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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익 대 언론 자유’, 전용기의 뇌피셜

道雨 2022. 11. 15. 10:23

‘국익 대 언론 자유’, 전용기의 뇌피셜

 

 

 

                                                          * ‘국익 대 언론 자유’, 전용기의 뇌피셜. 김재욱 화백

 

 

 

언론의 자유가 보장된 국가들에서도 국익을 앞세워 보도를 막으려는 시도는 없지 않았다. 국가안보가 걸린 경우엔 사회적 갈등도 자못 심각했다.

‘통킹만 사건’ 보도를 둘러싼 ‘<뉴욕 타임스> 대 미국 연방정부’와 ‘<워싱턴 포스트> 대 미국 연방정부’ 소송이 대표적이다. 두 소송은 우여곡절 끝에 연방대법원의 병합심리로 1971년 6월30일 확정판결이 났다.

 

1964년 8월 베트남 통킹만 해상에서 미군과 북베트남군이 두차례 교전을 벌였다. 미국은 적이 선제공격을 했다며 북베트남을 침공했다. 실상은 미군의 도발이었다.

그 진상이 담긴 정부 비밀문서 ‘펜타곤 페이퍼’를 <뉴욕 타임스>가 입수한 건 1971년. 신문은 7000여쪽 문서를 요약해 6월13일 첫회를 보도했고, <워싱턴 포스트>도 닷새 뒤 같은 내용을 확인해 보도에 나섰다.

이에 법무부가 국가안보를 들어 뉴욕과 워싱턴의 연방지방법원에 보도금지 명령을 신청하면서 일진일퇴의 막이 올랐다.

 

뉴욕연방지방법원은 정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부는 즉각 항소했다. 연방항소법원은 거꾸로 정부 손을 들어줬다. 이에 불복해 <뉴욕 타임스>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워싱턴에서도 연방지방법원은 정부의 청구를 기각했다. 정부 항소를 접수한 컬럼비아 연방순회항소법원은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그러나 환송심마저 불복한 정부가 거듭 항소하자, 문서 전체의 보도를 허용했다. 이번엔 정부가 연방대법원에 상고했다.

 

 

 

연방대법원이 정부의 상고를 기각함으로써 보름 남짓의 법정 서사는 막을 내렸다. 언론을 제약하는 국가행위는 헌법에 부합하지 않을뿐더러, 보도금지의 불가피성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게 판결 취지였다.

다만 대법관들의 의견은 6 대 3으로 나뉘었다. 개개인의 최종 판단은 달랐지만, 격전 중이던 베트남전쟁의 정당성을 흔들 수 있는 진실 보도를 앞에 두고 대법관들이 겪었을 고뇌의 흔적만큼은 그 안에 고스란하다.

 

대한민국 대통령 전용기가 <문화방송>(MBC)의 탑승을 거부한 채 동남아로 날아갔다. 자기 생각을 검증된 사실처럼 말하는 ‘뇌피셜’ 수준의 국익을 내세웠다.

그 ‘거룩한 비행’에 <한겨레>는 동승을 거부했다. ‘국익 대 언론 자유’에 관한 이론서에 새로운 장 하나를 추가해야 할 일이다.

앞에 실린 50여년 전 미국 사회의 치열한 논쟁과 고뇌가 외려 해프닝처럼 보일지 모른다.

 

 

 

안영춘 논설위원 jo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