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언론 민들레 / 박지훈 / 2022-11-19)
[ 조국 사태의 재구성 ]
1. 연재를 시작하며
‘유죄 추정의 변칙’ 흔히 적용되는 현실 법정
의심스러울 땐 피고인 탓… ‘피고인이 입증하라’
당신과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는 조국 사태
검찰에 언론 합세해 유죄몰이…재판부에 영향
독자들과 함께 ‘진실’ 파헤치고 재구성해볼 것
지난 5월에 개봉한 영화 ‘그대가 조국’은 전국 800여개 상영관에서 동시 개봉해, 쟁쟁한 유명 영화들의 틈에서도 상당한 흥행을 기록했다. 지금까지도 생생한 인상 깊은 모습이 있었는데, 많은 영화관들에서 ‘그대가 조국’이 그 전 주에 먼저 개봉했던 ‘범죄도시2’와 나란히 극장에 걸려있던 장면이었다.
영화 ‘범죄도시2’를 소개하기는 어렵지 않다. 액션물, 범죄물, 형사물쯤 되겠다. 흉악범들도 한 방에 제압하는 괴물 같은 힘을 가진 형사 마석도는 그런 폭력을 사용하는 데에 거리낌도 성찰도 없다. ‘나쁜 놈들 싹 쓸어버린다’라는 카피 그대로다. 감독과 주연 배우가 범죄자들을 딱 짚어주니, 관객이 머리를 써서 찾아낼 진실이 따로 있지도 않다. 관객의 입장에서는 부담 없이 팝콘, 콜라를 곁들여 통쾌한 응징의 2시간을 즐기면 그만이다.
그런데 만약. ‘마석도’같은 수사기관이 ‘딱 짚은’ 혐의자가 진짜 범죄자가 아니라면. 혹시 마석도에게 범인을 잡겠다는 본분 외에 다른 꿍꿍이가 있다면. 현실을 ‘연출’하는 언론과 ‘주연’인 수사기관이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몰아간다면. 그렇게 범인으로 몰린 사람이 바로 당신이거나 당신의 가족이라면?
오락영화 ‘범죄도시2’는 그 ‘만약’에 대해 아무런 답도 대안도 제시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대가 조국’은 바로 그런 ‘만약’이 현실로 떠오른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였다. 2022년 5월, 대한민국의 극장가에는 이렇게 극단적으로 상반된 주제의 두 영화가 나란히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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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형사 사법제도와 법리들에는 피의자, 피고인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여러가지 장치들이 있다. 그런데 과연, 헌법 제27조 4항의 ‘무죄추정의 원칙’과, 그에 뒤따르는 ‘의심스러울 때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입증 책임은 피고인이 아닌 검사에게 있다’ 같은 형사소송의 대원칙들은 수사와 소송의 실무에서 제대로 구현되고 있을까. 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나 ‘방어권’은 어떤가. 나아가서, 재판에서 원고인 검사와 피고인이 대등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는 ‘당사자 대등의 원칙’은 과연 현실 재판에서 얼마나 실현되고 있을까.
당신이 형사 사건의 피의자가 됐을 때는 그런 원칙들이 지켜지길 기대할 테지만, 실제 재판에선 이런 법리들은 선언적 가치로서 취급될 뿐 제대로 보장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무죄추정의 원칙’이 뒤집힌 ‘유죄추정의 변칙’이 더 흔히 적용되고,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을 탓’하며, 검사 대신 ‘피고인이 입증하라’는 식의 재판 진행이 비일비재 하다. 또 막강한 공소권에다 직접 수사권까지 가진 검사와 변호인이 ‘당사자 대등’하기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
정경심 교수 재판에서는 이 모든 부당한 일들이 셀 수도 없이 벌어졌지만, 다른 형사 재판들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장면들이다.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라는 위법적 명분을 내세워 명시적인 법률 조항들을 가볍게 무시하는 일은, 대한민국 형사재판에서 일상적인 일이다.
혹시 당신이 수사와 재판을 직면해서 순진하게도 ‘진실 그대로만 말하면 된다’라는 생각만 믿고 임한다면, 당신은 시작부터 이미 90%쯤 지고 시작하는 것일 수 있다. 남은 일생 동안 형사 사건에 단 한번도 연루되지 않을 확실한 자신이 있는 것이 아니라면, ‘조국 사태’의 수없이 많은 단면, 단면들은 곧 당신과 당신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는 상황들이다.
조국, 정경심 재판에서 검찰이 구사해온 온갖 법 기술, 법 꼼수들은 검찰이 오랫동안 쌓아온 모든 기교들을 총망라한 것일 뿐, 그 기교들 각각은 조국 이전에도, 이후에도 형사 재판을 당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겪어온 것들이다.
살아오면서 ‘큰 죄’ 지은 게 없다고 자부하니 불공정한 형사재판은 나랑은 상관 없는 일이라고 치부해도 되는 걸까. 위험천만한 착각이다. 사회적 관계 속에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타인과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단 수사 대상이 되고 나면, 당신의 죄가 큰 지 작은 지를 1차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당신 자신이 아닌 검사의 전적인 재량이다.
또, 억울하게 기소되더라도 재판에서는 무죄함이 밝혀질 수 있을 거라 기대해도 될까. 역시 그렇지 않다. 형사재판의 제도적 속성상 법관의 사고는 검사가 선제적으로 구축하는 ‘유죄 프레임’의 안쪽에 있다. 과중한 재판 업무에 시달리는 법관이 매번 재판마다 검사의 유죄 프레임을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을까.
비단 완전한 무죄인 경우만 그런 것이 아니다. 정상을 참작할 만한 비교적 사소한 범죄가 검사에 의해 중대 범죄로 재포장될 수도 있다. 그것 역시 검사의 권력이다. 약식기소에서 기껏해야 벌금형이나 받을 만한 작은 죄가 잔뜩 부풀려져 징역 몇 년이나 받게 된다면, 당신은 ‘어쨌든 죄를 지었으니 감수해야지’ 할 것인가.
이 나라의 누구라도 재판에 넘길 수 있는 ‘공소권’은 검사의 배타적인 권력이고, 피고인의 죄를 얼마나 큰 죄로 규정할 것인가 역시 검사의 배타적인 재량이다. 형사소송 제도는 그런 검사의 배타적 공소권을 ‘기소독점주의’라는 이름으로 제도화 하고 있다. 그래서 검사가 당신을 피의자로 규정하는 순간, 당신은 도마 위에서 시퍼런 회칼을 바라보는 생선이 된다.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오직 당신의 능력 내에서 최선의 변호사를 선임하는 것 뿐이다. 그리고 그 변호사가 정말 능력 있는 변호사라면, 아마도 당신의 유무죄 여부에는 별로 관심이 없을 것이다. 현실 세계에서 형사재판이란 제출할 수 있는 증거와 법리를 무기로 상대방과 다투는 기술적 절차이지, 진실을 찾아내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결국 당신 일신의 운명은 당신의 진실이 아닌 검사와 변호사의 법 기술 고하에 좌우된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검사의 무분별한 공소를 견제할 ‘공소권 남용’ 법리가 존재하고, 무리한 기소에 대해선 재판부가 ‘공소 기각’ 판결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은 현실에서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실제로 하나의 표창장 위조 혐의로 2개의 서로 모순되는 공소장을 받아 든 정경심 교수의 재판부는 적어도 하나는 공소기각을 했어야 했지만, 그런 상황에서조차 공소기각은 없었다. 또 공소권 남용 판단은 검사가 의도적으로 공소권을 남용했다고 인정이 되어야만 하기 때문에 더욱 드물다. 이 공소권 남용이 법정에서 인정된 사상 첫 사례가 바로 지난해의 ‘유우성 보복기소’ 사건의 대법원 판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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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상가상으로, 검사의 유죄 몰이에 언론 보도까지 합세하면, 피의자, 피고인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을 받을 권리는 연기처럼 사라진다. 형법 제126조에서 피의사실 공표를 금지하고 그에 따른 징역의 형량까지 명시하고 있음에도, 검사들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법조기자들에게 흘린 피의사실이, ‘단독’이라는 ‘왕관’을 달고 그대로 대서특필 되는 일이 일상적으로 넘쳐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사법 역사에서 ‘피의사실공표죄’로 기소된 사례는 전무하다. 지난해 공수처 설립 전까지 공소권을 완벽하게 독점해왔던 검찰이 스스로 기소 전례를 만들지 않음으로써 법 조항을 무력화시키고는, 내키는 대로 피의사실을 유출해온 것이다.
‘피의사실’(被疑事實)은 그 글자 그대로도 '의심을 받는 사실'이란 의미로서, 객관적이거나 공정한 진실이 아닌 검사 일방의 주장에 불과하다. 이런 이유로 ‘무죄추정의 법칙’과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따라 형법에 피의사실공표죄를 규정해놓은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런 명시적인 형법 조항도 일상적으로 무시하고 피의사실을 흘리고 있고,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피의사실을 받아쓴 언론 보도가 여론과 담당 재판부에 부당한 유죄심증을 주입한다.
원론적으로 재판부 판사들은 수없이 쏟아진 언론 보도들의 영향력을 떨칠 수 있어야만 하지만, 판사도 사람 아닌가. 실제로, 정경심 교수의 1심, 2심의 진행과 판결 결과를 돌아보면, 엉터리 언론 보도가 판사의 심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의심되는 부분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1, 2심 판결문에는 실제 공판에서 제출된 증거나 증언과 전혀 다른 출처 불명의 황당한 내용이 명시된 대목들도 있는데, 재판부가 공판에 제출된 증거 외에 언론 보도로 왜곡된 심증의 영향을 받았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들이다.
영화 감독이 카메라를 통해 영화를 연출하는 것처럼, 언론은 보도를 통해 현실을 연출한다. 언론 보도의 독자, 시청자는 현실이 아닌 언론이 연출, 재포장한 결과를 보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론의 공정 보도 책임은 막중하다. 확인취재와 크로스체크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준칙이지만, 유독 검찰을 출처로 하는 법조기자들의 보도들에서는 형식적인 노력조차도 극히 보기 드물다. 법조기자들에게 검사의 불법 유출 정보란 공소장을 넘어 아예 판결문에 준하는 것인가, 아니면 법조기자들은 확인취재를 하지 않을 특권이라도 있는 것인가.
검사가 언론에 허위이거나 과장된 내용을 피의사실로 흘릴 때, 그것을 검증 없이 받아쓰는 언론은 사기꾼의 사기행각을 돕는 ‘바람잡이’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사기꾼 단독으로 벌이는 사기극에 비해, 설득력 있는 바람잡이가 나서 사기꾼의 권위와 신뢰도를 높여줬을 경우 사기극의 성공 확률은 극적으로 높아진다. 검찰이 기자들에게 피의사실을 선심처럼 뿌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한민국 검사를 사기꾼으로 치부하는 것이냐’ 하고 발끈하는 검사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표창장 위조 혐의에 있어서는 해당 검사들의 허위 주장과 기망 행위들은 변명의 여지가 전혀 없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가 변호인 측 포렌식 분석의 직접 당사자로서 이 세상 누구보다도 명확하게 알고 있다. 그런 사실들을 이어질 글들에서 함께 차근차근, 낱낱이 살펴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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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의 프레임으로 조국 가족을 매도한 ‘조국 사태’는, 오히려 그 자체가 온갖 종류의 불공정과 불의의 총집결체였다. 이제부터 독자 여러분과 함께 그 진실을 함께 파헤치고 재구성해볼 것이다.
머지 않은 조국 전 장관의 1심 선고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예단할 수는 없지만, 필자가 한 가지는 약속 드릴 수 있다. 재판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결코 지치거나 굴복하지 않고 이 길의 끝까지 갈 것이다. 법정의 판결이 어떤 쪽이든 이 사건에 대한 관심과 응원이 있는 한 진실은 반드시 제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비록 그 날이 좀 늦더라도, 그 길이 좀 멀더라도.
이 연재를 어떤 순서로, 또 어떤 방식으로 이어갈지 여러 날 고민을 했는데, 일단 잠정적으로 큰 줄기는 이렇다. 먼저 이미 사법적 판단이 끝난 ‘사모펀드 의혹’과 ‘웅동학원 의혹’ 등의 실체에 대해 비교적 빠르게 살펴보고, 다음으로 현재 진행 중인 재판에서도 주요한 쟁점의 한 축이 되고 있는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볼 것이다.
갈 길이 먼 만큼, 연재는 주2~3회로 조금 바쁘게 이어질 전망이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 제휴매체인 시·민·언·론 민들레 19일 자 에 실린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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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모펀드 ‘전면 무죄’
‘조국 사태’ 본류이자 검찰이 가장 중점 뒀던 혐의
윤석열 “사기꾼들이나 하는 사모펀드를 민정수석이”
문제 삼을 실체 전혀 없다는 게 명백한 최종 결론
검찰‧언론, 사과나 자성은 고사하고 정정조차 안 해
‘사모펀드 전면 무죄는 아니다’ 주장엔 얄팍한 꼼수
소위 ‘사모펀드 의혹’은 2019년 소위 ‘조국사태’의 본류이자, 2019년 당시 검찰이 가장 중점적으로 수사를 했던 핵심 혐의였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와 기소, 수 년에 걸친 재판들까지 모두 종결된 지금, 이 사모펀드 혐의에 대해서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명백한 최종 결론이 나와 있다.
그 최종 결론은, 언론과 검찰이 그토록 요란하게 떠들었던 소위 ‘사모펀드 의혹’에 실제로는 문제 삼을 실체가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혹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가 이런 결론이 나왔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면 그 이유는 매우 간명하다. 유죄인 양 단정적으로 합창 보도했던 언론들이, 자신들의 주장이 완벽하게 엉터리였다는 결과가 나오자, 축소 보도하거나, 아예 보도하지 않거나, 심지어는 억지 주장으로 부인한 탓이다. 즉 국민들 중 다수가 이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것은 전적으로 언론들의 책임이다.
검찰은 2019년 8월 27일에 최소 20곳 이상의 대대적인 일제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대규모 수사를 벌였고, 수사 과정에서 언론들에 유죄 정황이라며 끊임 없이 피의사실 떡밥을 살포했지만, 결국 검찰은 그 모든 혐의들 대부분을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검찰은 사모펀드 관련으로 단 하나, ‘거짓변경보고’ 혐의만을 기소했지만, 그것조차도 1, 2, 3심 일관되게 명확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여기서 2020년 7월 2일에 뉴스타파가 보도한 박상기 전 장관 인터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사태’ 발발 당시 현직 법무부장관이었던 박 전 장관은, 검찰의 전격 압수수색이 있었던 2019년 8월 27일 당일에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외부에서 만나 한 시간 이상 압수수색의 경위에 대해 보고를 받았다.
박 전 장관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당시 1시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내내 사모펀드 얘기만 했을 뿐, 입시 등 다른 혐의들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도 하지 않았다.
박 전 장관이 전한 당시 윤 전 총장의 발언들은 이랬다. “사모펀드는 다 사기꾼들이 하는 거다”, “내가 사모펀드 관련된 수사를 많이 해 봐서 잘 안다”, “어떻게 민정수석이 사기꾼들이나 하는 사모펀드에 돈을 댈 수 있느냐”라는 등이었다.
이렇게 수사를 착수한 당일에 거듭거듭 유죄를 장담한 윤 전 총장이 결론적으로 원한 것은 오직 하나, 조 후보자의 법무부장관 낙마였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검찰은 윤 전 총장의 적극적 지휘 하에 조국 당시 후보자를 수사했고(윤 전 총장은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수사 지시를 내렸느냐’라는 질의에 공개적으로 “제 승인과 결심”이라고 답한 바도 있다), 나아가 당시 언론들이 사모펀드 외에도 입시 등을 포함한 다른 여러 의혹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쏟아내고 있었음에도, 윤 전 총장은 오직 사모펀드 하나에 꽂혀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사모펀드와 관련해 유일하게 기소된 혐의조차 전면 무죄였던 데다, 검찰이 대대적으로 주력 수사했던 ‘권력형 비리’ 의혹 등 나머지는 아무런 실체가 없어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사모펀드 의혹의 최종 결론이다. 윤 전 총장이 박 전 장관에게 반복적으로 강조한 사모펀드 혐의는 그야말로 신기루였던 것이다.
