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김건희, 측근) 관련

‘무소불위 검찰’ 만들겠다는 윤석열. 마음은 흐리고 몸은 뻣뻣하다

道雨 2022. 2. 15. 09:48

‘무소불위 검찰’ 만들겠다는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인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14일, 검찰권을 유례없이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사법 분야 공약을 내놨다.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고, 검찰에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는가 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축소됐던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다시 확대하겠다고 했다.

검찰의 막강한 권한을 검찰 개혁 이전으로 일거에 되돌리는 것은 물론,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검찰에 대한 최소한의 민주적 통제 장치마저 허물어버리겠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무소불위의 검찰’을 만들겠다는 노골적인 공언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수사·기소의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을 지키라는 뜻에서, 검찰총장 임기제와 검사 신분 보장 등을 통해 검찰에 독립성이 부여돼 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제 식구 감싸기와 정치적 행위의 방패막이로 무수히 악용해왔다.

유력 검사를 동생으로 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뇌물 혐의로 수사받던 중 국외 도피했다가 돌아와서도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은 사건, 선거를 앞두고 검찰이 야당에 고발장을 몰래 전달한 고발 사주 의혹 사건 등은, 검찰이 외부 감시와 견제를 벗어나 얼마나 불공정하고 정치적인 일을 벌여왔는지 보여주는 비근한 사례다.

인사·예산 등 간접적 통제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를 통한 민주적 통제마저 사라진다면, 검찰은 ‘선출되지 않은 절대권력’이 될 수 있다.

 
 
 

더구나 그 자신이 검찰권 남용으로 징계를 당하고, 퇴임 뒤 대선에 직행해 검찰 중립성을 허문 윤 후보가, 이런 공약을 내놓았다니 더욱 기가 찰 일이다.

윤 후보는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에 부당 개입하려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을 초래했고, 이 일로 징계까지 받았다. 법원도 징계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또 윤 후보는 총장 시절 장모와 부인 관련 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라는 수사지휘도 받았다. 이들 수사는 윤 후보가 총장에서 퇴임한 뒤 급물살을 탔다.

결국 윤 후보는 검찰이 조직적 이해관계나 수뇌부의 개인적 목적에 따라 검찰권을 사용할 때, 이를 막을 장치가 필요함을 보여준 장본인이다. 다시는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검찰 중립을 지키기 위한 제도를 정비해도 모자랄 판에, 검찰의 무소불위에 날개를 달아주는 공약을 내놓은 것은 전혀 반성이 없는 태도다.

 

윤 후보는 최근 당선될 경우 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을 중용할 것을 시사하는 발언도 했는데, 여기에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넓히려는 이번 공약을 더해보면, 수사권을 이용한 ‘검찰 정치’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수사·기소권이라는 막강한 권력은, 여러 기관에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게 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민주적 통제 아래 두는 게 우리 헌법과 민주주의 원리에 맞다.

검찰총장에나 어울리는 검찰 중심적 사고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윤 후보의 이번 공약은 철회해야 마땅하다.

 

 

[ 2022. 2. 1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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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권력’ 복원…“검사 우월주의자 윤석열의 오만한 공약”

 

윤석열 사법분야 공약 분석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14일 발표한 사법분야 공약을 살펴본 법조계 인사들은, 사실상 ‘검찰권력 복원’에 방점이 찍힌 공약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20여년 여야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검찰 권한 분산을 위해 논의하고 도입했던 여러 제도를 일거에 원점으로 되돌리는 내용이 상당수 담겼기 때문이다.

특히 ‘집권 뒤 측근 중용, 전 정권 수사’를 언급해 정치 보복 예고 논란을 일으킨, 검찰총장 출신 후보의 검찰 수사권 복원 약속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윤 후보는 본인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는 고발사주 사건 수사기관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대해서도 그 권한과 위상을 약화시키는 것은 물론, 폐지 가능성을 또 다시 언급했다.

