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듯, 검찰의 개입에 맡겨진 선거법

道雨 2022. 9. 14. 10:35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듯, 검찰의 개입에 맡겨진 선거법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8일, 검찰이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를 하루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했다. 검찰 공소사실은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고발 혐의 가운데 ‘백현동 특혜 의혹’ 관련 “국토교통부의 압력이 있었다”는 발언과,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을 허위사실 공표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대장동 특혜 의혹, 변호사비 대납 사건 등 ‘본류 수사’가 따로 진행되는 사안은 불기소 처분했다.

 

 

민주당은 즉각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의혹 특검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민주당 주장은 일면 타당하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경우, 검찰은 김 여사 명의 계좌 5개에서 284차례 시세조종 거래가 있었음을 공소장에 적시하고도, 2년 동안 김 여사를 한번도 조사하지 않았다. 검찰 스스로 선택적 수사라는 비판을 자초한 측면이 있다.

특히 판단과 언행이 신중한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때 “전임 장관께서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배제해, 이 사건 관련해 일체 보고받지 못했다”고 추미애 전 장관 탓을 한 것은 여러모로 아쉬웠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 원칙에 따라 수사하겠다 다짐하면 족할 일이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검찰 정권’과 선명한 대치구도 속 ‘야당 탄압’의 방패막이 안에서 안온하지는 않기 바란다. 169석 국회 권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 한다.

 

선거법에는 민주주의의 축제인 선거를 검찰의 자의적 법집행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모호한 처벌규정이 넘쳐난다.

 

이 대표에게 적용된 허위사실 공표부터 따져보자.

공직선거법 제250조는 “당선 목적으로 연설·방송·신문·통신 기타의 방법으로 후보자에게 유리하도록 출생지·신분·직업·경력·행위 등에 관해 허위사실을 공표하거나 공표하게 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문기 처장을 몰랐다”는 발언은 이 대표의 ‘경력’에 관한 허위인가, ‘행위’에 관한 허위인가, 아니면 ‘등’에 관한 허위인가?

 

선거법에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극도로 제한하는 ‘원칙적 금지 예외적 허용’ 규정도 많다. 선거운동을 위해 명칭·목적 불문 단체를 설립할 수 없도록 한 조항이 대표적이다. 누구든지 선거일 전 180일부터 화환·풍선·간판 등을 설치할 수 없고, 공개장소에서 확성장치를 사용할 수 없고, 자동차를 사용해 선거운동을 해서도 안 된다. 저술·연예·연극·영화·사진을 선거운동 목적으로 공연·상영·게시하는 것도 금지된다. 한국 사회 빈부격차의 단면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선거기간 유권자들에게 반복 상영할 경우, 소득재분배를 강하게 주장하는 정의당이나 기본소득당을 위한 선거운동으로 볼 여지는 없을까?

 

문제는 이런 처벌규정의 1차 해석권자가 검찰이라는 사실이다. 최근 들어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잇따른 헌법불합치 결정과 무죄판결 등으로 선거법에서 ‘예외적 허용’ 영역을 넓히는 추세지만, 이는 모두 검찰 기소로 형사재판 절차에 들어선 뒤의 일들이다.

결과적으로 선거운동 기간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다는 것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어느 정도 각오해야 하는 일인 셈이다. 검찰의 권력은 바로 이런 법해석의 재량권을 통해 확대 재생산된다.

 

 

‘정치의 사법화’가 극심한 우리 정치상황은 그 위험성을 증폭시킨다. 반대편을 공격하는 데 이렇게 효율적인 수단이 없다는 사실을 아는 각 진영은, 상대 후보 발언의 시시비비를 따져 일일이 검찰에 고발할 것이다.

지금 선거법을 손보지 않는다면, 대선 패자는 선거 직후,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승자는 대통령 임기를 마친 뒤, 검찰 수사 대상으로 전락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2027년엔 과연 누가 검찰 수사를 받게 될까.

 

5년마다 야당 지도자와 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는 일을 지켜볼 이유는 없다. 무엇보다 대의제 원리에 따라 주권자인 국민의 일반의지를 확인하는 그 찰나의 순간마저 검찰권이 개입하는 통로는 최소화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

 

 

 

노현웅 | 법조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