조국 전 장관 부부가 ‘관급공사’로 ‘권력형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은, 검찰 특수부(지금의 반부패수사부)가 대대적인 수사를 나설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명분이었다. 그런데 엄청난 규모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조국 전 장관이 사모펀드에 직접이든 간접이든 개입했다는 어떠한 티끌만한 단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또 정경심 교수가 블루펀드에 투자했던 자금은, 명목상의 투자처 ‘웰스씨앤티’로 입금된 지 불과 몇 개월 만에 코링크로 송금, 다른 용도로 유용되어 사라져 버린 사실도 조범동 재판에서 공식 인정되었다. 코링크에서 여러가지 사모펀드 관련 범죄가 있었던 것은 확정되었지만, 그 사모펀드 범죄의 주범과 공범은 조범동을 포함한 다른 인물들이었고, 정 교수는 피해자였다. 언론에서 제기된 수많은 의혹에도 불구, 정 교수가 사모펀드 운영이나 자금 관련으로 기소조차 되지 않은 점만 봐도 그렇다.
이런 사모펀드 의혹 결론에 대해서, ‘사모펀드는 사기꾼’이라 공언했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도, 온 가족과 지인들을 다 파헤치며 수사했던 검찰도, 대대적으로 꽹과리를 쳐대며 조국 부부를 매도했던 언론들도, 그 누구 하나 사과도 정정도 하지 않았다.
검찰과 언론은 장기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의혹을 확대 재생산 하면서, 조국 부부를 전국민에게 비리 범죄자로 낙인 찍고는, 사과나 자성은 고사하고 사실이 아니었다는 정정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대한민국 검찰이 추구하는 법치주의인가. 이런 것이 언론이 추구하는 사회적 정의인가. 함께 기소한 입시 관련 혐의들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으니, 원래의 본류인 사모펀드 혐의는 전면 무죄임에도 다수 국민들은 여전히 유죄인 것처럼 알고 있도록 놔둬도 무방한 것인가.
무슨 이런 엉터리 같은 법치가 있고 무슨 이런 엉터리 같은 정의가 있는가?
▲언론이 사모펀드 무죄 사실을 제대로 적시한 유일한 사례인 한겨레신문 ‘논썰’
‘거짓변경보고’ 기소의 위법성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거짓 변경보고’의 내용은 이렇다. 이 법은 사모펀드와 관련한 여러가지 중요 사항들이 변경되었을 경우, 2주 이내에 그 사실을 금융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조항의 문구 자체에 명시적인 주어가 있다. 그 주어는 “사모집합투자기구”, 즉 사모펀드 운용사인 ‘코링크’와 ‘블루펀드’다. 즉 자본시장법 조항 자체에 변경보고 의무의 주체는 펀드 운용사라고 확실히 못박아 놓은 것이다. 의무의 주체가 펀드 운용사이므로, 그 보고 내용이 거짓이었을 때 처벌 받는 것 역시 펀드 운용사임이 명백하다.
이것은 법률 조항을 떠나서 상식만으로도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사모펀드라고 해도 공모펀드와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아니다. 그런데 공모펀드를 운용하던 증권사가 펀드 관련으로 불법을 저질렀다면 펀드 투자자도 함께 처벌하겠다고 기소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 그런 황당한 처벌이 가능하다는 가능성만으로도, 우리나라의 모든 공모, 사모펀드가 일시에 ‘펀드런’ 사태가 벌어져 전체 펀드 시장이 일시에 붕괴되는 초대형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실제로, 정 교수 재판에서 ‘거짓변경보고’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의 판단도 이런 법 조항 및 상식에 부합했다. 판결에서 1심 재판부는 펀드사 대표인 이상훈과 “실질적 운영자” 조범동이 변경보고의 책임자라고 봤고, 그중에서도 조범동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판단했다. 조범동만이 해당 혐의의 대상이라는 것이다. 요컨대 검찰은 펀드 운용사의 의무인 변경보고를 펀드 운용사가 허위로 했다는 혐의로 투자자를 기소하는 어처구니 없는 행위를 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도 법률 조항과 합치되지 않을 경우 항소심, 상고심에서 하급심 판단을 ‘위법한 판결’이라고 판시한다. 이 ‘거짓변경보고’ 혐의는 그 책임의 주체가 사모펀드 운영사라고 법률에 명시되어 있음에도, 책임이 있을 수 없는 투자자를 기소한 것이니 ‘위법한 기소’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위법한 기소조차 형사절차 상 유효하고, 재판부가 공소기각을 하지 않는 이상 그대로 심리를 진행하게 된다. 그런데 앞서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법원이 공소기각에 매우 소극적인 탓에, 위법한 기소도 정상적인 기소인 양 재판이 진행된다.
그런데도 스스로 ‘권력 감시자’를 자처하는 언론들은, 검찰의 이런 폭력적인 기소를 전혀 문제삼지 않았다. 특히 법조기자들은 더한데, 검사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불법적인 피의사실을 받아 단독 보도들을 내놓으면서, 검찰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기는커녕 대변인 혹은 나팔수 역할에 그치고 있다.
대다수 법조기자들에게 검찰은 ‘감시할 권력’이 아닌 ‘주요 거래처’인 것이다.
‘거짓변경보고’, 조범동 포함 범죄 자체가 없었다
그런데, 이 재판은 오직 정경심 교수 1인만을 기소한 재판이었고, 반면 조범동은 별도로 기소된 탓에, 이런 정 교수 1심의 판단과 별도로 조범동의 혐의는 조범동 본인의 재판에서 다투게 되었다. 이 결과가 매우 흥미로운데, 조범동 재판에서는 조범동에 대해서도 ‘거짓변경보고’ 혐의는 인정되지 않아 무죄 확정까지 된 것이다.
이 혐의 관련 해당 재판부의 판단을 요약하자면, 변경보고를 한 것은 코링크 직원 이헌주와 대표 이상훈 등이었고, 그것을 조범동이 지시한 사실이 없었다. (이 판단은 판결문에 명시한 이헌주, 이상훈 등의 법정 진술들을 반영한 결과이다. 두 사람의 진술이 일부 서로 충돌하지만, 변경보고에 조범동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은 확인되었다.) 또한 판결은 조범동이 코링크 경영에 관여한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본인이 직접 변경보고를 한 것도 아니고 직원에게 지시를 한 사실도 없는데다,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으므로, 조범동은 처벌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나아가서, 조범동 재판부는 조범동 외에 코링크의 주도적 역할을 한 이상훈, 이동근 등도 법무법인 자문을 받아보는 등, ‘총 약정액 100억’을 그냥 두는 데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았고, 따라서 거짓변경보고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식 혹은 고의가 없다”고도 판시했다. 따라서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팁. 불법 여부가 애매한 사안에 대해 법률 자문을 받아두는 것은, 범죄의 인식과 고의가 없었다는 것을 사후 증명할 좋은 방법이 된다.)
정경심 교수의 재판부들이 오직 정 교수와 조범동의 혐의만 따진 반면, 조범동 재판부는 조범동 외에 코링크에서 경영, 업무에 참여한 많은 관계인들의 법정 진술을 광범위하게 청취 및 판단했고, 또 정 교수 재판부가 사모펀드 의혹과 코링크 관련 의혹들 외에도 입시 등 매우 많은 혐의들을 다뤄야 했던 것과 달리, 조범동 재판부는 오직 사모펀드와 코링크 관련 문제만 집중해서 심리할 수 있었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사모펀드 및 코링크 관련 의혹의 전체 실체 판단에서는 조범동 재판부가 더 정확하고 명쾌한 판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정 교수 재판이 너무도 느리게 진행된 탓에, 조범동 재판이 대법원까지 가서 거짓변경보고 혐의가 무죄로 확정된 이후에야 정 교수의 2심 판결이 나왔다. 그래서 정 교수 2심 재판부는 판결에서 대법원에서 확정된 조범동 무죄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해당 재판에 조범동은 피고인이 아니고, 유일한 피고인인 정 교수의 무죄 결론에는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조범동에 대한 1심의 판단이 틀렸다는 공식 판시를 피해갔다.
즉 조범동 재판들의 결론은, 정 교수 1심 재판에서 정 교수 아닌 조범동에게 ‘거짓변경보고’의 죄가 있다고 판단한 것조차 틀렸다는 것으로서, 이는 정 교수 2심에서도 인정되었다. 또한 코링크 관련자들 모두에게 불법행위의 ‘인식과 고의’가 없었으므로, 코링크에서 ‘거짓변경보고’라는 범죄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
간단히 말하자면, 검찰의 ‘거짓변경보고’ 기소는 깡그리 엉터리였다.
이 혐의에 대해서 한 가지 더 짚어 둘 문제가 있다. 자본시장법 상 ‘거짓변경보고’라는 혐의가 적용된 전례가 없다는 것이다. 필자가 살펴본 바로는, 이 생소한 이름의 혐의가 정경심 교수 사례 외에는 이슈가 된 사례가 전혀 없었다. 구글, 네이버 등 포털 검색은 물론이고, 법원의 판례 검색에서도 이 사례가 유일했다.
전례도 ‘후례’도 없는 혐의를 오직 정 교수에게만 적용한 것이다.
다시 반복해 정리하자면, 조국, 정경심 부부는 코링크 사모펀드 관련으로 아무런 죄가 없었다는 것이 최종 확정되었다.
뻔한 법률 조문을 무시하면서까지 무리한 수사와 기소를 강행하였으니, 검사들의 직권남용 여부를 논의해야 할 정도의 상황인데, 대다수 언론이 침묵하는 탓에 다수 국민은 이런 사실을 모르고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 기가 막힐 노릇이다.
다만, 검찰이 공소장에서 “사모펀드 관련 범행”이라며 자의적으로 분류해 기소한 혐의가 더 있기는 하다. ‘업무상횡령’, ‘미공개정보이용’ 등이다. 이 중 ‘미공개정보이용’ 관련 혐의 중 일부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졌는데, 이를 토대로 한동훈 당시 검사장과 다수 언론은 ‘사모펀드 전면 무죄는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그런데 거기에 얄팍한 꼼수가 있었다.
이런 ‘사모펀드 관련 아닌 사모펀드 관련 혐의들'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다음 편에서 자세히 살펴보겠다.
(시민언론 민들레 / 박지훈 / 2022-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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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재구성]
3. 사모펀드 관련 아닌 ‘사모펀드 관련’ 혐의들
업무상횡령 혐의, 전면 무죄…조범동만 일부 유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 동생 정 씨 거래 대부분 무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구 모씨 계좌 거래 유죄
‘사모펀드 전면 무죄 아니다’? 한동훈 후안무치 말장난
앞서 ‘사모펀드 관련’으로 기소된 혐의는 오직 ‘거짓변경보고’ 하나 뿐이고, 이 혐의조차 무죄 확정되었으며, 정작 검찰이 목표했던 핵심인 ‘권력형 비리’ 등은 공소장에 전혀 써넣지 못하고 덮었다는 점을 정리했다. 한 마디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는 전면 무죄였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볼 수 없음에도, 검찰이 공소장에서 자의적으로 “사모펀드 관련 범행”으로 분류해 써넣은 혐의들은 더 있다. ‘업무상횡령’,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범죄수익은닉’, ‘금융실명법위반’이다. 이 중 후자 두 가지는 대체로 전자 혐의들의 행위에 대해 추가한 법률 적용에 불과하므로, 여기서는 주로 ‘업무상횡령’과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의 결과에 대해 살펴보겠다.
업무상횡령 혐의, 무죄
‘업무상횡령’ 혐의는 정 교수가 코링크로부터 ‘경영컨설팅비’ 명목으로 받았던 돈이 정 교수가 조범동과 공모하여 코링크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은 판결에서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판결에서는 검찰이 횡령 액수라고 주장한 총 1억여 원 중 일부만 조범동의 단독 횡령이라는 판단이 나왔다. 조범동의 횡령의 내용은, 조범동이 정 교수와 동생에게서 개인 명의로 빌린 돈을 컨설팅 비용으로 위장하여 코링크 법인의 자금으로 이자를 지급한 것이다. 반면 범죄로 인정되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허위 명목임과 무관하게 회사가 원래 지급할 비용을 지급한 것이라는 취지다.
이렇게 판단이 나뉜 이유는, 조범동이 코링크 설립 직전에 개인 명의로 10억원을 빌려, 회사 설립 후 회사 비용으로 이자를 지급했고, 1년여 후 정 교수에게 갚았다가, 다시 빌리면서 코링크 법인 명의로 제대로 정리했기 때문이다. 즉 검찰은 대여금 이자를 ‘컨설팅비’라는 허위 명목으로 지급한 것 자체가 범죄라며 기소했지만, 법원은 명목이 허위라는 것은 범죄로 보지 않았고, 다만 조범동 개인이 빌린 돈을 회사가 이자를 낸 부분만 범죄로 판단한 것이다.
그런데 이 혐의에서, 조범동에 대한 일부 유죄 판단과 무관하게 정경심 교수는 전면 무죄였다.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지급한 돈이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것이라고 해서, 정당한 권리가 있어 돈을 받은 사람이 ‘불법영득의 의사’로 횡령한 혐의의 공범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당연한 판단이다.
자, 과연 이런 내용의 혐의가 검찰이 분류한 것처럼 “사모펀드 관련” 혐의일 수 있는가. 이 혐의는 어떤 기업이 외부에서 대여한 돈의 이자를 지급한 방식의 절차적 문제인데, 해당 기업이 사모펀드를 취급하는 회사라는 이유로 “사모펀드 관련” 혐의가 될 수 있을까. 그런 주장이 성립된다면, 치킨 집에 빌려준 돈의 이자 문제는 ‘치킨 관련 혐의’가 되고, 군용 무기 제조사와 거래하면서 생긴 분쟁의 경우에는 ‘무기 관련 혐의’가 된다.
감이 오시는가. 이 혐의를 “사모펀드 관련” 혐의로 분류한 것은 검찰의 말장난에 불과하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동생 정 씨 거래 대부분 무죄
사모펀드와 관련이 없는데도 검찰이 사모펀드 혐의로 분류해 기소한 또 다른 혐의는 ‘미공개중요정보이용’으로, 정 교수가 조범동에게서 들은 미공개 정보를 토대로 총 5회에 걸쳐 부당이익을 취득했다는 혐의다. 그런데 이 혐의도 사모펀드의 운용이나 펀드로 투자된 돈의 문제도 아니며, 단지 개인 조범동으로부터 주가에 영향을 줄 정보를 얻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연히 이 혐의 역시 “사모펀드 관련 범행”이라고 분류한 것은 억지 분류법에 불과하다.
이 혐의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항소심에서 개별 사안에 따라 3건은 유죄, 2건은 무죄로 갈렸다. 이 5건 중 가장 덩치가 컸던 것은 검찰이 언론에 흘려 떠들썩했던 ‘동생 자택에서 발견된 WFM 현물 주식 12만 주’ 건이다. 이 12만 주는 10만 주와 2만 주 거래로 나뉘어지는데, 1심에서는 2만 주 무죄, 10만 주 유죄로 판단되었다가, 2심에서 둘 다 무죄로 뒤집어졌다.
즉 검찰이 기소한 거래 5건들 중 거래량과 액수에서 혐의 5건 전체의 대부분(83%)에 해당하는 2건이 무죄였다. 이렇게 가장 덩치가 가장 큰 10만 주 혐의가 2심에서 무죄로 뒤집히면서, 벌금과 추징금의 액수도 각각 5억과 1억3800만원에서 5천만원과 1천만원으로, 1/10 이하로 대폭 낮춰졌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면, 5건 중 앞선 3건(유죄 1건, 무죄 2건)은 정 교수의 명의가 아닌 동생 정 모씨 명의 거래다. 이 혐의에 대한 정 교수의 일관된 주장은 자신의 주식이 아니라 동생의 주식이라는 것이다.
