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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공화국’ 등장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道雨 2022. 4. 19. 11:00

‘검찰공화국’ 등장 막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우리는 지금 새로운 차원의 검찰공화국의 출현을 앞두고 있다. 대통령이 사실상 검찰을 직할하는 검찰공화국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는 이미 검찰을 동원해 현 정권 수사를 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대통령의 통치권을 뒷배로 둔 강력한 검찰의 발호. 차기 정부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상상하는 것 이상이 될 것이다.

 

정권 교체기에 이런 염려에 휩싸인 것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미진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단행된 검찰개혁의 핵심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이다. 일정 부분 검찰 권한을 분산시켰고, 검사들도 견제의 대상이 되었다는 점에서 개혁의 성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계가 분명하다.

검찰은 기소권 외에 중요 사건에 대한 직접수사권, 독점적 영장청구권, 수사인력 등 예전의 전력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반보의 검찰개혁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특히 검찰에서 수사권을 분리하지 못한 것은 큰 실책이다. 현실에서 기소권과 수사권의 결합은 상상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를 낸다. 검찰이 혐의를 두고 시작한 수사는 기소권에 의해 견제되지 않고 대부분 바로 기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잘못된 수사, 무리한 수사, 표적수사, 편파수사도 기소로 이어진다. 외부에서 검찰의 수사-기소로 이어지는 과정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사건 왜곡 및 조작도 자주 벌어진다.

위조한 증거를 사용해 서울시 공무원을 간첩으로 조작하거나, 국무총리를 지낸 인사를 감옥에 보내기 위해 증인들에게 허위증언을 사주할 수 있었던 것도 검찰이기에 가능했다. 외부 친검 단체를 사주해 형사고발하도록 한 뒤 이를 받아 수사-기소를 감행하는 것도, 검찰이 원하는 대로 사건을 만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당시 엄상섭 의원이 기소권을 가진 검찰에 수사권을 주면 ‘검찰 파쇼’가 우려된다고 했었던바, 지금 그 염려가 현실화된 상황이다. 선진 외국에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강력한 검찰공화국의 출현을 앞두고 국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국가의 운명, 국민의 행복을 검사들 손에 백지신탁하고 지켜만 볼 것인가? 지금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기소권 분리’ 법안의 처리를 서두르는 것은 당연히 요청되는 일이다. 집권 여당이 검찰 파쇼를 막기 위한 개혁조치에 나서지 않는다면, 그건 중요한 책무를 저버리는 일이 될 것이다.

차기 대통령이 어떤 검찰개혁 법안도 거부권 행사를 할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논의하자는 주장은, 사실상 검찰공화국의 도래를 용인하자는 주장과 다름없다.

특권을 내려놓아야 하는 검찰의 반발은 당연히 예상된 것이다. 검찰은 반부패 수사가 사라질 것이라고 강변하지만, 사실과 맞지 않는 주장이다. 현재도 경찰이 반부패 수사를 하고 있고, 공수처도 고위직의 부패를 수사하고 있다. 특정 중요 범죄에 대한 역량 있는 수사기관이 필요하다면, 민주당이 국회 논의를 통해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수사권을 가지고도 편파, 왜곡, 제 식구 감싸기 수사를 일삼은 검사들에게는 더 이상 수사를 맡기지 않겠는다는 것뿐이다. 명백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도 제대로 수사하지 않으면서 무슨 수사권을 고집할 염치가 있는가.

수사-기소 분리가 실현되면, 검사의 수사가 사라질 뿐, 다른 수사기관에 의한 반부패 수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검사들의 진짜 반대 이유는 ‘현직에 있을 때는 권력을 누리고, 퇴임 후에는 전관예우를 이용해 큰돈을 벌 수 있는 특권적 지위를 잃기 싫다’는 데 있다.

수사-기소 분리를 통해 검찰을 선진화하는 것은, 검찰공화국의 도래를 막고, 정상 국가의 길을 가기 위한 시급한 개혁조치다. ‘권력 분립’ ‘견제와 균형’은 민주헌법의 기본가치에 해당한다. 평소 헌법가치를 중시한다는 윤석열 당선자의 말이 진심이라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의 국회 처리에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 국회는 진영 논리를 떠나 검찰선진화의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서보학ㅣ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