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IPEF·미일동맹 강화, ‘질서 대전환’ 기로에 선 아시아

道雨 2022. 5. 24. 11:44

IPEF·미일동맹 강화, ‘질서 대전환’ 기로에 선 아시아

 

23일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공식 출범하고, 일본의 군사력과 미일동맹 강화 신호를 분명히 한 미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중국을 미국 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도전자로 규정하고, 동맹을 규합해 이를 차단하려는 미국 아시아 전략의 ‘핵심 포석들’이라 할 수 있다. 요동칠 국제질서의 불확실성에 대비할 정교한 외교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날 미일 정상회담은 미일동맹의 근본적 변화를 알린 순간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일본은 ‘전수방위’ 역할을 넘어 미국과 나란히 군사적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일본의 방위력을 근본적으로 강화“할 결의를 밝혔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 방위비를 2%대로 대폭 늘리고, ‘적기지 공격 능력’도 확보할 전망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 북한 핵 개발 등으로 위기에 처한 국제질서를 수호한다는 명분이다.

두 정상은 또 “동·남중국해에서 힘을 배경으로 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에 함께 대응하겠다고 했다.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미국이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적 관여를 하겠느냐”는 질문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예스(Yes).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라고 답했다. 명분이 무엇이든, 과거 침략역사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반성이 없는 일본의 군사력 증강은 한국을 비롯한 이웃국가들로부터 우려와 반발을 살 수밖에 없음을 직시하기 바란다.

 

이날 공식 출범한 아이피이에프에는 한국과 미국·일본·호주·인도·싱가포르·베트남 등 13개국이 참여했다. 안보협력체인 쿼드와 오커스에 이어 미국의 ‘중국 견제’ 틀이 더해진 것이다. ‘경제·기술 협력체’인 아이피에프는 실제 작동에 따라 지역 경제 질서를 새롭게 규정할 수 있다.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아태 지역에 군사 집단과 진영대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라고 비난하는 등 이런 흐름에 중국의 반발은 강해지고 있다. 21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거론된 데 대해서도 중국은 외교 경로를 통해 항의했다고 이날 밝혔다.

 

아시아에서 더욱 치열해질 미-중 패권 경쟁은 북핵과 분단, ‘안보에선 미국, 경제에선 중국과 가까운’ 한국의 딜레마를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한국은 국제질서를 위해 역할을 하는 동시에, 미·일과는 다른 한국의 현실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각계각층의 여론을 모아 균형을 잃지 않는 외교를 신중하게 해나가야 한다.

 

 

[ 2022. 5. 24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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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일본의 ‘적 공격 능력’ 족쇄 풀어줬다

 

미·일 정상회담 “대중 억제력 강화”
기시다 “방위비 늘려 공격력 보유할 것”
바이든 지지…중국 견제 IPEF 출범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가 23일 출범을 선언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출범식에 참여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나한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23일 정상회담을 열어, 미-일 동맹의 ‘억제력과 대처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아시아·태평양 지역과의 경제적 결속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출범을 선언했다. 강화된 미·일 동맹과,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를 내세워, 안보와 경제 양쪽 측면에서 ‘대중 포위망’을 강화하려는 두 나라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날 도쿄 미나토구 아카사카 영빈관에서 열린 두 정상의 첫 공식 대면 정상회담의 최대 화두로 올라선 것은 ‘중국’이었다. 미-일 정상은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강화’라는 제목이 달린 공동성명에서 “규칙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정합하지 않는 중국의 지속적인 행동에 관해 논의했다”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억제력 강화에 협력하는 것에 일치했다”고 밝혔다.

또 중국이 민감하게 생각하는 대만해협 문제와 관련해선 “국제사회의 안정과 번영에 불가결한 요소인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고 지적했다.

 

두 정상은 이날 공동선언문의 한 문단을 따로 배정해,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 중국이 보이는 모습에 대해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라 지칭하며, “강하게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또 최근 핵 능력을 증강하는 듯한 중국의 모습을 견제하며 “핵 위험을 줄이고, 투명성을 높여, 핵 군축을 진전시키는 데 기여할 것”을 요청했다.