 

윤 후보는 이날 △법원 △법무·검찰 △공수처·경찰 △국민 권리구제와 관련해 11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검찰권력 복원과 직간접으로 연결되는 공약이 4가지나 된다.

우선 윤 후보는 법무부 장관의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법무부 장관 권한을 규정한 검찰청법은 ‘장관은 일반 사무에 대해서는 검사를, 구체적 사건에 대해서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윤 후보는 자신이 집권하면 검찰총장에 대한 수사지휘권을 없애는 한편, 법무부가 가진 예산편성권도 검찰총장에게 주겠다고 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수사지휘권 폐지와 독자적 예산편성권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도권의 한 검찰 고위간부는 “법무부 장관에게 수사지휘권과 예산편성권, 인사권을 부여한 것은, 막강한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서다. 수사지휘권을 없앤다면 검찰총장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수사하거나 수사하지 않는 상황을 통제할 방법이 사라진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검찰청의 한 간부는 “수사지휘 없으면 이른바 ‘검찰 파쇼’를 부를 수 있다. 검찰 제식구 감싸기가 심할 때, 사건 처리 과정에 국민적 의혹이 있을 때, 철저한 수사를 지시할 수 있는 통제 장치가 없다면, 검찰 독주를 막을 수 없다”고 했다.

 
 

 

법학계에서도 수사지휘권은 궁극적으로 폐지돼야 하지만, 지금 구조에서는 성급하다고 말한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하려면 검찰권력이 남용될 여지가 없다는 전제가 필요한데, 여전히 검찰은 6대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있고 기소권까지 갖고 있다”고 짚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궁극적으로 검찰이 독자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전제는 검찰총장의 중립성이 담보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공약을 두고 불과 11개월 전까지 검찰총장이었던 윤 후보의 ‘내심’이 반영된 공약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후보 최측근인 국민의힘 권성동·조수진 의원은, 윤 후보 가족 수사 등을 두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충돌하던 ‘윤석열 검찰총장’을 엄호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각각 발의하기도 했다.

한 검찰 간부는 “윤 후보 자신이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은 것에 대한 반작용으로 내놓은 것 같다. 검찰이 준사법기관이라고 주장하지만 결국 행정부 안에 있는 외청이라는 것을 잊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총장에게 독자적 예산편성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검찰을 외청이 아닌 법무부와 같은 ‘검찰부’로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홍석 변호사는 “수사지휘권을 폐지할 경우, 현재 검찰 시스템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수사기관을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그 자체로 정치적 책임을 질 사안이다. 특정 권한 행사가 잘못됐다고 즉흥적으로 제도 자체를 들어내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고 했다.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권을 검찰·경찰에도 주겠다는 공약을 놓고서도, 공수처 권한 약화와 함께 검찰 수사권 확대 들러리로 경찰을 세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에 고위공직자 범죄를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을 주면, (출범 1년을 맞은) 공수처는 고사할 수밖에 없다. 검사 사건을 검찰이 먼저 인지하면 (과거처럼) 수사를 뭉개버릴 수도 있다”고 했다.

서보학 교수는 “공수처가 출범한 배경은, 그동안 검찰이 검사 비리,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출범한 지 1년밖에 안 된 공수처를 무력화할 때가 아니라, 설립 취지에 맞게 제구실을 할 수 있게 보완책을 강구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경찰의 사건 송치 후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언급한 공약 역시, 상대적으로 축소된 검찰 수사 영역을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으로 되돌리려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는 국민이 수사기관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한편, 수사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두 기관의 사건 떠넘기기를 막는 방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가 이뤄질 경우, 애초 경찰 수사와 검찰 기소를 분리한 검경 수사권 조정 취지가 무력화할 것이라는 평가가 경찰 내부에서 나온다. 검찰 인력으로는 경찰이 송치한 모든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검찰 ‘입맛’에 맞는 수사 대상을 고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양홍석 변호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뒤 사건 떠넘기기 등 여러 문제점이 있다. 그렇더라도 검찰이 경찰 수사를 돕거나 견제하는 쪽으로 개선이 이뤄져야지, (과거처럼) 검찰이 직접 수사를 많이 하는 방향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 후보 공약이 여전히 검찰총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쓴소리도 나온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장관 수사지휘권은 폐지하고, 그런 검찰총장에게 예산편성권을 주고, 공수처 기능까지 약화시키면, 권력기관의 균형이 무너진다. 결국 검찰이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검사만이 중요 수사를 할 수 있다는 검사 우월주의자의 오만함이 깔린 공약”이라고 했다.

