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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에 역대급 ‘이자 잔치’, 은행 사회적 책임 다해야

道雨 2022. 7. 25. 09:46

고금리에 역대급 ‘이자 잔치’, 은행 사회적 책임 다해야

 

 

 

주요 금융그룹들이 올해 상반기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올렸다. 초저금리와 코로나19 대유행 시기에 가계대출이 폭증한 상태에서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이자 이익이 급증한 데 힘입은 것이다. 서민들이 고물가·고금리에 신음하는 사이에 은행들은 손쉬운 ‘이자 장사’로 실적 잔치를 벌이고 있는 셈이다.

 

케이비(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그룹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8조96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0.8%나 증가했다. 케이비·신한금융은 나란히 2조7천억원대, 우리금융은 1조7천억원대의 순이익으로 역대 최고 기록을 냈다. 하나금융(1조7천억원대)은 대손충당금 적립 등 일회성 요인 탓에 1.4% 줄었으나 핵심 이익은 역대 최대였다.

 

금융그룹들이 이처럼 호황을 누린 이유는, 지난 2년여간 가계와 기업 대출이 사상 최대 수준으로 증가한데다, 금리가 급등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올해 상반기에 가속도가 붙어 시장금리가 뛰자, 이자 이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시장금리 변동에 따라 대출 이자율이 바뀌는 변동금리 비중이 가계 대출의 78%에 이르고, 금리 상승기에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를 더 빠르게 올리는 은행들의 행태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4대 금융그룹이 상반기에 거둔 순이자이익(대출로 벌어들인 이자에서 이자비용을 뺀 값)은 18조867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19%나 증가했다. 한은이 앞으로 몇차례 더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어서 은행들의 이자 이익은 더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그룹들은 앞으로 닥칠 수 있는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추가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 후퇴 등의 여파로 대출자의 연체가 급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정부가 최근 취약차주들에 대한 금융지원 방안을 내놨으나, 정부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대출자들이 연쇄적으로 장기 연체에 빠지면 은행의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다.

대출자가 채무 불이행에 직면해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 프로그램과 법원의 개인회생·파산 절차를 밟으면, 결국 은행이 채무 탕감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은행들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은행의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도 취약차주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하는 이유다.

 

각 금융그룹은 최근 대출금리 인하나 지원, 대출액 일부 감면 등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을 잇달아 내놓고 있는데, 이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바란다.

 

 

[ 2022. 7. 25  한겨레 사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