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화물 파업에 ‘처벌’ 으름장만 놓는 정부, 5달간 뭐 했나

道雨 2022. 11. 25. 08:53

화물 파업에 ‘처벌’ 으름장만 놓는 정부, 5달간 뭐 했나

 

 

 

 

*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총파업을 시작한 24일 오후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제1터미널 주변 도로에 파업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세워둔 차량들이 줄지어 서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요구하며, 24일 0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전국 주요 항만 등 곳곳에서 화물 운송에 일부 차질이 빚어졌다.

파업이 길어지면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다.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제도 개선의 열쇠를 쥔 정부와 여당이 노동자들의 요구에 귀를 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엄정 대응’을 되뇌며 노동자들을 겁박하는 것만으로는 물류 대란을 막을 수 없음을 정부는 명심하기 바란다.

 

화물연대가 5개월여 만에 다시 총파업에 나선 데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 지난 6월, 같은 이유로 벌어진 총파업 때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제도가 적용되는)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합의해 놓고도, 지금까지 사실상 수수방관해왔기 때문이다.

 

‘6월 합의’ 이후 여야는 국회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에서 합의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지만, 관련 회의가 열린 건 지난 9월 말 단 한차례뿐이었다. 그 한차례의 회의에서도 여당과 국토교통부는 안전운임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 바빴다고 한다. 그 뒤로는 제대로 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일몰 규정 탓에 올 연말이면 제도 자체가 폐지될 상황이어서, 큰 논란이 뻔히 예상됐음에도,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에 나서지 않은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행태다. 애초에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기는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번 파업에 누구보다 큰 책임이 있음에도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답이 정해진 정치적 파업’, ‘국가경제를 볼모로 한 이기적 행동’ 등과 같은 험한 말도 서슴지 않는다.

 

파업 첫날부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겠다는 엄포를 내놓는 것도 상식적이지 않다.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노동자 처지에선 사실상 선전포고나 다름없다. 대화 의지를 의심케 하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안전운임제에 소극적인 이유가 대기업 화주들의 이익 때문이라는 걸 모르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윤이 노동권과 안전보다 먼저일 수는 없다.

화물연대의 파업에 지지 의사를 밝힌 전세계 65개국 운수노조는 한국 정부에 보낸 공동 서한에서 “더 많은 생명”을 역설했다.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

 

 

 

[ 2022. 11. 25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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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게 2022년, 한 국가의 대통령이 쓸 글인가"

 

 

 

야권, 윤 대통령의 화물연대 파업 비판 글에 "정부의 약속 파기 때문에 파업 시작돼" 일침

 

 

  윤석열 대통령이 화물연대 파업과 관련, 본인 페이스북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별 운송거부, 운송방해 등의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께서나 국민 좀 그만 괴롭히십시오." - 이정미 정의당 대표

"지금 이게 2022년, 게다가 한 국가의 대통령이 쓸 수 있는 글인가?"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윤석열 대통령의 '화물연대 파업' 관련 SNS 글을 두고 쏟아진 비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4일 밤 본인 페이스북에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별 운송거부, 운송방해 등의 모든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25일 본인 페이스북에 "화물을 안전하게 운송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화물연대 노동자들의 절박한 요구에, 윤 대통령이 내놓은 답이 '국가 위기 상황에 물류 시스템을 볼모로 잡는 행위는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니요"라면서 "화물연대와 '안전운임제 지속'과 '품목 확대'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약속해 놓고, 지난 5개월간 정부는 무엇을 했나"라고 따졌다.

 

그는 "정부가 한 일이라고는 안전운임제 일몰 폐지가 아니라 또 다시 연장하겠다고, 품목 확대는 논의 못하겠다는 일방적 통보밖에 없었다"면서 "게다가 화주의 책임을 면하는 개악안까지 덧붙여서 통보했다. 화물연대와 정부 간의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고, 협상에 임했던 노동자를 우롱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임기 시작 6개월 밖에 안 된 정부인데, 하는 일마다 모양새가 참 낡았다. 노동자들을 극한 투쟁으로 내몰고, 공권력으로 탄압해 온 과거 권위주의 정권들의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며 "이번 화물연대 노동자들 파업의 책임은 정부의 합의파기와 국회의 직무유기에 있다. 화물노동자들의 잘못이라면 그저 정부를 믿었던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하여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는 헌법 33조 1항을 거론하면서 윤 대통령의 SNS 글을 비판했다.

그는 "노동자의 파업은 헌법에 보장된 권리이자, 노동자가 사측과의 협상을 위해 취하는 최소한의 대항권"이라며 "윤 대통령이 아무리 기업 편이라고 할지라도, 이것은 너무도 노골적이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먼저 "(윤 대통령은) 지난 대우조선해양 파업 때도 '불법'으로 규정하며 엄중 대응까지 예고했다. 그 발언이 노조와 경찰, 사측의 불필요한 대치상태까지 불러일으켰던 것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파업은 옳지 않은 것이냐? 파업을 바라보는 윤 대통령의 시각이 심히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게다가 (대통령의) 페북글에 화물연대본부의 파업이 윤석열 정부의 일방적인 약속 파기로부터 시작됐다는 말은 왜 빠졌나"라며 "(정부는) 지난 6월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확대 논의'를 합의해놓고, 일몰 한 달을 앞두고 '3년 연장'이라는 후퇴한 대안을 내놓았다. 그것이 이번 파업의 시작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는 재벌에게는 자유를 외치면서, 노조에 대한 혐오는 감추지 않는다. 파업은 불법, 엄중처벌을 이야기 하면서 파업의 원인에 대해선 들여다 보지 않는다"라며 "오직 국민 뜻을 따르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국민에 노동자는 없나"라고 반문했다.

 

 

 

[이경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