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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에서 보여준 윤석열 정부의 ‘위기조장 능력’

道雨 2022. 11. 29. 09:27

경제에서 보여준 윤석열 정부의 ‘위기조장 능력’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6개월 동안 부부가 보여준 설화와 기행에 정치권과 대중들이 에너지를 쏟는 동안, 가장 중요한 문제가 간과됐다. 경제위기 문제이다.

 

최근 화물연대 파업사태가 잘 말해준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인 지난 6월 화물연대는 파업을 벌였다. 당시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를 지속 추진하고, 품목 확대 등을 논의한다”고 정부와 합의하고는 파업을 풀었다. 하지만 지난 5개월 동안 정부가 논의한 적은 없다.

이에 반발한 화물연대가 재파업을 예고하자, 이틀을 남겨둔 지난 22일 정부는 ‘일몰제 3년 연장, 품목확대 불가’라는 사실상의 합의 파기안을 제시했다.

 

화물연대 요구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서, 윤석열 정부는 그동안 무엇을 했단 말인가? 윤 대통령은 취임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수출이 해결책이라고 입만 열면 강조했다.

 

그는 지난 23일 1차 수출전략회의를 주재하고는 “우리의 살길은 수출이다. 국무위원 모두가 기업 해외 진출과 수출을 최선을 다해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10월27일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산업부, 국방부는 방위산업부가 돼야 한다. 국토교통부도 인프라건설산업부가 되는 등 전 부처가 국가전략산업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모두 산업과 수출에 매진하는 부처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복합 경제위기 돌파와 우리 경제의 재도약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서비스 산업 등 내수도 중요하지만 수출 활성화가 핵심 키라고 할 수 있다”고 맞장구쳤다.

 

버블이 꺼지고, 물가 오름세가 가파른 세계적인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에서 수출이 해결책인지도 따져볼 문제지만 그렇다 치자. 그런데 윤 정부는 ‘국방부도 무기 파는 부처로 바꾸라’는 정도로 수출을 강조하면서, 수출의 혈맥이 되는 물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화물연대 문제는 왜 방치했다는 말인가?

 

윤 대통령은 24일 페이스북에서 “국민과 기업 그리고 정부가 하나가 되어 위기 극복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에서 화물연대가 무기한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했다”며 개탄했다. 그런 개탄은 ‘최근 이틀 동안 수출전략회의를 통해 수출 증진 전략을 점검했다’는 본인과 정부를 향해야 마땅하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레고랜드 사태 야기 이후 시장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윤 정부에 위기 관리 능력이 아니라 ‘위기 조장 능력’이 있어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로  회사채와 기업어음 금리가 폭등해 기업들은 위기로 몰리는데,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사태 발발 2주가 지난 뒤 미국에서 한가롭게 “강원도에서 대응을 해야 할 거 같다”며 “(시장 전반으로 불안 심리가) 확산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강원도가 다시 레고랜드 채권 보증을 하겠다고 방침을 바꿨다.

 

비슷한 사태가 또 벌어졌다. 흥국생명이 영구채 콜옵션 행사를 포기해, 한국 기업들의 해외발행 채권 금리가 급등했다. 사태가 악화되자, 뒤늦게 정부는 흥국생명의 이 결정을 철회시켰다.

 

두 사태로 채권 시장에 비상이 걸렸는데도, 윤 정부는 한전이 한전채를 대량 발행해 시장의 돈을 끌어들이고 있는데 팔짱만 끼고 있었다. 한전채 발행의 근본 원인인 전기요금 문제 해결은 정치적 부담으로 꺼리면서, 한전채 대량 발행은 문재인 정부 때 원자력 포기 때문이라고 윤 정부 인사들은 말한다. 경복궁에 불나면, 대원군이나 태종 이방원의 책임이라는 말과 다름없다. 전기요금 적자의 근본 원인이 윤 정부 이후 에너지값 급등이라는 사실은 모른 척한다.

 

지금 세계 경제는 갈림길에 서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7.7%로 올해 들어서 가장 상승폭이 적어서, 물가 오름세가 정점을 찍지 않았냐는 예상 속에서,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향후 금리인상 속도도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왔다.

이에 따라, 미국 기업채 펀드에는 이번달에 160억달러가 투자돼 미국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호전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가 전했다. 2020년 7월 이후 최대의 자금 유입이다.

 

한국 기업의 사정은 나아지고 있는가?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2년 하반기 시스템 리스크 서베이 결과’를 보면, 1년 이내 단기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저해할 수 있는 충격이 올 수 있다는 응답은, 윤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 5월의 26.9%보다 31.4%포인트나 늘어난 58.3%에 이르렀다.

 

선진국을 포함한 내년의 세계 경제는 인플레 완화를 전제로 경기침체 강약의 기로에 서 있다. 한국 경제는 또 다른 금융위기 여부가 우선 걱정거리이다.

윤석열 부부가 6개월 동안 온갖 설화와 기행으로 논란을 일으키는 동안, 윤 정부가 경제에서 보여준 것은 위기 관리인가, 위기 조장인가?

 

 

 

정의길 | 국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