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EF는 안미경세”라는 정부, 준비된 주장인가
한국이 미국과의 경제안보 동맹을 공식화하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참여하면서, 통상정책 기조가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통령실에서는 지금까지의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중심)에서 ‘안미경세’(안보는 미국, 경제는 세계와 더불어)의 본격화로 설명하는데, 이는 현실을 오도하는 측면이 있다. 최근 윤석열 정부의 행보는 ‘안미경미’(안보도 미국, 경제도 미국 중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대중국 의존도가 매우 높아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급격한 변화는 큰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에 이른다. 특히 중간재를 매개로 상호의존적 분업구조가 조밀하게 형성돼 있다. 대중국 수입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64%, 수출에서는 80%나 된다. 또한 우리나라 전체 수입품목 가운데 특정국으로부터 수입 비중이 70% 이상인 ‘공급망 취약품목’ 수는 중국 2434개, 미국 601개, 일본 565개로 중국이 압도적으로 많다. 요소수 사태에서 보듯 중국이 없으면 산업이 마비될 정도다. 첨단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의 60%는 중국으로 향한다.
인·태 경제프레임워크는 한·중·일과 대만 등 동북아를 중심으로 형성된 첨단산업 분업구조를 인위적으로 재편하려는 미국의 원대한 기획이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인도 등으로 하여금 중국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의도가 현실화할 경우, 우리나라 산업과 무역에 큰 충격이 불가피하다. 전환 과정에서 기회를 잡은 기업은 이익을 볼 수 있으나,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기업은 피해를 볼 수 있는 만큼, 무엇보다도 치밀한 협상전략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23일 <시엔엔> 인터뷰에서 “우리가 안보나 기술 문제에 있어서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한다고 해서 중국과의 경제협력을 소홀히 하겠다는 뜻은 절대 아니기 때문에, 중국 쪽에서 이거를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너무 안이한 현실인식으로 보인다.
인·태 경제프레임워크는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미국의 의도가 짙게 깔려 있다.
한국 산업의 특성과 생태계까지 시야에 넣은 계획이 필요하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어느 한쪽의 배제는 리스크가 너무 크다.
[ 2022. 5. 2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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