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상식

국힘이 위성정당 만들겠다면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道雨 2023. 12. 8. 12:59

국힘이 위성정당 만들겠다면 법으로 막을 수 있을까

 

 

 

위성정당 방지법으로 원천봉쇄? 실효성 떨어져

'선거보조금' 심상정 안…"어렵다는 것 나도 알아"

'경상보조금' 이탄희 안, 윤 정권 얻는 게 훨씬 커

민주 75명 안, 비례 일부 형식적 등록시 효과 의문

정개특위에 상정도 못 해…국힘 거부하면 '노답'

"멋있게 지면…" 이재명 발언 원문에 담긴 고민

 

 

 

* 지난 2020년 5월 26일 당시 미래한국당 원유철 대표와 현직 국회의원, 당선인들이 국회에서 열린 합동연석회의를 마친 뒤 미래통합당과의 합당 결의문을 발표하고 박수치고 있다. 2020.5.26. 연합뉴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 개편 논란이 뜨겁다. 그중에서도 비례대표 의석 47석에 대해 (준)연동형제 적용을 주장하는 측은, 이 제도의 최대 맹점인 위성정당 출현을 막는 게 관건이라며, 이른바 '위성정당 방지법'을 핵심 수단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난 21대 총선 때도 위성정당 카드를 먼저 꺼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앞장서 형해화했던 국민의힘은, 이번에도 동일한 태도를 고수하는 중이다. 20대 총선 때까지 시행됐던 100%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원상복구를 강력하게 요구하면서, 만약 현행대로 연동형제로 간다면 위성정당을 또 만들어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윤재옥 원내대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당시에도 이 선거법을 강하게 반대했다"며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가는 데 대해 우리 당 안에서는 특별한 이견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안 만들 경우, 지난 총선 때처럼 준연동형으로 가면 20여 석, 완전연동형으로 가면 30석 이상을 국민의힘 위성정당이 차지하고 입법권력까지 윤석열 정권에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그렇다면 '기호 3번'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국민의힘 위성정당의 창당을 법률로 원천 차단할 수 있을까. 현재 국회에는 '위성정당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야당 의원들이 올해 발의한 법안들의 주요 내용을 검토해봤다.

 

*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10일 국회에서 위성정당 방지 장치 관계법 개정안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3.7.10. 연합뉴스

 

 

'선거보조금' 주지 말자는 심상정 안…"차단 어렵다는 것 나도 알아"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지난 7월 10일 "희대의 위성정당 사태가 재현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공직선거법 일부개정안과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들 법안의 골자는 세 가지다.

▲투표용지를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등을 위한 '후보자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를 위한 '정당 투표용지'로 구분하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에서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을 포함한 모든 정당의 기호와 정당명을 정당 투표용지에 표시한다

▲지역구 의원 선거와 비례대표 의원 선거 중 어느 하나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은 정당에 대하여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기호를 부여하지 않는다

▲지역구 의원 선거와 비례대표 의원 선거에 각각 5명 이상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만 선거보조금을 배분‧지급한다.

지난 총선 때는 비례대표 투표용지에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은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통일 기호인 1번과 2번은 빠진 채, 3번 민생당, 4번 미래한국당, 5번 더불어시민당, 6번 정의당 등의 순서로 기호가 표기됐는데, 앞으로는 비례 후보를 안 낸 정당도 모두 투표용지에 표기되도록 해 사표(死票)를 유도하고 위성정당 창당의 동기를 약화시키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권자들이 위성정당의 존재를 사전에 인지하고 그 당에 투표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효과는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나머지 장치도 모당(母黨)과 위성정당이 각각 비례 후보와 지역구 후보를 5명만 형식적으로 등록하면 빠져나갈 수 있는 문제라 큰 걸림돌이 되기엔 역부족이다.

심상정 의원 본인도 법안 발의 기자회견 당시 "오늘 제가 발의하는 위성정당 방지법이 위성정당을 완벽하게 차단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저도 알고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심 의원은 "법이 아니라 위성정당 창당 전력이 있는 거대 양당이 성찰하고, 다시는 꼼수와 편법에 기대지 않겠다고 하면 될 일"이라고 했지만, 국민의힘이 그런 성찰을 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

 

*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1. 연합뉴스

 

 

'경상보조금' 절반 깎자는 이탄희 안, 국힘 얻는 게 훨씬 크고 다양한 꼼수 가능

민주당 이탄희 의원도 지난달 6일 정치자금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다. 심 의원 법안과는 달리, 총선 뒤 모당과 위성정당이 합당하면 국고보조금(정확하게는 경상보조금)을 대폭 깎자는 내용이다.