이 사건 재판에서 금전 관련의 쟁점 거의 모두에서 드러난 것처럼, 정 교수와 동생 정 씨의 관계는 특별히 각별하다. 코링크에 대한 자금 대여, 블루펀드 투자 등 정 교수는 자신이 투자를 할 때마다 매번 동생도 함께 투자하도록 했다. 즉 재산 투자 면에서 정 교수가 동생을 각별히 챙겨온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2017년 조국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 된 후, 정 교수가 자신이 투자하던 자금을 모두 정리해,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되지 않는 사모펀드에 넣었다. 같은 취지에서 이 3건의 거래도 동생의 주식 거래에 자신이 개입해 도와준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실제 정 교수는 이렇게 매입한 주식을 나눠 갖지도 않았다. 동생 자택에서 발견된 현물 주식 12만 주가 바로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남매 관계의 특수성은 수사와 기소, 재판 과정에서 제대로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은 구체적인 근거 없이 거래에 정 교수가 개입했다는 사실만으로 동생 정 씨의 투자에 정 교수의 투자도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했고, 그 결과 동생 명의 거래 3건 중1건이 유죄로 판단된 것이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 구 모씨 계좌 거래 유죄
동생 명의의 거래 3건 외에 추가 2건 역시 정 교수가 아닌 지인인 헤어디자이너 구 모씨의 계좌다. 이 거래들에 대해 여러 쟁점들이 있었지만, 필자로서는 법원의 최종 판단에 두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다.
첫번째로, 정 교수와 구 모씨 사이의 인간관계 문제다.
2018년 2월의 첫번째 거래는 구 모씨 본인이 본인의 계좌로 매입한 것이고, 11월의 두번째 거래는 정 교수가 자금을 빌려주고 계좌를 넘겨받아 정 교수가 매입했다. 정 교수는 1차 투자인 2월의 거래에서 구 모씨에게 큰 손해가 생긴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11월엔 자신의 돈까지 빌려주며 구 모씨의 계좌로 대리 매매해준 것이라는 주장이다.
구 모씨는 정 교수와 자식들의 단골 헤어디자이너로서 매달 수 차례씩 만나온 상당히 가까운 지인이라는 점에서, 이런 주장이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 앞서의 거래로 취득했던 WFM 주식의 주가는 매입 직후에도 하락했지만 구 모씨가 매도하지 않고 계속 보유하고 있는 동안 주가가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이런 이유로 정 교수가 느낀 미안함의 정도가 더욱 커졌을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앞서 동생의 사례처럼, 법정에서 이런 무형의 ‘인간관계’는 명시적인 ‘이익관계’에 비해 잘 인정이 되지 않는다. 판결에선 정 교수의 돈이 들어간 계좌를 정 교수가 매매했다는 이유로 유죄 판단이 내려졌다.
이 부분에서 더욱 안타까운 것은, 정 교수의 오랜 지인이기도 했던 구 모씨가, 검찰 수사가 시작된 후로 검찰 조사에서 매우 소극적으로 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이다. ‘누구의 거래냐’에 대해 양 측 모두 입증할 물증은 없는 상태에서 구 씨의 진술 자세가 중요한 변수였을 수밖에 없는데, 구 씨의 소극적 진술로 인해 유죄 심증에 유의미하게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언론보도의 대홍수와 대규모 수사가 정 교수를 유죄로 몰아가는 중이었으니, 구 씨가 검찰 조사에서 본인의 관련성에 대해 방어적으로 임할 수밖에 없는 점은 인간적으로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이 두 거래에 구 씨 자신도 함께 기소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낄 여지가 컸고, 검찰이 이런 공포감을 적극 이용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
더욱 아쉬운 부분은, 이 혐의 관련으로 재판에서 ‘정보의 진실성’ 문제가 제대로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검찰이 주장한 2018년 2월의 ‘미공개정보’란 “WFM의 배터리 소재를 사용한 배터리를 자동차부품연구원에서 시험한다”라는 내용이었고, 2018년 11월의 미공개정보는 “WFM이 배터리 소재를 테슬라에 공급하는 구매의향서를 체결한다”라는 내용이다. 여기서 문제는, 이 두 정보 모두 허위 정보였다는 점이다.
먼저 2월의 ‘자동차부품연구원 시험 의뢰’ 건의 경우, 검찰이 주장한 ‘미공개정보’의 내용에서는 ‘기존 배터리 대비 20% 향상’을 장담했고, 그로부터 3개월 후인 5월에는 언론들에 “시험 결과 기존 배터리보다 2배의 용량이 확인됐다”라고까지 홍보 기사를 냈으나, 둘 다 완전한 허위였다.
조국 사태 당시인 2019년 9월 20일에 TV조선의 단독 보도에 따르면, 해당 연구원은 WFM 관련으로 시험 의뢰됐던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와 성능에서 별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11월의 ‘테슬라에 배터리 소재 공급’ 건은, 다들 아는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가 아닌 체코의 ‘테슬라배터리즈’라는 회사였다. 이름만 들어서는 미국 테슬라 사와 연관이 있을 것 같지만, 이 회사는 가정용 배터리를 생산하는 회사로서 미국 테슬라 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 역시 조국 사태 당시인 2019년 8월 30일에 채널A가 단독 보도로 허위 정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을 보도한 위 언론사들은, 이를 토대로 조국, 정경심 교수가 허위정보를 퍼뜨린 코링크 일당의 공범으로 보는 근거로 활용했다. 그렇다면 그런 의심은 과연 타당한 것이었을까?
그에 대한 간단한 답이 있다. 구 모씨의 주식 계좌는 줄곧 매수만 했을 뿐 단 한 번의 매도도 없었다는 것이다. 허위 정보인 줄 알았다면 당연히 하락 전에 매각해서 차익을 얻고 발을 빼야 했는데, 구 씨 계좌는 단 한 번도 매도를 하지 않았고, 그 상태에서 해당 주가가 줄기차게 떨어짐으로써 큰 손해를 봤다. 따라서 두 종편 언론사가 보도한 취지와 정반대로, 정 교수와 구 씨는 공범이 아닌 피해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당시 언론들의 지독한 확증편향 탓에, 새로운 사실이 나올 때마다 피해자일 가능성 대신 공범인 근거로만 보인 것이다.
이런 확증편향이 2019년 조국 사태 당시부터 지금까지도 내내 이어지고 있고, 그것이 다수 대중들에게 조국 부부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도록 만들었다.
요컨대, 검찰이 주장하는 정보는 ‘미공개중요정보’가 아닌 ‘미공개허위정보’였고, 정 교수나 구 모씨는 그 정보가 허위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면, 이렇게 허위 정보인 경우에도 ‘미공개중요정보이용’ 혐의를 적용하는 것이 과연 타당할 것인가. 살펴보니, 이 문제에 대한 일관된 판례들의 경향이 있었다.
일례로 비교적 최근인 2022년 9월 선고된 “2022도3522“ 판례에서 대법원은, “미공개중요정보로서 요구되는 정도의 정확성을 갖추었다거나 증권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할 정도로 구체화되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 미공개중요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물론 같은 취지의 판례들은 더 많이 있다.
이런 판례의 경향성은 2020년 한국증권법학회에서 발행한 논문에서도 명시되어 있다.
그럼에도 기존 학설과 판례는 “동 정보가 반드시 객관적으로 명확하고 확실할 것까지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정확성은 인정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허위’정보를 이용한 경우에는 「자본시장법」 제174조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
- 「자본시장법」 제174조에서 정보의 ‘중요성’ 의미 - ‘중요성’과 관련된 ‘정확성(진실성)’ 문제
2020.10.23, 신상훈, 한국증권법학회
그런데 정경심 교수의 판결문들을 살펴봤을 때 이런 ‘정보의 진실성’ 문제는 1, 2, 3심 공히 재판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여, 아쉬움이 크다. 재판에서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심리가 진행되었더라면 재판부의 유무죄 판단이 달라졌을 가능성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 전면 무죄 아니다’?
정경심 교수의 2심 판결이 나온 지난해 8월 11일, 추미애 전 법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다. 앞서 글과 이번 글에서 설명했다시피, “애초에 혐의를 단정했던 사모펀드 건은 모두 무죄”라는 추 전 장관의 해석은 정확했다.
그런데 조국 수사를 총괄 지휘했었고 당시 시점에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었던 한동훈 검사장은, 바로 다음날 다음과 같이 ‘사모펀드 전면 무죄’가 아니라는 입장문을 내놓았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손톱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후안무치한 말장난이었다.
“항소심 판결문과 설명자료에는 유죄 판결이 난 미공개정보이용, 금융실명법위반, 범죄수익은닉 범죄 등에 대해 ‘코링크 사모펀드 관련’이라고 명시돼 있다. 도대체 뭘 보고 다 무죄라고 계속 거짓말하는지 모르겠다”
이 논쟁의 진실은 간단히 확인 가능하다. 공소장과 판결문을 비교해보는 것이다. 검찰은 아래에 보듯 공소장에 ‘거짓변경보고’ 혐의 외에 ‘업무상횡령’, ‘미공개정보이용’ 등의 혐의들을 묶어 “사모펀드 관련 범행”이라고 대분류를 써넣었다.
▲정경심 교수 검찰 공소장 중 “사모펀드 관련”
하지만 1,심 및 2심의 판결문과 설명자료를 보면, 대체로 공소장의 혐의 이름과 분류를 따라 판결문을 쓰면서도, 유독 이 부분만은 공소장과 달리 “코링크PE 관련 범행”이라고 바꿔 놓았다. 이는 판결문에서 공소장의 다른 혐의 대분류인 “의전원 부정지원” 등의 표현은 판결문에 거의 그대로 옮겨 쓴 것과 대조된다.
즉 1, 2심 재판부가 공통적으로 공소장의 해당 부분만 콕 찍어서 정정해 놓은 것을 볼 때, “미공개정보이용”과 “업무상횡령” 등의 혐의는 공소장에 쓰인 것처럼 “사모펀드 관련”은 아니라는 두 재판부의 판단이 나타난 것이다.
나아가서,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혐의 분류 명칭을 넘어 판결문의 서술에서도 확인된다. 판결문에는 이들 혐의 관련으로 단지 사건의 배경으로서 ‘코링크’라는 회사 이름이 언급될 뿐, ‘사모펀드 관련’으로 쓰거나 그렇게 해석, 유추 가능하도록 쓰인 부분이 없다. 이건 검찰의 공소장 역시도 마찬가지다. 혐의 분류를 “사모펀드 관련”이라 썼을 뿐, 정작 검찰이 제기하는 혐의의 실체인 공소사실에서도 사모펀드 관련성을 주장하지 못했다.
여기서 한 전 부원장의 ‘워딩’을 다시 살펴보면, 실제 판결문에는 “코링크PE 관련 범행”이라고 되어 있는 것에, 자신이 멋대로 “사모펀드”를 끼워 넣고는, 판결문의 내용이 원래 “코링크 사모펀드 관련”인 것처럼 주장한 사실이 확인된다. 검찰이 공소장에 쓴 표현과 실제 판결문의 정정된 표현을 짜깁기해 가공의 판결문 표현을 만들어낸 셈으로, 실수가 아닌 고의로 볼 수밖에 없다.
다른 한편으로, 한 전 부원장이 수사 지휘를 했던 검사로서, 언론과 여론을 상대로 이런 후안무치한 말장난을 퍼뜨릴 수 있었던 데에는, “판사는 판결로 말한다”라는 금언에 묶인 판사들은 자신과 달리 직접 입장문으로 사실관계를 밝히지는 못할 것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판사가 판결로만 말하는 동안, 왜 검사는 공소장을 넘어 기자들에게 피의사실을 유포하고 심지어 허위 주장까지 하는가.
언론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 문제는 한 전 부원장이 근거라고 주장한 판결문이나 훨씬 짧은 설명자료만 봐도 간단히 확인되는 문제였음에도, 모든 법조기자들이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기사화 했다. 지금 당시의 기사들을 찾아봐도 한 전 부원장의 허위 주장을 확인 없이 그대로 옮긴 기사가 수십 개나 쏟아진다.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공소장과 달리, 재판부가 판결문에 쓴 내용은 기분 나는 대로 허투루 써넣은 것이 아니라, 사법부의 엄중한 판단이다. 그런데도 그런 엄중한 판결문을 검사가 멋대로 왜곡하고, 법조기자들이 그대로 받아씀으로써 국민들을 기만했다. 그 결과 다수 국민들은 실제 판결 그대로가 아닌 왜곡된 사실을 진실인 양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 박지훈 / 2022-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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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재구성]
4. 사모펀드 의혹의 시작과 끝, ‘75억 약정’ 실체
사모펀드 의혹, ‘75억 약정’ 단독 보도로 촉발
판결서 드러난 진실, 약정액은 조국 부부와 무관
서울경제 최초 보도, 정황상 검찰 소스 의심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장관으로 지명된 2019년 8월 9일부터 며칠간 나온 공세는, 이전에도 몇 차례 거론된 적 있었던 ‘사노맹’ 옥고 건과 논문에 대한 공세였다. 하지만 이런 공세는 이후 이어지는 소위 ‘조국 사태’의 양상과는 거리가 먼 일회성 공세에 불과했다.
그런데 8월 14일에 인사청문요청안과 그에 첨부해 재산 관련 서류들이 국회에 제출되자, 그 당일부터 조국 후보자에 대한 공격의 방향이 재산 문제로 ‘급변침’을 했다. 인사청문 과정에서 재산 검증은 틀에 박힌 단골 메뉴였지만, 조국 후보자의 경우에는 재산 관련 검증 보도가 온통 사모펀드 하나로만 집중되는 이상 현상을 보였다.
그날 저녁 9시경 ‘서울경제’에 “단독”을 달고 게재된 “조국, 민정수석 시절 사모펀드에 75억 투자약정”이란 보도가 ‘사모펀드 의혹’ 보도들의 신호탄 역할을 했다. 이 보도는 조국 부부에 대한 ‘사모펀드 의혹’을 제기한 첫 보도로서, 제목에서 보다시피 “75억 투자약정” 하나에만 집중했다.
이 단독 보도 이후, 두 시간 반쯤 후 자정을 앞두고, 조선일보에도 역시 ‘75억 약정’을 제목으로 내건 보도가 나왔으며, 뒤이어 다음날인 15일에는 수십 개의 주요 언론사들이 ‘75억 약정’ 자체가 중요 의혹이라는 보도를 받아썼다. 바로 여기에서부터 각종 사모펀드 관련 의혹 보도들이 분화되었다. 즉 이 8월 14일의 서울경제 단독 보도가 ‘조국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한편, 검찰이 사모펀드 관련으로 유일하게 기소했던 혐의인 ‘거짓변경보고’ 혐의의 내용 역시도, 이 ‘75억 약정’이 거짓으로 보고됐다는 주장이었다. 요컨대, 이 ‘75억 약정’ 건은 언론들의 사모펀드 의혹 보도의 신호탄이자, 검찰의 사모펀드 관련 수사를 가능하게 만든 방아쇠였으며, 수개월 간의 방대한 사모펀드 수사 끝에 최종적으로 재판에 올려진 유일한 의혹이었다.
75억 약정 의혹 보도의 전개
조국 사태 초기부터 알려졌듯이, 정경심 교수가 자신과 두 자식의 이름으로 펀드에 투자한 액수는 총 10억 5000만 원이었고, 출자증서 상 약정액은 ‘74억 5500만 원’이었다.
최초 단독 보도를 내놓은 서울경제를 필두로 언론들이 문제를 제기한 지점은 ‘나머지 64억은 어떻게 조달하려고 한 것이냐’, ‘누군가 다른 사람이 이미 납입한 것이냐’, ‘애초 실제 투자액의 7배가 넘는 금액을 왜 약정했느냐’ 등이었다.
