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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군, 베트남전서 민간인 학살"… 법원, 韓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

道雨 2023. 2. 7. 17:11

"한국군, 베트남전서 민간인 학살"… 법원, 韓정부 배상책임 첫 인정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나왔다.

 

7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씨(63)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1심에서 "피고 대한민국의 명백한 불법행위가 인정된다"며, 응우옌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응우옌씨)에게 약 3000만원과 관련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응우옌씨 마을 주민들을 한 곳에 강제로 모이게 한 뒤 총으로 사살한 게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제출된 증거와 증언 등 관련 사실에 따르면, 1968년 6월12일 대한민국 해병 군인들이 작전 중 총으로 위협하며 원고 가족들을 나오한 뒤, 원고의 가족과 친척들이 나오자 현장에서 총격을 가한 사실, 원고의 이모와 남동생, 언니 등이 현장에서 사망하고, 원고와 오빠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실 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수십년이 지나 소멸시효가 만료됐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도 "원고가 소송을 제기하기까지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던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가 시효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이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응우옌씨는 베트남전 당시인 1968년 2월 한국군 해병 제2여단(청룡부대) 군인들이 베트남 꽝남성 디엔반현 퐁니 마을에서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에서 가족들을 잃고 자신도 총격을 입었다며, 2020년 4월 30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과정에선 해병대 소속으로 베트남전에 파병됐던 증인들이 법정에 나와 "한국군이 민간인을 살해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한국 정부는 베트콩이 한국군으로 위장했을 가능성이 있어, 단지 한국 군복을 입고 베트남어를 쓰지 않았단 이유만으로 우리 군이 가해자임을 증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민간인 살해가 이뤄졌다고 해도, 게릴라전으로 전개된 베트남전 특성상 정당행위라는 주장도 펼쳤다.

 

 

[아시아경제 김대현 기자]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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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민간인 학살’ 인정 판결, 정부도 전향적 태도를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에 따른 피해를 한국 정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온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앞에서 변호인들이 소송 당사자인 베트남인 응우옌 티탄(63)과 화상통화를 하면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응우옌)에게 3천만100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베트남전에 파병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인정하고 한국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첫 판결이 7일 나왔다. 우리 군이 참전한 전쟁에서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민간인 학살을 저질렀다는 것은, 인정하기 고통스럽고 국제사회와 역사에 부끄러운 일이다. 사법부가 그 실체적 진실을 확인한 것은, 용기 있는 역사적 고백이자, 인권국가로서 커다란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은 1968년 2월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한국군이 70여명의 민간인을 학살한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자신도 중상을 당했다며, 당시 8살이던 베트남인 응우옌티탄이 대한민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베트남전 참전 군인과 현지 민병대원 등의 증언을 비롯한 여러 증거를 심사해 응우옌티탄의 주장을 대부분 인정하고 “이 같은 행위는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문제는, 2000년대 초 <한겨레21> 보도로 본격 제기된 뒤, 구체적 사실들이 드러나고, 시민사회에서 사실 인정과 배상 요구가 이어졌으나, 정부는 전면 부인해왔다. 2020년 응우옌티탄이 소송을 낸 뒤에도 증거가 없다거나 당시의 게릴라전 특성상 정당 행위였다는 등의 이유로 책임을 부정했다. 사법부 판결을 통해서나마 국가의 이름으로 사실 관계와 책임을 인정한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법원은 손해배상 시효가 만료됐다는 정부 쪽 주장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무렵까지 객관적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었다”며 “시효 완성 주장은 권리 남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에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 징병·징용 등 반인도 범죄 피해를 당했던 비극적 역사를 지니고 있다. 일본 정부를 상대로 이에 대한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면서, 우리가 가해자인 사안에 대해선 침묵한다면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특히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베트남·한국·미국 간 약정서 등에 따라 베트남인이 한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는 정부 쪽 주장에 대해 “개인인 원고의 청구권을 막는 법적 효력을 갖는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이나 2015년 한-일 외교장관 합의로 ‘위안부’와 강제 징용 문제 등이 해결됐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정확한 반론인 셈이다.

 

베트남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최대 무역 흑자를 낸 교역국이고, 이주노동·결혼 등으로 밀접한 관계를 맺은 지 오래다. 과거 총부리를 겨눴던 아픈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 우호·협력의 지평을 넓혀야 하는 나라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정부 차원에서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 바란다.

