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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만큼 부유하나 불평등 큰 한국, 누진과세 강화해야

道雨 2021. 12. 9. 10:59

유럽만큼 부유하나 불평등 큰 한국, 누진과세 강화해야



“소득 수준은 서유럽 국가들과 비슷하지만, 불평등은 더 심하다.”

세계불평등연구소가 7일 발간한 ‘세계불평등보고서 2022’의 한국에 대한 진단이다.

소득 수준으로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해 있지만, 분배 정의가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어, 사회 통합이 매우 취약하다는 진단으로 읽힌다.

 

이번 보고서는 토마 피케티 프랑스 파리경제학교 교수 등이 참여하는 세계불평등연구소가 2018년에 이어 4년 만에 두번째로 낸 것이다. 보고서를 보면, 올해 전 세계 상위 10%의 부자가 전체 소득의 52%와 자산의 76%를 점유하고 있다. 소득 불평등은 20세기 초 제국주의가 정점이던 때와 비슷하게 심한데, 자산 불평등은 그보다 더욱 심하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보고서는 올해 한국 성인 인구의 평균 소득이 구매력평가(PPP) 환율 기준 3만3천유로(약 3843만원)라고 평가했다.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와 비슷하다. 그런데 상위 10%와 하위 50% 격차는 우리나라가 14배로, 프랑스(7배)나 이탈리아와 스페인(8배), 영국(9배), 독일(10배) 등 서유럽 국가들보다 최대 2배나 크다.

게다가 우리나라 상위 10%가 보유한 부는, 하위 50%의 52배로, 소득보다 불평등 정도가 훨씬 심했다.

전체 근로소득에서 여성의 점유율은 2020년 32.4%로, 일본(28%)이나 인도(18%)보다는 높지만, 서유럽(38%)이나 동유럽(41%)보다 낮았다. 곳곳에 불평등 투성이다.

 

보고서가 지적하듯이, 우리나라에서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커진 것은, 고성장 시대에 “사회적 안전망이 취약한 상황에서 탈규제와 자유화가 이뤄진” 것과 관련이 있다. 인구 고령화의 급속한 진행도 빈곤과 격차를 키우고 있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계속 확대되는 것은, 정부의 개선 노력이 악화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득 상위 10%의 몫은 2012년 44.9%였는데, 올해는 46.5%로 1.6%포인트 상승했다.

 

적극적 재분배 정책 없이 불평등의 확대를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세계불평등연구소는 누진적인 조세 정책으로 세금을 마련해, 교육과 보건 등에 투자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소득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구실에 찬성하는 비율이 낮아지고 있다. 정부 재분배 정책의 신뢰도가 낮은 것도 한 요인이다. 그 이유를 꼼꼼히 살피고 정책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 2021. 12. 9  한겨레 사설 ]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1022535.html#csidx32eb2f9c54d002fa401f03f76d5c2c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