이 ‘75억’(반올림)이라는 숫자에 언론들로부터 온갖 기발한 상상의 나래가 다 펼쳐지자, 이후의 상상력도 무궁무진하게 이어졌다. 이 블루펀드가 출자한 회사 ‘웰스씨앤티’에 대한 의혹으로 이어져, ‘스마트가로등’ 사업이니 ‘공공와이파이’ 사업이니 하는 의혹이 연이어 쏟아졌고, 급기야 ‘관급공사 비리’, ‘조국펀드’라는 키워드까지 등장했다. 9월 2일 조국 후보자의 국회 기자간담회에서도 이런 키워드의 질문들이 무한 반복으로 쏟아졌다.
하지만, 언론들이 제기한 이런 의혹들을 수사 대상으로 하여, 수개월간 수십 군데의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로 샅샅이 수사했던 검찰의 수사 결과인 공소장에는, ‘스마트가로등’도 ‘공공와이파이’도 ‘관급공사’도 등장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75억 약정’ 하나 외에 제기된 모든 의혹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검찰과 언론의 상상력의 산물이었을 뿐, 실체는 단 하나도 없었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서, 사모펀드사 코링크PE는 당초 약정액 의혹 보도가 시작된 8월 14일로부터 이틀 만인 8월 16일에 입장문으로 상당히 자세한 해명을 내놓았음에도, 언론에서는 유의미하게 전하지 않았다. 해당 해명을 그나마 유의미 하게 보도한 곳은 통신사 ‘뉴시스’와 ‘뉴스핌’, 그리고 경제지 ‘파이낸셜뉴스’ 뿐이었고, 다른 모든 언론들은 이 입장문을 공격적인 의혹 보도들의 와중에 한두 줄 정도로 짧게 언급하면서, 보도 가치 없는 변명이라는 식으로 취급했다.
추후 수사에서 코링크PE에서 조국 부부와 무관한 여러 범죄 혐의들이 적발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코링크PE의 입장문 내용은 지금 돌아보아도 딱히 거짓이라 지적할 부분은 없다. 특히 이 입장문에서 설명한 “패널티 없음” 부분은 약정액 의혹에 대한 가장 핵심적인 해명이었다.
“본 PEF 경우 출자약정에 대한 패널티는 없다. 통상 미 출자분에 대한 패널티는 출자약정 이후 운용사가 캐피탈 콜을 하고 이를 출자자가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일정한 불이익을 가할 수 있으나, 이 또한 기타 출자자 및 GP 간의 사적인 합의사항이다.” |
일반론적으로 사모펀드에서 약정 금액이 잔액으로 남아있을 경우, ‘캐피탈 콜’이 있을 때 투자자가 잔액을 채워넣어야 할 의무가 있다고는 하지만, 더 근본적으로 사모펀드 가입은 사적인 계약이다. 그래서 이 약정액의 ‘강제력’은 전적으로 ‘캐피탈 콜’에 불응할 경우 운영사가 투자자에 내리는 불이익인 ‘패널티’의 내용에 달려 있다. 집을 거래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계약 위반시 계약금 몰수 같은 패널티가 전혀 없다면 실질적 강제력이 없는 것과 같다.
그런데 당시 코링크PE의 입장문에 따르면 이런 패널티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다.
당시까지 나온 모든 약정액 관련 의혹 보도는 ‘사모펀드 약정액에 강제력이 있다’라는 전제 하에 나온 것이므로, 이런 입장문 내용이 사실이라면 약정액 의혹은 없던 일이 된다. 게다가 이런 입장문 내용은 조국 당시 후보자의 해명과도 일맥상통 했다.
따라서 이런 입장문을 받아본 언론들의 입장에서는, 이 패널티 해명이 사실인지 다시 확인해본 후 ‘그렇다면 왜 코링크는 정 교수에게 강제할 수도 없는 허수의 약정액을 제안하고 써넣었나’로 초점을 옮겼어야 했다.
그런데 그런 상식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절대다수 언론들은 코링크 입장문 내용에서 덜 핵심적인 부분을 짧게 인용하고는, 이 ‘패널티 없음’ 부분은 못본 체 하고 기존의 의혹을 계속 이어갔다. 9월 2일 기자 간담회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대목을 유의미하게 주목해 거론한 언론사는 ‘파이낸셜뉴스’ 하나 뿐이었다.
나아가서, 이미 2009년에 이런 ‘캐피탈 콜’이 유명무실 해졌다는 보도도 있었다. 머니투데이의 2019년 1월 보도 "캐피탈 콜 받기도 어려워요"에 따르면, 2008년 미국발 신용위기 사태 이후로 캐피탈 콜로 투자자에게 약정액 추가 납입을 요구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즉 패널티가 명시된 경우라도 ‘캐피탈 콜’의 강제력이란 절대적인 것이 아닌 운용사의 희망사항에 가까운 측면이 있는데, 당시 의혹 보도에 혈안이 된 언론들은 어떤 경우라도 약정액의 강제력은 이유 불문 절대적이라는 취지로만 보도했다.
조범동 판결문에서 밝혀진 ‘75억 약정’의 실체
이 ‘75억 약정’ 의혹의 실체는 정 교수 1심 판결 및 조범동 1심 판결에서 인정된 증거에 깔끔하게 드러났다. 여러 건들 중에서 가장 단적이고 결정적인 것은 아래의 문자메시지인데, 정 교수의 블루펀드 가입 당시인 2017년 5월에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보낸 메시지 내용이다.
“약정금액이 100억 원이 안 되어서 원래 블루코어를 그린으로 옮기기로 하였습니다. 금감원에서 신규 펀드인데 약정 100억 원이지만 14억 원 정도만 출자될 거라 과거 펀드 출자만 바꾸고, 원래 펀드는 레드코어2호로 변경키로 하였습니다” |
여기에 더해, 두 재판에서 공히 인정된 사실에 따르면, 블루펀드는 코링크가 정 교수가 가입하기보다 1년여 전인 2016년 7월 경에 다른 사람들의 명의로 설립 신고만 해놓고는 실제 자금 모집은 하지 않은 상태였다. 코링크는 이런 빈껍데기 펀드를 정 교수와 두 자녀 등의 이름으로 ‘명의변경’만 하여 금융위에 신고한 것이다.
이런 사실들을 풀어보면 다음과 같은 여러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다.
1. “약정 총액이 100억이지만 애초부터 14억만 출자할 계획”이라는 사실을 조범동이 가입 당시부터 정 교수에게 밝혔다. (‘14억’은 정 교수와 두 자식의 10억 5000만 원에 동생, 지인들의 투자도 포함된 전체 투자 금액.)
2. ‘약정금액이 100억이 안되어서 원래 블루코어를 그린으로 옮긴다‘라고 쓴 것을 볼 때, 블루펀드는 정 교수의 투자 이전에도 이미 약정금 총액이 100억으로 설정되어 있었다.
3. 즉 이후로도 블루펀드의 약정 총액이 100억이었던 이유는, 단지 이전에 껍데기만 만들어놓은 블루펀드의 약정액을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기 때문이다.
4. 정 교수가 가입하기 전에 블루펀드는 자금이 전혀 없이 허위의 가입자 명의만 있는 빈껍데기 상태였으므로, 정 교수에게 “원래 블루코어를 그린으로 옮기기로”라고 한 것은 거짓말이었다.
요컨대, 조범동이 블루펀드 가입 전에 정 교수에게 설명하면서 “100억이 안되어서 원래 블루펀드를 그린으로 옮기기로”, “약정 100억 원이지만 14억 원 정도만 출자될 거” 등의 표현을 볼 때, 블루펀드의 약정 액수는 코링크에서 이전의 약정액을 변경하지 않았기 때문이었을 뿐, 정 교수의 의사도 아니고 사전 협의된 내용도 아닌, 코링크 측의 편의사항에 맞춘 일방적인 통보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 교수와 두 자녀의 약정액 74억 5000만 원 역시도 이 블루펀드의 총 약정액 100억의 비례적인 일부일 뿐이었다.
‘거짓변경보고’ 혐의에 대한 두 재판부의 판단 역시, 정 교수는 이런 약정액 결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조국 전 장관이 후보자 기자간담회에서 했던 답변들과 정 교수가 해명한 내용들은 그대로 진실이었다.
그런데 이런 명백한 판결이 나온 후에도, 언론들은 기존에 제기했던 허무맹랑한 의혹 보도들에 대해 정정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약정액 의혹에서 일파만파 뻗어나간 ‘관급공사 비리’니 ‘조국펀드’니 하는 다른 주요 의혹들은 아예 전혀 사실무근이었다는 사실 역시 언론들은 일체 모르쇠 했다.
무리한 ‘거짓변경보고’ 기소, ‘75억 약정’ 단독보도와의 연관성
검찰이 그토록 열심히 파헤쳤던 ‘관급공사 비리’ 혐의에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아 기소조차 못했던 것만큼이나, ‘거짓변경보고’ 혐의 역시 해당 법률인 자본시장법의 조문상 정경심 교수에게 적용하는 것은 법리상 전혀 얼토당토 않은 일이었다. 앞서 글에서도 썼다시피, 자본시장법에 명시된 변경보고의 책임은 사모펀드 운용사에 있기 때문에, 투자자인 정 교수와는 전혀 무관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 혐의 관련으로 검찰이 공소장에 써놓은 내용을 보면, ‘거짓변경보고’의 구체적 실행경위로서 ‘조범동이 이상훈 대표 등 코링크 직원들에게 허위의 변경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라고 적시하면서도(이 주장도 허위였다), 이 관련으로 정 교수의 행위에 대해서는 전혀 생뚱맞게도 ‘자녀에게 인감증명서 등을 발급 받으라’ 했다는 사실만을 써놓았을 뿐이다. 다시 말해, ‘인감증명 발급’이 정 교수에게 ‘거짓변경보고’ 혐의를 씌운 근거라는 식이다.
즉 법률 적용 자체가 불가능한 혐의였던 것은 물론이고, 검찰 스스로 ‘거짓변경보고’ 지시를 한 피의자는 조범동 뿐이고, 정 교수는 해당 변경보고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소장에 써놓은 셈이다.
이중 삼중으로 말도 안되는 기소이고, 법령 근거 없이 기소한 것이니 위법한 기소인 것이다.
그러면 검찰은 도대체 왜 이런 위법하고 어불성설인 기소를 강행했을까?
그 힌트는, 이 모든 사모펀드 논란을 촉발시킨 ‘최초 보도’에서 유력하게 짐작해볼 수 있다. 서두에서 썼다시피, 이 ‘사모펀드 의혹’을 촉발시킨 최초의 보도는 서울경제 조권형 기자의 8월 14일 기사였다. 그런데, 이 조 기자는 당시 서울경제 사회부 ‘법조팀’ 소속의 법조기자였다. 아래는 해당 기자가 2019년 무렵 보도한 기사들 중 일부다.
보다시피, 기사 제목만 봐도 검찰을 출처로 하거나 검찰의 이해관계에 맞춘 보도가 주류를 이루었고, 개별 검사를 직접 인터뷰한 연재 기사들도 있다. 아래는 이 기자가 조국 사태 와중에 직접 썼거나 관여한 기사들의 목록이다.
조국 사태 발발 전후로 검찰과 검사들의 소식을 전하고 검찰의 이해관계를 기사에 반영하던 법조 전문 기자가, 조국 사태를 촉발시킨 첫 보도를 내놓고 두 달 간은 조국 사태 의혹 보도에만 올인한 사실이 확인된다. 이 보도들에는 당시 기준으로도 지적할 문제들이 매우 많지만,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이 친검 법조기자가 조국 사태 국면에서 내놓았던 보도들과 검찰과의 연관성이다.
조 기자는 위 기사들 여럿에서 ‘법조계에 따르면’이라면서 정보의 출처를 익명화된 검찰로 밝히고 있고, 그 외에도 검찰 측 정보임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특히, 9월 11일 보도 “檢 ‘조국 사모펀드 의혹에 버닝썬 윤총경 관련 정황..집중수사 땐 승산’”에서는, 아예 제목에서부터 검찰에게서 들은 정보임을 대놓고 밝히기도 했다. 즉 조 기자가 조국 사태 연속 보도를 내놓는 과정에서 검찰로부터 직접적으로 정보를 얻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 9월 8일 보도 “조국 부인 PC에 총장직인 파일...딸도 공동정범으로 소환 검토”에서는 SBS의 유명한 ‘직인파일 예언 보도’와 같은 내용을 쓴 것인데, 흥미롭게도 조 기자가 밝힌 출처는 SBS 인용이 아니라 “법조계에 따르면”으로서 사실상 검찰이었다.
아시다시피 SBS 보도가 기사 내용에서 밝힌 취재원 역시 검찰이었는데, 조 기자는 SBS 보도를 받아쓴 것이 아니라 검찰로부터 취재했다는 것이다. 여기서도 조 기자가 법조기자로서 조국 사태 보도들에서 검찰 수사팀 누군가와 연락하며 기사꺼리를 받거나 사실 확인을 한 사실이 재확인된다.
이렇게 혁혁한 공로(?)를 세운 조권형 등 법조팀을 포함한 서울경제 기자들은, 2019년 12월 말에 관훈클럽으로부터 ‘권력 감시 부문’ 관훈언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약정액 의혹 하나를 제외한 제기 의혹 모두가 공소장에 적히지도 못했는데도, 또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은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인데도 말이다.
▲2019년 관훈언론상, ‘권력 감시 부문’ 수상자 3곳 모두 조국 사태 보도 ‘공로’
참고로 2019년 관훈클럽 시상에서 권력 감시 부문은 총 3개 언론사 팀들이 수상했는데, 이 동아일보, 서울경제, 한국일보 기자들 모두가 ‘조국 사태’ 보도 공로로 수상했다. 너무도 아이러니한 것이, 이후 재판에서 공식적으로 밝혀진 결론에서 ‘권력형 범죄’는 없었고, 유죄로 인정된 혐의들조차도 권력과 전혀 무관한 혐의들이었는데도, 이들은 신기루 같은 허구의 ‘권력’을 쫓은 공로로 대규모 수상까지 한 것이다. 이후 조권형 기자는 정치부로 옮겨 대권후보로 나선 윤석열 전 총장을 주로 취재했고, 윤 후보의 국민의힘 입당과 국민의힘 대선후보 선출, 지방 순회 선거 운동까지 줄기차게 동행 취재했다. 당선 이후엔 인수위 취재를 했으며, 최근인 11월 초에는 동아일보 정치부로 옮겨 국민의힘 정당 취재를 하고 있다. |
정리해보자. 조권형이 이끈 서울경제의 조국 사태 연속 보도들은, ‘75억 약정’ 단독 보도로 시작해서 철저하게 사모펀드 하나에만 올인 했으며, ‘75억 약정’ 의혹은 검찰이 기소한 유일한 사모펀드 관련 혐의였다. 또 조권형은 조국 사태 이전에도 검찰의 이해관계 관련이나 검사 개별 인터뷰 등의 검찰발 보도를 주로 하던 법조기자였다.
또, 조 기자의 약정액 관련 단독 보도는, 뒤이어 보도된 조선, 중앙 등의 보도보다 오히려 훨씬 더 디테일 하게 의혹과 상상력을 부추겼고, 이후로도 사모펀드 관련 각종 의혹 보도들을 각 대목마다 앞장서서 치고 나가면서, 다른 언론들의 사모펀드 후속 보도들을 이끌어냈다. 사모펀드 관련 의혹들을 연이어 선도적으로 퍼뜨린 데에 있어서는 과연 탁월하기는 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조권형 기자의 ‘75억 약정’ 최초 보도가 검찰과는 관련이 없을 거라고 보는 게 더 이상할 지경 아닌가? 나아가서, 사모펀드 의혹들을 촉발시킨 기사이자 조 기자의 최초 단독 보도였던 ‘75억 약정’ 건을, ‘거짓변경보고’라는 혐의로 억지 기소를 강행한 것 역시, ‘75억 약정’ 건이 검찰의 조국 수사팀에게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였다고 짐작해볼 수 있는 것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 박지훈 / 2022-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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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재구성]
5. ‘조국 관급공사 비리’ 의혹은 송두리째 허위였다
‘관급공사 비리’ 보도 시발점은 역시 검찰
블루펀드 투자와 관급공사 수주액은 무관
블라인드펀드로 설정한 숨은 이유 있었다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직행한 관급공사 의혹은, 8월 17일 새벽에 출고된 동아일보의 두 기사 “‘조국 가족 사모펀드’, 관급공사 기업에 투자”와 “조국 가족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檢수사받은 기업들과 거래”에서 촉발되었다.