 

한편 윤 후보는 “경찰 고소 사건은 경찰이, 검찰 고소 사건은 검찰이 각각 처리하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발표했다가, 불과 1시간40분 만에 해당 내용을 삭제한 자료를 다시 배포했다. 검찰 직접 수사 물꼬를 사실상 완전히 트겠다는 것인데, 대선을 앞두고 경찰 조직 반발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김경욱 기자 dash@hani.co.kr 전광준 기자 light@hani.co.kr 강재구 기자 j9@hani.co.kr 서혜미 기자 ha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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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확해진 전선... "검찰 독립"이냐, "검찰제국 저지"냐

윤석열, 검찰독자 예산·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공약... 민주 "무소불위 검찰 누가 견제하나"

 
 

 

집권 시 문재인 정부 적폐수사를 예고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이번에는 검찰권을 강화하는 공약을 내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여기에 '검찰제국 NO'라는 메시지로 맞붙으면서, 두 후보의 전선은 더욱 명확해지고 있다. 

윤 후보는 14일 오전 서울시 영등포구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을 위한, 국민의 사법, 국민에게 더욱 다가가는 사법서비스를 실현하겠다"며, 11가지 공약을 발표했다. 그는 특히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폐지 ▲ 검찰총장에게 독자적 예산편성권 부여를 약속했다. 검·경이 수사 또는 내사 중인 고위공직자 부패 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넘기도록 한 조항도 없애겠다고 덧붙였다.



'가짜 검찰개혁' 없애겠다는 윤석열

이 가운데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과 공수처 부분은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오랫동안 꾸준히 요구되다가, 문재인 정부 들어 확립된 사안이다.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는 수사지휘권은, 1949년 검찰청법 제정부터 있었으나 사실상 죽은 조항이었다가, 2005년 천정배 장관이 강정구 동국대학교 교수의 국가보안법 사건 불구속 수사 지휘를 계기로 처음 발동됐다.  

이후 수사지휘권은 발동되지 않다가, 추미애 장관이 2020년 '검언유착 사건'을 계기로 헌정사상 두 번째 수사지휘권을 행사했다. 그는 같은 해 10월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라임자산운용 로비 의혹과 가족 의혹 사건 지휘에서 빠지라고도 지휘했다. 뒤이어 취임한 박범계 장관도 2021년 3월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에서 재소자 김아무개씨의 모해위증혐의 여부와 기소가능성을 다시 살피라고 수사지휘했다. 

여권은 이 사례들을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한 것'이라고 평가해왔다. 공수처 역시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세워졌다. 하지만 14일 윤석열 후보는 공약 발표 후 "사실상 이 제도를 만들어낸 나라에서도 사문화된 지 오래"라며 "검찰총장은 국회에 출석 안 하고, 법무부 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검찰 사무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에 하나의 근거로 만들어놓은 것이다. 더 이상 악용될 기회를 차단하고,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의 오랜 숙원인 예산권 독립도 약속했다. 검찰 일각에서는 '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명분으로 행정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있도록 자체적인 예산·인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윤 후보 역시 "옛날부터 이렇게 해야 된다는 얘기가 많았다"며 "검찰청은 중앙행정기관이다. 법무부가 예산을 같이 들고 가서 할 수는 있겠지만, 자체 편성하고 (국회) 예결위에 가서 자신의 예산에 대해 설명하는 것들은 검찰이 자체 책임 하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그는 '검찰총장에게 독자적인 예산편성권을 부여하면 검찰공화국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 질문에 "검찰공화국은 맞지 않다. 지금은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의해서 주요 (검찰) 인사가 통제되고 관리되지 않냐"고 반문했다. 또 "검찰업무는 사법시스템 통제를 받는다"며 "검찰이 얼마나 국민의 검찰로서 제 기능을 하느냐는 것은 정치권력이 여기에 개입하지 않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얼마나 존중해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검찰제국' 막겠다는 이재명
 

