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철면피(鐵面皮)들의 적반하장(賊反荷杖)

道雨 2022. 11. 10. 10:46

철면피(鐵面皮)들의 적반하장(賊反荷杖)

 

 

대통령실 김은혜-강승규 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

 

 

鐵面皮(철면피, 쇠鐵 얼굴面 가죽皮)...쇠로 만든 낯가죽을 가진 사람, 즉 염치가 없고 뻔뻔한 사람을 일컬을 때 쓰는 말이다.

 

손광헌의 [북몽쇄언]에 나오는 왕광원(王光遠)이란 사람은 술 취한 권세가가 채찍으로 마구 때려도 아무 저항 없이 매를 맞고, 오히려 듣기 좋은 말로 그의 비위를 맞춘다.

그리고 자신을 비난하는 이들에게 “그런 사람에게 잘 보여서 손해 볼 것은 없지 않은가?” 라고 항변한다. 이에 “광원의 낯가죽은 열 겹 철갑처럼 두껍다”는 말이 나왔다.

출세를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세가에게 아부를 하는 사람, 자신의 잘못을 뻔뻔하게 변명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인 ‘철면피’의 효시다.

 

 

적반하장(賊反荷杖)이란 말은 홍만종의 순오지(旬五志)에서 유래한다. 순오지는 홍만종이 병석에 있을 때 보름만에 완성했다하여 ‘순오’(旬五, 15일)라 붙여진 이름이다.

 

賊反荷杖 以比理屈者反自陵轢 (적반하장 이비리굴자반자릉력)

 

홍만종은 순오지에서 이 말의 유래를 “도둑이 남의 집에 물건을 훔치려고 들어갔는데 주인에게 들키게 된다. 주인이 도둑이라며 소리를 지르자 이웃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러자 도둑이 오히려 몽둥이를 집어들고 ‘도둑놈 잡아라’며 도둑이 아닌 척했다는 민담(民談)에서 유래된 말”이란 설명을 덧붙인 것이다.

 

이에 지금도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에 사용하고 있다.

 

 

이 외에도 우리 속담에 있는 ‘방귀뀐 놈이 성낸다’, ‘사돈 남 나무란다’, ‘소경 개천 나무란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 보따리 내놓으란다’ 등이 비슷한 뜻으로 쓰이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대통령실 김은혜-강승규 수석의 ‘웃기고 있네’ 메모는, ‘사적대화’가 아니라 한마디로 ‘철면피들의 적반하장’이다.

 

 

                ▲김은혜 수석이 썼다는 메모 (트위터에서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은 156명의 사망자를 포함 무려 400명에 가까운 인명피해가 발생한 10.29 참사에 대해 참사의 최종 책임자가 대통령임을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런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에 있는 수석비서관들이 대통령 책임을 묻는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사적대화든 국회의원 비아냥이든 ‘딴짓’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이들의 메모가 발견되기 전, 수석들이 있는 자리인 증인 참고인석에서 ‘큭큭’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썼다.

같은 당 진성준 의원은 9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하는 와중에 두 사람이 자꾸 질의 중에 킥킥거리고 깔깔거리는 소리를 내서 의사진행발언으로 지적했다”고 말했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대통령에게 시민사회의 여론을 가감없이 보고하므로 대통령이 민심정치를 펴게 할 의무가 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 같은 대통령의 민심정치를 홍보하므로 대통령과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이들이 대통령이 자신의 책임이라고 한 참사를 추궁하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을 비아냥대거나, 그 자신들 말대로 ‘사적대화’를 했다면 이들에게서 ‘책임’이라는 의미를 찾을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가장 많은 인명이 졸지에 죽거나 다치는 참사가 있었음에도, 국가의 모든 책임은 대통령에게 있다고 말하는 대통령이, 국민들에게 “잘못했습니다”라고 확실하게 머리를 숙이는 사과를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선지 외신 기자들과 농담을 하며 히히덕댄 총리도, 경찰력을 동원했더라도 막을 수 없었다고 당당하게 말한 행정 ‘안전’부 장관도 책임소재에 대해선 오불관언이다.

 

그리고 급기야 대통령 참모들의 ‘웃기고 있네’ 메모도 나온다.

이들의 ‘사적메모’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현재 이 정권 핵심들이 국회 국정감사와 10.29 참사 심각성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민낯이다.

‘진짜 웃기고 있다’

 

 

[ 임두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