응’하러 나서면서 판이 바뀌었다.

 

중국과의 전면적 디커플링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분화된 디커플링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김양희 국립외교원 경제통상개발연구부 부장의 분석에 따르면, 군사와 산업에 모두 쓰일 수 있는 ‘이중용도’의 핵심 첨단기술 공급망에서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중국을 배제한 ‘신뢰가치사슬’(TVC)을 만들어가고 있다.

반면, 민감하지 않은 품목에서는, 중국과 계속 교역을 하는 ‘글로벌 공급망’과 ‘지역 공급망’이 유지되고, 국가안보에 핵심적인 초민감 품목은 ‘국내가치사슬’을 활용하면서 다양한 공급망이 병존하게 된다.

 

미국은 중국을 배제하는 ‘신뢰가치사슬’에 한국, 일본, 대만을 끌어들였고, 쿼드(미국-인도-일본-호주), 주요7개국(G7), 미국-유럽연합 무역기술위원회(TTC), G14(바이든 대통령이 10월31일 주최한 공급망 정상회의에 참가한 14개국) 등으로 그물을 확대해가고 있다. 참여국들은 중국의 기술 추격을 늦추고 차세대 첨단기술을 주도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참여하고 있다.

이런 구조가 확립되면, 중국이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고 미국과 경쟁하기 위해 필요한 첨단기술, 관련 설비, 시장을 활용하는 비용은 점점 커지게 된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컴퓨터 등에서는 미국이 앞서가고 있고, 한국은 미래산업을 위해 미국 주도의 ‘신뢰가치사슬’에 참여할 수밖에 없다. 그 안에서 정부, 기업 등이 어떻게 구체적 역할을 할 것인지 치열하게 토론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김양희 부장은 말한다.

 

중국 국내에서는 부동산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성장모델의 한계, 민영기업에 대한 강압적 정책, 과도한 코로나 봉쇄 등으로 경기 침체가 뚜렷해지고 있다. 시진핑 주석이 ‘공동부유’로 불평등을 완화하고 내수 중심으로 성장모델 전환에 성공할지도 여전히 미지수다.

부동산세나 상속세 도입 등 ‘공동부유’를 실현할 개혁에 가장 강력하게 저항하는 것은, 중국 사회의 기득권이 된 공산당 간부들이다.

중국은 9500만 공산당원들과 그 가족이 대부분을 이루는 상층 20%와, 부를 누리지 못하는 비공산당원 80%로 분리된, ‘중국식 20 대 80’ 사회가 되었고, 이것이 개혁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만수 금융연구원 국제금융연구실장은 지적한다.

시 주석은 공산당원들을 향해 “초심을 잃지 말자”고 계속 다그치고 있지만, 이들의 기득권을 줄이기에는 정치적 위험이 너무 크다.

 

한중의 긴밀한 경제적 관계가 중요할수록, 한국은 중국이 겉으로 보이는 강함과 일사불란함과 함께, 자력갱생과 일치, 단결을 강조하면서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불안 요소도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미-중 갈등과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세계화는 후퇴하고 합종연횡의 전선은 복잡해지고 있다. 16일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첫 ‘화상 정상회담’은 ‘충돌은 피하려 하되 장기간 지속될 치열한 경쟁의 시대’를 예고했다.

 

한국이 ‘전략적 모호성’을 붙잡고 주저하는 시대는 끝났다. 첨단기술, 국제질서, 안보와 평화에서 한국의 역할은 더 분명해져야 한다.

 

 

박민희ㅣ논설위원

mingg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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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hani.co.kr/arti/opinion/column/1019541.html?_fr=mt0#csidx16a5f60b9b7f2f2bc889eea69878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