 
민주당은 윤 후보의 공약을 '검찰제국 선포'로 규정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민주공화국 YES, 검찰제국 NO"라는 메시지를 내걸었다. 그는 오전 명동 기자회견에서도 "이번 대선은 역사적 분기점"이라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국가발전을 앞당기는 유능한 민주국가가 될지, 복수혈전과 정쟁으로 지새우는 무능한 검찰국가가 될지가 결정된다. 과감한 정치보복과 검찰에 의한 폭압정치를 꿈꾸는 정치세력에게 권력을 쥐여주는 것은 정의일 수 없다"고 외쳤다. 

우상호 선대위 총괄본부장은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후보가 검찰의 숙원을 풀고 검찰권력에 날개를 달아주는 공약을 발표함으로써, 검찰제국의 초대 황제로 등극하겠다고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윤 후보는 검찰총장 후보자 중 가장 강력하게 검찰개혁에 주장했기에 기용됐다. 그 모든 것이 무간도 같은 쇼였다는 것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이재명 대통령으로 정권 재창출 후 반드시 검찰개혁을 완수하겠다"고 밝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오늘 윤 후보가 친정인 검찰에 준다는 선물은 그 자체로 충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정치보복을 운운하더니, 공수처를 무용지물로 만들어 검찰이 문재인 정부를 직접 수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고, 법무부 장관의 검찰 지휘권도 무력화시켜 법무부 위의 검찰, 무소불위의 검찰제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며 "윤 후보는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는 권력을 검찰에게 주겠다고 공언했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오랫동안 보좌했고 현재 선대위 정무조정실장인 윤건영 의원 역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폐지해 장관조차 유령으로 만들면, 검찰의 막강한 힘은 누가 견제하나. 예산도 검찰총장이 기재부 장관과 직접 담판을 짓는다면, 법무부 위에 검찰이 서겠다는 것인가"라며 "오만하고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은 오로지 국민을 섬겨야 한다"며 "검찰 조직만을 위하고 복수할 생각밖에 없는 대통령은 안 된다"고 했다. 

 

박소희(s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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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흐리고 몸은 뻣뻣한 후보가 집권하면

 

“문재인 정부 스스로 문제될 게 없다면 불쾌할 게 없지 않겠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집권하면 현 정부 적폐 수사를 하겠다’고 발언한 데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를 요구하자, 윤 후보는 이렇게 대꾸했다.

다음날엔 “내 사전에 ‘정치보복’은 없다. 어떠한 사정과 수사에도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후보가 ‘사정 수사는 하겠지만 정치보복은 아니다’라고 말하는 건, ‘술은 마셔도 음주운전은 아니다’는 말처럼 교묘한 언사로 들린다. 역대 어느 대통령후보도 이렇게 노골적으로 ’정치보복’을 시사한 사례는 없다. 윤 후보의 발언은 검사 마인드로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위험한 발상의 단면을 드러낸다.

 

‘죄 없으면 두려워할 게 뭐 있나.’

밀폐된 조사실에서 검사가 쉽게 던지는 이 말은, 바꿔 말하면 “탈탈 털어서 먼지 안 날 사람 어디 있겠나‘라는 일종의 겁박이다.