한국을 포함한 3각 군사협력과 관련해선 “한국의 새 정권 발족을 환영하며, 안전보장 관계를 포함해 미·일·한 간의 긴밀한 관계와 협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한·미·일 3개국이 참여하는 연합훈련 실시를 끈질기게 요구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오후엔 도쿄 이즈미가든 갤러리로 자리를 옮겨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는 21세기 경제의 새로운 룰을 만들고 있다. 인도·태평양 지역의 협력·번영·평화에 공헌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바이든 대통령이 일본에서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 출범을 선언한 것은, 이 지역에 대한 미국의 강한 관여를 명확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이 행사에 화상으로 참여해 “글로벌 국가 간의 연대와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출범한 인·태 경제 프레임워크의 첫 회의에는 한·미·일을 비롯해 13개국이 화상 등의 방식으로 참석했다. 대만은 참여 의지를 밝혔지만 포함되지 않았다.

 

미-일 정상은 앞선 지난해 4월 정상회담을 통해 1969년 이후 처음으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언급하며, 중국의 군사적 움직임을 견제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후 1년 만에 이뤄진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을 상대로 억제력·대처력을 강화하기 위해 방위비 증액과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선언하고,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억제력·대처력을 강화한다는 말은,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할 뿐 아니라 필요할 땐 이를 사용하겠다는 의미다.

일본이 본격적인 재군비에 나서고 군사적 역할을 확대하기로 결심함에 따라, 대만해협 등을 둘러싼 미-일 동맹과 중국 간의 갈등도 커지게 됐다. 안보와 경제를 망라한 ‘중국 포위’ 움직임에 대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아·태 지역은 지금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 지역에 어떠한 군사집단과 진영대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분명하게 거부한다”고 경고했다.

 

도쿄 베이징/김소연 최현준 특파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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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IPEF 출범에 강한 불만…“미국, 지역국가 줄서기 압박”

 

왕이 외교부장 이틀 연속 비판
외교부 대변인도 비판 쏟아내

 
* 22일 중국 광저우에서 왕이 외교부장(오른쪽)과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파키스탄 신임 외교장관이 회담 뒤 팔꿈치를 맞대고 있다. 광저우/신화 연합뉴스

 

 

중국은 23일 미국 주도로 출범하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대해 거듭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화상으로 개최된 유엔 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ESCAP) 제78회 연차총회에 참석해 “아·태 지역은 역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며 “아·태 지역에 어떠한 군사집단과 진영대결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분명하게 거부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아·태 지역의 평화와 번영은 이 지역의 운명뿐 아니라 세계의 미래와도 직결된다”며 “역사를 거울삼아 아·태 운명공동체 구축과 아·태 협력의 새 장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앞서 22일 파키스탄 외교장관과의 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그동안 추진해온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해 “자유와 개방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패거리를 지어 소그룹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것이라며 “그 목적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시도이며, 아·태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아·태 지역은 지정학적 결투장이 아니라 평화적 발전의 고지가 되어야 한다”며 “아·태 지역의 진영을 나누고 냉전을 불러오려는 시도와 음모는 실현될 수 없다. 중국을 고립시키려 하면 결국 자신이 고립될 것”이라고 말했다.
왕 대변인은 “미국은 경제 문제를 정치화, 무기화, 이데올로기화하고, 경제 수단으로 지역 국가들에 미-중 간 줄서기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며 “인위적인 제조업 디커플링, 기술 봉쇄, 산업 단절, 공급망 위기 심화는 전세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오고, 미국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20~24일 한·일 순방을 앞두고 다양한 방식을 통해 미국이 추진하는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등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18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한 통화에서 “사리사욕으로 아·태 지역 국가의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이익을 해치는 어떠한 행위도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1일 한·미 정상 공동성명에 ‘대만해협의 평화·안정 유지의 중요성’이 거론된 데 대해서도 항의했다고 밝혔다. 왕원빈 대변인은 이날 “유관 측에 이미 엄중한 교섭을 제기했다”며 “대만은 중국의 영토이며, 대만 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으로, 우리는 중국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은 지난해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같은 문구가 들어가자 “관련국들은 대만 문제에서 언행에 신중해야 하며 불장난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하게 비난했는데, 올해는 항의 강도가 다소 낮아졌다.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haoju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