이 의원은 법안의 제안 이유에서 "임기 만료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 종료일 이후 2년 이내에, 지역구 당선인의 수가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지역구 다수 정당'과 비례대표 당선인의 수가 지역구 당선인의 수보다 많은 '비례대표 다수 정당'이 합당하는 경우에는 합당한 이후부터 임기 만료에 따른 국회의원 선거를 실시하기 전까지 해당 정당에 대한 보조금을 일정한 범위에서 감액하여 지급하는 페널티를 부여함으로써, 거대 양당이 '위성정당 창당 및 선거 후 합당'이라는 일련의 행위를 통해 초과 의석을 확보하고 선거제도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를 사실상 방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당을 보호·육성하고자 국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국고보조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선거 비용 지원을 위한 '선거보조금'과 인건비 등 운영비 지원을 위한 '경상보조금'이다.

심상정 의원은 선거보조금을 안 주자는 것이고, 이탄희 의원은 경상보조금의 절반을 삭감하자는 주장이라 차이점이 있다.

 

21대 총선이 끝난 직후인 2020년 5월 15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분기 경상보조금으로 더불어민주당 28억 1602만 원, 더불어시민당 9억 8024만 원, 미래통합당 25억 2761만 원, 미래한국당 19억 3527만 원을 각각 지급했다. 최근 기준으로 보면 지난달 15일 지급된 올해 4분기 경상보조금은 더불어민주당 54억 7925만 원, 국민의힘 50억 1586만 원, 정의당 8억 103만 원 등이다.

만약 이 의원 법안이 시행되면,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으로 총선을 치른 뒤 2년 안에 합당할 경우 현재 기준으로 분기별 25억 원 정도를 덜 받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정도 패널티로 여당의 '위성정당 만들 결심'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까. 국회 의석 20~30석이 눈앞에 왔다 갔다 하고 원내 제1당이 돼 입법권을 주무를 수 있는 상황에서, 20억~30억 원(의석 1개당 1억 원 수준) 못 받는다고 위성정당을 포기하리라 믿는다면 매우 순진한 생각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국민의힘이 정 그 돈이 아까우면 위성정당과 긴밀한 공조 체제를 유지하되 합당은 2년 뒤로 미룰 수도 있다. 합당 대신 위성정당에서 비례대표 의원들을 차례로 제명하고, 이들이 의원직을 유지한 채 개별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방법도 있다('셀프 제명'이라는 희대의 변칙까지 창안해내는 게 한국 정당이다). 아예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다시 발의해 보조금 삭감 무효화에 나서는 것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추진을 촉구하고 있다. 2023.11.15. 연합뉴스

 

 

민주당 의원 75명의 '20% 의무화' 안, 비례 일부 형식적 등록시 효과 의문

지난달 28일에는 민주당 의원 75명(이탄희 포함)이 '위성정당 방지법 종합판'이라며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내놨다. 김상희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이 법안은

▲총선에 참여할 정당은 반드시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동시에 추천해야 하고

▲비례 후보 추천 비율(비례 총 47석 중 후보를 낸 비율)은 지역구 후보 추천 비율(지역구 총 253석 중 후보를 낸 비율)의 20% 이상이 돼야 하며

▲이 두 가지 조항을 위반한 정당은 비례와 지역구를 막론하고 모든 후보의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해설이 없어 법 조문대로 추정해보면, 국민의힘이 지역구 253곳에 100% 후보를 낼 경우 비례 후보도 9명(총 47명의 20%) 이상을 등록해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심상정 의원의 '5명 이상 후보 추천 의무화' 조항보다는 강화됐지만, 이 역시 위성정당 창당 의지를 꺾을 정도로 강력한 장치라고 보긴 어렵다. 국민의힘이 형식적으로 비례 후보를 일부 등록하고, 정당 투표는 위성정당에 하도록 다양한 홍보와 독려를 통해 지지층을 유인하면 되기 때문이다. 위성정당 입장에서도 법 조문상으로는 지역구 후보를 1명만 내도 되기 때문에 별 타격이 없다.

