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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배’ 기적의 수익률…나눔은 행복한 투자다

道雨 2022. 12. 15. 11:55

‘225배’ 기적의 수익률…나눔은 행복한 투자다

 

 

 

기부금 200만달러를 200명에게 지급했더니
같은 금액으로 225배 더 많은 총행복 창출
행복감 상승 효과, 저소득군이 3배 더 강력

 

 

 

받는 기쁨은 행복감을 높여주지만, 주는 기쁨 또한 그에 못잖은 심리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

 

특히 주는 기쁨은 지속 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길다.

 

미국 시카고대 에드 오브라이언 교수는, 받는 행복감은 반복될수록 줄어들지만, 주는 기쁨은 횟수를 거듭해도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 발표했다.

그는 기부 행위로 사회적 연대감이 강화되고, 자신의 사회적 평판이 좋아지는 것 등을 기부자의 행복감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꼽았다.

 

그렇다면 기부한 돈은 기부받는 사람의 행복을 얼마나 지펴줄까?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엘리자베스 던 교수팀은, 익명의 부부가 기부한 2억원으로 기부가 창출하는 행복 효과를 측정한 결과, 기부는 사회 전체의 총행복을 높여주며, 특히 저소득 그룹에 더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기부의 행복 효과를 정량화한 이번 실험은, 부부가 지식 나눔 강연회 프로그램인 테드 설립자 크리스 앤더슨에게 기부 방법에 대한 자문을 부탁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 부부는 단순히 기부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인간 본성을 연구하는 데 기여하는 방식으로 기부할 수 있기를 원했다.

 

앤더슨을 통해 이 부부의 제안을 받은 던 교수팀은, 2020년 12월 트위터를 통해 기부 실험참가자를 모집했다. 연구진은 저소득국과 고소득국 그룹으로 나눠 실험단을 꾸렸다. 저소득군엔 브라질 케냐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고소득군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사람들이 선정됐다.

 

연구진은 기부받은 200만달러를 실험참가자 200명에게 각각 1만달러씩 지급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 주어진 조건은 3개월 안에 돈을 다 쓰는 것이었다.

연구진은 이들에게 행복감의 변화를 6개월간 점수를 매겨 기록하도록 했다. 연구진도 이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참가자들의 주관적 행복감을 측정했다.

비교를 위해 돈을 받지 않은 100명도 실험에 참여시켜 같은 기간 행복감의 변화를 기록하도록 했다.

 

 

           * 현금을 받은 사람들(녹색)의 시간 경과별 행복감 추이.
 
 
 
기부가 가져다 준 세 가지 효과

연구진이 실험에서 확인한 성과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돈을 받은 뒤 행복감이 커졌다. 연구진은 돈을 받은 실험참가자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훨씬 높은 행복감을 보였다고 밝혔다. 돈을 쓰는 3개월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행복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돈을 받지 않은 사람들은 실험기간 중 행복감에 변화가 없었다.

 

둘째, 경제적 여유가 없는 사람일수록 기부금의 행복감이 더 컸다. 저소득 국가군 참가자들이 고소득 국가군 참가자들보다 행복감이 3배 더 증가했다. 또 연간 소득이 1만달러인 사람의 행복감 증가폭이 연간 소득 10만달러인 사람보다 2배 더 컸다.

반면 소득이 12만3천달러(1억5천만원) 이상인 사람은 행복감에 큰 변화는 없었다. 소득이 높아질수록 행복감이 증가하다가, 일정한 소득 수준을 넘어서면 더는 행복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이스털린의 역설은 여기서도 확인됐다.

연구진은 그러나 개인의 99%가 연간 소득이 12만3천달러에 못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부는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에게 혜택을 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 현금을 받은 사람들(녹색)의 소득 수준별 행복감 변화 추이. 소득이 높을수록 효과가 적었다.
 
 
 
기부의 ‘행복 투자수익률’은 얼마?

셋째, 기부는 사회 전체의 총행복을 늘렸다.연구진에 따르면, 현금을 받은 사람들의 삶의 만족도는 한 사람당 평균 0.36점씩 총 72점 늘어났다.

그렇다면 순자산이 줄어든 기부자의 삶의 만족도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일반적으로 자산이 줄면 삶의 만족도가 하락한다. 자산 자체만 놓고 보면 이 부부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연구진은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한 개인 순자산과 삶의 만족도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한 기존 연구를 토대로, 순자산이 200만달러 감소할 경우 삶의 만족도는 최대 0.16점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번 실험에 참여한 기부자는 부부이므로 이를 합치면 0.32점이다. 부부에게 200만달러는 0.32점의 행복 가치가 있다는 얘기다.

결국 부부는 <부의 재분배가 행복을 촉진한다>는 논문 제목처럼, 200만달러를 나눔으로써 자신의 수중에 자산을 갖고 있을 때(0.32점)보다 225배 더 많은(72점) 행복을 창출했다는 계산 결과가 나온다. 자신에겐 작은 것이지만, 이를 사회에 내놓으니 풍선 부풀어 오르듯 가치가 커진 셈이다. 한 사람의 작은 행위가 집단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는 ‘나비효과’에 비유할 수 있다. 던 교수는 이를 ‘행복의 ROI(투자수익률)’이라고 표현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일반 시민들이 자발적 기부를 통해 전 세계의 행복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를 제공한다”고 말했다. 기부자 부부는 다른 사람들에게, 특히 소득이 적은 사람들에게 상당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는 기부가 행복을 실질적으로 증가시키는 인과관계를 입증하는 사례”라고 밝혔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각 나라에서는 재정이나 기부 등을 통해 사람들한테 직접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펴거나, 아예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실험들이 잇따르고 있다.

이번 연구는 이런 정책들의 효과를 둘러싼 논의에 ‘행복’이라는 또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