이 기사들에서 동아일보는 블루펀드가 투자한 회사 ‘웰스씨앤티’가 가로등 관급공사를 하는 기업으로서, 블루펀드 투자 이후 1년 만에 매출은 74.1%, 영업이익은 2.4배로 증가했다고 썼고, 이어서 조국 후보자의 정보나 영향력이 작동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법조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썼다.
이런 의혹 제기에 대해, 웰스씨앤티는 8월 19일에 입장문을 내고 동아일보의 보도에 대해 반박했다. 여기서 웰스는 2017년부터 매출이 늘어난 것은, 가로등 자동점멸기 외에 2017년부터 신사업으로서 ‘유통도매 분야 매출’의 증가와 ‘전력감시장치 매출’이 늘어서라는 설명을 내놓았다. 실제로 웰스씨앤티는 2017년 3월에 ‘전력소비량 감시 장치’에 대해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한 사실이 확인된다.
즉 동아일보의 의혹 보도는 관급 외의 다른 분야에서 매출이 늘어났을 개연성 자체를 무시하고, 웰스씨앤티의 매출액은 관급공사 수주가 전부인 것처럼 들리도록 왜곡해 보도하고, ‘웰스씨앤티는 관급공사 기업’이라는 과장된 프레임을 만든 것이다.
또다시 드러나는 검찰의 입김
그런데, 이 두 기사에는 여러 부분에 검찰의 입김이 닿은 흔적들이 있다. 법조 기자들이 검찰의 목소리를 익명 처리할 때 흔히 등장하는 “법조계”가 등장해 가로등 사업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코링크PE가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업체로부터 자금을 빌렸던 적이 있다는 은밀한 정보까지 등장한다.
“본보 취재 결과 웰스씨앤티는 가로등 관련 관급공사를 수주하며 성장했다. (중략) 법조계에선 “가로등 사업은 대표적인 경찰과 행정당국의 정보를 미리 알고 수주하는 사업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코링크PE가 거래한 기업이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점도 의혹의 시선을 더하게 만든 요소다. 코링크PE는 무자본 인수합병(M&A)으로 회사를 인수해 소액주주 1000명에게 피해를 끼친 혐의로 올 6월 기소된 지와이커머스 측으로부터 10억5000만 원을 빌렸다가 2018년 1월 상환한 것으로 파악됐다”
기사 출처로 ‘법조계’를 거론하는 표현은 법조 기자들이 우회적으로 검찰을 지칭하는 ‘사골’ 용어다. 직접적으로는 사법적 사안도 아닌데, 수사를 벌이려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검찰이 아니라면, 이 문맥에서 ‘법조계’가 등장해 무엇 무엇이 의심스럽다는 의견을 개진할 리도 없다. 즉 검찰이 웰스씨앤티의 ‘가로등 사업’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며 기자에게 알려줬다는 의미다. 보도를 유도하는 취지로 말이다.
이어서 코링크가 과거 단기 자금을 빌렸던 업체가 검찰의 수사를 받았던 업체라는 서술 역시도 검찰이 흘려준 정보로 볼 수밖에 없다. 코링크가 스스로 밝힐 성격의 정보도 아니고, 코링크에 대한 수사를 착수하기도 전이므로 코링크 수사 중에 나온 정보도 아니다. 그런데도 서울중앙지검의 ‘지와이커머스’ 수사에서 남아있던 ‘코링크’라는 이름이 검찰의 수사 기록을 뛰쳐나와 동아일보 기자들에게 전달된 것이다.
그런데 이런 종류의 정보가 기자가 검찰에 문의한 결과로 나올 수 있는 정보일 수 있을까?
‘검사님, 검찰의 과거 수사기록을 뒤져서 코링크에 자금을 빌려준 기업을 찾아서 알려주세요’ 이런 질문이 가능한가?
어떻게 보더라도 검찰이 능동적으로 기자에게 흘려준 정보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기사들을 취재한 기자들을 살펴보면, 총 4명의 기자가 공동으로 쓴 기사로서, 이들 중 3명은 경제부 기자인데 비해, 두 기사에 공통적으로 이름을 올린 ‘김동혁’ 기자만은 법조팀 기자였다. 이 기사들에서 법조팀 기자가 어떤 역할을 했다는 것일까? 요컨대 동아일보의 이 두 기사는 외형상으론 경제부 기자들이 주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법조팀 기자가 검찰로부터 받은 정보들을 뼈대로 해서 경제부에서 살을 붙여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특히, 이 동아일보 기사들은 이후 계열사 채널A의 ‘스마트가로등’ 의혹 보도로 이어지고, 다시 검찰의 압수수색영장에서 더욱 구체화 되는 일관된 흐름이 있다. 이런 흐름을 되짚어 올라가면, 이 8월 17일 동아일보 기사에서 흘린 ‘검찰이 가로등 사업을 의심하고 있다’라는 대목은, 며칠 후 시작되는 대대적인 ‘관급공사 수사’의 신호탄이었다. 즉 검찰이 스스로 동아일보를 통해 ‘관급공사 의혹’을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블루펀드 투자 후 관급공사 매출이 급증?
다시 며칠 후인 8월 23일, 자유한국당 정점식 의원은 동아일보가 신호탄을 쏜 ‘관급공사’ 의혹을 더욱 증폭시켰다. 조달청 나라장터의 최근 5년간 기록을 집계해, 웰스씨앤티의 관급공사 수주액이 블루펀드 투자 이후 급증했다는 내용의 PPT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정 의원은 여기서 “조국과 민정수석실의 위세를 업고 수주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거론하며, ‘권력형 비리 의혹’을 본격화시켰고, 대다수 주류 언론들은 이런 주장을 비판적 시각이나 사실 확인 없이 그대로 받아썼다.
그런데 아래 정 의원의 PPT 문서 내용을 보면, 2018년의 수주액이 2017년에 비해서는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2014년과 2015년 사이에는 그보다 더 크게 증가했다가 2016년에 크게 하락하기도 했다. 요컨대 정 의원이 의혹을 키우려 제시한 자료에서조차 그 이전부터 수주액이 등락을 거듭한 사실이 드러나 있었던 것이다. 나아가서, 웰스 관계자는 자사의 관급공사 실적이 정 의원이 제시한 최근 5년보다 이전인 2012년에도 2018년과 같은 수준인 17억원을 기록한 적도 있었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이렇게 웰스씨앤티의 관급공사 수주 액수가 해마다 들쭉날쭉 했던 것은, 8월 19일 웰스앤씨앤티 입장문에서도 설명된 바 있다. 그 이유는 자동점멸기 제품과 관급 사업 자체의 특성 때문인데, 지자체별로 일정 기간마다 대량의 자동점멸기 교체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즉 블루펀드의 투자는 웰스의 관급공사 매출이 오르내린 것과는 관련성이 없었다.
심지어 검찰은 권력 개입의 증거를 찾아내겠다며, 관계인들과 기업들은 물론이고, 관련도 없는 국토부까지 압수수색하며 샅샅이 뒤졌지만, 결국 정 교수를 기소한 공소장에서 ‘관급공사’나 ‘권력’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더욱이, 검찰의 공소장과 판결문에서 확인된 사실에 따르면, 웰스는 코링크PE에게 블루펀드 자금을 횡령하는 임시 창구 정도로만 이용되었을 뿐, 웰스씨앤티의 제품이나 매출은 코링크PE의 관심 대상조차 아니었다.
블라인드펀드인데도 ‘웰스씨앤티’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 ‘관급공사 의혹’에서 웰스씨앤티의 매출 변동보다 더 핵심적인 관건은 ‘블라인드펀드’ 여부였다. 코링크의 블루펀드는 블라인드펀드로서, 어떤 기업에 투자되는지 운용사가 투자자에게 알려주지 않는 방식이라는 것이 조국 후보자와 코링크 측의 일관된 해명이었다.
설사 언론과 검찰의 주장대로 조국 후보자가 권력을 동원해 이익을 취하려 했다고 치더라도, 어떤 기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권력을 동원해 그 기업의 영업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이므로, 이 ‘블라인드펀드’ 여부는 권력 개입 판단에서 가장 근본적이고 핵심적인 관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동아일보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은, 최소한의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로, 조국 후보자와 정경심 교수가 ‘웰스씨앤티’라는 기업을 알고 있었다는 전제를 세우고는 의혹 보도를 쏟아냈다. 블라인드펀드로서 어디에 투자되는지 알지 못했다는 해명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고, 단순히 ‘매출 증가 자체가 권력 개입의 증거’라는 식이었다.
이런 무논리의 억지 주장은 조국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김진태 의원의 입에서도 반복되었다. 조국 후보자가 ‘블라인드펀드라서 어떤 기업에 투자됐는지 몰랐다’라고 답하자, 김 의원은 ‘관급공사가 급증했는데 블라인드펀드라는 게 말이 되느냐’라는 취지로 몰아붙였던 것이다.
그런데, 검찰이 ‘권력 개입’ 혹은 ‘관급공사 비리’ 관련으로 기소조차 하지 못한 탓에, 판결문에도 이 블라인드펀드 여부에 대해 명시적으로 판단한 부분은 없다. 그런데, 재판부가 판결문에 인용한 검사 측 제출 증거들에는 블루펀드가 블라인드펀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 있다.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블루펀드 관련으로 언급한 여러 문건들과 문자메시지 등에서 웰스씨앤티를 일관되게 “W사”라고만 지칭했을 뿐, “웰스씨앤티”라는 회사 이름은 단 한 차례도 거론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되는 것이다.
조범동과 정 교수의 대화에서 ‘익성’을 비롯한 다른 기업 이름들은 실명으로 언급되었는데, 유일하게 웰스씨앤티만이 일관되게 “W사”라고 익명화되어 거론되었다. 결국 검사 측이 제출한 증거들로 볼 때, 조범동은 한 번도 정 교수에게 블루펀드가 투자한 회사가 ‘웰스씨앤티’라고 알려준 적이 없었던 것이다.
조범동이 블루펀드를 블라인드펀드로 설정한 이유
아래는 정 교수의 블루코어 투자 직전인 2017년 7월 12일에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블루펀드의 투자 및 수익구조 계획을 설명한 자료로서, 1심 판결문에 인용된 내용이다.
참고로 여기서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내놓은 자금 운용 구조, ‘익성 관계사인 W사 인수 후 W사에서 익성 배터리 사업에 투자’ 라는 설명은 완전히 거짓이었다. 웰스씨앤티는 “익성 관계사”도 아닐 뿐더러, 블루펀드로부터 웰스로 입금한 투자금은 곧바로 익성으로 ‘횡령’되었기 때문이다. 즉 블루펀드 투자 전부터 조범동이 계획적으로 정 교수를 속인 사실이 드러난다.
조범동은 웰스씨앤티에 블루펀드 자금을 넣었다가 곧바로 익성으로 횡령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돌렸기 때문에, 정 교수가 참여한 블루펀드는 성장성도 불투명한 비상장 중소기업 웰스의 지분만 생겼을 뿐, 익성에는 법적으로 아무런 지분도 권한도 생기지 않는 구조였다. (조범동이 ‘업무상횡령’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혐의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회수 절차’로 거론한 ‘배터리사업쪽 납품 계약’ 운운 역시 당초부터 계획적인 거짓말이었다.
정 교수에게 알려준 계획과 달리, 막상 블루펀드를 발족하자 마자 이런 비정상적인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금을 굴렸으므로, 조범동으로선 당연히 정 교수에게 ‘웰스씨앤티’라는 회사 이름을 알려줄 수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웰스씨앤티’라는 회사의 실명만 알면 ‘익성 관계사’가 아니라는 사실은 쉽게 드러나고, 그러면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알려준 운용 계획이 허위라는 사실이 들통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블라인드펀드’라는 핑계가 그 방어막이 된 것이다.
(참고로, 여기서 “W사”는 또다른 ‘W’ 이니셜의 회사인 ‘WFM’을 지칭한 것은 아니다. 첫째로 WFM에는 블루펀드 자금이 전혀 들어가지도 않았고, 두번째로는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WFM을 지칭할 때는 익명이 아닌 ‘WFM’이라는 실명을 그대로 썼기 때문이다.)
언론들이 일제히 무시한 ‘블라인드펀드’ 보도
그런데, 이런 사실들이 드러나기 한참 전,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당시에도 언론들에겐 이미 블루펀드의 블라인드펀드 여부에 대해 중요한 단서가 있었다. 2017년 11월에 한국경제가 보도한 코링크PE 이상훈 대표의 인터뷰 기사 “[인터뷰]이상훈 코링크 PE 대표 사람 보고 투자했더니 4차 산업혁명 중심에"이다.
이 기사에서 이상훈 대표는 블루펀드에 대해 명시적으로 “블루코어밸류업1호(블라인드 펀드)”라고 지칭했다. 이 인터뷰 기사의 시점은 2017년 11월이었으므로, 당시 시점에 코링크PE가 굳이 허위로 ‘블라인드펀드’라고 주장할 다른 이유도 없었다.
한국경제의 이 인터뷰 기사는, 조국 사태가 한창이던 당시에는 ‘코링크PE’ 검색어로 웹 검색을 하면, 검색 결과 페이지의 첫 페이지 상단에 나타났었다. 따라서 언론들이 코링크PE에 대해 알아보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보지 못했을 수도 없었고, 또 일단 봤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칠 수 없었던 중요 단서였다.
‘조국 사태’ 당시에 언론들이 불과 2년도 되지 않은 이 기사를 유의미하게 다뤘다면, 마땅한 근거 하나 없이 ‘관급공사 비리‘를 운운하던 무분별한 보도 행태에도 제동이 걸렸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어느 언론, 어느 기자도 이 중요한 단서를 한 번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언론들은 이런 가장 기초적인 사실조차 확인하지 않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무시하고는, 검찰과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흘리는 허위 의혹을 무분별하게 받아쓰며, 기사 조회수를 올리는 데에만 급급했다.
(시민언론 민들레 / 박지훈 / 2022-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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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위 기소·허위 증거·허위 보도"…조지워싱턴대 퀴즈시험의 진실
[조국 재판부 증거 불채택…전대미문 反사법적 사건]
검찰 “외부 조력이 금지” 명백한 허위 공소장
‘협업 금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강의계획서
재판부 기망한 검찰의 대담한 ‘허위 증거’ 제시
범죄 안 되는 허위 기소 언론 '대리 시험' 프레임
조국 전 장관 일가에 퍼부어진 많은 혐의 중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건이었던 소위 '표창장 사건' 이외에 가장 크게 화제가 되면서 전국민적인 조롱의 대상이 된 사건이 '조지워싱턴대 퀴즈 시험'이다.
그러나 이 사건은 검찰이 피고인들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고 망신을 줄 목적으로 범죄가 될 수 없는 것을 알면서 제기한 허위 기소이며, 공판에서 대담한 허위 증거 제시까지 자행하고, 이에 부화뇌동한 언론의 허위 보도가 어우러진 전대미문의 반(反)사법적 사건이다.
