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외교’ 시국선언 봇물, 당정 ‘집안잔치’ 할 때인가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는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봇물 터지듯 확산되고 있다. 3월14일 서울대를 시작으로, 고려대, 경희대, 전남대, 동국대, 동아대, 충남대, 한신대, 창원대, 경상대, 인하대, 한양대, 부산대, 중앙대, 경북대, 전북대, 아주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한성대, 건국대, 인제대, 숙명여대 등, 20여개 대학 교수·연구자들이 두달 가까이 시국선언을 이어가고 있다. 2일에도 한국외대 교수·연구자들이 가세했다.
이들 시국선언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에 대한 제3자 변제안과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윤 대통령의 발언 등 역사를 부정하는 대일 굴욕외교를 비판하고,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 의혹에 대한 저자세 대응을 비롯해 국익을 저버리는 일방적 외교 노선을 우려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국외대 시국선언에는 “오늘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규탄한 장지연의 시일야방성대곡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누가 예상했겠는가”라는 탄식까지 담겼다.
민주적 국정운영과 민생 경제 등 ‘내치’의 퇴행과 무능도 시국선언의 주요한 배경을 이룬다.
교수·연구자들의 대규모 시국선언은, 민주화 이후 2015년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보기 드문 현상이다.
현 정부의 외교정책과 국정운영이 학자적 양식에 비춰 묵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도 지난달 10일부터 서울, 마산, 수원, 광주 등지에서 시국 기도회를 이어가고 있다. ‘친일매국 검찰독재 윤석열 퇴진 주권회복을 위한 시국기도회’라는 제목에서 나타나듯, 비판의 수위가 예사롭지 않다.
개신교에서도 대한감리회 목사들이 지난달 시국선언을 한 데 이어, 또 다른 시국선언문 서명운동이 확산하고 있다고 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윤 대통령은 이날 생중계로 공개한 국무회의에서 한-미 정상회담 ‘외교 성과’를 자화자찬하기 바빴다. 국익을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등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 외교정책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충분한 설명과 설득에 나서는 것은 필수적이다.
독단적 행보를 고집한다면 더 큰 저항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 2023. 5. 3 한겨레 사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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