이처럼 이들 법안은 위성정당 출현을 원천적으로, 구조적으로 막기엔 여러 한계를 드러낸다. 국민의힘이 어떻게든 위성정당을 만들자고 작정하면 법의 빈틈을 이용해 얼마든지 새로운 꼼수와 우회로를 찾을 수 있다. 윤석열 정권이 제1야당을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사활을 걸고 임하는 지상과제가 이번 총선을 통한 원내 1당 달성이고, 입법부 장악이다.

 

*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김상훈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3.11.21. 연합뉴스

 

 

정개특위 논의 안건으로 상정도 못 해…국힘 끝까지 거부하면 '노답'

무엇보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가 지난달 21일 약 4개월 만에 다시 열렸는데도, 위성정당 방지법은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 측 요구에도 불구하고 여당이 시종 회피한 탓이다.

당시 정개특위 국민의힘 간사인 김상훈 의원은 "여론조사 결과가 어땠나. 더 많은 국민들이 위성정당 창당을 반대한다"며 "위성정당 창당 방지가 아니라, 창당할 필요도 없는 선거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7일 정개특위 여야 간사와 위원으로 구성된 '2+2 협의체' 첫 회의가 끝난 뒤에도 기자들에게 "위성정당이 창당되지 않는 선거제를 정착시키는 게 중요하다"면서 "창당 여건을 만들어 놓고 창당 방지를 하자는 건 본말이 전도돼 있다"고 민주당 측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준연동형 비례제 폐지 법안을 의원별로 5개나 발의해 놓은 상태다. 병립형으로 회귀하거나, 그게 안 되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는 국민의힘 태도는 초지일관이고 요지부동이다. 선거법은 여야 합의 처리가 원칙이고, 이는 위성정당 방지법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끝까지 거부하면 각종 위성정당 방지법은 국회 통과는커녕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것도 힘들다.

민주당이 지난 총선 때처럼 여당을 배제하고 선거법을 또 단독 처리한다?

그렇게 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고 실제 강행할 의사도 전혀 없다.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김영진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은 지난달 29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선거제는 여야가 합의해서 가는 게임의 룰"이라며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의 선거법 단독 통과라는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위성정당 방지법의 가장 큰 문제는, 그 법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위성정당을 현실적으로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 출신인 진성준 의원도 같은 날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방지법으로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거나 금지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다.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한 뒤 "그게 설계될 수 있다면 무슨 고민이 필요하겠냐"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비례 의석을 많이 가져가 다수당이 되면 윤석열 정권을 견제하거나 그 퇴행을 막기는커녕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되는 거니까,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겠다는 당초 민주당 방침이나 목표와는 영 상반되는 결과를 얻게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1월 2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선거제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 이재명 발언 원문에 담긴 고민과 진정성

결국 위성정당 방지법은 현실적으로 이번 총선에 적용되기도, 실효성을 발휘하기도 난망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의 고민 또한 여기에서 비롯되는 것인데,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언론에서 앞뒤 자르고 거칠게 전달한 발언의 문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선거제 개편 방안을 논의할 당 의원총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이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에서 했던 말의 원문은 이렇다.

"언제나 서생의 문제의식, 상인의 현실 감각이 적절히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게 김대중 대통령의 말씀이었죠. 저도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이상과 현실을 적절히 조화시켜서 한 발짝씩 나가야죠. 좋은 꿈을 가지고 있으면 뭐하겠어요. 현실을 바꿀 수 없다면 그냥 주장에 그치겠죠.

지금 정치 상황도 그런 것 같아요. 정상적인 정치가 작동하는 사회라면 우리도 상식과 보편적인 국민 정서를 고려해서 적정한 타협과 대화를 할 수 있겠죠. 그런데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지 않습니까. 만약에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1당을 놓치거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지금 국회라는 공간에서 어느 정도 막고 있기는 한데, 국회까지 집권여당에 넘어가면 지금 이 폭주, 과거로의 퇴행과 역주행을 막을 길이 없지 않습니까.

현실의 엄혹함이라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상과 현실 중에서 현실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 당연히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더 나쁜 세상이 되지 않게 막는 것도 아주 중요한 과제가 됐습니다. (중략)

선거라고 하는 건, 여러분도 너무 잘 아시겠지만, 승부 아닙니까.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물론 긴 역사의 관점으로 보면 다른 방향의 얘기도 가능하긴 한데,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엄혹하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습니다."

 

 

 

김호경 에디터haojing610@mindlenews.com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