2006년 서울중앙지검 검사이던 금태섭씨는 <한겨레신문>에 ‘현직 검사가 말하는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글을 연재한 적이 있다. 검찰은 발칵 뒤집혀 금 검사를 인사조처했고, 연재는 첫회만 실린 채 중단됐다. 이 글의 첫 단락은 이렇게 시작한다.

“수사기관에 입건되어 피의자가 된 때의 곤혹스러움은 경험자가 아니면 짐작조차 하기 어렵다.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도 최종적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기까지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는다. 심지어 오랫동안 판사, 검사, 변호사로 활동하던 법률가나 수사가 직업인 경찰관도 피의자가 되면 불안에 떤다.”

피의자의 이런 불안감을 최대한 이용해 실수를 이끌어내고 유죄로 몰아가는 게 검찰의 수사 기법임을 이 글은 말한다. 검사가 피의자에게 할 법한 말을 지금 유력 대통령후보의 입에서 듣는 건 소름 끼치는 일이다.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다. 트럼프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국무부 이메일 논란에 대해 “내가 대통령이 되면 힐러리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을 두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은 “선거에서 이기면 정적을 구속시키겠다고 말하는 후보가 있다. 이에 비하면 모든 문제는 부차적”이라고 트위터에 썼다.

<시카고트리뷴>의 에릭 존은 칼럼에서 “아직 바닥이 아닌 건가?”라고 아연해했다.

트럼프 집권 시기에 미국 사회가 얼마나 분열되고, 전세계에 갈등의 소용돌이가 몰아쳤는지 우리는 기억한다. 지난해 10월 미국 퓨리서치 여론조사를 보면, ‘정치적 갈등이 가장 심한 나라’ 공동 1위가 바로 한국과 미국이다. 윤 후보의 발언이 현실화하는 순간, 한국은 독보적인 1위로 올라설 게 분명하다.

 

논란이 커지자, 그는 “역대 정부에서 이전 정권 비리에 대한 수사가 없었던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집권세력이 공개적이고 전면적으로 이전 정권 수사를 벌인 적은 두 번 있다. 한번은 문재인 정부 때고, 다른 한번은 ‘중단 없는 개혁과 사정’을 천명한 김영삼 정부 시절이다.

문재인 정부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한 직후에 집권했다. 김영삼 정부는 수십년간의 군부 통치 이후에 등장한 첫 민간 정부였다. 둘 다 ‘적폐 수사’의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 외엔 어느 대통령후보도 상대 후보 또는 정치세력을 겨냥한 사정 수사를 다짐하진 않았다.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에 목숨을 잃을 뻔했던 김대중 후보는 “정치보복은 없다”고 선언했고, 2012년 박근혜 후보조차 ‘100%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렇게 철석같이 약속해도 이전 정권 수사는 되풀이됐고,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 죽음으로 이어진 게 한국 정치의 아픈 현실이다.

‘집권하면 전 정권 수사를 할 거냐’는 질문에 “해야죠. 해야죠. 돼야죠”라고 세번이나 강조한 윤 후보 말을 그냥 흘려 넘길 수 없는 이유다.

 

이 발언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강렬한 증오의 표현이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라고 본다.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게 오직 수사니까, 그 수사에 정치적 명운을 걸고 국가를 이끌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런데, 비리 수사하듯이 국정 운영을 해도 될 만큼 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리 한가한가. 모든 사람이 현 정부의 적폐 수사가 지나쳤다 비판해도, 그 칼을 휘두른 윤 후보는 그럴 자격이 없는 게 아닌가.

 

백인정권에 27년간 투옥됐던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는 대통령이 된 뒤 “증오는 마음을 흐리게 한다. 지도자는 누군가를 미워할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후보의 마음은 흐리고, 몸은 열차 객석에 구둣발을 올려놓은 정도로 뻣뻣한 것처럼 보인다.

 

박찬수 | 대기자 : p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