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법치는 다음이다, 정치가 먼저다

道雨 2022. 9. 13. 09:14

법치는 다음이다, 정치가 먼저다

 

 

 

모든 특검은 찬성 여론이 높다. 특검이라는 단어 자체가 ‘정권으로부터 독립된 수사기관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처벌’의 의미를 내포한다. 정의라는 긍정적 가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김건희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도 별로 다르지 않다.

 

아무리 그래도 윤석열 대통령만은 김건희 여사 특검 찬성 여론이 이처럼 높은 현상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검사’라는 인상을 국민에게 심어준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의 검찰은 ‘윤석열 대통령을 수호하고 야당을 때려잡는 검찰’로 비친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국민이 속은 것일까?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재명 후보 조폭연루설을 제기했던 장영하 변호사는 불기소했다.

 

윤석열 정부의 검찰이 김건희 여사를 제대로 수사하리라고 기대하는 국민은 이제 거의 없는 것 같다. ‘살아있는 권력과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윤석열 검사’는 결국 허상이었던 셈이다.

 

이재명 대표 선거법 위반에 대한 민심은 어떨까?

여론조사에서는 검찰의 수사와 기소가 ‘법적 절차에 따른 것으로 표적 수사는 아니라고 본다’는 응답이 ‘야당 대표에 대한 표적 수사로 문제가 있다’는 응답보다 많다.

 

조사가 잘못됐을까? 아닐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모든 의혹에 대한 특검 찬반 의견을 물으면 아마도 찬성이 더 많이 나올 것이다.

 

유권자는 정파성을 가진다. 동시에 모든 정치인의 의혹에 대해 진상 규명을 원한다. 모순되는 것 같지만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핵심은 두 가지다.

 

첫째, 수사와 기소의 주체다.

지금처럼 대통령과 정권에 강하게 예속된 것으로 보이는 검찰이 정치인의 의혹에 대한 진상 규명과 처벌을 주도하는 한 국민은 결과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사안에 특검을 도입할 수도 없다. 참으로 난감한 일이다.

 

둘째, 수사와 기소의 적정성이다.

선관위나 경찰, 검찰이 작심하고 정치인을 털어서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기는 어렵지 않다. 직권남용이나 직무유기 같은 어려운 범죄 혐의를 고위 공직자에게 들이대면 살아남을 공직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수사와 기소를 담당하는 기관의 권한 행사에는 그래서 적정성이라는 금도가 필요하다.

 

앞으로 이런 장면이 펼쳐질 것 같다.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문재인 정부를 향한 수사의 강도를 점점 더 높여갈 것이다. ‘조자룡 헌 칼 쓰듯’ 수사권과 기소권을 마구 휘두를 것이다.

금품수수와 같은 명백한 부패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도, 배임, 직권남용, 직무유기 등 온갖 혐의로 기소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검사 시절 수사를 그런 식으로 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종신직이 아니다. 늦어도 2027년 5월에는 대통령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 민주당이 정권을 탈환하든, 국민의힘이 재집권하든, 다음 대통령은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 등을 총동원해 ‘윤석열 정부 적폐청산’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수사의 칼날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심지어 지난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저지른 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을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 재임 5년 동안 공소시효가 정지되기 때문이다.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의 악순환이 영원히 계속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끔찍한가?

 

우리만 그런 것도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변호했던 타이 콥 전 백악관 법률고문이,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기소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지금까지 전직 대통령이 기소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기 때문일까? 전직 대통령을 기소하지 않는 것이 미국 정치의 관행이었기 때문이다. 미국도 이제 정치 보복과 야당 탄압의 악순환에 빠져드는 것일까? 안타까운 일이다.

 

법치주의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행정은 의회에서 제정한 법률에 따라 행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의회에서 법률을 제정하는 것은 법치가 아니라 정치다. 정치의 요체는 대화와 타협, 협상과 합의다. 정치가 법치보다 우선한다. 대화와 타협, 협상과 합의가 법치보다 우선해야 한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새겨야 한다.

 

 

성한용 | 정치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