이 사건에 대해서는 우선 "이게 과연 기소해서 재판까지 받아야 할 사안이냐"는 비판이 가능하지만, "단 1점이라도 부정과 허위가 있었다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비현실적으로 극단적인 법 엄격주의를 적용해 기소에 이른 것이라면,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도 그에 상응하여 엄격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 검찰 공소장의 조O 씨 관련 부분. 이 공소 내용의 전제가 되는 "수강생은 단독으로 응시해야 하며 수업 노트나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것은 허용되나 외부의 자료나 도움을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는 전제는 완전한 허위사실이다.
“외부 조력이 금지”?...명백한 허위 공소장
검찰은 공소장에서 이 혐의에 대해 "수강생은 단독으로 응시해야 하며 수업 노트나 관련 서적을 참고하는 것은 허용되나 외부의 자료나 도움을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이것은 완전한 허위사실이었다.
조지워싱턴대의 학칙과 관련 규정에 따르면 해당 퀴즈 시험은 공소장의 허구적인 전제와는 달리 퀴즈 시험에 대한 일반적인 상식에 부합하는 "집에서 오픈북 상태로 치르는 급우 또는 외부의 협력이 허용된, 성적 사정을 위한 것이 아닌 학습 동기를 고취하기 위한 과제 예습 및 강의 내용 평가"에 해당하는 시험이었다.
학교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게시되어 있는 조지워싱턴대 학칙은 담당 교수로 하여금 담당 과목에 대해 어떠한 과제와 시험을 어떤 방식으로 보게 할지를 전적으로 결정해 책임지도록 하고 있고, 담당 강사는 "어떤 종류의 협업이 허용되는지를 포함해 과제의 완성과 시험에 대해 자신의 기대사항을 학생들에게 명확하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그 '기대사항'이란 학생들이 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자원들에 대해 각각 ‘허용(Permitted)/인용허용(Permitted with Citation)/금지(Prohibited)’ 여부를 명시하는 것으로서, 학교의 가이드는 동료 급우, 웹사이트, 학교 온라인 강의실, 구글 번역 등 학생이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을 세세하게 열거하고 있고, 여기에는 '(위에 열거되지 않은 급우가 아닌) 다른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 미국 조지워싱턴 대학의 시험 관련 가이드. 무감독 시험의 경우 허용되는 것과 금지되는 것을 분명하게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협업 금지’ 명시되어 있지 않은 강의계획서
특히 다른 항목들이 '권장된다(encouraged)'고 표현된 데 반해 온라인 퀴즈와 같은 '무감독 시험'에 대한 지침에서는 '명시적으로 알려야 한다(should explicitly state)'고 표기되어 있다. 따라서 '무감독 시험에서의 주의사항 통보'는 강사 혹은 교수의 가장 중요한 의무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담당 교수(MacDonald, 이하 '담당 교수')는 퀴즈 시험에 대해 '집에서 치르는(take home) 오픈북(open book) 테스트'라는 점 외에는 어떠한 안내 및 금지 사항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러한 내용은 검찰이 9월 2일 공판에서 제시했던 미국 FBI와 담당 교수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 인터뷰에서 담당 교수는 “강의계획에 명시적으로 알리지 않았다(it was not explicitly stated in syllabus)”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이 혐의에 대한 대전제로서 공소장에 기재한 “외부의 자료나 도움을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는 부분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며, 이 기소는 이러한 허위 사실을 바탕으로 한 ‘허위 기소’인 것이다. 조국 일가에 대해서만 유독 가혹하게 적용하고 있는 법적 기준에 따른다면 검찰은 ‘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로 강력하게 처벌받아야 한다.
* 검찰이 미국과의 사법공조를 통해 확보한 FBI와 담당 교수의 인터뷰 내용. 이 인터뷰에서 담당 교수는 "타인의 조력을 금지한다"는 내용을 강의계획서에 명시한 적 없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를 기망한 검찰의 대담한 ‘허위 증거’ 제시
담당 교수와 FBI와의 전화 인터뷰는 사법절차를 거치지 않은 전문 증거에 불과해 증거로 채택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9월 2일 공판에서 굳이 이것을 증거로 제시했다가 ‘증거 불채택’ 결정을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이 당시 원문을 왜곡해서 번역해 제시하는 대담한 재판부 기망 행위를 감행했다. 검찰은 “담당 교수가 학생들에게 온라인 시험은 타인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다, 혼자 치르는 것이라고 알려줬다고 진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문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
해당 원문의 번역은 아래와 같다.
MACDONALD는 그러한 허가가 부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MACDONALD는 강의 계획서에 명시적으로 제시되어 있지는 않지만, 집에서 치르는 퀴즈와 최종 시험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개별적으로 치르는 것을 의미하며 MACDONALD는 이에 대해 학생들이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이 인터뷰 내용의 핵심은 “강의계획에 명시하지 않았다”는 부분이다. 이 부분은 학칙과 청렴 가이드에서 “should explicilty state”로 가장 강력하게 강제하고 있는 내용이며, 담당 교수는 그러한 규정을 이행하지 않은 변명으로서 “학생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있을 것으로 믿었다”는 변명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학생들에게 알려줬다”는 검찰의 번역은 원문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허위 번역이었다.
지난 18일 열린 공판에서 변호인단이 이러한 사실을 통박하자 “그 문장은 간단한 문장으로 주어가 MacDonald로 돼있고 동사가 advise로 돼있다”는 맥락에도 없는 말을 늘어놓았다. 원문에서의 ‘advise’는 FBI의 인터뷰에 응한 담당 교수가 "참고인 자격으로 FBI에게 말했다”는 뜻이다. “학생들에게 알려줬다”는 뜻과는 전혀 관계없는 어휘다. 대담한 거짓말이 발각되자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맥락 없는 말로 둘러댄 것이다.
9월 2일 공판에서 ‘반대신문을 할 수 없는 전문 증거’로서 증거 채택이 불허됐던 담당 교수의 FBI 인터뷰는 지난 18일 공판에서 변호인단의 신청에 의해 검찰 주장의 허구성을 밝히는 ‘탄핵 증거’로 역으로 채택됐다.
* 중앙일보는 2020년 1월 2일 자에 ”시험장에 ‘타인의 도움을 안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고 보도하더니, 다음 날인 1월 4일 자엔 ”온라인 시험 문제지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된다”는 안내문을 명시했던 것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검찰의 허위 기소에 조력한 언론의 허위 보도
이 사건이 ‘표창장 사건’에 버금가는 화제가 된 것은 검찰의 사주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언론의 적극적인 허위보도가 크게 한몫했다. 이 사건은 조국 일가에게 입시 비리와는 또 다른 “있는 놈들이 더 한 쪼잔한 부정”으로 프레이밍됐다.
검찰 공소장에는 "학교 온라인 시험 규정에 따르면 외부의 자료나 도움을 받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고 적혀 있는 ‘금지 규정’ 관련 내용에 대해 <중앙일보>는 2020년 1월 2일 자에 ”시험장에 ‘타인의 도움을 안 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고 보도하더니, 다음 날인 1월 4일 자엔 ”온라인 시험 문제지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선 안 된다”는 안내문을 명시했던 것을 검찰이 확보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엇갈리는 두 건의 보도 모두 명백한 허위 보도다.
* 9월 2일 채널A 보도. 언론은 검찰이 가족 간의 대화까지 대놓고 공개한 9월 2일 공판에 이르러서는 일제히 ‘대리시험’이라고 보도하며 작위적인 카톡 대화 그래픽까지 동원해 한 가족에 대한 범국민적인 조롱 경쟁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이보다 더 심각한 허위 보도는 ‘대리 시험’이라는 프레임이다. 언론은 공소장이 공개된 순간부터 '대리시험'으로 규정해 보도했다.
이 사건은 검찰의 서증조사에서도 ”갑론을박을 벌였다“고 표현했듯이 일방적으로 답을 만들어 전달해준 것이 아니라, 교우관계를 만들지 못해 외톨이가 돼있는 학생을 부모가 토론 방식으로 ‘도와준’ 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단순한 '조력'이 아니라 ‘대리시험’이라면 실력이 떨어지는 자녀가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도록 대학 교수인 부모가 대신 시험을 치러준 ‘입시 비리’로 연결된다.
우리나라에서 숙제와 수행평가 등은 원칙적으로 학생 스스로 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을 부모가 도와주거나 심지어 대신 해준다고 해서 그것을 ‘입시 비리’로 형사 범죄화하여 처벌하지 않는 것은 물론 비난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리시험’은 그대로 ‘입시 비리’와 ‘부정 행위’로 연결되어 ”학폭이면 대리시험 쳐줘도 되냐?”라는 등의, 당사자로서는 초죽음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극단적인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특히 언론은 검찰이 가족 간의 대화까지 대놓고 공개한 9월 2일 공판에 이르러서도 일제히 ‘대리시험’이라고 보도하며 작위적인 카톡 대화 그래픽까지 동원해 한 가족에 대한 범국민적인 조롱 경쟁을 이어갔다.
고일석 에디터goandgo1@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www.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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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재구성]
6. 문재인 끌어들인 ‘스마트가로등’ 의혹, 실체 없었다
文 억지로 엮은 ‘스마트가로등’ 의혹, 알고보니 ‘맹탕’
시작부터 끝까지 허위였던 ‘스마트가로등’ 주장
문 대통령의 ‘스마트시티 보고회’ 참석이 의혹?
부처 업무보고 중 ‘스마트도로’ 언급한 게 전부
시종 허황된 의혹, 웰스씨앤티와 ‘스마트가로등’
‘스마트가로등’ 검찰 압수수색 영장은 허위공문서
시작부터 끝까지 허위였던 ‘스마트가로등’ 주장
2019년 8월 17일 동아일보 ‘웰스씨앤티 관급공사’ 보도에 이어, 며칠 후인 8월 23일에는 채널A가 “[단독]조국펀드 ‘수상한’ 실적…대통령 언급 후 171건 수주”라는 보도를 내놓으며 관급공사 비리 의혹을 더욱 부추겼다.
앞서의 동아일보 보도들이 막연하게 웰스씨앤티의 일시적 매출 증가 사실만 가지고 ‘관급공사 비리 의혹’에 대해 ‘아니 땐 굴뚝에 연기’를 일으켰다면, 채널A의 ‘스마트가로등’ 보도는 그런 비리 의혹을 실체도 없이 구체화 시킴으로써 국민들과 타 언론사들에게 사모펀드 의혹에 대한 근거 없는 확신을 심어주는 역할을 했다.
▲2019년 8월 23일 채널A 보도 “[단독]조국펀드 '수상한' 실적..대통령 언급 후 171건 수주
해당 보도에서 채널A는 웰스씨앤티가 ①‘가로등점멸기 업체’로서 “가로등 점멸기는 스마트도로 조성에 필수적인 장치”라고 전제한 후, ②블루펀드가 웰스씨앤티에 투자했던 2017년 8월에 문재인 대통령이 “스마트 도로 등 스마트 시티 산업 추진을 강조”했고 또 ③“문 대통령이 올해 2월 부산에서 '스마트 가로등을 직접 살펴보기도 했다”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 보도의 세 골자 전부가 거짓말과 말장난이었고, 전혀 무관한 별개의 사실들을 끌어다 붙여 의혹처럼 보이도록 자의적으로 배치한 허구의 스토리였다. 그럼에도 마치 사모펀드 의혹에 실체적 근거가 있는 양 착시를 일으켰고, 여론은 이성을 잃고 급변했다.
이제 이 괘씸하기 짝이 없는 채널A 보도의 민낯을 하나씩 살펴보자.
대통령의 ‘스마트시티 보고회’ 참석이 의혹?
해당 채널A 보도가 문재인 대통령의 스마트시티 관련 일정이나 발언까지 끌어들여 의혹을 증폭시키려 애썼던 것은, 마땅한 근거가 없었던 ‘권력형 비리’ 프레임을 강화시키려는 속내는 물론이고, 당시 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함께 끌어내리려는 의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문 대통령과 조국 후보자 사이의 각별한 관계와, 직전까지 조국 후보자가 문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한 민정수석이었다는 점을 악용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일으키려는 의도였다.
해당 보도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스마트가로등을 직접 살펴봤다” 라며 언급한 대목은, 2019년 2월 13일에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행사에 참석했던 문 대통령이 현장에 전시된 다양한 관련 제품들에 대해 설명을 듣고 체험을 해본 것으로, 단지 당시에 둘러봤던 여러 신기술 제품들 중에 ‘스마트가로등’도 있었던 것이다.
▲2019년 2월 13일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서 스마트가로등 설명을 듣는 문재인 대통령
그런데 사실 이 ‘스마트시티’ 사업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한 것이 아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부터 국토교통부에서 “7대 신산업”의 하나로 선정해 장기 추진계획을 수립한 것으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보다 2개월이나 이전인 2017년 3월 2일에 국토부의 ‘스마트도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사업이 본격화되었던 것이다.
즉 탄핵으로 물러난 전임 대통령 정부의 사업이었음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해당 사업을 폐기하는 대신, 오히려 관련 주요 행사인 보고회에 참석하고, 직접 현장 체험까지 해가며 힘을 실어준 것이다. 또한 이 스마트시티 보고회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국토교통부가 공동 주최한 행사로서, ‘4차산업혁명’에 큰 관심을 가지고 관련 행사에 빠짐 없이 참석했던 문 대통령의 산업진흥 행보의 일환이었다.
요컨대, 문 대통령은 당시 따로 ‘스마트가로등’에 특별한 관심을 보인 것도 아니고, 행사에서 ‘스마트가로등’을 언급하지도 않았으며, 단지 4차산업혁명과 관련된 행사들 중 하나에 참석한 것으로, ‘스마트가로등’은 현장에서 둘러본 여러 제품 중 하나였을 뿐인 것이다.
▲2017년 3월 2일 국토부 ‘스마트도시법’ 통과 보도자료
부처 업무보고 중 ‘스마트도로’ 언급이 의혹?
해당 채널A 보도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관련해 문제 삼은 또 한 가지인 문 대통령의 스마트시티 관련 언급은, 대통령 당선 후 첫 부처 업무보고 행사였던 “핵심정책토의”에서 나온 발언이다.
문재인 정부가 전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인수위 절차도 없이 출범한 탓에, 문 정부의 첫 부처 업무보고는 전례에 비해 다소 늦어졌는데, 그 첫 업무보고가 8월 22일부터 31일까지 매일 2~4개 부처씩 묶어서 진행됐다. 이런 부처 일정들 중에서 국토교통부의 업무보고는 산업통상자원부, 환경부와 함께 8월 29일에 있었다.
문재인 정부의 업무보고 행사는 구태의연하게 각 부처 장관이 일방적으로 보고하는 형식을 벗어나, 대통령과 부처 장관 사이의 토론 방식으로 기획되어, 행사의 공식 명칭도 이전의 ‘업무보고’보다는 ‘핵심정책토의’로 붙여졌다. 행사의 기본적 본질이 각 부처들의 업무보고이므로, 국토부 역시 여러 소관 정책사업들 중 주요한 것들을 보고했었고, 그 중에 전임 정부로부터 이어지는 ‘스마트시티’ 사업도 잠깐 언급된 것이다. 그리고 행사가 토론 방식으로 진행된 관계로 보고를 받은 대통령의 입에서도 각각의 사업들에 대한 의견과 당부 발언들이 있었던 것이다.
▲2017년 8월 문재인 정부 첫 업무보고 일정
요컨대, 2017년 8월에 문 대통령은 스마트시티 하나가 아니라 각 부처의 수백 가지 정책과 사업들에 대해 보고를 받고 관련 발언을 했다. 그런데도 채널A는 마치 문 대통령이 스마트시티 관련만 콕 집어 유의미하게 언급한 것인 양 왜곡한 것이다.
채널A는 해당 보도에서 이런 전후의 상황과 맥락을 전혀 알리지 않고 “공교롭게도 같은 달 문재인 대통령은 스마트 도로 등 스마트 시티 산업 추진을 강조했습니다”라며 잘라낸 발언만 보도함으로써, 해당 발언의 배경에 구린 흑막이라도 있는 것처럼 의심 섞인 상상을 유도한 것이다.