 

 

[ 2023. 2. 8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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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학살에 시효 없다”…법원이 보듬어준 베트남전 상처

 

 

55년만에 가해국 책임 첫 인정

 

 

* 퐁니마을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인 응우옌티탄이 7일 오후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소송 1심에서 승소한 뒤 변호인단이 노트북으로 연결한 화상 통화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한국은 현대사의 비극인 전쟁의 피해자이자 가해자였다. 7일 우리 사법부가 사건 발생 55년 만에 처음으로 베트남전 한국군에 의해 피해를 본 민간인의 국가 책임을 인정하면서, 한국은 그동안 외면해온 역사의 상처를 되돌아볼 기회를 갖게 됐다.

 

이날 한국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피해자 응우옌티탄의 국가배상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서울중앙지법 민사68단독 박진수 부장판사는 ‘민간인 학살 범죄에 시효란 없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를 법정에서 확인했다.

재판부는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지나 설사 불법 행위가 인정되더라도 배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에 대해 “이 사건 피고(대한민국)가 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피해자가 손해배상청구 등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 사유가 있는 경우, 국가가 소멸시효를 주장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정부의 소멸시효 주장을 배척한 것이다.

 

재판부는 이어 응우옌티탄의 진술과 마을 주민, 당시 참전군인 등의 증언을 토대로 민간인 학살 사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재판부는 “1968년 2월12일 아침 10시30분부터 낮 3시 사이, 작전을 수행하던 한국 군인들이 원고의 가족을 집 밖으로 나오도록 명령하고 총격을 가한 사실이 인정된다. 원고의 이모, 사촌동생, 언니, 남동생 등은 현장에서 숨졌고, 원고와 오빠는 총격으로 심한 부상을 입었다”며 “이와 같은 행위들은 명백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런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다수의 사람들이 용기를 냈다. 퐁니마을에서 작전을 수행했던 청룡부대 소속 파병군인 류아무개씨는 2021년 11월 증인으로 출석해 “중대원들이 민간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자, 중대장이 엄지손가락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 살해했다고 들었다”며 “군인들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죽인 장면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했다”고 증언한 바 있다.

 

베트남인 증인이자 원고 응우옌티탄의 삼촌 응우옌득쩌이도 지난해 8월 한국 법정을 찾아 “학살 장면을 목격했고, 나중에 미군과 함께 마을로 들어가 주검을 수습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이들의 증언을 모두 부인했다. 피고 대한민국을 대리한 정부법무공단은 “베트콩이 한국 군인으로 위장했거나 북한 심리전 부대의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한국 군복을 입고 베트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진술만으로 가해자가 한국 군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만약 한국 군인들이 민간인을 살인, 상해했더라도 게릴라전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는 베트남전쟁에서는 정당 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내놨다.

 

이 밖에도 한국 정부는 소송 과정 내내 진실을 찾기위한 노력에 동참하기를 거부했다. 앞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은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1969년 당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 관련자 조사 자료를 공개하라는 소송을 낸 바 있다.

대법원은 “대한민국 정부가 학살 사건에 관해 관련자를 조사했는지 여부 등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사료로서 의미가 있어 공개할 가치가 인정된다”며, 자료를 공개해야 한다고 판단했지만, 국정원이 공개한 자료는 당시 퐁니마을에 있었던 해병대 제2여단(청룡부대) 소속 1대대 1중대 소속 소대장 3명의 이름과 주소 등 명단 뿐이었다.

이에 이 사건 재판부가 국정원에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정원)가 베트남전에 참전한 장병들에게 퐁니·퐁넛 사건을 조사한 기록 일체를 공개해달라”는 사실조회를 요청했지만, 국정원은 사실상 거부 취지의 회신서를 법원에 제출하고, 끝내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이날 판결을 계기로 베트남 각지에서 벌어진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상규명 작업이 잇따를 가능성도 높아졌다. 추가 피해자들의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앞서 ‘베트남전쟁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네트워크’는, 지난해 4월 베트남 ‘하미마을 민간인 학살’ 사건에 대해 진실화해위원회에 진실규명 신청서를 접수한 바 있다. 이 사건은 1968년 베트남 꽝남성 하미마을에서 민간인 135명이 한국군에 의해 희생됐다는 사건이다. 그러나 진실화해위는 이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 결정조차 하지 않고, 사건 처리 자체를 보류하고 있는 상태다.

네트워크의 심아정 활동가는 이날 <한겨레>에 “하미마을 사건 관련 진정인들은 소위원회 면담 요청도 한 바 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베트남 전쟁 학살에 대한 법원 판결도 나온 만큼, 진실화해위도 조속히 조사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최민영 기자 mymy@hani.co.kr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