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대선 전 선임’ 대우조선 사장 문제삼는 인수위의 몰상식

道雨 2022. 4. 1. 09:15

‘대선 전 선임’ 대우조선 사장 문제삼는 인수위의 몰상식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신임 대표이사를 현 정부의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며,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할 뜻을 밝혔다. 청와대 쪽은 인사에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며 강력 반발했다. 산업은행이 대주주이긴 하지만 민간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이 이미 대선 전 이사회에서 의결한 회사 내부 출신 사장 후보자를 인수위가 문제 삼고 나선 것은 상식에 맞지 않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외형상 민간기업의 이사회 의결이라는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나,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자초한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며 “정권 이양기 막대한 혈세가 들어간 부실 공기업에서 이런 비상식적 인사가 강행된 것은 합법을 가장한 사익 추구라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인수위의 주장은 두가지 점에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

첫째는 대우조선이 이미 대선 전에 신임 대표이사의 선임 절차를 사실상 마쳤다는 점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월24일 경영정상화 관리위원회를 열어 박 조선소장(부사장)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어 3월8일 이사회를 열어 박 내정자의 선임 건을 의결하고, 3월28일 주총에 상정하기로 했다. 3월8일 공시까지 마쳤다. 대선 전에 투자자들에게 공시까지 낸 사안을 뒤늦게 문제 삼는 게 어리둥절할 뿐이다.

둘째는 박 신임 사장이 36년간 대우조선에 몸담아온 내부 출신이라는 점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인사가 논란이 되는 건 전문성이 떨어지는 인사를 정권 핵심부가 ‘낙하산’으로 내리꽂았을 때다. 그런데 박 사장은 조달·생산 등 여러 부문을 거치고, 조선사에서 ‘넘버 2’인 조선소장을 2019년부터 맡아 현장 사업을 총지휘해왔다. 직전 이성근 대표이사 역시 조선소장에서 승진한 사례였다. 단순히 대통령 동생의 대학 동기생이라는 이유로 반대하는 건 괜한 트집잡기로 보인다.

 

인수위의 이번 주장이 혹여나 선거 승리를 도운 이들에 대한 보은 인사와 관련이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 이런 행태야말로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을 부실로 만드는 일이다. 대우조선이 부실화된 데는 정권이 경영진 인사에 개입한 영향도 적지 않았다. 대우조선이 정상화에 매진하도록 더 이상 외부에서 흔들지 말기 바란다.

 

 

[ 2022. 4. 1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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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기업’ 대우조선 사장 인사까지 ‘새 정부 몫’이라는 인수위

 

인수위 “대통령 동생 대학동창 선출
사실상 공기업, 새정부와 조율” 주장
청 “인수위가 대우조선 사장 자리
눈독 들이고 있다는 게 놀랍다”

일반 주주 지분 40% 넘는 상장기업
후보 추천·주총 등 절차 거쳐 선출
노조 “인수위, 도 넘은 인사 개입”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31일 대우조선해양 박두선 신임 대표이사를 문재인 대통령의 “알박기 인사”로 규정하고 감사원 조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청와대가 “정부가 눈독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며, 봉합됐던 신구 권력 갈등이 재연되는 모습이다. 이런 가운데 인수위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선임된 상장기업 대표이사의 거취를 공개 거론하는 것은 월권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원일희 인수위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브리핑을 열어 “대우조선해양은 문재인 대통령의 동생과 대학 동창으로 알려진 박두선 신임 대표 선출이라는 무리수를 강행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어 “외형상 민간기업의 의사회 의결이란 형식적 절차를 거쳤다고는 하나, 사실상 임명권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자초하는 비상식적이고 몰염치한 처사”라고도 했다.

원 수석부대변인은 “국민 세금 4조1000억원이 투입된 대우조선해양은 케이디비(KDB)산업은행이 지분의 절반을 넘게 보유하고 있는 사실상의 공기업”이라며 “회생방안을 마련하고 독자생존을 하려면 구조조정 등 고통스러운 정상화 작업이 뒤따라야 하고 새로 출범하는 정부와 조율할 새 경영진이 필요한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의 인사권이 새 정부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하기 이전에 당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정권교체기 인사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며 ‘내로남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산업은행의 법정관리를 받고는 있지만 공기업이 아닌 민간 상장기업이다. 박 신임대표 역시 전임 대표이사의 임기 종료로 대우조선해양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의 정식 절차에 따라 후보 추천 및 주주총회를 거쳐 최종 선출됐다.

 

이 때문에 인수위가 일반 주주 지분이 40%가 넘는 민간 상장기업의 인사 개입을 시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기업인 대우조선해양은 감사원 감사 대상도 아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는 이날 성명을 내어 “(인수위의) 대우조선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며 “노조는 사장 인선과 관련해 조선산업 경험이 많고 현장을 잘 아는 내부 인사가 선임돼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고, 박두선 사장이 지회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기에 반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선 과정에서 외압이 있거나 적법성에 위배된다면 근거를 내놓고 따져야 할 문제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은 보기 좋지 않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을 언급한 인수위 주장에 강하게 반발했다. 신혜현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대우조선해양의 사장 자리에 인수위가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며 “대우조선해양의 사장으로는 살아나는 조선 경기 속에서 회사를 빠르게 회생시킬 내부 출신의 경영 전문가가 필요할 뿐, 현 정부든 다음 정부든 정부가 눈독을 들일 자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우조선해양은 공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아닌 상법이나 자본시장법에 따라 민간기업”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이 임명한 바도 없고 관여한 바도 없으며 관여할 수도 없다”고 반박했다.

대우조선해양 인사권 문제가 불거지면서, 지난 28일 청와대 회동으로 봉합되는 듯했던 신구 권력 갈등이 사흘 만에 재연되는 모습이다. 서로를 향해 “몰염치” “눈독” 등 거친 언사를 쏟아내는 등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여서, 대통령 집무실 용산 이전 논의 등 정권 이양 작업에까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원 부대변인은 “청와대 이전과 공기업 알박기 인사 문제는 연관성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도 별도 사안이라며 선을 그었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 이완 기자 wani@hani.co.kr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박태우 기자 eh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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