“스마트홈, 스마트도로, 스마트공장 등으로 구성되는 미래형 도시이고, 신성장 동력의 핵심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문 대통령 발언의 전후 맥락이 어땠는지 알게 된 후, 도대체 채널A가 이 보도에서 제기하려 했던 의혹이 무엇이었는지 다시 살펴보자.
해당 보도가 문제 삼았던 것은 정경심 교수가 왜 하필 정부 부처 업무보고가 진행되던 달에 블루펀드 투자를 했느냐는 문제 제기인가? 아니면 정 교수가 블루펀드 투자를 하는 시점에 하필 대통령이 부처 업무보고를 받았느냐는 문제 제기인가? 블루펀드의 투자와 정부 업무보고 사이에 어떤 논리적인 연관이 있기는 한가? 문 대통령이 수백 가지 정부 정책사업들 중에서 ‘스마트시티’만은 주목하지 말았어야 했던 것일까?
이렇게 채널A가 해당 발언의 전후 맥락을 누락하고 뜬구름 같이 의혹을 제기했던 탓에, 필자도 이 대목에서 실체를 파악하는 데에 적잖은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정확히 같은 이유로, 이 채널A 보도를 인용한 타 언론사들 역시도 해당 발언이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과 영문인지 모른 채로 무턱대고 받아썼다. 조국 사태 당시 언론들이 의혹을 만들어내고 부풀린 방식이 흔히 이런 식이었다.
이 대목과 관련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매우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것은 ‘스마트가로등’이 아닌 ‘스마트도로’였으며, 둘은 완전히 별개라는 사실이다.
▲2017년 8월 29일 국토부 업무보고 중 ‘스마트가로등’이 아닌 ‘스마트도로’ 언급
‘스마트도로’란 자율주행을 위한 각종 인프라를 통칭한 것으로, 기존의 지능형교통망시스템(ITS)를 더욱 고도화하여, 도로 정체 상황, 전방의 신호등 정와 공사 정보 같은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각 차량들에 알려주어 자율주행을 보조하기 위한 시스템이다.
도대체 이게 가로등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심지어 채널A는 여기에다 “가로등 점멸기는 스마트도로 조성에 필수적인 장치”라는 허위 주장까지 덧붙였다. 아래에서 추가로 설명하겠지만, 이 또한 전혀 사실이 아닌 거짓 주장이다.
채널A는 ‘스마트시티’, ‘스마트도로’, ‘스마트가로등’ 등 신기술 개념들에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일반 국민들에게 그것들이 어떤 것인지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대신, 거꾸로 명백하게 별개인 두 기술이 같거나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인 것처럼 국민들을 속인 것이다. 감히 ‘언론사’를 자칭하는 업체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할 수가 있단 말인가?
밑바닥부터 허황된 의혹, 웰스씨앤티와 ‘스마트가로등’
그러면, 웰스씨앤티가 ‘스마트가로등’ 업체인 것은 맞을까. 문제의 채널A 보도는 ‘웰스씨앤티는 스마트가로등 업체’라고 주장하는 취지이지만, 실제 기사 내용에는 그런 명시적 서술이 없다. 명시적 주장은 회피하면서도 시청자에겐 그렇게 들리도록 교묘하게 유도한 것이다.
채널A가 이런 말장난을 한 이유는, 사실 웰스씨앤티가 스마트가로등 업체가 전혀 아니기 때문이다. ‘가로등 원격자동점멸기’와 ‘스마트가로등’은 일정한 관련성이 있기는 하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것으로서, 웰스씨앤티는 ‘스마트가로등’ 제품을 제조하지도 판매하지도 않는다.
웰스씨앤티의 주력 제품인 ‘원격자동점멸기’란, 가로등을 무선통신을 통해 지자체의 관제센터에서 원격으로 끄거나 켤 수 있고, 가로등의 고장 여부 등을 지자체 측에 알려주는 기능도 있는 비교적 단순한 장치다.
▲웰스씨앤티의 주력 제품인 원격자동점멸기 PCU-4R-8D
반면, ‘스마트가로등’은 개별 가로등을 말하는 것이 아닌, 도시 단위의 가로등을 통합 제어하는 지능형 사물인터넷(IoT) 시스템을 가리키는 것으로, 기존 가로등의 조명 관련 기능만이 아니라, 사람과 차량의 통행량을 감지하여 자동으로 점멸 혹은 조도 조절을 하며, 거기에 범죄 예방 CCTV, 온습도/미세먼지/소음 등 각종 스마트 센서, Wi-Fi 연결 기능 등을 통합한 전체 시스템을 가리키는 개념이다. 여기서 전체 시스템이 아닌 개별 가로등은 ‘스마트폴’ 혹은 ‘S폴’이라고 부른다.
▲서울시가 2021년 3월에 시험 설치한 스마트폴
앞의 문재인 대통령의 스마트가로등 사진에서 문 대통령이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 바로 스마트가로등 시스템의 관제센터 화면으로, 가로등(스마트폴)에 포함된 CCTV 영상이 관제센터 화면에 나타나 있다. 또 사진에서 문 대통령이 보고 있는 전시 제품은 스마트시티 시범 사업에 선정된 ‘㈜에펠’의 제품으로서, 이 업체는 웰스씨앤티와 달리 스마트가로등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업체들 중 하나다.
▲‘㈜에펠’의 스마트가로등(스마트폴) 제품 EPL-SP50-OS49
이렇게 스마트가로등은 지능형 점멸 기능에 CCTV와 각종 지능형 센서들이 여럿 포함되는 통합 시스템인 반면, 원격자동점멸기는 단순히 관제센터에서 가로등을 켜고 끄는 기능에다 이상 여부 정도만 알려주는 단순한 단독 장치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시티 사업에는 웰스씨앤티 의 구형 원격자동점멸기 업체가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이 핵심적 관건이다.
‘원격자동점멸기’와 ‘스마트가로등’의 관계를 쉽게 설명하자면, ‘전자계산기’와 ‘스마트폰’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은 옛 ‘전자계산기’의 기능을 포함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스마트폰 제조 과정에 전자계산기 제품이 들어가 스마트폰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마트폰이 완전히 보급된 후로 전자계산기가 도태되어 사라진 것처럼, 웰스씨앤티의 원격자동점멸기는 향후 스마트가로등 사업이 진행될수록 장기적으로 도태될 위기에 처한 제품군이다. 따라서 웰스씨앤티의 ‘원격자동점멸기’는 채널A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주장하듯 스마트시티 사업의 수혜를 입는 제품군이 전혀 아닌 것이다.
따라서 채널A의 보도 내용은 ‘정부의 스마트폰 사업으로 전자계산기 업체 ‘카시오’가 특혜를 입었다’라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실제 사실을 정반대로 뒤집어놓은 전혀 얼토당토않은 주장이었다. 국민들 대다수가 가로등 점멸기와 스마트가로등의 차이에 대해 잘 모른다는 사실을 악용한 것이다.
실제 이 웰스씨앤티 홈페이지에도 ‘스마트가로등’ 제품은 없다. (웰스씨앤티는 최근에 상호를 변경했다.) 웰스씨앤티는 앞서 사진에서 본 것과 같은 ‘가로등 양방향감시점멸기’ 제품만 내세우고 있을 뿐, 웰스의 홈페이지 전체를 통틀어 ‘스마트가로등’은 한번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
반면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설명을 들었던 스마트가로등 제품을 출품했던 ㈜에펠과 같은 스마트가로등 업체들은, 자사 홈페이지에서 차기 전략 제품으로서 스마트가로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웰스씨앤티가 ‘스마트가로등’과는 무관한 업체라는 사실은, 조선일보가 2019년 9월 2일자 보도 “스마트시티 사업에도 '조국 의혹'…총 사업비 3.7조원”에서도 확인된 바 있었다.
해당 보도의 말미에 ‘국토부 관계자’가 등장해 중요한 팩트체크를 한 것이다.
“해당 업체(웰스씨앤티)는 가로등에 점멸기능을 포함해 제작하는 업체고, 현재 국토부가 검토하고 있는 스마트가로등은 AI 기술 등을 결합한 가로등이라 결이 다르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다시피 국토부 관계자의 이런 설명은, ‘스마트가로등’ 운운 의혹을 연기처럼 날려버리는 핵심 팩트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설명을 듣고도,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에서조차 웰스씨앤티가 스마트가로등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장황한 주장을 펼치고는, 국토부 측의 설명은 짧게 언급만 하는 데에 그쳤다.
단순한 상식으로 한번 생각해보시라. 정부 정책에 의해 점점 도태될 업종에 투자하는 것을 반길 투자자가 있겠는가. 만약 보수 언론과 자유한국당의 주장대로 정말로 조국 부부가 블루펀드의 투자 업체가 웰스씨앤티라는 사실과 스마트가로등 사업에 대해 알고 있었다면, 조국 부부로서는 오히려 처음부터 웰스씨앤티 투자를 반대하는 것이 당연했던 것이다.
이게 도대체가 의혹이 성립될 수 있는 일인가?
‘스마트가로등’ 영장은 허위공문서
이렇게 ‘스마트가로등’을 거론한 채널A 단독 보도는 완전히 허황된 거짓 투성이 보도였음에도, 이런 주장은 이 보도 후 며칠 만인 8월 26일에 검찰이 발부 받은 압수수색영장에 그대로 담겼다.
이 영장은 국토교통부를 압수수색 하기 위해 발부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앞서 동아일보의 관급공사 매출 관련 보도 내용과 함께 실림으로써, 검찰은 계열사인 동아일보와 채널A의 기사 세 꼭지 내용을 요약해 영장을 청구한 것이다.
아래는 정 교수의 1심 판결문에 인용된 당시 압수수색영장의 내용 일부다.
그런데 보다시피 이 영장의 서술은 기본 전제부터 매우 심각한 허위사실을 적시하고 있고, 그것을 영장 발부의 근거로 삼고 있다. 앞서의 채널A 보도는 교묘하게 웰스씨앤티가 스마트가로등 사업과 관련이 있는 것처럼 들리도록 보도한 것이지만, 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대놓고 “스마트가로등 생산업체인 웰스씨앤티”라고 못을 박았다.
하지만 앞서 자세히 살펴봤듯이, 웰스씨앤티는 ‘스마트가로등 생산업체”가 아닐 뿐더러, 실질적인 관련성은 수혜 관계와는 정반대인 불이익의 관계에 있다.
동아일보, 채널A를 포함해 관급공사 의혹을 퍼뜨린 어느 언론에서도 웰스씨앤티를 ‘스마트가로등 업체’라고 명시적으로 지칭한 보도는 없었으므로, 이런 검찰의 주장을 단순한 실수라고 볼 수도 없다. 결국 검찰은 명백한 허위의 서술로 법원의 영장을 받아낸 것이며, 따라서 이 압수수색영장과 영장청구서는 ‘허위공문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보다시피 이 영장의 서술은 ‘블루펀드 투자 업체는 스마트가로등 업체’라는 명백한 허위 명제로부터 시작된, 완전한 허구의 서술이다. 그 명제 없이는 아예 논리 구성은 물론 논리의 시작조차 되지 않는다.
그리고 검찰의 이런 허위 주장은 법원의 영장 발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웰스씨앤티가 스마트가로등 업체라는 허위 사실로부터 시작해, 정 교수의 블루펀드 투자가 스마트가로등 사업과 연관되어 있다고 써 놓았으니, 영장전담 판사의 결정이 기각보다 발부 쪽으로 더 기울어질 것은 상식적이지 않은가.
나아가서, 이 영장의 집행으로 검찰이 얻어낸 ‘정부부처인 국토부까지 대대적인 압수수색’이라는 보도들이, 조국 부부에 대한 ‘권력형 비리’ 의심을 더더욱 부추김으로써 여론을 더욱 악화시켰으리란 점도 확실시 된다.
하지만 검찰은 이런 허위공문서 ‘스마트가로등’ 영장을 받아 국토부 압수수색까지 했으면서도, 정작 공소장에는 ‘스마트가로등’이나 ‘관급공사’는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허위 주장으로 법원을 속여 영장을 받아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해놓고도, 정작 기소조차 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보다시피 대한민국 법원은 검찰과 언론의 거짓 선동에 무기력하게 농락당했고, 이런 일들은 조국 사태 출발점부터 수없이 반복되었고,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애초 의도를 가지고 기획 수사를 벌인 검찰은 말할 것도 없고, 어느 언론도 불과 2, 3년 전의 과거를 자성하지 않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하지만 각종 사회적 논란에 사실 판단의 종지부를 찍는 엄중한 책임을 맡고 있는 법원까지도 과거의 잘못된 판단을 나 몰라라 방치한다면, 이 사회는 어디로 갈 것인가. 짓밟힌 진실과 정의는 도대체 대한민국의 어디에서 되찾을 수 있는 것인가.
(시·민·언·론 민들레 / 박지훈 / 2022-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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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사태의 재구성]
7. 신조어로 진실의 눈을 가렸던 ‘조국펀드’와 ‘가족펀드’
의미 불명확 ‘가족펀드’, 근거 없는 유죄심증 부추겨
판결문, ‘조국과 정경심은 조범동과 친밀한 사이 아냐’
‘친족 펀드’ 결과는 의도가 아닌 조범동 영업력의 한계
입금 2개월만에 횡령되어 사라진 블루펀드 투자금
조국 사태에 있어 ‘5촌 조카’, ‘가족펀드’ 프레임은 소위 ‘사모펀드 의혹’을 일파만파 키워놓은 핵심적 요소들로서, 이런 프레임들로부터 다시 ‘조국펀드’라는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검찰은 재판에서 ‘가족펀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기도 했다. 아무런 위법도 불법도 아니어서 공소사실로 적시하지도 못한 문제를 검찰이 강조한 이유는, 재판부에 불합리한 ‘유죄 심증’을 심어주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우선 ‘가족펀드’라는 말은 법률적 용어도 금융업계 용어도 아닐 뿐더러, 일반인들 사이에 통용되는 어휘조차도 아니라는 점을 짚어 둘 필요가 있다. 즉 조국 전 장관을 공격하기 위한 의도로, 언론과 검찰이 합작 개발한 ‘신조어’인 것이다. 이렇게 신조어인 탓에 이 ‘가족펀드’라는 말에는 명확한 정의가 없다. 이 어휘를 수없이 반복했던 언론과 검찰 역시도 그게 무엇을 뜻하는지 규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제대로 된 정의가 없는 신조어가 첨예한 쟁점의 한가운데에서 남발될 때, 듣는 사람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의 소재가 된다.
그런 이유로 여론은 물론이고, 재판부의 판사들 역시도 사실이 아닌 프레임에 심증이 휘둘릴 여지가 커진다.
* ‘조국펀드’와 ‘권력형 범죄’를 강조했던 김경율 회계사. 코링크의 범죄만 주장했을 뿐 조국 부부 관련성은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제라도 기자들과 검사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들이 ‘가족펀드’라고 말한 것의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그냥 가족, 친족들만이 참여한 펀드’라는 단순한 사실관계의 의미에 불과한 것이었나. 그러면 거기에 어떤 불법, 위법, 하다못해 도덕적 비난 사유라도 있는가. 도대체 무엇이 문제였기에 그토록 열심히 ‘가족펀드’를 열창하고 합창했던가.
아니, 당신들이 ‘가족펀드’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때, 그것은 ‘불법, 탈법의 여지가 크다’라는 근거 없는 의심의 뉘앙스가 한껏 담겨 있었다. 그러면서도 그 ‘불법’이나 ‘탈법’이 무엇인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그런 불법, 탈법은 전혀 없었다. 현행 자본시장법이나 어떤 관련 법에서도 사모펀드의 투자 구성원이 가족으로 구성되는 것을 금하기는커녕 언급조차 하지도 않고 있고, 실제 가족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그리 드문 것도 아니며, 심지어 정 교수는 자신과 동생 가족들로만 구성된 사실도 모르고 있었다.
정 교수는 막연하게 블루펀드에 다른 투자자들도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 교수 역시도 사모펀드 투자는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건 마치 ‘동창회는 괜찮지만 친족회는 불법’이라든지, ‘가족끼리 모이면 뭘 하든 불법 여지가 커진다’ 라는 식의 뉘앙스 반복 세뇌에 불과하다.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구성원이 모두 친족들이었네, 이런 경우라면 불법이거나 불법의 의심 여지가 커지기라도 하는가?
‘조국펀드’라는 프레임은 그야말로 설상가상이다. 조국의 친족 구성원들이 펀드를 구성하고 5촌 조카가 운영하면, ‘조국펀드’라는 신조어로 뜬금 없이 범죄 의혹을 부풀릴 이유가 되는가. 단적인 비유로 친족 계 모임의 계주가 친족이라면, 거기에 당신의 이름을 붙여 범죄 의혹의 중요한 단서로 흘리며 여론재판에 올려도 되는 것인가.
결과부터 말하자면, 코링크PE에서는 매우 여러 범죄들이 드러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코링크PE를 둘러싼 범죄들이 아직 제대로 다 드러난 것조차 아니라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 ‘사모펀드 범죄’의 주인공들은 따로 있었다. 조국도 정경심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검찰은 ‘계속 파다 보면 배후에 조국이 나타날 것’이라며 ‘희망회로’만으로 수사를 확대하다가, 결국 조국과 정경심이 나오지 않자, 검찰은 난데없이 사모펀드 수사를 접고는 다른 방향으로 또다시 수사를 벌였다.
검찰이 마땅히 계속해야 했던 수사를 덮어버린 결과, 사모펀드 범죄의 진짜 주범들은 처벌은커녕 기소도 되지 않았다.
반면 정 교수는 돈을 맡기고 수익을 기대한 외에 아무런 의사 결정에 관여한 바도,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을 준 바도, 자잘한 이자 수입 외에 불법적 수익을 나눈 바도 없었다.
이런 결론이 명백하게 확정된 것이 조범동 재판의 결과들이었다. 조범동이 별도로 기소된 이 재판의 1, 2, 3심 판결에서는 사모펀드 범죄에 정경심 교수는 공모하지 않았다는 판단이 내려지고 확정됐다.
“5촌 조카”와 조국 부부의 관계
언론들과 검찰은 의혹 제기 초반부터 조범동을 일관되게 ‘조국 5촌 조카’라고 호칭하면서, 그 ‘5촌’이라는 인척 관계를 조국 부부를 범죄의 배후로 보아야 할 결정적인 근거로 삼았다.
조국 부부와 조범동이 얼마나 가까웠는지, 조국 부부가 조범동을 하수인으로 부릴 정도로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등의 당연하고 합리적인 의문은 그 어떤 언론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그러면 조범동과 조국, 정경심의 관계에 대해 재판에서 인정된 사실은 어떨까.
아래는 정 교수의 1심 판결문에서 사실로 인정해 적시된 ‘조범동과 조국 부부의 관계’다.
요컨대, 조국 전 장관은 2010년 전까지 조범동과 연락한 적이 없고, 2010년 7월에 연락한 후 2011년 경부터 집안 경조사로 연락을 하는 관계가 되었다. 하지만 이 판결과 다른 판결들을 통틀어, 조범동은 사모펀드 문제 등의 금전 관계로 조국 전 장관과 연락을 주고받은 바가 전혀 없다.
정경심 교수는 조국 전 장관보다 더 최근인 2015년 11월 경에 처음 조범동을 만났는데, 이 시점은 조범동과 공범들이 코링크PE 설립을 준비하고 있을 때였다. 이때 조범동은 자신을 주식업계에서 유명한 ‘조선생’이라 과시하며, 자신이 집필한 투자 관련 책 2권을 선물하는 등, 자금을 노리고 접근한 사실이 확인된다.
또한 같은 1심 재판부는 투자 혹은 대여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이를 더 간명하게 정리하기도 했다. (아래 부분은 해당 재판부가 1차 5억원 대여금을 ‘투자’로 판단하기 위해 전개한 논증의 일부인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세세하게 따져볼 것이다.)
코링크PE 설립 이후의 각종 운영 관련의 이야기들은 정 교수 및 조범동 판결들에 상세하게 적시되어 있다. 그런데 이후 더 자세히 따져보겠지만, 그 과정에서 정 교수는 초기 2차례 대여금과 블루펀드 투자금 등 자금을 넣고 그 수익금에 대한 대화를 나눈 것 외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정 교수는 코링크PE 관련의 여러 사건들에서 ‘주연’도 ‘조연’도 아닌 ‘엑스트라’였던 것이다.
또한 판결문에서 적시된 조범동과 정 교수 사이의 대화 관련 증거들에서, 두 사람의 관계는 밀접한 친척 관계나 끈끈한 경제공동체 같은 관계가 전혀 아닌, 통상적인 금융사 관계자와 투자자 고객 정도의 관계였다. 두 사람 대화의 중간에 가족이나 일가의 이야기가 끼어들지도 않는다. 몇 년이 지나면서 정 교수가 조범동을 ‘조카님’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인척 관계를 우선하거나 앞세우는 맥락이 아닌, 명목상 인척인데도 너무 업무적으로만 대하지 않으려는 정도의 뉘앙스다.
하물며 정 교수가 코링크PE 경영이나 자금 운용 관련으로는 뭔가를 지시하거나, 지침을 내리거나, 심지어 권유하는 대목조차도 없다. 언론들이 희망을 담아 상상했을지도 모를 불법적인 ‘작전’이나 ‘횡령’을 모의하는 장면이 전혀 없는 것이다.
요컨대, 정경심 교수와 조범동은 인척 관계를 매개로 만났을 뿐, 이후 관계는 일반 투자자와 운용사 관계에 한정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역시 이어서 더 살펴보겠지만, 정 교수의 조범동과의 모든 자금 거래는 조범동의 사기였다.
블루펀드 투자금 14억 원은 당초 조범동이 제시했던 방식으로 운용된 것이 아니라, 2개월 만에 횡령되어 공중분해됐다. ‘대여금 10억 원’은 그나마 다행히 원금과 이자는 받았으나, 조범동은 자신이 장담했던 투자 용도가 아닌 전혀 엉뚱한 목적으로 사용했고, 정 교수가 그 사실을 알았다면 대여에 응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에서 역시 사기적 거래였다.
‘가족 펀드’ 결과는 조범동의 능력 한계
결과만 보자면, 코링크PE의 ‘블루펀드’가 정경심 교수의 가족들, 정 교수와 두 자녀, 동생, 동생 자녀 등으로 구성된 것은 맞다. 또한 설사 사모펀드를 ‘가족펀드’로 결성해서 운영한다고 해서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제로 드문 일도 아니다.
‘사모펀드’(Private Equity Fund; PEF)는 본질적으로 소수의 비공개 투자자들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다. 이런 이유로 지인이나 가족을 중심으로 모집하는 경우는 전혀 드물지 않다. 대규모 공모펀드와 비교해 소수를 모집하는 만큼, 지인, 친족 관계에 따라 영업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여기서 문제는, 정작 언론들의 집중 공격을 받은 정 교수 본인은 블루펀드가 자신들만의 ‘가족펀드’로 구성되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본인도 몰랐는데 뒤늦게 알고 보니 가족으로 결성되었다고 해서 ‘가족펀드’라며 집중 공격하는 것이 합당한 일인가?
이에 대해 정 교수의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2019. 8. 14. 21:01 경 블루펀드에 관한 최초 언론보도가 있은 때에 블루펀드에 출자할 당시 사원이 자신과 정광보의 가족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라면서, 보도 이후로는 알았음에 분명하다며 매우 소극적으로 판단했다.
(의아하게도 이 재판부는 증거 관련 판단에서 법률적 용어도 아니어서 의미도 모호한 ‘가족펀드’라는 말을 판결문에 남발했고, 그것을 기반으로 증거인멸 등 혐의들을 유죄 취지로 판단해놓고도, 언론 보도 이전에 정 교수가 그 사실을 알았느냐의 여부에 대해선 아예 추정조차 해보지 않았다.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사실 프레임’ 안에 완전히 갇혀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것이다.)
반면 조범동 1심 재판부는 이 ‘가족펀드’ 여부에 대해 합리적이고 꼼꼼하게 따졌다. 소병석 재판부는, “검사는 블루펀드가 ‘가족펀드’라서 제3자에 의한 추가출자가 불가능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라고 전제하고는, “블루펀드가 정경심 등 기존의 유한책임사원 외 다른 제3자의 투자를 허용하지 않는 펀드라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라고 판시했다. 즉 검사 측의 주장에 합당한 근거가 없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조범동은 “정경심에게 다른 투자자를 받고 안 받고는 말하지 않았다”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사실, 블루펀드가 결과적으로 정 교수와 그 동생, 그 자식들로만 구성된 것은, 애초에 가족들로만 펀드를 구성할 필요가 있어서가 아니라, 조범동이 영업 가능했던 투자자가 오직 정 교수 뿐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블루펀드 외에 코링크PE의 다른 펀드들을 살펴보면, ‘레드펀드’는 공범인 익성 측이 40억 원 전액을 출자한 펀드이고, ‘배터리펀드’는 또다른 사실상의 공범 관계인 우국환이 80억 원 전액을 출자했으며, ‘그린펀드’는 아예 조범동 일당과는 별도의 다른 운용역이 운용한 펀드였다.
요컨대 정 교수를 제외하면 조범동 일당이 실제로 유치한 다른 투자자는 전혀 없었다. 이렇게, 조범동이 유치할 수 있는 투자자가 정 교수 밖에 없었을 뿐, 코링크PE의 입장에서 다른 투자자를 받고 싶지 않았을 이유가 전혀 없었다.
이후 더 살펴보겠지만, 코링크PE는 자금이 매우 부족해서 정 교수에게 추가 대여 혹은 투자금을 조르거나 상환 시점을 미루려 애썼고, 그래서 기존의 자금도 멋대로 유용, 횡령하고 있던 중이었다. 한 마디로 검찰의 ‘가족펀드라서 불가능’ 주장은 근거라고는 하나도 없는, 밑도 끝도 없는 어불성설 억지에 불과한 것이다.
2개월 만에 횡령으로 사라진 블루펀드 투자금
한편, 조범동 1심 판결문에서는 정경심 교수가 ‘블루펀드’에 투자했던 14억 원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따졌다. 이 역시 정 교수 재판부가 등한시했던 부분이다.
정경심 교수 등이 블루펀드에 출자금을 송금한 것은 2017년 7월 31일이었다. 정 교수는 블루펀드 투자 당시 조범동으로부터 투자 계획으로서 “블루펀드가 익성의 관계사인 W사를 유상증자 형태로 인수하고, W사에서 익성의 배터리 사업에 낮은 주식 가치로 투자한다”라는 설명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W사’ (웰스씨앤티)는 익성의 관계사가 아니었으므로, 조범동은 블루펀드 투자 전 처음부터 정 교수를 속인 것이었다.
더욱이, 일단 블루펀드에 출자된 14억 원 중 대부분인 13억 원은 외형상 2017년 8월 28일에 웰스씨앤티에 투자되고 다시 IFM으로 입금되기도 했으나, 실제로는 두 달여 만인 11월 8일에 연이은 계약 해지 상황을 만들어 웰스씨앤티가 돌려받았다.
웰스씨앤티로 돌아온 13억 원은 10억 원은 코링크PE로, 3억 원은 수표로 출금돼 조범동에게로 갔다. 코링크PE로 입금된 10억원은 당시 코링크PE가 인수 중이었던 WFM의 주식 매입 자금의 일부로 사용되었고, 3억 원은 조범동의 호주머니로 사라졌다.
이러한 블루펀드 자금의 이동 경로를 표로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요컨대, 블루펀드 출자금 14억 중 대부분인 13억이, 조범동이 공언했던 W사(웰스씨앤티)나 익성이 아닌 엉뚱한 용도로 사라진 것이다. 블루펀드에서 웰스씨앤티로의 투자 계약이 해제되었고, 또 웰스씨앤티에서 IFM로의 전환사채도 상환 처리되었으므로, 서류상으로는 애초 넘어갔던 돈 13억 원 전부가 ‘블루펀드’로 돌아왔어야 당연하지만, 그중 10억 원은 블루펀드 계좌가 아닌 ‘코링크PE’ 계좌로 들어간 후, 코링크PE 명의의 WFM 주식 인수 자금으로 사용되었고, 3억 원은 조범동이 횡령했다.
(서류상으로는, 블루펀드로부터 가장 먼저 웰스에 입금된 8천만 원, 그리고 어디에도 입금되지 않은 블루펀드의 잔액 2천만 원, 총 1억 원이 남아있어야 하지만, 이런 비정상적이고 불법적인 자금 운용 행태로 볼 때 그 1억 원이나마 보존되었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국 주변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범인은 당연히 조국’?
마지막으로, 당시 언론들의 보도 태도가 어떤 지경이었는지 잠시 돌아보자. 대표적인 사례로, 2019년 8월 27일 노컷뉴스는 “조카의 펀드운용사 실소유 논란, 왜 조국을 겨냥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래와 같은 기괴한 논리를 펼치고 억지 근거들을 끌어들여 합리화 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 후보자가 투자한 펀드의 운용자가 '잘 아는' 사람이고, 해당 펀드에 조 후보자 측의 자금밖에 들어가지 않은 '가족펀드'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간접투자'가 아니라 조 후보자 가족이 마음대로 투자대상을 지정하고 정관도 변경할 수 있는 사실상 직접투자가 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유 불문하고 ‘5촌 조카가 운영하고 투자자가 가족만으로 구성되면 불법 행위를 벌일 것은 너무나 당연해서 실제로 그랬는지는 따져볼 필요도 없다’라는 식이다.
기자들 당신들은 그렇게 살아왔기에 그런 주장도 당연했던 것인가. 혹은 ‘나는 그렇게 살지 않았지만 조국은 그렇게 살았던 사람’이라고 여겼던 것인가. 하지만 정경심, 조범동을 재판한 총 6개 재판부들의 일치된 판단에 따르면, 조국과 정경심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 블루펀드의 운용과 관련해 조국 부부가 개입해 불법적이거나 도덕률을 해치는 행위를 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권력과 인간관계를 이용해 부당한 이익을 꾀하지도 않았다. 도리어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5촌 조카’를 선한 눈으로 믿고 투자했다가 투자금 전액을 다 횡령당한 사기를 당했을 뿐이다.
대한민국 언론들은 ‘조국 주변에서 불법이 있었다면 범인은 당연히 조국’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프레임으로 한 가족을 수도 없이 난도질 했다. 아는 대로 성의를 다해 해명을 해도 믿기 싫으면 ‘부실 해명’으로 치부해버리고 조국 가족을 투기자본 세력으로까지 몰아붙였다. 당신들은 멀쩡한 사람들을 근거 없는 의심으로 여론재판을 열고 단두대에 올렸다. 그리고는 법원에서 모든 결론이 확정되고 나서도 외면하며 모른 체 하고 있다. 치가 떨리도록 무책임한 대한민국 언론들, 당신들을 어쩌면 좋으냐?
위 기사의 작성자인 정다운 기자는 당시 법조팀 기자였다. 그리고 앞서도 살펴봤듯이, ‘사모펀드 논란’의 중요 전환점 대목마다 법조기자들이 선두에 나서서 ‘조국 사태’를 이끌었고,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기자들은 법조팀 보도의 논조를 무턱대고 받아썼다. 애초부터 의도를 가졌던 검찰이 흘려대는 극히 편향된 정보들을 받아쓰며 앞장선 소수 법조기자들의 ‘야마’를, 다른 대부분의 기자들이 무비판적, 무뇌적으로 따라간 것이다. 수만 명에 이르는 대한민국 언론 기자들의 지성을 일거에 마비시키고 원하는 방향으로 선동해 ‘집단바보 그룹’으로 전락시키기는 이토록 쉬웠다.
(시·민·언·론 민들레 / 박지훈 / 202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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